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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에피소드 류 1

ㅇㅇ(106.101) 2023.10.14 00:22:07
조회 4405 추천 18 댓글 5
														


별들의 탄생


가을이 깊어졌다 "어떤 소년"이 미궁도시를 방문한 이후, 만남의 봄을 끝내고 활기의 여름을 넘었다. 격동의 반년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벌써 겨울의 발자국 소리마저 들려온다.

백발의 "그" 는 처음엔 미숙했다. 하지만 "그"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잿빛 머리의 "그녀" 가, 그런 그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에게 온화한 마음을 품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미소를 짓게 됐다.

나는 그런 그들을 곁에서 지켜보기만 하려 했다. "그녀"가 마음에 품고 있는 "그"를 지키기 위해 그 궁지를 몇번이나 구하고 그러던 중에 "그"를 존경하게 되었고, 그리고-

가을이 깊어갔다. 늦가을인 지금, 만남과 교류를 거치면서 우리들의 관계는 변하려고 한다.

차라리 파멸적일 때까지.

결실을 알리는 풍요는 누구에게도 미소 짓게 하는 수확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여신의 이름을 딴 추수제를 계기로 한 소녀가 한 소년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다.

마음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행해진 것은 "침략"
만들어진 것은 "함정"
반역한 것은 "성화"

최후에 결정된 것은 대전.

압제와 포학을 자행한 여왕의 파벌을 무찌르기 위해 각 파벌이 연합을 이룬다. 오라리오 사상 최대의 싸움. 지금 이대로라면 힘이 될 수 없다.

확신이 있었다. 미를 관장하는 신의 권속에게 이 가지처럼 가느다란 몸은 도대체 몇 번이나 패배했을까. 어떤 지혜와 계책을 쏟아붓든 험준한 산 앞에선 산들바람 따위는 무력하다.

힘이 있다.

강해져야 한다.

"그"를 구하고

"그녀"를 멈추기 위해서.

그러니까 계속 피하고 있던 "의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계속 용기를 낼 수 없었던 "청산"에 임할 것을.

자기 멋대로 본인만의 사정으로, 그러나 이것만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

"유대"를 지키기 위해서 "정의"와의 "재회"를 이루러 간다. 배웅하는 것은 한 친구와, 미궁의 여관의 우두머리.

그녀들로부터 마도구와 "나무조각"을 받고 고개를 든다.

"기다리고 있으세요. 시르"

일출도 시작하지 않은 밤과 아침의 경계. 백악의 탑과 거대 시벽을 등지고 도시를 떠났다.

그리고 "만나러 갑니다...아스트레아님"

어스른 새벽의 하늘을 만나 빛나는 별을 향해, 그 말을 중얼거렸다.



≈=============


길이 없는 길을 달린다.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초원의 바다는 반나절도 안 돼 주파했다. 우회할 시간 조차 아까워, 가로막힌 험준한 산들을 돌파한 것은 몇 시간 전. 험난하다 따위의 말로는 표현못할 산비탈, 검처럼 빽빽한 나무들의 숲, 또는 절벽을 뒤로한다.

대륙의 서쪽 끝, 미궁 도시 오라리오에서 곧장 횡단하는 진로. 그것은 동쪽으로 향하는 여정이다. 또는 문자 그대로 "질주" 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하사된 이명처럼 질풍이 되어 산과 골짜기를 몇 번이나 넘어간다.

몇백년 동안 살아왔을지 모를 수해가 가로막아도 이 몸은 엘프. 숲의 요정. 짙은 녹색의 미궁에 헤메는 일은 없고, 미지의 산도 모험자의 신체 능력으로 어렵지 않게 돌파해 간다.

방랑하는 여행자가 있다면 거품을 물 속도로 류는 달렸다. 초조에 가까운 감정을 질주의 연료로 바꿔 아직 보이지 않는"목적지"를 오로지 목표로 한다. 행상을 비롯한 사람들이 가장 경계하는 마물들조차 장애물로 인식하지 않는다. 길에서 덤벼드는 몬스터는 모조리 무시해 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아!!!"

