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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에피소드 류 2

ㅇㅇ(106.101) 2023.10.14 00:48:40
조회 3622 추천 21 댓글 3
														

긴 호두색 머리. 류의 하늘색 눈동자보다 더 맑은, 별의 바다와 같은 두 눈. 깨끗하고 청렴한 흰옷을 걸친 그 모습은 기억 속의 그녀와 아무것도 다르지 않다. 불변의 데우스 데아, 여신 앞에 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복면을 내리고, 온갖 감정과 함께 그 이름을 입술에 담고 있었다.

"아스트레아 님..."

서쪽 하늘에 해가 져가는 가운데. 여신 아스트레아는 붉은 빛 속에서 온화하게 미소지었다.

"오랜만이네, 류"

눈을 부릅뜨고, 우뚝 선채, 해질녘 사이에 남겨진 류를 향해. 아스트레아는 방울 같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냈다. 마치 5년전까지의 나날을 되감듯 류가 아는 상냥한 웃는 얼굴과 목소리로. 동시에 고향으로 돌아온 자기 아이에게 하듯 다음 말을 꺼냈다.

"그리고...잘 다녀왔어. 류"

그 말을 듣는 순간 류의 눈동자는 촉촉해졌다. 두 개의 가는 다리는 부러질 뻔했다. 용서받았다. 용서받고 말았다고 금새 알았다.

혼내주길 바랬다.

뺨을 때려주길 바랬다.

그녀들을 죽게 하고 무턱대고 자신만 살아남아 자기 멋대로의-복수를 위해서-여신을 멀리 떠나보낸 자신을 천벌처럼 심판해 주었으면 했다. 그러나 아스트레아는 자식의 귀향을 고대하던 어머니처럼 류를 반겨줬다.

괴롭다. 고통스럽다. 비참하다. 그리고, 이기적인 자신에게 실망하게 될 정도로- 이다지도 기쁘다.

"여행을 마친거구나?"

"·························"

"너의 [정의]를 찾았구나?"

"····네,엣····!"

아스트레아가 다가와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멈춰선다. 류는 목이 막혀 있었다. 이제 눈도 못 마주친다. 사과하고 싶은 말이나 전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을텐데 뭔가가 쏟아질 것 같아 우는 가슴을 누르기에 안간힘을 쓰고 만다. 아스트레아의 존안을 본 것 만으로 이미 몸도 마음도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런 류를 향해 아스트레아는 두 손을 뻗었다

"열심히 했구나, 류."

"!"

"분명 그 아이들도 별의 바다의 저편에서 너를 보면서 웃고 있을거야"

안아졌다. 아스트레아의 몸에. 여신의 온기에. 그때 류의 눈동자는 버디기를 포기했다. 오랜 세월 함께 일해 온 술집 동료들조차 본 적이 없는 굵은 눈물을, 뜨문뜨문 하늘색 수면에서 흘렸다. 아스트레아의 의복을 더럽히는 것을 알고 있어도 투명한 방울은 멈춰주지 않았다. 오열만은 이악물고 참는다. 손은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등에 있는 여신의 양손은 아이를 달래듯 목까지 뻗어있는 장발과 함께 몇 번이고 쓰다듬어 온다. 그래서 류는 떨리는 두 손을 쭈뼛쭈뼛, 주저하듯 아스트레아의 허리로 돌려 서로의 틈을 간신히 메웠다.

"쌓인 얘기가 많아. 너도 분명 있겠지? 근데...지금 말하기는 좀 어려울까?"

"네,에...면목이......없습니다."

"됐어, 그거면 된거야. 신에게도, 이 5년은......유구한 때보다 더 길게 느끼고 있었으니까."

말끝을 하나하나 받아들이는 뾰족한 귀 옆에서, 아스트레아가 눈을 감고, 지금도 웃어주고 있는 것을 알았다. 이 재회를 아스트레아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다는 것이, 온기를 통해 전해져 온다. 분명 집을 뛰쳐나와 버릇없이 돌아온 아이는 이런 기분이 들 것이라고, 류는 생각했다.

자신의 경우는 태어난 고향 엘프의 마을이 아니라 아스트레아의 가슴속이라고. 차이는 그저 그 뿐이다. 류는 숨을 헐떡이며 여신의 허리에 얹은 손에 힘을 주는 것이었다.

'아스트레아님에게 안겨있어...!'

'아스트레아 님의 가슴에...!'

'크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부러워......!'

'우리들도 경외심이 넘쳐서 못하는데 만나자마자 연인처럼 합체해서, 뭐야 이 파렴치 엘프...!'

'이 녀석 엘프 아니야! 에로프야 에로프!'

한편 끝도 없이 망 밖에 방치되어있던 세 소녀들은 포옹을 나누는 류와 아스트레아를 초절 응시하며 충격에 사로잡혀 있었다. 관능적이고 풍요롭고 매우 부드러워 보이는 여신의 골짜기에 감싸이는 류는 이 순간 하계 최대의 지복에 싸여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권속 소녀들은 압도당함과 동시에 매우 부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특히 세실이라 불리던 소녀의 눈빛은 부러움을 넘어 질투의 불길로 승화될 정도였다. 마음속에서 꿍얼거리는 말도 과격 일로를 걷고 있었다.

"세실"

"하, 핫! 네! 왜 그러세요? 아스트레아 님."

부모의 원수처럼 류라 불리는 에로프를 바라보던 소녀였지만 아스트레아의 목소리에 흠칫 경련을 일으키며 정신을 차리다. 무심코 직립부동의 자세를 취해 버리는 그녀에게, 아스트레아는 류의 몸을 떼어놓고, 말한다.

"홈의 방을 하나 준비해줘. 류를 재울 거야."

"에, 에에에에에에에에! 외, 외람된 말씀이지만 아스트레아님! 연락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친 무례한 엘프 때문에 그럴 필요는....!"

"안 돼, 세실. 그렇게 말하면. 류는 너희들의 [선배]야?"

자기도 모르게 몸을 들이미는 소녀에게 아스트레아는 무심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말과는 달리 부드러운 목소리에 항의한 소녀도 다른 사람들도 아무 말도 못하게 된다.

"분명 오늘은 긴 밤이 될 거야. 류도 이런 상태니까 몸을 쉬게 해 주고 싶어. 그러니 부탁해?"

이번에는 류가 아니라 소녀가 말문이 막힐 차례였다. 무언가를 말하려 해도, 류의 손발, 미궁 도시에서 바람처럼으로 계속 달려가 너덜너덜해진 장갑이나 부츠를 보고 입을 닫는다.

"......알겠습니다."

한참 뜸을 들이며 불복불복이라는걸 숨기려 하지도 않고, 소녀는 마지못해 승낙 했다. 아스트레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샤우랑 다른 애들도 부탁해?" 하고 다른 소녀들에게 눈동자를 돌렸다.

수인과 파룸 두 사람은 "에, 예!" 라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럼 류. 갈까? 우선은 몸을 씻는 것이 먼저겠네?"

