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가정환경 개하타취였음
학습된 무기력, 가난함이 이미 스며들음
그래도 겉으론 너무 사랑받으며 큰 아이같다며 칭찬받음
과하게 웃고 상냥하려하고 착하려 했기때문
어렸을때부터 잠자고 상상하는거 좋아했음
생활기록부엔 산만하다 / 수업시간에 잔다 꼭 있음
그러나 성적은 상위권
애들이 혹시 자면서 공부하냐고 함
고딩때도 비슷하게 공부 대충 이것저것 대충 하다
운좋게 조금 좋은 대학교 이과 진학

대학교 첫 학기 학점 2.1
공부 안한거는 아님. 중고딩때 처럼 평소엔 자고 설렁설렁 하다
벼락치기 함
성적보고 개충격먹음

머리는 좋아서 조금만 노력하면 잘된다고 생각하던 내가
이번엔 노력을 했는데도 점수가 이딴식으로 나오다니
멍청한 나를 용납할 수 없음
부끄러워서 그냥 공부 안해서 공부 못하는척 함
물론 열심히 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식으론 통할리가 없다는걸 알고있음

고쳐나갈 생각을 해야하는데
아 나한테 안맞는 과인가보다 나는 왜이렇게 무기력하고 게으르지 등
뚱딴지같이 자기혐오에 빠져서 학교도 잘 안가고 자취방에 틀어박힘

근데 뒤처지는거 싫고 학교 적응 못하는거처럼 보이기는 싫어서
바쁜척 약속있는척 그냥 땡땡이 깜. 휴학도 안함
친구들이랑 밥먹다가도 갑자기 울컥해서
후다닥 빨리먹고 약속 있다고 뻥치고 집가서 담배피면서 움

다신 자취하면 안될것 같다고 느낀게
혼자서 드는 나쁜 생각들을 끊어낼 수 없음
너무 깊어서 새까만 바다속으로 계속 내려가는 기분
고요하고 아무 요동도 없지만
천천히 아 이제 죽는구나 싶은 느낌이 드는데
내가 봐도 너무 위태로웠음

내가 걱정되서 가끔 타지역에서 와주는 남자친구
같이 있으면 너무 행복하고 좋음
근데 다음주에 다시 가야한다고 하면
당장 오늘부터 우울해서
남자친구 잘때 몰래 울면서 담배 졸라핌

그럼에도 술냄새나고 찌린내나고
큰소리나고 정신사나운 본가는 죽어도 들어가기 싫었음

극단적으로 죽어야지 하는 생각은 한번도 안했는데
우울에 잠식당해서 아침에 일어나서 물먹는거조차 어려웠고
우울증이라고 생각 못하고 걍 ADHD 라고 생각해서
용기내서 정신과에 갔음

집중력 하타치는 맞는데 병적인 수준은 아니라
우울 검사를 하기로 함

결과는 너무 오랜시간 우울증에 잠식당해서
정작 자기 자신이 우울한지도 모르는 단계
당장 오늘부터 약 처방받고 오래 치료해야한다고 함
집중력 저하도 당연히 우울증 때문이었음

이상한게
우울증 진단받았는데 기분은 괜찮았음
이 답없는 증상과 무기력함은 일종의 질병이며
해결할 수 있는 처방약이 있다는것
나의 본체, 근본적인 내 자신이 이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위안받음

만약에 우울증도 아니고 ADHD 도 아닌 정상이었다면
정상임에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내가
너무너무 한심하고 혐오스러워 더 돌아버렸을거임
이게 내가 제일 무서웠던점이었다

우울증은 아마 어렸을때부터 계속 이어졌을거라고 하니
못해도 6-7년 겪은것이고 현재 진행 중
굉장히 많이 호전되었으나
요즘 귀찮아서 안먹었더니 다시 위태위태함
약 다시 먹으러 갈 예정....

약먹고 좋은 점은
나쁜 생각이 절대 안듬 그러다보니 잠을 잘 잠
그냥 트라우마? 부정적인 생각
어느새 신기하게도 그냥 안하고 있음

근데 기분이 좋아지고 나아지는건 아니더라
그냥 나쁜 생각을 안하고 있다는것만 바뀜
그러다보니 운동도 하게되고 공부도 하게되더라
용기내서 상상만 해오던 사업도 시작해서
지금 잘 되고 있어서 안정이 됨

아
다른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기분으로 사는구나
해야할것 같으면 바로 할 수 있고
움직일 수 있고
마음먹은대로 내 통제가 어느정도 되는 그런 삶이 정상이구나

나는 왜 그걸 버티고 버텨서 날 힘들게 한건지
이 쬐만한 약 몇알로 해결 할 수 있는데 ㅎㅎ

이상 그냥 잠이 안와서 끄적끄적 해봤어
너희들도 약먹는걸 두려워하지말고
우울을 즐기지 마
나는 한편으로는 우울한 나에 취해있던 것 같아
이만 안녕 ㅎㅎ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