지금 설마하니 다른 사람이 위기에 처해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눈 앞, 아득한 벼랑 아래, 몬스터 무리의 습격을 받고 있는 자들을 시인하자마자 류는 허공에 몸을 던졌다. 그대로 암벽을 걷어차 가속. 치켜 올라간 발톱이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보다 빨리, 양단한다.

"에......?"

휴먼의 멍한 중얼거림과 함께 흩날리는 것은 몬스터의 한쪽 팔. 외팔이 된 버그 베어의 절규와 동시에 터져 나오는 것은 참격의 회오리바람. 몰아치는 두 소태도를 구사하여 은빛 섬광의 결계를 휘감은 류는 순식간에 몬스터 무리를 섬멸했다.

"괜찮으십니까?"

날뛰는 존재들이 사라지고, 주위에 고요가 찾아왔다. 외투를 흔들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며 뒤를 돌아보니 엉덩방아를 찧은 휴먼들은 어딘가 얼빠진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습격당하고 있던 것은 상인 일행이었다. 산비탈을 지나치다가 운 나쁘게도 몬스터들에게 습격당한 모양이다. 고용하고 있던 용병들은 있었지만 대형급과 비행 사격종이라는 성가신 조합에 이미 악전고투하고 하마터면 괴멸의 위기였다는 것이다.

"이야, 정말로 덕분에 살았어!"

"화물도 무사했습니다! 이것도 당신 덕분이에요!"

용병들의 대장인 휴먼과 상인인 수인이 모닥불 앞에 앉은 류에게 미소지었다.

완전히 해는 져서 밤. 류는 상인들의 야영에 신세를 지고 있었다. 불면불휴의 강행군으로 목적지 에 향할 생각이었지만 현재의 진행 속도로는 어차피 한 번 정도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렇게 판단하고 "제발 답례를 하게 해 달라." 는 상인들의 호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짐은 최소한으로 고정하고, 식사는 나무열매로 때울 생각이었기 때문에 상인이 베풀어준 육포와 콩수프는 예기치않게 류의 몸을 윤택하게 해줬드.

"하지만 역시 강하던데. 너 역시 모험가냐?"

"···엄밀하게는 다릅니다만, 오라리오가 거처입니다."

대장인 휴먼은 그 싸움에서, 류를 오라리오 출신으로 짐작하고 있었다. 오라리오 하면 모험자고 모험자 하면 "말도 안된다"의 대명사라는 것이 하계의 공통 인식이다.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류는 결벽증 엘프이기 때문에 거짓말도 못하고 말끝을 얼버부렸지만

"오라리오에서 여기까지 아무리 빨러도 나흘은 걸려요. 분명 피곤하실 겁니다. 부디 몸을 쉬세요. 마차에는 담요를 비롯해 필요한 모든데 있으니까요."

상냥한 상인을 포함하여 그들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착한 사람들이다. 이쪽이 미안할 정도로'

이름을 밝히지 않고 복면도 벗지 않는 자신에게 선뜻 짐을 나누어 주는 상인들에게 류는 감사했다. 그리고 '그 나흘의 여정을 약 하루 만에 달려왔습니다' 라고 말하면 분명 그들은 기절초풍 할 것이라 생각했다. 상급모험자 중에서도 레벨4 이상이 되면 도시 밖의 상식은 거의 통하지 않는다고 봐도 좋다.

그런 식으로 류의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있다보면 용병들은 문득 생각난 듯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오라리오라 하니까...또 워게임을 시작하는 모양이야."

"아, 들었어. 어느 도시에서나 소문이 쫙 퍼졌지. 게다가 이번에는 그 프레이야 파밀리아 라던데?"

워게임 프레이야 파밀리아

그 단어를 들었을 때 술렁, 하고 류의 마음이 울렸다. 가슴에 오가는 통증은 환통이 아니라 역력한 감상이었다.