"네, 아스트레아 님."

아스트레아는 살짝 류의 손을 잡고, 홈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뒤늦게나마 다른 사람들에게 보였던 것이 생각나서 얼굴을 붉히던 류는 빌려온 고양이처럼 얌전히 따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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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쉬는 여관]

5년 전 오라리오를 떠나 이 검제 도시에 새로 세워진 아스트레아의 거점은 그렇게 명명되어 있었다. 도시 공업지대로 볼 때 동쪽으로 펼쳐진 숲 속에 존재하며, 높이는 2층. [헤스티아 파밀리아]의 현 거점 회덕관 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어지간한 숙소보다는 충분히 크다. 석조와 목조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거 [아스트레아 파밀리아] 의 홈 스타라이트 가든을 방불케 해, 류는 어딘가 그리워졌다.

지금 이 별이 쉬는 여관에는 아스트레아와 류를 제외하고, 총 6명의 휴먼과 아인종이 살고 있으며,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6명의 소녀들은 모두 아스트레아의 권속이다.

"그럼 이 땅에서 또 새로운 파밀리아를 만드셨나요?"

"새로 만든다,라는 생각은 나한테는 없지만 말이야. 너는 물론이고 알리제와 그 아이들도 나에겐 소중한 아이들이니까"

몸을 깨끗이 하고 강행군 여행으로 얼룩진 피로를 제거한 후 류는 아스트레아의 신실에 초대받고 있었다. 석양은 완전히 떨어지고, 밖은 이미 달이 뜨는 밤. 새의 지저귐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숲의 정적이 홈을 끌어안는다. 류는 아스트레아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내 파벌은 예나 지금이나 너희들이 불러주던 아스트레아 파밀리아 그대로......하지만 옆에서 보면, 신생 파벌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

알리제와 모두가 던전에서 죽었고, 최후의 생존자가 된 자신까지 떠났다면, 이 검제도시에서 권속을 맞아들이는 아스트레아는 [다시 시작하기]처럼 보일 것이고 세상도 그렇게 볼 것이다. 자신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약간의 적막함을 미소에 머금게 하는 아스트레아에게 류는 재치있는 말을 할 수 없었고, 부끄럽다는 생각을 품는 것 밖엔 못했다.

"어쨌든, 세실이랑 다른 애들은 어디까지나 너희들의 [후배]. 알리제와 너희와도 다르게 다들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고 각자의 [정의]를 찾고 있어."


어두운 표정을 짓는 류에게 아스트레아는 신생 [아스트레아 파밀리아]의 관해 그렇게 평가한다.

'[후배]......익숙하지 않은 말이다. 알리제가 있을 때 아스트레아님의 은혜를 가장 늦게 받은 것은 나였으니'

오히려 자기가 후배라고 블리는 입장에 풋내기 였다는 자각은 있다. 파룸인 라일라나 수인인 네제에게는 흔히 막내 취급 되고 있던 것이다. 적어도 선배 행새 따위는 할 수 없겠지, 라고 류는 확신하고 있다. 지금도 그렇다. 소녀들이 준비해준 저녁을 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아스트레아와 단둘이 받고 있다. 그 이유는 현재의 류와 다른 단원들이 식탁을 공유해도 서로 삐걱거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세실이라고 불리던 소녀에게 그럴거라고 어렵지않게 상상할 수 있다. 좋지 않은 만남에 더해 아스트레아 님께 특별대우를 받았다-적어도 그녀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것이다-라는 것으로 류를 심히 적대하고 있다.

그녀의 태도에 화를 내거나 탓할 생각은 없다. 류가 같은 입장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비난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여신을 한번 내팽겨쳐놓고, 또 만나러 오다니, 아무튼 후배들과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아스트레아의 재량으로 이렇게 한 사람과 한 신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스트레아 님은....왜 이 검제도시에?"

"꼭 해주고 싶은 게 있었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그때가 오면, 류도 알거야"

"......?"

식사는 금방 끝나고 류와 아스트레아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류가 묻는 것은 아스트레아가 보낸 지난 5년간, 아스트레아가 듣고 싶어한 것은 류의 근황이었다.

복수에 몸을 태워 한 번은 재가 되어 불탄 후. 류는 아스트레아와 편지를 주고받았다. 다시 정의라는 이름을 짊어질 수는 없었지만 알리제와 모두가 지킨 오라리오를 지켜보는 것이 자신의 책무라고 생각하며, 동시에 주신인 아스트레아에게는 속죄할 겸 걷잡을 수 없는 자신의 환경을 보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아스피, [헤르메스 파밀리아]에 의뢰하여 헤르메스만은-아스트레아의 소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달할 수 있어- 펜팔을 계속하다가 역시 한정된 편지지에 쓰는 글자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이상한 정보나 생각이 무수히 있다. 그래서 둘이 얘기했다. 아스트레아는 말이 많은 신이 아니고 류는 그녀보다 말수가 적은편이다. 그래도 계속 말을 했다. 공백의 5년을 메우듯 많은 걸.

암흑기가 끝난 오라리오를

몸을 담고 있는 술집을

알리제와 그녀들 이외에도 지기나 지인이 생긴 것.

편지로도 썼던 일상과 중복되기도 하면서 그래도 자기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아스트레아에게 전달했다.

"그래. 너의 손을 잡을 수 있었던 아이가 알리제 말고도..."

"네, 갑자기 잡혀서 정말 놀랐어요. 하지만 벨은 존경할 만한 휴먼입니다. 미숙한 모험자라 생각하며 이끌고 있었을텐데, 어느새 제가 이끌리고 있었습니다..."

"후후...류는 그 아이를 좋아하는구나"

"커헉?! 아, 아스트레아 님, 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왜냐하면, 그 벨이라는 아이를 말하는 류의 어조, 매우 상냥하고, 좀 포근해. 편지에도 걔 생각이 좀 나와서 어? 라고 생각했는데...그래서 필체가 그렇게 부드러웠구나. 지금의 류, 사랑에 빠진 여자 같아."

"아, 앗...아스트레아 님...!"

급기야는 그런 대화도 하고 류는 그야말로 화제에 오른 그 소년처럼 한심한 목소리를 내고 마는 것이었다. 귀까지 붉히고 부끄러워하면서.


불가사의한 감각이었다. 5년 전 알리제가 생존했을 때도 아스트레아랑 둘이서 이렇게 얘기해, 깊이 나눈 경험은 없다. 말하기가 서투르다거나 바빴다거나 결코 그런 이유가 아니라 [아스트레아 파밀리아]는 누구나 여신의 옆에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알리제는 물론, 연장조인 네제도 랴나도 마류도 류와 나이가 비슷했던 노잉도 아스타도 이스카도 최연소인 셀티도. 아스트레아가 긴 의자에 앉아 있으면 흠! 하고 고양이처럼 옆에 앉아, 다양한 화제에 꽃을 피우고, 때로는 상담을 받기도 했다. 그 카구야와 라일라조차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스트레아 곁에 있으면서 의견을 듣고 있었을 정도였다. 아스트레아는 정말 [엄마]였던 것이다. 그녀들한테. 응석을 받아주고 혼내주고 무엇보다 바로 잡아준다.

