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데빌메이든 (TS / 롤 / 프로게이머)

선작만 보면 작은 소설은 아닌데 그래도 리뷰 마려워서 한다.

일단 TS 롤 인방물이 거기서 거기라 잘 안 보는 사람이 많은데, 내 생각에 데빌 메이든이 제일 잘쓴 것 같음.

인방물은 아니고 프로게이머물인데 경기 댓글 반응 같은거 나오니까 얼추 비슷하다 보면 된다.

스토리 진행 매끄럽고 특이하게 빙의 공존 형식으로 써서 신선한 맛도 있다.

개연성 ㅈ박는 것도 없고 신경 거슬리는 오탈자도 거의 없다.

특히 영혼동화 관련된 설정은 좀 잘 만든 것 같음.

너무 가볍고 역한 느낌의 대사도 거의 없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고, 실제 인물을 빼다박은 대사들이 웃음을 준다.

T1 싫어하면 보기 힘들 수도 있으나 나는 싫어하는 팀 없으니까 재밌게 잘 봤다.

게임물 찾는데 아직 안 봤다면 꼭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2. 백년야행 (공모전 / 퇴마 / 동양판타지)

일단 세계관이 아주 신선하다.

동양 내지는 한국 판타지물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아주 맛깔나는 소재라고 생각함.

딱 두 가지 아쉬운 점은, 상태창 같은 느낌과 살짝 무게감이 떨어지는 요괴들의 대사.

특히 상태창은 조금 더 아쉬운 느낌이다. 꿈을 통해 서서히 깨달아가는 느낌으로 갔다면 훨씬 재밌었을 것 같은데.

괄호 한자 많은 거 싫어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겠지만, 동양풍 냄새를 더 진하게 느끼도록 해주는 것 같아서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초반 서술이 조금 불친절하지만 그거야 잠깐이고 초반 거름망을 신경쓰지 않는 나로서는 흥미롭게 볼만하다.

도깨비와의 이야기를 건 내기, 용의 열번째 자식이라는 설정 등은 아주 흥미로워서 앞으로가 기대된다.

3. 강령술사는 기도하지 않는다. (공모전 / 판타지 / 게임)

게임판타지라 하면 보통 주인공이 플레이어고, 게임 세상에 빙의되는 것을 떠올리기 쉽다.

근데 이건 주인공이 NPC이고, 뭔지 모를 버그로 인해 자아가 확립된 듯한 느낌.

일단 설정이 신선하니까 재밌어 보인다.

전개가 느리다는 댓글이 좀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날림전개를 일삼는 것보다 전개가 조금 느릿한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함.

그리고 책 속의 세상에서 모든 지식을 얻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힘을 잃는다는 전개는 앞으로의 성장과 전개에 기대감을 준다.

어리숙한 듯 하지만 위기가 올 때마다 대처하는 방식이 똑똑해 보여서 좋다.

아직은 그리 많은 화수가 나오지 않았지만 소재가 좋아서 잘 써줬으면 좋겠음.

대사 조금만 늘려줘!

4. 낙원 여행 안내서 (판타지 / SF / 포스트아포칼립스)

인간이 싹다 죽고 쥐만 살아남은 현실을 배경으로 한 소설.

전체적으로 줄거리 전개식 모험 이야기라기보단 설정집 내지 여행 가이드북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설정으로 게임이 나온다면 열심히 할 자신 있고, 애니메이션이 나온다면 허버허버 퍼먹을 자신도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주인공이 여행하는 느낌의 소설이 아니라서 사건이나 갈등에 따른 긴박감이 부족하다.

그래도 설정 자체가 좋아서 계속 읽을 것 같은 느낌.

거의 매화마다 들어가는 삽화 보는 재미는 덤이다.

중간중간 섞인 블랙코미디도 나쁘지 않고, 사람이 썼던 잡동사니를 신의 무기인 것처럼 표현하는 느낌이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정말로 누군가한테 모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어투는 작품을 읽기 쉽게 만든다.

특이한 소재와 설정에 미친 사람이라면 아주 크게 추천!

5. 화랑은 이제 안식을 얻고 싶습니다. (TS / 판타지 / 전쟁)

제목이 국뽕느낌이라 그런지, 표지가 없어서 그런지 80화가 넘은, 심지어 TS소설임에도 선작 170따리 하꼬작.

그러나 국뽕 느낌은 아예 없다. 그냥 오래 살아온 주인공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느껴진다.

TS물 특유의 암컷타락이나 백합요소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다행인 점이, 노맨스를 못박아두었고 연애 관련한 감정선이 거의 없다.

TS인 것만 빼면 옛날 전쟁물 보는 느낌. TS 스킨이라면 용서가 가능한 누렁이라면, 무거운 분위기의 틀딱소설 좋아한다면 볼만하다.

약간 정신이 불안정한 주인공의 모습을 잘 표현했으며, 개연성이 나락으로 가는 전개도 없이 안정된 느낌을 준다.

오타나 비문이 거의 없는 심해작은 아주 귀한데, 기묘하게도 오탈자가 거의 없다.

다만 주변 인물들의 매력이 엄청 부각되지는 않고, 주인공의 행동을 보여주는 장치로 사용된다.

캐빨물을 좋아한다면 그리 추천하지는 않는다.

가장 중요한 극초반, 그것도 1화에 어려운 말로 도배한 것만 빼면 나쁘지 않다. 나는 개인적으로 변화하는 심경이 잘 보여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