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되도록이면 예제 해결 위주의 방법론적인 면에서 투시를 설명하고자 했고 앞으로도 그럴거긴 한데

너무 많은 애매하고 잘못된 정보들이 곳곳에 산적해 있어서 이번 한 번만 근원적으로 투시란게 뭐를 하고 있는 짓인지에 대해 약간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뭐 이런거까지 알 필요 없다고 해도 솔직히 할 말은 없는데 그래도 아는게 모르는 것보단 낫다는게 평소의 지론이니깐 뭐 그런가보다 하고 이해했으면 좋겠다.

임의의 지점에서 어떤 물체를 관측하고 있다고 하자. 여기서 사람의 눈높이에 있는 점(눈이 아니다. 눈높이에 있는 점이다.)을 SP라고 하고

지면과 수평하게 무한으로 떨어진 곳을 주시하고 있는 선을 긋고

그 선과 수직인 면을 만들면 그게 바로 말로만 듣던 픽쳐플레인이다. 왜 이 SP와 픽쳐플레인이 중요한가 하면 그게 바로 투시라는 시스템이 가장 근원적으로는 뭐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 이해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널리 보급되어있는 잘못된 정보중 하나가 "원근법"이라는 단어에 착안하여 "원근법은 관측자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가를 표시하는 방법이고 투시는 그 거리를 계산하는 방법이다"라는 해석인데, 그래서 "투시는 거리 a와 거리 b를 계산해서 평면에 표시하는 것이다" 라는 언뜻 듣기에는 그럴싸한 해석이 나오는 것으로 보이는데, 안타깝게도 투시가 하고 있는 계산은 그게 아니라

그 물체가 픽쳐플레인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가이다. 즉 저 픽쳐플레인을 여러분이 투시도를 그리고 있는 종이라고 생각하면

이렇게 보이게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만 봐선 그래서 뭐 어쨌다는거냐 뭔차이냐 장난치냐 이럴거 같지만 사실 이게 엄청나게 큰 차이이다.

잘못된 개념대로 투시라는게 관측자로부터 물체가 떨어진 거리를 측정하는 시스템이라면 길이 ABC가 각기 다르고

엄밀하게 말해서 좌우의 육면체가 가운데 육면체보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더 작게 그려져야 하겠지만,

투시란것의 옳은 컨셉은 물체가 픽쳐플레인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가를 계산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좌우에 있는 육면체가 같은 크기이고 픽쳐플레인에 평행하게 놓여있는 이상 픽쳐플레인에 투영된 앞면의 넓이는 모두 동일하게 계산된다.

그렇기 때문에 좌우의 육면체의 앞면이 가운데 육면체의 앞면보다 작게 그려지는게 아니라 같은 크기로 그려지는 것이다.

그럼 투시의 외곽 지역으로 갈수록 점점 상자가 늘어나 보이는건 무슨 원리냐고 할거 같은데

그건 외곽지역으로 갈수록 픽쳐플레인에 입사되는 선의 각도가 가파라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픽쳐플레인과 평행하게 마주보고 있는 육면체의 앞면은 여전히 모두 같은 크기로 계산된다.

...조금이라도 덜 헷갈리게 해주고 싶은게 목표였는데 더 헷갈렸다면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는 바이며, 그냥 이런게 원래는 있구나... 정도까지만 이해해준다면 좋겠다.

다음 시간엔 좀 더 예제풀이 포맷으로 돌아올게요 그럼 투시빌런 여러분 다음에 또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