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쯤 되면 풀릴 내용은 다 풀려서 굳이 스포를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래도 생각해보니 게임 발매한지 3일도 안지난것 같아서 스포를 붙임

스포 보기 싫은 사람들은 백스페이스 누르면 된다

원작에는 없었지만 이번 리메이크부터 뜬금없이 튀어나와서

수많은 유저들을 혼란에 빠트렸던 '필러'들. (영문판은 WHISPER)

이들의 또다른 이름은 '운명의 파수꾼'이며

리메이크의 스토리가 원작의 스토리와 달라질 조짐이 보이면

바로 튀어나와서 강제로 원작의 스토리에 맞게끔 운명을 조종하는 일을 하고있다.

그래서 나온 필러들의 별명중 하나가 바로 '원작충'이다.

노무라 테츠야가 골수 원작충들을 빗대어 조롱하기 위해 만든 부정적인 존재라는 것.

확실히 필러들의 외형은 음침하게 생겼고, 실제 인게임에서도 필러들은 쓰러트려야 할 적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스토리를 진행하다보면 필러들이 단순히 '악'으로만 등장하지는 않는다.

위 사진처럼 필러들은 에어리스를 포함한 등장인물들을 도와주기도, 구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쯤되면 눈치빠른 유저들은 깨닫았을 것이다.

필러가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별의 미래는 행복해지고

필러가 태업하면 태업할수록 세피로스에게 유리한 운명이라는 것을...

(필러가 일을 열심히 한다 = 오리지널 엔딩 = 별 생존, 세피로스 사망)

다행(?)스럽게도 세피로스는 필러들을 조종할 수 있다. (어떻게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파멸시킬 수도 있는 필러들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은 세피로스로서 엄청난 이득이다.

하지만 손쉽게 필러들을 제거해버리면 그만일텐데 굳이 수족으로까지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피로스는 혹시 필러들을 이용해서 운명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작하려는 속셈이 아닐까???

필러들의 정체를 본격적으로 추측하기 전에 한가지 눈여겨 볼만한 곳이 있다.

파판7은 원작과 리메이크 버전 모두 '기차 무덤'이라는 지역이 있다.

원작에서는 하수구에서 슬럼가로 가는 도중 지나치는 맵중 하나에 불과한 곳이다.

(실제로 원작에서 기차 무덤에 소요되는 플레이 타임은 기껏해야 약 30분 남짓하다.)

딱히 중요한 퀘스트나 스토리가 있는 장소는 아니였다.

하지만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이 '기차 무덤'이 꽤나 존재감을 나타낸다.

리메이크가 플레이 타임을 억지로 늘리기 위해 잡다한 설정과 컷씬들을 뇌절한건 사실이지만

메인 스토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 지역에 개발진들이 굳이 공을 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마린: "...그리고 검은 바람이 데려간 아이들은 '기차 무덤'에서 평생 빠져나오지 못한대!"

티파의 회상장면에 따르면 마린은 '기차 무덤의 검은 바람이 아이들을 납치한다'는 전설이 있다고 말한다.

단순 괴담인줄 알고 흘려들었던 티파였지만 마린의 말은 사실이었고

클라우드 일행은 어찌어찌 기차 무덤의 보스인 '엘리고어'를 퇴치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들은 속박된 아이들의 영혼들을 자유롭게 성불시켜주며 기차 무덤의 이야기는 그렇게 막을 내린다.

참고로 이녀석이 바로 '검은 바람'의 정체인 '엘리고어'다. 그런데 이 퀘스트(?) 설명을 굳이 왜하냐고???

왜냐하면 이 <기차 무덤 스토리>가 '라이프 스트림'과 '세피로스' 그리고 '필러'들의 존재를 상당히 은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사진은 엘리고어에게 속박된 아이들의 유령들이 보여주는

일종의 '숨겨진 문'의 모습이며 (특별히 정해진 이름은 없다.)

둘째 사진은 에어리스가 어렸을 적 그린 그림인데 팬들은 이것이 '약속의 땅'

즉, '라이프 스트림'을 묘사한 그림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두 그림의 구도는 신기하리만큼 너무나도 닮았다.

의심스러운 건 이뿐만이 아니다. 마린은 '검은 바람' 즉, '엘리고어'가 아이들을 납치했다고 했다.

그리고 위 스샷처럼 세피로스는 실제로 '검은 바람'을 몰고다니는 존재이다.

이쯤되면 슬슬 깨닫았을 것이다.

'숨겨진 문' = '라이프 스트림'

'검은 바람(엘리고어)' = '세피로스'

그렇다면 납치된 '아이들의 유령'은 ???

그렇다.

기차 무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유령'들은 바로 '필러'들을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엘리고어가 검은 바람을 몰고 다니며 숨겨진 문에서 아이들을 납치하고 유령으로 만들었듯이

세피로스 또한 검은 바람의 힘을 이용해 라이프 스트림에서 필러들을 구속했다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또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유령들의 예전 모습은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그렇다면 필러들의 예전 모습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파판7 설정에 능한 사람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라이프 스트림은 행성에서 죽은 이들의 영혼 혹은 정신이 깃드는 곳이다.

즉, '필러'들의 정체는 라이프 스트림에 깃든 사람들 혹은 고대종들의 영혼이다.

이 라이프 스트림 속의 영혼들은 별과 인류를 구하기 위해 서로 소통하는 선한 존재였지만

세피로스는 과거 수년간 라이프 스트림에 갇혀 있으면서 이들을 조종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이 라이프 스트림의 영혼들을 '필러'로 만들어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게끔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해외팬들의 추측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팬들의 추측일 뿐,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원작에서는 듣보잡이었던 요소를

리메이크에서 너무나도 은유적으로 잘 활용했다고 개인적으로는 칭찬해주고 싶다.

'필러'의 존재가 단순한 노무라 테츠야의 화풀이 요소도 아닐테고 말이다.

막짤은 아이들의 유령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게 성불하는 모습을 보며

잠시나마 감상에 젖는 두 예쁜이들로 마무리.

-3줄 요약-

1. 필러의 정체는 라이프 스트림속 사람들의 영혼들

2. 세피로스가 이 필러들을 조종해서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구상

3.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일뿐 - 재미로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