"풍문으로 들었는데 다른 파벌들이 팀을 이뤄서 대전을 한다나 뭐라나...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용병들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그들도 설마 그 워게임이 한 소년을 둘러싸고 발발한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전쟁이야말로 류가 미궁도시에서 떨어져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오라리오에서 열린 풍요의 축제 "여신제". 거기서 여신 프레이야는 "침략"을 단행했다.

그것은 도시 전역의 "매료"

오직 한 소년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시민의 인식을 왜곡, 자신 만의 "모형 정원"을 만든 것이다. 그 "모형 정원"은 소년 자신의 강한 의지와 그의 주신의 유구한 성화에 의해 깨졌지만, 그것으로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기억을 개변받아 조종되는 인형으로 변했던 사람들, 특히 모험자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그리고 소년을 요구하는 미의 신의 개전 요구에 따라 오라리오 역사상 이례적인 파벌 대전이 결정된 것이다

'얼마전까지의 날들이···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한 달여 동안 있었던 일을 회상한 류는 자신의 손바닥에 시선을 떨어뜨린다.

헤스티아 파밀리아가 대장이 되는 파벌 연합군과 프레이야 파밀리아의 파벌 대전에, 류는 물론 참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벨의 힘이 될 수 없어......'

뇌리에 되살아나는 것은 흑요정이나 보어즈...프레이아 파밀리아의 권속에게, 철저하게 패배하는 처참한 자신의 모습이다. 적의 최대전력은 제1급모험자. 경험도 그 질도 다르다. 기술과 "허허실실"도 뒤진다.

무엇보다 아직 LV4인 자신로서는 LV6, 그리고 레벨7인 진정한 괴물들을 당해낼 도리가 없다. 그래서 류는 미궁도시에서 나온 것이다. 5년전부터 시간이 멈춰있던 자신의 스테이터스 를 갱신하기 위해서.

"모험자...아니 떠돌이씨. 오라리오에서 왔다고 했는데 그쪽은 이제 어디로 갈거지?"

조금 전부터 용병들로부터 오라리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듯한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류는 말할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는 지금도 가라앉지 않는 초조함으로 인해 말할 여유가 없었다. 그 공기를 느껴서 그런지 용병의 대장인 휴먼이 화제를 바꾸듯 말을 걸었다.

"저의 행선지는..."

류는 무의식중에 허리에 있는 작은 가방을 살짝 건드리고 있었다. 그 안에 있는 것은 한 장의 메모와 지도다.

도시를 떠나기 위한 준비를 맡아 준 친구, 그녀의 주신 헤르메스의 전언. 그는 5년 전부터 류가 계속 쓰고 있던. "편지"를 보내주고 있었다. 류 자신도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여신"에게. 메모와 지도는 그런 여신의 소재가 기록되어 있다. 이 하계에서 지금 유일하게 류의 멈춰있는 시간을 움직일 수 있는 그녀의 주신. 그 거처, 메모에 기록되어 있는 그 이름을 류는 입에 올렸다.

"조링엄"



========



검제도시 조링엄

대륙 최서단에 위치한 미궁도시에서 험준한 알브 산맥을 넘어 더욱더 먼 동쪽에 위치한 공업 도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검을 중심으로 무구를 생산하는 대장장이들의 수도다. 시간은 벌써 해질녘. 이른 아침, 상인과 용병들과 헤어진 류가 검제의 땅에 도착했다. 그러자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올려다볼 정도의 "도시문" 이었다.

"엄청난 성벽····오라리오의 거대 시벽까지는 아니더라도, 30M정도는 되나."

문의 위용만 보면 마치 성채도시의 그것이다. 하늘색 눈동자로 거벽의 높이를 눈대중하면서 류는 문지기에게 향했다. 커다란 철문을 지키는 드워프들은 서로가 가진 대형 도끼를 1번 교차시키고, 류가 아스트레아에게서 받은 두루마리, 헤르메스가 준비한 통행 허가증을 내밀자 몇 번의 문답을 거쳐 통과를 허락해 주었다. 산악과 일체화되도록 만들어진 도시문을 벗어나자 정비되어 있는 대로를 한참동안 걷는다.

