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검미성 소설을

광란의 트롤랑을 초중반 보다가 하차했고

신먹마, 망겜의 성기사, 겜4판은 다 읽었고

최근 21세기 반로환동전 읽기 시작했는데.

주인공에 어떤 흐름이 생기고 있네.

보통 일반적인 장르소설의 주인공들은 평범한 인물이 아니다.

선한건 악하건 어떤 방식이 되었건간에

그들은 평범한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경우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 내면과 정신 역시 범인과 다름.

검미성의 작품 중에서 광란의 트롤랑과 신먹마 역시 

어느 정도는 이런 기조가 유지 된다.

광란의 트롤랑의 주인공은 평소에는 평범한 인간 이지만

광폭화를 하게 되면 범인과 다른 광전사의 인격을 가지고

신먹마의 주인공 미르는 비대한 자아와 찌질함,

독선적인 성격과 오만함과 열등감 같은 미숙함을 가진 인물상 이었음.

미르는 초중반 내내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고

거대한 거신의 환상을 드러내며, 스스로를 이미르이며 신으로 자칭함.

하지만 미르는 결국 많은 경험을 겪으며,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는 정신적 성숙을 이루고

비범한 존재에 걸맞은 정신을 갖추게 된다.

자신의 초라하고 빼빼마른 육체를 거리낌 없이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오히려 전보다 더 비범한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먹마 까지의 검미성의 소설에서 위대한 인물은

(악당이건 선인이건) 어떤 식으로든 범인과는 다른 면모를 가짐.

본격적인 변화는 망겜의 성기사 부터 였음.

물론 망겜성의 주인공 황건욱은 범인과 다르다.

물론 검미성의 소설속 인물들이 그렇듯이

황건욱 역시 인간적인 면모가 많고, 기이한 취향도 있으며

한계도 있고, 타락할 수도 있는 존재로 그려짐.

하지만 그럼에도, 객관적으로 보아도

황건욱은 고결하며 위대하고 뛰어난 영웅이다.

오히려 검미성 소설 치고는 지나치게 위대한 주인공임.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인지 검미성 소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지만)

하지만 망겜성에서 진짜 인상적인 부분은 

황건욱이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 이다.

인천을 지배하는 공작, 한반도의 왕, 함경도의 백작

세계에서 승리하게 된 신들..

이런 외형적으로 대단한 업적을 이룩한 이들을

그 내면은 범인 수준, 아니 그 이하의 찌질한 패배자들로 설정함.

국뽕 환빠, 넷카마, 일베충, 

이상성욕자, 일뽕관심병자, 아스퍼거 등등

이런 과격한 방식은 인상적이었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역겨웠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음.

그리고  검미성은 아예 한발 더 나아가서, 

주인공 역시 '위대한 영웅 이지만 그 내면은 사실 범인 이하의 찌질이'인 

존재로 그리기 시작함.

그게 게임 4 판타지이다.

겜4판은 현대와 판타지 세계가 섞였다는 흥미로운 세계관이나

대체역사 부럽지 않은 기묘하게 바뀐 세계관 등으로 인해서 관심을 받았지만

사실 소설내 적으로 가장 작가가 공들여 쓴 부분은

실패 끝에 무너지고 어른이 되지 못한 청년이

다시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정신적 성숙을 이룬다는 이야기임.

겜4판의 주인공 가온은 세계에 유일하게 남은 그레이 엘프 왕족이며

세계에 손꼽히는 소드 마스터이며, 마법사이고, 반신 이고, 

가장 강대한 세력을 가진 화롯불 여신의 대전사임.

하지만 그의 내면은

그저 어린 시절의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지 못하고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게임이나 하며 현실 도피를 한

못난 어른에 불과하다.

그리고 소설의 전개 끝에 가온은 자신의 과거를 극복했고

떨쳐내지 못하던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고 스스로 다시 일어섬.

자립 하는 어른이 된 것임.

개인적으로 장르소설로서 거의 모든 부분에서

망겜성이 겜4판 보다 재밌고 좋았지만

소설과 작가의 주제의식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망겜성 보다 겜4판이 훨씬 발전한 소설이었다고 생각함.

최근 검미성 신작이 완결 났다고 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초반 부터 겜4판에서 보았던

주인공의 감성이 느껴진다.

분명히 범인과 다른 대단하고 위대한 인물인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 내면은 어딘가 조금은 무기력하고 소 시민적이다 못해 찌질한.

아직 완결까지 못 읽었는데

나중에 허풍개 대협마저 각성해서 진짜 대협이 된다고 하니 기대중임.

이렇게 소설들을 읽고 느낀건

검미성 작가의 소설의 결말은 은근히 인간찬가 적인 요소가 참 많음.

뭐 허구헛날 배경이 암울하다느니 우울하다느니 그러지만

오히려 인간찬가를 좋아하는 작가들이 쓰는 소설은

배경이 암울하고 우울한 경우가 많다.

그래야지 굴복하지 않고 저항하는 인간

혹은 굴복했어도 다시 일어나는 인간의 의지가 빛이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