그래서 그녀들은 아스트레아를 사모했다. 마음의 홈로 삼았다. 정의의 검과 날개에 맹세코. 계기는 알리제였다고 해도 이 맹세의 말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류오ㅓ 하는 날이 오다니····매우 기뻐. 멋져, 류."

지금은 소녀처럼 생글생글 웃는 여신에게, 얼굴이 빨개진 류는 정신을 차려보니 입술이 풀어지고 있었다. 아직 제대로 말을 나누지 못한 저 후배들도 분명, 아스트레아를 경애하고 있다. 그것만은 확신할 수 있다. 이렇게 따뜻하고 평온한 시간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현실을 외면하는 시간에 끝을 고해야 한다. 아무리 아쉬워도 놓아줘야 할 이유가 있다.

"아스트레아 님...들어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좋아. 들어볼까."

자세를 바로 잡은 류의 분위기의 변화를 아스트레아는 감지했을 것이다. 미소를 거두고 거울처럼 경청의 자세를 만들어줬다. 얘기하면 길어지겠지만 지금의 오라리오에 대해서. 그리고 시르라고 하는 자신의 친구에 대해서. 알리제 외에 자신의 손을 잡을 수 있었던 인물은 두 명. 벨에 대해 말하고,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또 다른 인물 아니, 신물에 대해서 류는 마침내 말하기 시작했다. 복수를 마친 후, 자신을 구해준 잿빛 머리의 소녀. 류에게 재생의 나날과 빛을 가져다 준 친구는 신이며, 아스트레아도 잘 아는 여신. 그녀의 사랑이 폭주하여 예의 소년을 둘러싸고 바야흐로 미궁 도시를 뒤흔들 대전을 일으키려 한단 것을.

가슴을 태우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고심하면서 류는 최대한 정리해 현황을 전했다.
 
...프레이야 파밀리아가 오라리오를 끌어들여 워게임을 하려 한다는 소문은 조링엄에도 전해졌지만, 정말이었구나. 더구나 그 헤스티아와 너까지 당사자가 되어 있었다니."

이곳에 오는 길에 도와준 상인과 용병들도 알고 있던 정보다. 아스트레아의 귀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다. 류의 입에서 일의 전모를 다 들은 여신은 서글프기까지 한 표정으로 눈꺼풀을 감았다. 그것은 유례없는 파벌 대전을 행하려는 오라리오에 대한 한탄인가. 혹은 교류가 있었던 여신에 대한 연민인가. 그 가슴속을 헤아리지 못한 채, 류는 아스트레아를 찾아온 목적을 꺼내야 했다.

"말씀드린 대로, 저는 곧 오라리오로 돌아가 벨과 함께 싸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니... 제 스테이터스를 갱신해 주셨으면 합니다."

5년 전부터 시간이 멈춘 능력치를 - 류는 별의 바다 같은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힘차게 말했다.

시루의 침략과 유린이 시작되기 전후로 류는 형편없이 세 번의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맹자] 오탈에 한 번, [흑요의 마검] 회그니 라그날에게 두 번. 후자에 관해서는 두 번째 패배야말로 [검희]의 구원으로 유야무야해졌지만 손도 발도 내밀지 못했다고 류는 인정하고 있다. 시르룰 지키눈 강인한 용사들에게 [질풍]은 모조리 패한 것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나는 다시 [맹자]와 프레이야 파밀리아에게 참패할 것입니다. 그 정도까지 그들의 힘은 규격외 입니다. 이대로라면... 벨에게 힘이 될 수는 없어요."

"······"

"시를를 멈출 수 없어요!"

여신을 향한 말에, 차츰 열을 더해진다. 오늘까지 LV4인 채로 계속 싸워 숱한 가혹함을 이겨낸 류였지만 뚜렷한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지금 이대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없다고 그렇게 확신해 버릴 정도로.

"저는 그녀의 뺨을 때리고...! 진의를 캐묻고 싶습니다···!"

그래서 류는 아스트레아에게 찾아왔다. 과거 청산과 함께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해서

"제발 부탁드립니다. 아스트레아님! 어리석은 제 등에 다시한번 당신의 신혈을...!!"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당시의 회한을 머금고 류는 일어섰다. 침묵이 흘렀다. 요정의 눈빛을 아스트레아는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 알았어"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가슴에 지나간 감정이 단순한 안도인지, 안이하게 신에게 의지하는 자신에 대한 씁쓸함인가, 형편좋게 아스트레아를 대한 죄책감인가. 류에게는 판별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저, 그저 깊이 감사드리며 겉옷을 벗었다.

"5년 만이네. 류가 등을 맡겨주는 건."

"네..."

"몸이 좀 가늘어졌네? 밥은 잘 먹고 있어?"

"시르의 건이 있어서...음식의 신경을 안 쓴지도 모르겠네요"

"그래... 미안해. 내가 무심했어."

"아뇨...아스트레아 님이 신경쓸 일은 아닙니다..."

비워진 식기를 치우고, 두 개의 의자를 방 중앙에 기대어 걸터앉았다. 아스트레아는 류의 심정을 헤아려서인지, [스테이터스] 갱신 준비를 진행해가며 잡담이라고 부를 수 있는 화제를 계속 꺼냈다. 상체를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한 류는 목을 덮을 정도로 자라고 있는 머리카락을 오른쪽 어깨에서 앞으로 넘겨 한쪽 팔로 가슴을 가리면서 그 배려에 마음을 기댔다.

"이제부터 알 수 있는 결과에, 날뛰는 고동을 억누를 수 없다. 능력치는 얼마나 올라갈 것인가? 발전 어빌리티의 유무는? 새로운 마법이나 스킬은 발현할 것인가? 무엇보다 랭크 업은 정말 가능할까? 이 갱신결과에 따라 류의 운명은 결정된다고 해도 좋다. 파벌 대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가, 여기가 분수령.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면서 류는 이때만큼은 바랐다. 모험자의 업에서 벗어나 여행 중반에 걸음을 멈추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벨들을 위해 계속 싸운 만큼만이라도 좋으니까 대가를 받고 싶다고.

'제발 저에게 힘을, 벨을 돕고 시르를 막기 위한 무기를! 어서 빨리 이 곳을 떠나 한시라도 빨이 그들의 곁에!'

류의 관심은 [스테이터스] 갱신 후의 미래- 즉 대전으로 쏠리고 있었다. 오히려 조급해질 정도로 약속된 가혹함 속에 의식을 쏟고 있었다. 그런 굳어가는 등을, 여신의 눈동자는 보고 있었다. 가느다란 등에서 느끼는 고동도 초조함도 모두 꿰뚫어보고 있었다.