드문드문 존재하는 것은 갱도의 입구. 주위 산악지대에 광맥이 존재해 청각이 강화된 류의 귀에 곡갱이 소리와 광부들의 함성이 들려온다.

대로의 양옆에는 목조 창고나 반송 차량도 존재하고 있었으며, 조금 전에 지나간 도시문을 경계로 주변 일대가 자원 매장지임을 알 수 있다. 무기를 만드는 데 여기서 나오는 광석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도시문이 저만큼 견고하며 그러면서도 엄중히 지켜지고 있는 것도 수긍이 간다는 것이다.

이윽고 대로를 다 지나자, 그 "검의 도시"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이 조링엄....."

낮은 건물들, 그리고 하늘로 뻗은 검은 연기 몇 개. 그것이 검제 도시의 첫인상. 발을 디디면 후끈한 열기가 금새 몸을 감싸온다. 석조 건물들은 대부분 단층집으로 열려 있는 문이나 셔터에서 울려 퍼지는 고함소리가 들리며 목소리가 요란하고 열기가 나는 곳도 거기다. 보지 않아도 "화로" 가 불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캉!캉! 여기저기서 울려오는 망치 소리. 주변 일대의 건물이 "공방"임을 공명하는 제련의 선율이 알려준다.

길에서 마주치는 자들은 모두 장인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류의 허리정도밖에 오지 않는 아이들도 작업복에 모자를 쓰고 있었다. 오히려 여행용 장비를 입은 류가 더 눈에 띄어 힐끔힐끔 주위에서 쳐다볼 정도다.

일터가 집과 가깝다. 아마도 조링엄은 일터와 집의 경계선이 명백하진 않을 것이라고 류는 그렇게 느꼈다. 이 도시에 사는 자들에게 "공방"이야말로 집이고, 그렇지 않아도 바로 코앞에 숙식 장소를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도시주민 전부가 "장인"이자 손에 일감을 쥐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에 따라 신의 권속도 많다. 많은 대장장이계 파밀리아가 조링엄을 선택한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다름아닌 헤파이스토스 파밀리아도 자원을 포함한 계약처로 조링엄을 선택하고 있으며, 많은 단골 공방, 또는 장인을 지원한다고 들었다. 조링엄의 인간으로서 그녀의 권속이 된 자도 많다고 한다.

"오라리오의 공업구역을 닮았구나..."

공방과 공장을 중심으로 한 단층 건축물은 아름답다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오로지 기능이 중시되고 있어 오라리오 북동 지구에 퍼진 공업구를 그대로 도시로 바꿨다라고 말하면 좋을까. 도시 자체의 크기는 오라리오가 앞서지만 공업지역 자체는 조링엄 쪽이 훨씬 넓다.

거칠다는 인상을 받는 도시였지만, 그 속에서 녹옥빛으로 빛나는 "시설" 이 복수 존재했다.

주위 건물들에 가려 전체적인 윤곽은 보이지 않았지만 류에게는 그것이 뒤집힌 모래시계처럼 보였다. 저 "신비"의 빛은 도시 안에서도 중요한 시설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결코 아름다운 도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산악에 둘러싸여 있고, 숲은 펼쳐지고, 강도 흐르고 있다...'

도시문에서 이 공업지대까지 조링엄은 자연에 둘러싸여 있다. 서쪽에서 남쪽에 걸쳐 산악이, 동쪽에는 삼림지대가 있고, 북쪽에서는 강이 흘러 도시에 물을 주고 있다. 광석 등의 자원, 숯을 위한 목재, 그리고 단야를 위한 수원이 갖추어져 있어 무기를 만들기에는 안성맞춤인 환경일 것이다.

