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들 하시죠?

재미 없고 쓸 데 없는 글이지만 그래도 아예 글이 안 올라오는 것 보단 좀 나을까 싶어 솥 바닥을 긁어봤습니다.

행여 글을 읽는 도중에 어느 대목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싶으시다면, 그건 오해라고 적극적으로 말씀드립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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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앗~!!! 나그네 아저씨다아~!!!"

해도 저물어 고즈넉한 저녁 녘.

"한초원 누나 이야기 해주세요~!!!"

대장격으로 보이는 아이가 나그네에게 궁딩이를 꿍실꿍실대며 비벼왔다.

"그래요, 그래요~! 초원언니 이야기 좋아요~!"

"어디보자......"

나그네는 한 눈에도 선(善)하고 총명해 뵈는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그 중 한 아이가 주뼛거리며 눈을 피한다.

"나는 여기 초원반점 사람 아닌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타박이 시작되었다.

"알았으니 저기 그릇부터 찾아와."

"끝나면 양파나 좀 썰어 놔라."

"단무지도 떨어졌다."

".................."

반박 못하고 고개 숙인 아이를 보던 나그네는 묘한 희열을 느끼며(응?) 미소를 띄었다.

"그럼, 한초원님께서 무림을 접수하던 때를 이야기 해 보자꾸나."

"좋아요, 좋아요!"

나그네는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때는 문통4년의 어느 날이었지. 무림3대천왕이라 불리던 자들이 있었단다.

첫째는 암준영. 상대가 시전하는 모든 무공스킬을 무위로 되돌려 버린다는 피디(PD)권의 달인으로 

사실상 무림의 지존이자 서열 1위의 고수라고 했어. '피해봤자 디질뿐' 이라는 그 의 어록은 

아무리 뛰어난 고수라도 그의 피디권 아래에서 속수무책 이었음을 잘 말해주었지.

둘째는, 서열 2위 광용범. 본래는 암준영의 사형이었다고 하지. 극한의 쾌속을 추구하는 씨피(CP)검법을

구사했는데 쓰러진 상대는 시체가 되고나서야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하여 이름 붙여진 무서운 검법이었지.  

"ㅆㅂ 피해봐."라는 그의 어록은 얼마나 스산했던지 그 말이 들린 순간 상대는 이미 죽어있다는 소문이 파다했어.

셋째는,  서열3위 에무네트. 금발벽안의 이국인 출신으로 120년 전의 전설적인 마두였던 음훼훼의

음공(音功)절학인 현음구라공을 연성했다고 전해지지. 이 자의 무서운 점은 막강한 금권력을 바탕으로 

당시 무림3대 고수의 모임인 연예방(然隷幇)을 실질적으로 조직한 흑막인이었다는 점이야. 

무림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그 정보력과 금권력, 그리고 한 번 들은 자는 모두 죽는다는 가공할 

현음구라공으로 그는 단시간 내에 무림계의 어마어마한 실력자로 떠올랐어. 게다가 에무네트의 어록은 

전해지지 않아. 피디권이나 씨피검법은 개개인을 살상하는 무공인데 반해 현음구라공은 그것을 듣는 모든

사람이 죽었으니까.

이 세 사람이 무림3대천왕이었다네."

나그네는 귀 기울여 듣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한초원양이 익힌건 초원마공이라 불렸던 무공이었지. 

한 나라를 일으킬 정도의 재능과, 

초절한 내공, 

원체 뛰어나서 비할 사람이 없다 하여 

한초원이라 이름 붙여진 위대한 무인이 스스로 창안한 무공이었어.

이 초원마공에는 기이한 반전이 숨어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이것을 익히려고 하는 마인들마다 

모두 주화입마하여 목숨이 끊어 졌다는구나.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었지." 

"할배는 이유를 알고 있어요?"

쵸플레 요플레를 떠먹던 아이가 입맛을 쩍쩍 다시며 질문을 해오자 나그네는 싱긋 미소지었다.

"그건 나중에 말해줄께.^^

아무튼 무림3대천왕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잠룡 한초원을 없애버리기 위해 세 명의 합공을 계획하고는

가짜 소문을 흘려 초원양을 유인했단다. 그리고 4명이 한꺼번에 격돌했지.        

처음에는 에무네트의 현음구라신공이 울려퍼졌어. 암준영과 광용범은 귀마개를 하고 있었지.

초원양이 잠시 비틀거리는 듯 할 때, 'ㅆㅂ 피해봐'라는 말과 함께 틈을 놓치지 않는 쾌속의 검이 초원양의

목젖으로 향했고, 이어 초원양의 방어동작을 와해시킬 피디권이 뒤를 따랐지. '피해봤자 디질뿐'이라는 일성도 함께 울려 퍼진거야."

와아~ ㅈㄴ 비겁하다아 ^0^ !!!

"하지만 말이다. 초원양은 비틀거린 것이 아니였어. 

옛 무림 속담에 이런 말이 있지. 내가 무릎을 끓은 건 실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라는.  

초원양이 휘청여 보였던 것도 실은 보법을 밟은 것이었던 거야. 

그리고 힘을 갈무리 했다가 주위로 방출했지. 그 순간 하나의 원이 퍼져나가면서 무림3대천왕의 합공을 소멸시키고 

나아가 그들을 폐인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해. 순식간의 일이었어."  

나그네는 스스로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했어. 초원양이 그들을 죽이려면 손가락 하나면 충분했으나 그러질 않았지. 

하지만 그 한번의 초식만으로 암준영은 그 후 2년동안 몸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의 식물인간이 되었고 회복되더라도 

두 번 다시 무공을 익힐 수 없는 몸이 될 거라고 해.  광용범도 비슷한 처지가 되었고. 

다만 무림사람들의 동요를 걱정한 초원양의 배려덕분인지 에무네트만은 비교적 무사히 살아남았는데 대신 평생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신세가 되었다지." 

"초원누나는 그 때 교복 입었나요?"

뜬금 없이 훅 들어오는 질문에 대장격인 아이가 '이건 뭔소리야?'라는 표정으로 돌아보았지만 굳이 나무라지는 않았다.

"그, 글쎄다. 실제로 보진 못해서... 쿨럭쿨럭..."

기침을 하면서 질문을 던진 아이를 찾아보니 마치 호동이를 연상케 하는 우람한 체격의 아이가 재빨리 친구들의 등 뒤로 

숨어드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교복이란 단어가 나온 이후로 아이들의 얼굴이 묘한 흥분으로 밝아지는

것이 아닌가. 교복을 떠 올리는 것 만으로도 모두 행복해 하는 듯했다. 참 기이하군.

누군가가 '소심한 관종 어쩌구' 하는 말이 얼핏 오가는 듯 했으나 나그네는 다시 분위기를 돌이켜 보려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것보다는 얘들아, 마인들이 초원신공을 익히지 못하고 주화입마에 빠졌던 이유를 말해줄까? 궁금하지 않니?"

하지만 나그네의 말에도 불구하고 한 번 교복에 관심이 쏠린 아이들의 이목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역시 교복이 최고지."

"너무 교복에 집착하지는 말자."

"근본 중의 근본이야, 교복은."   

떠들썩하게 투닥거리며 아이들은 나그네를 그 자리에 버려두고 그들의 집, 초원반점을 행해 걸어갔다.

바람이 휭하게 불어 낙엽을 굴린다.   

"........그릇부터 찾아오라고 했지??!!!!!!"

조그맣게 메아리치는 목소리가 아련하다. 

어허... 초원강림 연예지존이라...... 교복이었던가? 긁적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