"시작할게"

짧은 선언에 류가 숨을 멈춘다. 이내 붉은 피를 두른 여신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엘프의 등에서 춤췄다. 먼저 지각한 것은 봉쇄되어 있던 자물쇠가 풀리는 느낌. 이어 숨어있던 별의 검과 날개의 상징이 떠오르고, 신혈이 수면과 같은 파문을 확산시켜 간다.

덧 씌어지는 [신성 문자]

추출되면 혈육이 되어 가는 [경험치].

페이지를 넘기듯이 수없이 많은 문자들이 흘러가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스테이터스]의 갱신은 길었다. 류가 겪어온 것 중에서도 최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걸렸다. 아스트레아도 말했듯이 5년치의 [스테이터스] 갱신, 5년 동안 계속 축적되어 왔던 [경험치]다. 그 반영은 통상적인 갱신 작업의 비할데가 아니라 입을 다물고 있는 류에게는 영원같이 느껴졌다. 아스트레아 또한 말이 없고 류의 등에 기록되어 있는 권속의 이야기를 읽고는 새롭게 써 나간다.

"아"

"...?"

그 때였다. 아스트레아의 손가락이 부자연스럽게 멈췄다. 바로 뒤에서 작은 경악이 일어난 듯한 기색.

그게 [두 번]

이미 두 번의 충격을 품은 여신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류가 옆 얼굴만이라도 등뒤로 돌리려는 순간, 아스트레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작업을 재개시켰다. 류가 품었던 의문은 곧 덧씌워지게 되었다. 바로 "전능감" 의 확장에 의해서

"크윽!!!"

승화했다. 마음속 깊이, 영혼까지 노크된 감각 후, 그렇게 확신해 버릴 만큼 지금까지 없었던 열이 류의 안쪽에서 싹텄다. 미궁도시에서는 [제1급]이라고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는 경계. 그 맞은편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류는 언어화 시킬 방법은 없어도 깨달은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신의 손가락 움직임이 완전히 멈츤다.

"······ 끝났어"

고요한, 하지만 깊은 한숨이 울린다. 권속을 위해 지불한 오랜 집중력이 피로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 여신의 마음의 피로를 알면서도 류는 자신에게 새겨진 신의 은혜의 결과가 궁금해서 어쩔 수 없었다.

냉정해지도록 숨을 들이마시고 줄곧 움켜쥐고 있던 주먹을 풀어도 결국엔 냉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왜냐하면 미리 준비해둔 가느다란 물병에서 물을 마신 다음 아스트레아를 위해 건네는 것도, 한쪽 팔로 가슴을 가린 나체 상태였으니까.

평소의 류라면 신의 눈을 더럽히지 않도록 금방 옷을 입는다는 것을 아는 아스트레아는 자기도 모르게 후후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의자에 다시 앉아, 평정을 취하면서 그 사실에 안절부절못하는 사랑스러운 아이를 위해서 즉시 갱신 용지로 결과를 베낀다.

"이게 지금의 류의 [스테이터스]야"

내민 용지를, 류는 그 의므를 받아들였다.

류 리온 레벨5

힘 I0 내구 I0 기교 I0 민첩 I0 마력 I0

수렵G 내성 G 마법방어I 마도I

<마법>

[루미노스 윈드] 광역 공격 마법 바람 빛 속성

[노아 힐] 회복 마법 지형 효과 삼림 지대에서의 효력 보정.

스킬

페어리 세레나드
요정성창
마법효과 증폭.
야간, 강화보정 증폭.

마인드 로드
정신장전
공격시 마인드를 소비해 【힘】을 상승시킨다.
마인드 소비량을 포함해 임의발동(액티브 트리거).

에어로 마나
질풍신뢰
질주시 속도가 상승할수록 공격력에 보정.

아스트라에 발마스
정의계순
기력공명(팔나 이펙트)
발현자의 일정 범위 내에 존재하는 같은 신혈(이코르)의 권속에게 소지 스킬 효과 증폭.
발현자의 일정 범위 내에 존재하는 같은 신혈(이코르)의 권속에게 '마력' 및 마인드 가산.
발현자의 일정 범위 내에 존재하는 모든 권속에게 정신 오염에 대한 중저항 부여.
상시발동(패시브 온)
증폭치 및 가산치 및 부여율 및 효과범위는 위계(레벨) 반영.

'레벨5 !!'

그 숫자가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류는 유난히 강한 심장 소리와 강렬한 안도감을 느꼈다.

우선 최소한의 승화를 달성하고 전장에 서는 것이 허락되었다. 그 강인한 용사들과의 결전의 무대에. 류 자신이, 정체라고까지 생각했던 지난 5년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Lv5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정말로 위안이 된다. 원래 아스트레아와 헤어지기 전에 류는 이미 LV4 최상위에 올라 있었다. 거기서부터 [루르라 파밀리아]를 포함한 이블스의 토벌, 풍요의 여주인에 몸을 의탁한 후에도 끊이지 않았던 소동X귀찮은 일, 무엇보다 격동이었던 지난 반년간. 류는 랭크업 에 필요한 상위의 [경험치]를 충분히 넘을 정도로 얻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쿵쾅거리는 가슴 속을 천천히 가라앉혀간 류는, 재차 갱신 용지에 시선을 움직이게 했다

'기본 어빌리티…전체 0. 이건 [랭크 업] 직후라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건가'

분명 LV4의 수치에 반영, 즉 잠재 능력치로서 아스트레아가 환원을 해 주고 있을 것이다. LV4의 최종 능력치도 나중에 확인해보는게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다른 항목에도 시선을 옮긴다.

"습득할 수 있었구나 [발전 어빌리티] 하아......[마도]

"응, 이번 랭크업에는 두 가지밖에 선택지가 없었으니까 마법에 관련된 것을 우선시했어. 맘대로 해버렸지만 괜찮니?"

"물론이죠. 이 어빌리티가 있으면 저의 마법도 현격히 강화되니"

랭크업으로 습득권이 생긴 발전 어빌리티 그중에서 류가 새로 얻은 것은 마도

LV2 이상이 된 마도사에게는 필수라고 할 수 있는 어빌리티로, 마법의 발동 시 마법진의 전개가 가능해진다. 마력의 증폭이나 마인드 효율화 등, 술자의 마력색을 띠는 마법진의 혜택은 헤아릴 수 없다. 마법직종은 이 어빌리티를 얻고 나서부터가 실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병행 영창의 사용자로서 지금까지는 마법을 쓸 수 있는 전위. 에 속해 있던 류였지만, 이제 정식으로 마법검사 라고 이름을 댈 수 있게 됐다.

직급이나 칭호 자체에 관심은 없지만 류가 가진 최대 화력의 필살기가 강화되는 것은 충분히 기뻐할 일이다.

'무엇보다 마법은 역시 발현되지 않았디만... 이 네 번째 스킬은....'