검제도시가 이 땅에 세워진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던전이라는 반칙적인 자원세계를 제외하면 조링엄은 오라리오보다 훨씬 자원이 풍부했다. 하지만 동포는 적은 것 같다라고 류는 생각했다. 많은 양의 나무를 베어 검은 연기를 하늘에 뿌리고 세계 자체를 부수어 더럽힌다.

제철에 의한 삼림 벌채 및 자연 파괴는 자연을 사랑하는 엘프가 꺼려하는 것 중 하나다. 지금도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올려다보며 류는 이 도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솔직하게 생각했다. 그것이 융통성 없는 엘프의 결벽 때문이라고 자각하고 있지만, 기피감은 도저히 지울 수 없다.

"아스트레아 님은 왜 이런 장소에..."

후드를 깊숙히 덮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중얼거린다. 아스피의 말에 의하면 이 땅에 아스트레아가 있다고 했는데, 확실히 말해 "안 어울린다" 고 류는 생각했다. 자비로운 여신은 하계를 사랑하며, 청정과는 거리가 먼 조링엄이 좋아서 몸을 의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관장하는 사물이란 정의이며, 결코 불꽃이나 대장간이 아니다. 의문을 품으면서도 류는 나아갔다.

때로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지도에 표시된 위치를 듣고 타원형의 거리를 횡단해 간다. 주민에게 들은 곳은 공업지구를 빠져나간 자리에 있었다. 아직 벌목이 눈에 띄지 않는 동부 삼림지대. 대기가 오염된 공업지대에 여신의 거처가 없다는 사실에 가슴속에서 안도하는 것도 잠시, 금새 어깨를 경직시켰다. 시야의 아득한 안쪽, 탁 트인 곳에 지어진 이층 건물을 포착한 것이다. 그리고 권속이라고 생각된는 소녀도.

"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종족은 휴먼. 선명한 남색 머리를 왼쪽 측두부에 묶고 있으며, 단아한 스커트와 전투복을 입고 있다. 흰색을 기조로 한 의상은 분명 파밀리아의 제복일 것이다. 왼쪽 어깨의 한쪽 외투에 휘장이 새겨져 있다. 소녀는 마치 부모에게서 숨는 아이처럼 나무뿌리에 주저앉아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신음하고 있었다.

"주문하신 무기····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다. 정말이지 납기가 얼마나 밀리고 있는거야? 이러니까 아버지들한테 병아리라고 불리는 거라고...!"

거리가 멀어도 레벨업을 반복한 L V4의 청각은 그 초조함과 슬픔에 물든 독백을 정확하게 포착해버렸다. 소녀의 정체를 눈치채면서 류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다가갔다.

"하지만, 그래도 전어어어언혀 마음에 안드는 것은 사실이고, 왜 내가 그분을 버린 놈의 무기따위를...!"

그리고 그런 말이 들린 직후. 끙끙거리던 휴먼 소녀는 이쪽의 낌새를 눈치채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누, 누구? 당신..."

황급히 일어선 소녀가 누구냐고 물었다. 혼잣말을 들었을 가능성이 부끄러운지 그 뺨은 희미하게 붉어져 있다.

한편, 류도 류대로 그녀의 눈동자, 붉은 빛이 도는 두 눈을 보고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기시감"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저는 류리온 이 곳에 있다고 들은 아스트레아 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가슴을 스쳐가는 기묘한 생각을 지금은 제쳐두고 류는 자칭했다. 떨리는 입술로 긴장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면서 자신의 정체를 고한다.

"아스트레아 님의 ·········권속이었던 사람입니다" 약간의 침묵을 사이에 두고, 였다고 덧붙였다. 거기까지 듣자마자 소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곧 그녀는 류를 노려보았다.

"오라리오의 [질풍]....... 아스트레아 님을 버린 배신자!"

그 말은 그야말로 정론으로, 아무것도 틀리지 않았다. 류 자신조차 부정하지 않는다. 아니면 죄책감에 못이겨 권속이었던 자,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환영받을 리가 없는 것이다. 경애하는 주신에게 행한 자신의 소행을 되돌아보면.

