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프 인퀴지터일 때 한정'


메인퀘 후반부에 인퀴지터 일행은 고대 엘프 사원에 가게 되고, 거기서 고대 엘프 문화와 신앙의 편린을 목격하게 됨

스카이헤이븐으로 복귀 후 세라는 거기서 본것이 모두 악마의 소행이라 말하며, 로맨스 중인 엘프 인퀴지터에게 데일리쉬로서의 신앙과 정체성(부족에 대한 소속감을 포함)을 버리고 자신을 택하기를 요구함


솔직히 세라도 이해는 감. 세라는 엘프로서의 정체성도, 심적으로 의탁할 집단도 없는(레드 제니는...) 외로운 년이니까

세라가 시니컬하고 모두까기인것도 근본적으론 공허한 내면을 지키기 위한 외강내유 특유의 방어기제라고 생각함

그래서 그런 세라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의지할 수 있게된 어떤 이가 자신만을 봐주기를, 자신의 가치관에 공감해주기를 바라는건 그럴수도 있다 생각하고 (요즘 이런 사람 많고)

하지만 저울 반대편에 있는 것이 너무 무거움


십년이 지나도록 신작은 커녕 바웨 미래가 불투명한데 앤썸 안드로메다까지 퍼먹으며 드레드울프 나올때까지 성불 못하고 이 갤 눈팅하는 망령들이야 다 아는거지만, 데일리쉬들에게 정체성, 신앙 그리고 부족은 그들의 모든 것임(그 기원이 무엇이든간에)

rp에 몰입해있는 플레이어가 그걸 포기한다... 쉽지 않음

관계의 유지를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님


정리하자면 플레이어는 매우 가혹한 선택을 하게됨

과거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세라와 단둘이 세상을 걸어가는가? vs 세라를 다시 외톨이로 만들고 '나'를 지키는가


바웨겜에서 매콤한 로맨스가 처음 나오는건 아님. 멀리는 비코니아에서 가까이는 모리건 잭까지 감정의 폭풍이 휘몰아침. 그러나 이 로맨스들의 매콤함은 과정이지 파국이 아님

드에 시리즈에서 극적인 이별이 세라만 있는것도 아님. 메릴, 펜리스 로맨스가 극한의 파국으로 치닫을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알거임

아이언불 로맨스가 배신으로 종결될 수 있는것도 대가리가 얼얼하고 솔라스와의 확팩에서의 이별은 crpg판에서 레전드지


다만 세라의 이별과정은 저들과는 결이 다름. 권력 살인 마법 악마가 개입되는 압도적인 무언가도 아니고, 테다스의 미래가 걸리지도 않았고, 전체주의 사회의 세뇌의 결과도 아님

서로간의 관계를 쌓아올리다 어느순간 함께 하기 위해선 '나'를 내려놓아야만 하는, 우리 삶에도 일어나곤 하는 일임


현실적이기에, 철저히 둘만의 무언가이기에, 세라의 연애 이별은 바웨겜에 나왔던 모든 이별 중 가장 내상을 심하게 준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