그리고 마지막 스킹 슬롯에 새로 새겨진 [정의 계순]. 그 능력은 기록되어 있는 대로 정말이지 복잡하며, 다중적이다. 아스트레아와 서로 확인했더니 류가 깃든 것과 같은 신혈을 가진 권속에게 그 본인이 가진 스킬 효과 증폭과 마법 강화를 주면서 정신오염에 대한 중저항은 신혈조건 없이 부여하는 것이었다. 후자는 비록 적일지라도. 이 스킬의 강화 대상은 아무래도 류 자신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상당히 강력한 스킬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류는 스킬의 능력과는 별개로 어떤 사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디......'

그것은 류에게 소중한 사람의 이름이었다. 전에 그랑카지노 잠입 때 놓아 주었던 [가네샤 패밀리 아] 단장 샤크티 발마-존경하는 휴먼 중 한 명이다- 그녀에게는 여동생이 있었다. 그게 아디 발마. 알리제와 나란히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이며, 그녀 또한 7년 전의 정의와 악의 쟁란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런 그녀에게 류는 황혼의 하늘 아래, 배운 게 있었다. 정의는 돌아오는 거야, 라고. 그 말은 류의 마음을 지탱하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새롭게 발현된 이 스킬도 류가 아디의 정의를 계승받아 돌아온 증거가 아닌가 하고 강하게 생각했다. 정의의 여행을 끝낸 이 때 마침 친구의 가르침은 [스테이터스]에도 싹튼 것이 아닌가. 눈물의 출입구에 자극이 가긴 했지만, 눈꺼풀을 감음으로써 참는다. 류는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면 아직 울 수는 없다.

"·····아스트레아 님, 감사합니다. 무사히 바라던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속마음을 밝히자면. 이래도 여전히 [프레이야 파밀리아]에 맞설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류는 모험가로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 정도로 류가 싸우려고 하는 강인한 용사들은 규격 밖의 존재이며 도시 최강의 군세다. 개개의 전투능력이라면 저 로키 파밀리아를 넘어설 정도로. 하지만 이 이상의 힘을 바란다는 것은 욕심이겠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한 류는 뒤늦게나마 벌거벗었다는 것을 깨달아, 귀 끝을 붉혔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아스트레아에게 돌아선다.

"정신없이 죄송합니다만, 지금 당장 저눈 오라리오에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허둥대는 손발을 놀려, 그렇게 말하려 했다. 그렇게 말하려다가 막혔다.

"류"

고요한 목소리였다. 조금 전과 변함없이. 신위도 담겨 있지 않다. 그러나 류는 눈앞의 여신으로부터 나온 자신의 이름에 모든 움직임을 멈춰버렸다. 별의 바다 와 같은 두 눈에 비치자 신이 고하다.

"너는 아직 오라리오에 가섣 안 돼."

"·····!?"

너는 아직, 이 검제 도시에 남아있어야 해."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말했는지 이해하는 것 조차 거부할 뻔했다. 사지가 짐승처럼 떨리는 가운데 아스트레아는 변함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니가 말한 시르······내가 아는 여신을 멈추려면 너눈 아직 여기에 남아 있어야 해. 오라리오에서 돌아온 참인데 전국을 뒤집는 것은 할 수 없어"

"그건 잘 알고 있어요! 적은 강대하고 그렇기 때문에 빨리 벨에게 돌아가서, 협력해서 계책을 짜야 합니다!"

신탁 같은 단언이 패배의 운명을 나타낸다. 자각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아스트레아의 입에서 직접 들은 류는 의외로 동요하며 가슴을 어지럽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언성을 높여 버렸다.

"언제 파벌대전의 내용이 결정되고, 싸움의 개막이 열릴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준비할 시간은 아무리 있어도 부족해요!

"그 준비를 여기서 하렴. 그렇게 말하고 있는거야"

"네.....?!"

아스트레아 님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계시는건지. 경애해 마지않는 여신에게 지금만큼은 류는 혼란과 함께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데 남으라고 한다. 시간이 없다는데 낭비하라고 명령한다. 참으로 지리멸렬하다. 그녀의 신의를 모르겠다. 그러나 류 쪽이 논리정연하게 호소하고 있을 텐데, 마치 [틀림]을 입에 달고 있는 것 같다라는 착각에 빠져버린다. 그만큼 아스트레아는 망설임이 없고, 의연하게, 침착한채였다.

여신은 지금도 선 자세로 주춤거리는 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윽...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이 땅에 남은들 제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가 발현 가능한 너의 마법을 굳이 새기지 않았다, 그렇게 말해도?"

"예!?"

이번에야말로 류는 말문이 막혔다.

"덧붙이자면, 그 마법은 매우 막강한 힘. 이번에 발현한 스킬과 마찬가지로 정의를 찾눈 여행을 마친 당신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이것만 있으면 프레이야의 강인한 용사등에게도 닿는다...난 그렇게 판단하고 있어"

머리가 새하얗게 되버힌 류는- 아스트레아는 류의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 버리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땅에 남아라는 결론을 먼저 선고하고 있었다고 마음 한구석에서 깨달았다.

이래서는 인질이나 다름없다 정말로 그 마법이 기사회생의 힘을 간직하고 있다면 류는 아스트레아의 신의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벨에게 돌아가고 싶어도 여신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검제도시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

"어째서? 왜? 그런 짓을......"

아스트레아는 불순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스트레아는 심술을 부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정말 류에게는 발현 가능한 마법이 존재한다. 그러니까 이 행위에도, 분명 류 로서는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 있어도, 류는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이 없는데...이렇게까지 힘을 갖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데...어째서 그 마법을 주지 않는 것입니까...!?"

애원하듯 그리 매달렸다.

"지금 상태로는 감당할 수 없으니까. 마음이 초조해 눈이 흐려져 버린 너에게는."

아스트레아는 분명하게-그리고 설명하듯 말했다.

"무엇보다, 알리제와 모두를 잊어가고 있어...지금의 류는"

날뛰는 충동이, 순간 정지했다. 하늘색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그 이름을 듣고 가늘고 뾰족한 요정의 귀가 어떤 목소리들을 들었다.

침착하게 해, 리온.

빨간 머리 소녀가 살짝 새끼 손가락을 잡아준 것 같았다.

변함없이 미숙한 놈이네.

검은 머리의 검객이 코웃음을 친 것 같았다.

조금은 성장한 거 아니었냐. 막내~?

파룸 소녀가 히죽히죽 웃으며 허리를 두드린 것 같았다.

남은 일곱 소녀들도 류의 어깨와 머리를 두드리며 떠난다. 그렇게 느껴졌다.

이 방에는 류와 아스트레아밖에 없어서, 허전할텐데도, 5년 전 그 장소에 돌아간 것 같았다. 모두가 있었던 스타라이트 가든에. [스테이터스]의 갱신을 마친 등이 열을 품고 있다.

"류, 불합리하다고 생각해도 좋아. 나를 믿으라는 말도 하지 않을게. 그 대신에, 모두의 모습을 떠올려 줘. 그리고 만약에 그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면...제발 귀를 기울여줘"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선 아스트레아는 류 앞에서 그렇게 말했다. 어느새 손에서 갱신 용지가 흘러내리고 있던 류는 오른손을 들어 올려, 가슴에 대고 있었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이제 환청 따위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류안에서 휘몰아치던 폭풍은 일단은 진정되고 있었다.