소녀는 류의 본성도, 저지른 짓도 전해듣고 있을 것이다. 눈썹을 곤두세우고, 이해하기 쉬울 정도로 분노의 표정을 지으며, 바로 덤벼들었다.

"도대체 왜!-"

왜 온거냐!? 그렇게 말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멱살에 뻗은 그녀의 손을 류의 수도가 쳐냐고 있었던 것이다.

"뭣?!"

".....읏"

소녀는 힘차게 튕겨진 손을 눌렀고 류는 깜짝 놀랐다. 인정한 자밖에 접촉을 허락하지 않는다라는 엘프간의 관습은 물론 소녀의 적의에 반응하고 만 것이다. 장갑에 싸인 자신의 오른손을 부끄럽게 내려다본다.

소녀가 마침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는 와중, 자기 혐오와 싸우던 류는 변명의 여지가 없이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허접해빠진 언동을 취했다.

"····저를 만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항상, 지나쳐 버리니····"

"뭐, 뭐야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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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는 경고의 뜻으로 말을 선택했지만 소녀는 "수준이하" 라고 깔보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언성을 높여 격앙한다. 차마 못 볼 정도의, 최악의 만남. 그런 말이 뇌리에 떠오르는 류를 앞에 두고, 고집이 센건지 소녀는 질 수 없다는 듯 남색 머리를 흔들며 다시 덤벼든다.


"먼저 아스트레아 님께서 은혜를 받았다고 해서 선배 행세를-!!"

그런거 아니다.

류는 반격도 하지 않고, 그렇게 부정하려 했지만

"세실! 무슨 일이야!"

"본거지 앞에서 무슨 소란인데!"

그것보다도 먼저, 다른 소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인족과 수인, 눈앞의 소녀와 같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과일과 나무 열매를 딴 바구니를 안고 달려왔다. 류까지 앞으로 한 걸음 앞까지 다가와 있던 세실이라고 불린 소녀는 쭉 뻗던 손을 멈추었다. 류를 노려보는 것은 멈추지 않은 채, 옆에서 멈춰서는 소녀들에게 고했다.

"이 엘프, 류 리온"

".......!"


"도망치지 않게 감시하고 있어. 나는...아스트레아 님한테 다녀올게"

뱉어버린 류의 이름에 다른 소녀들도 깜짝 놀란다. 류 또한 여신의 이름에 번쩍 손이 반응하고 만다. 목조관 안으로 남색 머리의 소녀가 향한다. 남겨진 소녀들은 얼굴을 마주보고, 참으로 불편한 얼굴로 그 말을 지켰다. 류와 함께 관 본거지 앞까지 가서 좌우 양옆에 진을 친다. 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옆에서 슬쩍 보는 것 만으로도 알만큼 몹시 어색한 무언의 시간이 흘러가지만 류는 단지 소녀가 사라진 홈의 문을 응시한다. 왼쪽 가슴속이 울리고 있었다. 목이 이상하게 마르고, 손에 땀이 밴다. 자신도 모르게 한 손으로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 때가 왔다.'

그것이 과연 단죄의 순간이 될 것인가, 혹은 감동의 재회가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전자였으면 좋겠다고 류는 생각했다. 새삼스럽게 이렇게 찾아온 자신이 후자를 원해도 괜찮을리 없다고, 죄책감이 비판적인 사고로 이끈다. 이래서는 벨을 도울 자격도 없다 따위의 말로 자조하며 얼마 안 되는 여유를 되찾는 것도, 결국 극도의 긴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혹은 이 기다리는 시간이야말로 류에게 가장 큰 벌일지도 모른다. 판결을 기다리는 죄인처럼 관 앞에 서기를 한참.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현관이 열렸다.

".......!"

종자처럼 문을 연 것은 조금 전의 남색 머리의 소녀

그렇다면 그 뒤에 나타나는 것은 그녀와, 그리고 류의 "신"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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