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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기술자들은 어떻게 열등인이 되었나: '그레이트 짐바브웨' 이야기앱에서 작성

국가정보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09 00:07:09
조회 515 추천 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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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가 되어 보지 않은 사람은 노예가 된 적이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다. 식민지의 경험은 한 민족의 넋에 드리운 그림자다. 결코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다.”

-복거일의 소설 '비명을 찾아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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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플레이션으로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남아프리카의 국가 짐바브웨는, 사실 그것만 없었더라면 관광으로 꽤나 외화를 벌어들였을지도 모른다. 1980년 독립한 이 나라의 이름을 딴, 대짐바브웨라는 유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독자들은 게임 '문명 6'에 나온 명칭인 ‘그레이트 짐바브웨’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겠다.

이 유적은 고유한 양식의 거대한 석벽과 다양한 건축물 유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기에 엮인 비극적인 서서는 탈식민주의에 대한 전형적 알레고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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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의 위치.

16세기, 세계 곳곳에 질 낮은 상품을 팔기 위해 유럽인들이 고군분투하던 시대, 아프리카 동남쪽 모잠비크에 배를 댄 포르투갈인들은 탐사 도중 특이하게 생긴 건축물을 발견했다. 황금 교역을 통제하던 요새로 보이는 이 건축물은 거대한 돌덩이로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졌으며, 높이가 20m에 달하는 망루도 있었다.

유적의 발견은, 황금에 대한 낭만으로 가득찬 대륙 반대편의 사람들에게, 솔로몬 왕의 금광이라는 그들의 종교적이면서도 속물적인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좋은 가십거리이기도 했다. 이후 독일 고고학자 카를 마우흐에 의한 본격적인, 그러나 역시 판타지에 심취한 조사가 이루어진다. 그가 보기에 유적은 구전과 일치하는, 아브라함계 종교의 경전에 등장하는 솔로몬 왕, 그리고 시바 여왕의 역사를 새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얄팍한 근거로 유구 출입구부의 나무가 레바논 일대에 자생하는 나무와 같아'보인다'는 것을 들었다.(나무는 당연히 해당 지역의 자생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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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 지역에 이주민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유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들 중 아무도 유적이 ‘후진적인’ 아프리카 원주민이 세운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솔로몬과 시바 여왕이라는 종교적 판타지가 약해진 자리에는 아랍인, 이집트인, 페니키아인 기원설이 들어찼다. 유적 일대 지역에 식민지를 세운 세실 로즈 또한 유적이 페니키아인들에 의해 세워졌다 믿었다.

그 믿음은 유럽인들이 ‘다시’ 아프리카를 계몽해야 하는 근거가 되었으며, 이주민이 원주민을 통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가 되었다. 이러한 식민주의적 사상체계는 곧, 그의 이름을 딴 식민지, 로디지아의 국가적 이념이자 정통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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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짐바브웨'의 사진.

그러던 와중 1905년 데이비드 매키버는 기존의 믿음에 처음으로 의문을 제기하며, 현지인들이 중세 시기에 유적을 건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학계에서 조롱당할 뿐이었다. 이 주장이 빛을 본 것은 1940년대 후반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의 개발 이후였고, 마침내 대규모 발굴 작업을 통해 그 설이 진실이라는 게 밝혀졌다.


그리고 유적의 이름은 짐바브웨가 되었다. 제국주의 영국의 이름이 아닌, 뛰어난 석조 문명인 그들의 언어로 ‘돌로 만든 집’을 부르는 이름이었다. ‘돌로 만든 집’은 그들의 새로운 나라이자 오래된 요새였고, 동시에 위대한 역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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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이 유적의 이름이 ‘큰 짐바브웨 유적’일까? 광대한 문명의 많고 많은 유적 중 아직까지 발견된 가장 큰 유적일 뿐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짐바브웨 공화국의 영토 내에는 기억해주기만을 바랬던 수없는 눈물과 땀이 미지의 바다에 파묻혀져 있다.

서두에서 필자는 짐바브웨가 관광 자원으로 이 유적을 활용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제언을 던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짐바브웨 공화국은 세계와의 연결을 끊고, 오랜 시간 쇄국의 길을 걸었다. 그들에게 외국은 그 이름을 막론하고 믿을 수 없는 곳이었다. 포르투갈, 영국, 독일… 그들의 이름이 무엇이며 무슨 치장을 하고 무슨 말을 하건, 위대한 건설자들의 후예들은 열등하고 멍청한, 영원한 피지배동물로 타자화되었다.

짐바브웨의 쇄국은 어쩌면 선인에 대한 예우이자 역사의 업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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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란, 아무도 가지 않은 암흑에 기어이 깃발을 세우고 앎의 영토를 넓히는 것이다. 기술이란, 진보를 실천하는 최적화된, 복잡한, 빙빙 돌아가는, 간단한, 여러 가지 방법이다.

학문을 자처한 것이 그레이트 짐바브웨에서 겪은 실패는 분명 실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는 그 부끄러움 때문에 어둠 속에 숨어서는 안 될 것이다. 누군가는 그 어둠을 기어이 개척하여 건설자들의 기억을 발굴했다. 기억해주는 것, 그 하나만을 바라며 남겼었던 것들을 마침내 올바르게 기억했다. 조금 딱딱하게 얘기하자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그간의 고고학적·인지적 편향에서 탈피하고, 객관적인 사실에 접근하는 것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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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짐바브웨는 그 해석의 변화를 담담하게 되짚어보는 것조차 식민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된다. 그렇다면 기술의 진보에 따라 해석이 바로잡히는 것은, 제국들에 의해 왜곡되고 타자화되었지만 이제는 조금씩이나마 발전하는, 과거의 피식민국가들에 대한 찬가의 메타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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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제는 독자가 한 번 생각해 볼 시간이다. 정치적 논리에 따라, 객관적인 것 같아보이는 학문 영역에서조차 사실의 해석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방금 우리는 읽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특수한 정치적 정서에 의해, 일제강점기라는 피식민역사의 연구가 편향되게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닐까?

위 질문에 정답은 없지만, 장문의 조촐한 글이 참고할 만한 기록 정도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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