얼마 후, 아스트레아는 적당한 때를 기다리듯이 이후의 계획을 제안했다.

"그릇이 승화하면서 심신 사이에 어긋남이 발생했을 것야. 일단은 그 어긋남을 이 땅에서 해소해 나가자"

"········그거라면, 던전에서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에요."

"그렇지. 그건 부정할 수 없지."

류가 드물게 입술을 삐쭉 내밀며 말하자 아스트레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스트레아의 신의는 여전히 모른다. 불만은 있다.

조금 냉정해진 지금도 납득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불복해도 아스트레아에 대한 믿음이 이겼다. 류는 그만한 시간과 연을, 눈앞의 여신과 나누고 있다.

"저는 지금 처음으로 아스트레아 님에게 반항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 그건...네. 그때처럼 지금은 당신의 말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오라리오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비오는 날이었다. 타 종족의 인간, 무엇보다 자신에게 절망하여 길을 잃은 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아스트레아와 만나게 되고, 화풀이라고 할 수 있는 말을 내뱉었다.

그것을 파헤쳐진 류는 뺨을 수치심으로 붉히고, 하지만 이쪽을 부드럽게 지켜보는 여신을 향해 속내를 토로했다.

"하지만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을 믿지 못하는 저 따위는...정의의 권속조차 아니고 긍지 높은 엘프도 아닌 융통성이 없는......드워프보다 완고한 엘프입니다."

"·····후후. 류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다니. 변했네. 성장했구나"

그렇게 말하며 아스트레아는 길게 자라난 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류"

한쪽 눈을 감고 손바닥의 온기에 몸을 맡기고 싶어진 류는 그럼에도 예를 표하며 아스트레아 앞에서 벗어났다. 실례합니다, 하고 문을 열고 물러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귀를 기울이던 소녀들은 황급히 떠난 뒤였다.

'벨····시르····.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복도 창문으로 보이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향해 류는 사과하듯 중얼거렸다.


=========


"류에게는 미안하지만...지금은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어."

권속인 요정이 퇴실한 후 아스트레아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갱신 용지를 집어들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류와 함께 오라리오에 간다....안돼, 역시 그것도 좀 아니네."

파벌 대전의 기운이 높아짐에 따라 도시의 열기가 그리고 중압이 그 아이에게서 평정을 빼앗는다. 한층 더 초조함을 불러일으키는 결과가 된다. 지금 류의 심경과 오라리오의 상황을 감안한 후, 아스트레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미궁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이 땅이야말로 처음이자 마지막 수행 이 가능하다고.

"게다가...이것은 전대미문. 나 자신도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어"

곤란한 것 같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러면서 웃을 수밖에 없다는 표정을 짓는 아스트레아는 주워든 용지와는 별개로 한 장 더 적어놓은 갱신 용지를 꺼냈다.

류 리온 레벵 4

힘 D587 / 내구 D501 / 기교 S935 / 민첩 S954 / 마력 S900

수렵 G 내성 G 마법방어 I

그것은 류의 Lv.4의 최종 갱신치. 스테이터스 어빌리티 수치 S가 늘어선 우수한 능력치 에도 불구하고, 마치 까다로운 물건을 보듯이 쓴웃음을 짓는 것이었다.

"이런건 헤르메스나 로키 쪽이 자신있겠지만......나도 있는 힘껏 머리를 굴려보는 수 밖에



========


숙면과는 거리가 멀었다. 준비된 침실, 침대에 몸을 눕혀도 졸음은 오지않고, 오히려 불안감이 눈꺼풀 뒤쪽에 자리 잡고 있는 형편이었다. 오라리오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건가? 워게임은 어떻게 됐지? 이대로 대전에 늦으면 벨이나 시르는 어떻게 되는걸까. 숲의 고요함으로도 지울 수 없는 갈등이 류를 괴롭히고, 깨달았을 때는 아침이 되어 있었다. 몸은 조금 쉬었지만 머리는 무겁다. 가죽과 뼈 안쪽에 납이 박혀 있는 것 같다.

"·····그와 지낸 심층에서의 4일간과 비하면 이정도는"

머리가 발하는 권태감이 류에게서 일어나는 기력을 빼앗으려 하지만 극복했다. 타락의 매혹에 굴복해 버리면 그것은 더 이상 류 리온이 아니다. 마치 평상시와 다르지 않게 소리도 내지 않고 일어나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활동을 개시한다. 카구야와 라일라에게 잔뜩 대가리가 굳었다 라든가 머리에 잡생각만 많다 등의 조롱은 그냥 받은게 아니다.

검제도시 체류 이틀째

별이 쉬는 여관에서 나온 류는 먼저 개울로 향했다. 어제 여기 오면서 숲의 대략적인 지리는 파악했다. 공업 지대가 근처에 있어서 썩 좋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개울물은 맑았다.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감사히 세안을 한다. 입술이나 혀도 촉촉하게 적시니 문득 머리가 자란 자신의 모습이 수면에 반사된다. 항상 자신의 머리를 잘라주는 잿빛 머리의 소녀는 지금은 없다.

눈을 내리깔듯 시선을 치운 류는 머리에 달라붙는 무게와 둔통을 몰아내고 나무 줄기에 기대어 둔 소태도를 회수했다.

"한시도 허비할 수 없으니....... 시작할까요"

그렇게 말하고 적당한 줄기에 다가간다. 오라리오를 나가도 세상은 늦가을. 비교적 한랭한 땅인 검제도시에서도 녹색의 경치는 상실되고 나무들을 휘감는 것은 마른 잎을 눈 앞에 둔 낙엽색의 외투다. 순환하는 계절을 위해 뜸들이지 않고 이 대목도 잎을 떨어뜨릴 것이다. 시계 바늘을 조금 앞당기는 것에 죄송하다며 숲을 사랑하는 요정은 사과했다.

"훗!"

자중함이 느껴지지 않는 회전, 그리고 창 같은 발차기. 충분히 가감해서 날린 구두를 줄기가 받아들이는 순간 바위가 부딪친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나무는 흔들리더니 머리 위로 많은 잎사귀를 흩뜨렸다.

이때 이미 얼굴을 찌푸렸던 류는, 휘날렸다.

무언으로 두 소태도를 휘둘러 일섬의 잔상이 사라지기도 전에 사섬 - 다음 참격이 닥쳤을 때에는 13섬. 1초1초를 쪼개는 기세로 쏟아져 나오는 은빛 섬광이 떨어지는 잎사귀를 모조리 베었다.

"흐으읍!"

마지막 한 장. 오른손이 든 소태도를 거꾸로 치켜들고, 일순간 진공을 만들어 낸 것처럼 극히 적은 기류가 발생한다. 슬쩍하고, 잎은 커녕 앞머리가 흔들렸다.

