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고르기는 전부 결정된 운명이라는 말도 있고
그러면 왜 에렌이 스스로를 자유의 노예라고 하냐는 말도 있는데

나는 이렇게 생각함

땅고르기는 강제된 게 아님

아르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그렇게 정해져 있어‘, ’미래를 바꾸려고 해봤지만 달라지지 않았다‘라는 대사에서 결정론이라는 말들이 나오는데, 그러면 정작 에렌의 자유의 노예라는 말에 모순됨

에렌의 목적은 다음과 같음

1. 친구들의 평온한 삶 (타이버 가문처럼 영웅 만들기)

2. 거인의 힘의 소멸 (에르디아 인종 문제 해결)

3. 파라디 섬 지키기 (인구, 기술력 균형)

4. 벽 바깥 세계 짓밟기 (복수와 자유)

1번 문제와 2번 문제는 엮여있음

친구들을 영웅으로 만들어도 거인이 존재하는 한 유미르의 저주(13년 수명)는 그대로니까

그래서 에렌의 목적에서 4번은 사실은 부수적이었고 1번이 가장 중요했다. 라는 관점도 있는데

그 비중에서 약간 뒤처질지 몰라도 에렌의 복수와 자유라는 목적이 희미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함

마지막 아르민과의 대화에서도 ‘나는 모든 걸 평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었고
마레 도착, 학살 중, 램지와의 대화 모두에서 자기가 하는 일이 잘못된 걸 알면서도 하고싶어했음


나는 결정된 미래에 에렌이 ‘속박’돼서 땅고르기를 한 게 아니라고 봄

에렌은 이미 결정된 미래를 거스르려 했지만 결국 미래대로 됐다고 했는데
일단 그 결정된 미래라는 게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봐야 함


만화 안에서 딱 하나 나오는데, 바로 램지를 불량배한테서 구해주는 장면임
에렌은 처음에 자기가 이 아이를 구해주는 미래를 봤기에 다가갔지만 자기가 무슨 자격으로? 라는 생각에 등을 돌렸음
하지만 결국 못 본 체하지 못하고 돌아가서 구해주게 됨

에렌은 도저히 램지를 지나칠 수 없었고 결국 ‘미래는 바뀌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함


그런데 여기서 에렌을 강제한 것이 있었나?

에렌은 어떠한 운명이나 속박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한 결과로 결정된 미래를 겪게 됨

나는 인류 8할 학살도 이런 식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함

에렌이 완전한 시조를 각성해서 시간을 초월했는데도 대학살이 이뤄진 이유는 에렌이 도저히 복수와 자유의지 실현을 포기 못해서 그럼


결정된 미래에 속박된 게 아니라
에렌의 의지 자체가 그 미래를 바랐고
그렇기에 에렌은 미래를 바꿀 수가 없는 것

땅고르기의 마레 상륙 직전 회상에서
‘모든 것은 내가 정한 일이다’라고 되뇌이면서 동료들의 얼굴과 함께 ‘골목길에서 두들겨 맞는 램지’를 떠올린 것도

에렌의 행적이 미래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결국 그 미래 자체가 에렌의 의지에 따른 미래이기 때문임

에렌은 스스로의 자유를 향한 집착을 버릴 수 없었고
그렇기에 아르민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학살을 멈춰!’ ,‘이미 결정되어 있다니? 네가 정하고 네가 죽인 거잖아!’라는 말에

미래는 달라지지 않고 나는 자유의 노예라는 대답이 나온 거임


요약
1. 결정된 미래는 행동을 강제하는 게 아니다
2. 램지 구출처럼 미래대로 이뤄지는 건 결국 스스로의 의지에 의함
3. 에렌은 벽 밖 학살이라는 스스로의 복수와 자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음=자유의 노예

결국 에렌의 마지막에서의 말은 이런 뜻이라고 생각함
“미래에 거스르려고 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나는 벽 밖에 복수하고 자유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에 거스를 수가 없었다. 나는 자유의 노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