잠시 몸을 긴장시키던 류는 천천히 자세를 풀고 소태도를 칼집에 넣었다. 어느덧 3분쯤 전에는 없던 잎사귀 조각 카펫이 발밑에 펼쳐져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말없이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어 어떤 것을 주워 든다.

"····적확하게 베이지 않았군. 도려져 있어"

손가락에 끼운 것은 한 장의 잎으로, 그것은 벌레 먹은 것보다 더한 형태로 뜯겨져 있다. 마치 작은 질풍의 송곳니에 물린 것처럼. 참격이 명중한 것은 아니다. 승화한 류의 무시무시하다 힘이 일격을 먹인 것이다. 그 거동만으로 사나운 풍압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잎사귀는 소태도의 칼날에 베이기 전에 류라고 하는 폭풍에 휘말리는 바람에 파괴된 것이다. 정확한 참격, 기술이 전해지지 않았. 격해진 능력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랭크업 해서 생긴 심신의 어긋남. 하지만 오차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힘의 폭주를 낳고 있다.

"레벨5 설마 이 정도 일거라고는......"

다섯 손가락을 쥐었다피며, 마치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응시하던 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땅을 대충 둘러봐도 깔끔하게 잘려 있는 잎은 전체의 30%를 밑돈다.

역전의 질풍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현저하게 낮은 정밀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육체와 정신이 합쳐지지않고, 승화의 반동에 휘둘린 결과가 류의 목구멍에서 실망과 탄식의 숨을 뱉어낸다.

'아직 한번 시도한 것에 불과하지만, 이렇게까지 제대로 되지 않다니...저 같은 경우는 이제까지 길게 레벵 4... 아니 똑같은 스테이터스로 그동안 지낸게 원인이겠죠.'

류는 7년전에 Lv.4에 이르러, 스테이터스조차 5년 전부터 정체된 그대로였다.

일반적인 파밀리아와 달리 아스트레아를 멀리한 류는 5년 전부터 단 한 번도 [스테이터스] 갱신을 하지 않았다. 5년 이상 [랭크 업]을 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LV1에서 LV2의 벽을 넘지 못하는 모험가, 권속은 얼마든지 있겠지만 계속 같은 능력치, 이른바 [구속]된 채 싸우는 사람은 전무할 것이다.

[경험치]를 획득해놓고 [스테이터스]에 반영하지 않는 행위 등은 자살행위에 불과하다. 이를테면 그런 [자살행위] 의 상태로 계속 싸우고 있던 류의 감각은 진화라고도 부를 수 있는 급격한 그릇의 승화에 깜짝 놀라 대혼란에 빠져있는 한창이다. 예상의 범위는 되지만, 예를 들어 LV5에 도달했을 때의 [검희]와 지금의 류를 비교하면, 전자 쪽이 훨씬 빨리 심신의 어긋남에 순응할 것이다.

'이건·······예상외로 교정에는 수고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군'

식은땀에 가까운 감각이 피부 아래를 꿈틀거리며 염려를 품지 않을 수 없었던 류는,

"········이제 슬슬 나오지."

등뒤로 하늘색 눈동자를 돌리고, 그렇게 고했다. 바스락바스락! 하고 게거품을 물듯 덤불 한쪽이 흔들린다.

"내가 후안무치한 엘프인건 부정하지 않지만 그래도 훔쳐봐도 된다거나 하는건 아니야"

"후, 훔쳐본 게 아니야!"

"응응, 그냥 넋을 잃고 바라보았을 뿐이지."

"입을 반쯤 벌리고, 멍하나 말이야..."

"샤우! 이세리나! 가만있어!"

덤불 속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남색 머리의 휴먼, 세실과 파룸 소녀, 늑대 소녀가 중얼거리더니 다시 고함을 질렀다. 잎을 자르는 훈련 도중부터 그녀들이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다.

아마도 아침 일찍부터 관을 나온 류를 발견하고 쫓아왔을 것이다. 덤불에서 걸어나오는 사람은 셋 뿐이고, 나머지 단원은 주신을 혼자 두지 않게 집을 지키는 것일까?

"무슨 볼일이라도?"

"볼일이 있겠냐! 없어, 하지만...아스트레아님이 말씀하셨으니까"

되받아치는가 하면, 조금은 멋쩍은 얼굴을 하고 말을 잇지 못하는 세실. 자신들이 싫어하는 상대에게 볼일이 절대 없지만, 아스트레아한테 부탁받아서 어쩔 수 없이. 라고 류가 상대방의 말을 정확하게 알아듣고 뒤이어 올 말을 기다리다 보니 소녀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너의 교정을 도와드리라 하셨어"

류는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 사이 세실은 마지못해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있던 배낭에서 목검을 시작으로 날이 없는 모의 무기를 꺼냈다. 한패로 나누고, 류에게는 목검을 던진다.

그만 받아버린 류는 좋은 목검이다라고 손의 감촉을 통해 어색하게 생각하고 말았다.

"···· 제정신인가요? 아스트레아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두는 게 좋을텐데"

"우리는 아스트레아 님께 부탁을 받았어! 그렇다면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갑자기 튀어나온 인간 말은 듣고 신의는 내팽겨치면 권속 실격이야!"

모욕 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애써 진심으로 충고하려 했으나, 세실은 고집스럽게 대꾸했다. 그만큼 류에 대한 혐오감보다 아스트레아에 대한 충성과 존경이 앞선다는 거겠지. 천칭을 본뜬 검과 날개. [파밀리아]의 엠블럼이 새겨진 왼쪽 어깨의 한쪽 외투를 흔들면서 자기 가슴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게다가 나랑 이세리나는 LV2야! 요 근방의 몬스터나 건달보다, 훨씬 훠어어얼씬 잘 할 수 있다니까!"

"잠깐잠깐! 샤우는 LV1이니까요~!"

콧바람을 거세게 부는 세실의 비스듬한 후방으로, 자신을 샤우라고 부르는 파륨 소녀가 반쯤 울고 있는 듯한 얼굴로 두 손을 뻗어 옷을 잡아당기고 있다. 이세리나라고 불린 늑대 수인은 한숨을 숨기지 않았다. 그 [아스트레아 파밀리아]다.

가령 '후배'일 거라고 정의의 여신에게 매섭게, 아니, 돌봐지며 자랐다면, 싸울 힘은 갖추고 있을 것이다. 정의란 의지 없는 힘에 항거하는 숙명을 갖고 있다. 그와 동시에 정의는 힘없는 의지로는 현실에 맞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레벨5]인데요"

그렇기에 류는 분명히 알려야 했다. 만약 그녀들이 지금 정의를 자처할 위치에 있다면 대립하는 악으로서 상대하는 류는 소녀들의 의지도 삼키는 폭력의 화신이라고.

"당신에게는 어제도 말했지만...저는 항상 지나치게 해버리니."

"""윽...!""

위협할 생각은 조금 있었을지도 모른다. 훈련이 될 리가 없다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멀리하고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적의도 살기도 내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고하는데 그쳤을 생각이었지만 소녀들의 변화는 극적이었다. 세실과 이세리나는 숨을 삼키고, 몸집이 작은 샤우에 이르러서는 창백해졌다. 자세도 아무것도 취하지 않는 류의 실력을, 편린에 지나지 않아도 감지한 것이겠지.

나뭇잎들을 거센 파도처럼 베어내던 조금 전의 훈련 풍경을 떠올리고, 눈앞의 요정이 용보다 더 막강한 존재라고 바로 깨달은 것이다. [지나치다] 라는 말에도 거짓은 없다. 고지식하고 서투른 엘프라는 것도.

류의 시선을 받던 세실은 목에 땀을 흘린 뒤 기세 좋게 해머를 들었다.

"····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거겠지!"

다른 두 소녀는 먼 산을 보다, 곧 그녀의 움직임을 뒤따랐다. 류 또한 가슴속 깊이 탄식하고 말았다. 이미 반감의 덩어리가 된 세실이 고집을 부리고 있을 뿐, 이라고는 안하겠다.

류는 이를 의식이라 파악했다. 청산할 수 없는 파벌의 통과 의례. 갑자기 나타난 자기들의 선배와 검기를 나누고, 서로의 이해를 조금이라도 깊게 하기 위한 계기로 삼는 신의 권속 교류회라고.

'설마 정말로, 그녀들이 나의 교정에 공헌한다고 아스트레아님이 생각하고 계신다면... 낙관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군'

만약 그렇다면 어제 참았던 불만이 재연되고 말지도 모른다.

뇌리에 어른거리는 소녀들의 환영을 어떻게든 떨쳐버리고, 류는 얕게 허리를 숙였다.

"오세요"

해머, 쌍검과 완드, 단검. 각각의 무기를 겨누는 소녀들은 기합을 받으며 그래도 덤벼들었다.

"간다!"

선후배 교류회는 일분도 못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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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4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71682 번역 에피소드 프레이야 12화 [4] ㅇㅇ(193.37) 01.19 4531 25
71485 번역 헤이즈: 데이트입니다. [6] ㅇㅇ(121.129) 01.04 3727 11
71475 번역 당신은 벨 크라넬을 알고 있나요? [14] ㅇㅇ(121.129) 01.03 4814 23
71358 번역 소드 오라토리아 코믹스 115화 [18] ㅇㅇ(85.203) 23.12.27 11390 66
71339 번역 소드 오라토리아 코믹스 114화 [8] ㅇㅇ(193.37) 23.12.26 8588 29
71330 번역 소드 오라토리아 코믹스 113화 [14] ㅇㅇ(193.37) 23.12.25 7042 33
70973 번역 소드 오라토리아 코믹스 112화 [13] ㅇㅇ(85.203) 23.11.28 9102 37
70885 번역 소오 코믹스 26권 발매 예정 [1] 귀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19 2660 15
70498 번역 헤스티아 파밀리아에 행차한 이모 [11] 감자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15 5788 18
번역 에피소드 류 2 [3] ㅇㅇ(106.101) 23.10.14 3622 21
70425 번역 에피소드 류 1 [5] ㅇㅇ(106.101) 23.10.14 4405 18
70266 번역 있을지도 모르는 미래?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5 3637 16
70188 번역 황금의 힐러의 휴일 [1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2 4607 20
70001 번역 헤스팜 홈에 살고싶다는 류 리온 [2] ㅇㅇ(1.247) 23.09.25 3746 15
69891 번역 류 크라넬? 벨 리온? [3] ㅇㅇ(218.159) 23.09.21 3847 10
69689 번역 19권 북워커 한정 숏스토리 [11] ㅇㅇ(211.114) 23.09.14 7668 33
69684 번역 아르고노트 특장판 리플릿 - 오르나에게 보내는 편지 [12] ㅇㅇ(182.231) 23.09.14 3509 25
69611 번역 소드 오라토리아 코믹스 111화 [22] ㅇㅇ(119.202) 23.09.14 11779 51
69545 번역 소드 오라토리아 코믹스 110화 [18] ㅇㅇ(118.45) 23.09.13 8403 33
69528 번역 소드 오라토리아 코믹스 109화 [15] ㅇㅇ(210.104) 23.09.13 7966 30
69508 번역 소드 오라토리아 코믹스 108화 [19] ㅇㅇ(210.104) 23.09.12 7065 28
69492 번역 소드 오라토리아 코믹스 107화 [17] ㅇㅇ(119.202) 23.09.12 5832 33
69478 번역 소드 오라토리아 코믹스 106화 [11] ㅇㅇ(118.45) 23.09.11 6067 38
69470 번역 소드 오라토리아 코믹스 105화 [12] ㅇㅇ(119.202) 23.09.11 5706 28
69398 번역 소드 오라토리아 코믹스 104화 [14] ㅇㅇ(58.124) 23.09.09 5590 29
69387 번역 소드 오라토리아 코믹스 103화 [15] ㅇㅇ(49.165) 23.09.08 5078 35
69365 번역 소드 오라토리아 코믹스 102화 [8] ㅇㅇ(118.45) 23.09.07 6855 28
69233 번역 로키의 발작버튼 [9] ㅇㅇ(220.92) 23.09.02 4137 21
68388 번역 작가양반 트윗 번역 [1] 귀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25 1994 12
68236 번역 소드 오라토리아 코믹스 101화 [18] ㅇㅇ(193.37) 23.07.18 10360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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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26 번역 하얀 영웅담 - 7화 [4] ㅇㅇ(221.145) 23.07.09 2050 10
67070 번역 소녀와 요정의 비밀 이야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8 1378 11
66772 번역 토끼의 빚은 반드시 [2] ㅇㅇ(121.129) 23.05.20 215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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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49 번역 도화의 재연 4화 [2] ㅇㅇ(116.35) 23.04.19 102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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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17 번역 던만추 특별판 에이나 단편- 동생이 독립? 누나가 독립? [3] ㅇㅇ(118.130) 23.03.31 2369 12
64357 번역 류 if 요정의 나뭇가지 이야기- 전편 / 下 [6] ㅇㅇ(118.130) 23.03.19 1901 17
64356 번역 류 if 요정의 나뭇가지 이야기- 전편 /上 [4] ㅇㅇ(118.130) 23.03.19 2913 15
63565 번역 생존 IF [11] ㅇㅇ(116.35) 23.03.11 4993 34
62952 번역 작가 트위터 번역 [1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04 400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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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111 번역 소드오라토리아14권 소개글 [2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1 5502 40
62081 번역 도화의 재연 2화 [7] ㅇㅇ(116.35) 23.02.20 1100 13
62078 번역 도화의 재연 1화 [4] ㅇㅇ(116.35) 23.02.20 1706 13
61806 번역 소오 13권 후기 짧은 번역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16 2767 15
61639 번역 소오13권 레피야 학구 강연부분 번역 [1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15 4794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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