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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K-페미니즘개론 후기: 정희진의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

ㅇㅇ(112.162) 2023.12.25 13:19:43
조회 654 추천 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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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며칠 전 진정갤이나 로자갤에

정희진이 이 책을 발간한 기념으로 한 국민일보 인터뷰가

좋은 반응을 얻었던 걸로 기억함.

그 공부하지 않은 페미니즘이 신자유주의에 포섭되었다는 기사였지.

(“공부 않는 페미니즘, 신자유주의에 포섭됐다”-국민일보 (kmib.co.kr))


그래서 책을 샀을 땐,

페미니즘 내부의 자아성찰 같은 내심 기대하면서 샀지.

그런데 책의 부제가

'한국 사회 성정치학의 쟁점들'이잖아?

그래서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미투운동과 성범죄 같은 요즘 이슈에 대한 진단이었으며,

트랜스젠더나 성매매 같은 논쟁거리는 후반(3장, 4장)에 조금 있는 정도였다.

제목에도 써둔 K-페미니즘개론이라는 말이

책을 아주 적절하게 요약할 같으며,

지금부터는 개론을 공부하고 쓰는 후기를 써보겠다.



1. K-페미니즘, 참 '래디컬'하네


일단 여기서 언급하는 래디컬이 뭔지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다.

여기서 말하는 래디컬은

가부장제를 타도의 우선순위로 잡고

일상생활 및 제도의 곳곳에서의 성차별적인,

더 나아가 여성을 타자화하고 트로피 취급하는

모든 제도에 대해 갈아엎자는 의미를 가리킨다.

이 책의 1장과 2장에서도 여러 이슈들에 대해서

한결같은 자세로 쓰라리게 헤집는 모습을 보였으며,

읽다 보니 참 거북해지는 기분이 들었지.


예를 들면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자꾸 캐묻는 것 자체가 이미 비정상이며,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 여부에 상관 없이 강도나 사기처럼 즉각 처벌로 이어져야 한다던가,

성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평판의 문제가 아닌 행위 자체만으로 여성의 몸에 대한 폭력이라던가...

얼핏 들으면 상식인데 곰곰이 따지면 사회 자체가 상식대로 흘러가지 않는 그런 문제들이 태반이었다.


이와 같이 거북한 문제들을 짚으면서

궁극적으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페미니즘은 가부장제, 더 나아가서 기존의 가부장제가 이뤄낸 구태스러운 사회를

여성이 사회의 중심에 나섬으로써 혁파하자는 의미라고 있다.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라는 것은 덤.

쉽게 말해 징병제에 대해서도,

"여자가 징병제를 만든 것도 아닌데 왜 여자한테 지랄하냐"가

정희진의 한결같은 태도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사실, 말이야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지,

페미니즘을 모른 상태로 이 사회에서 적당히 사회화가 되면

결국엔 잠재적 가해자가 되는 것 아니냐.

페미니즘을 알고 이를 지지하는 것은 결국엔 빨간약을 먹고

가부장제 사회에서 탈피하는 것에 가까울 뿐이고.

이 책을 남자가 읽었으면 좋겠다고는 서문에도 나와 있지만

마냥 남자한테 친절한 책은 절대 아니니 만약에 읽겠다면 참고하시라.

별별 게 다 가부장제, 더 나아가 남자 탓이라니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도.



2. 정희진과 터프는 종이 한 끗 차이?


페미니즘이 여성을 중심으로 한 학문이긴 하지만,

여성을 중심으로 래디컬하게 기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는

기존의 리버럴이나 좌파와도 결이 다른 경우가 꽤 많다.

예를 들면, 비혼 및 비출산은 여성들이 결혼 후 직장생활과 가사노동의 이중고에 시달려야 하는 사회에서의

합리적인 저항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초 커뮤 중심으로 일어난 이른바 '4B 운동'도

딱히 이것과 다를 건 없음.

읽다 보면 사실 1장과 2장은

터프가 읽는다해도 딱히 무리가 없을 듯하다.

터프는 트랜스젠더를 다루는 3장에서 발작하겠지만.


여성계는 으레 진보진영의 든든한 우군이라고 여겨져 왔고,

실제로도 같이 연대를 하는 경우가 많았지.

그래서 지금까지는 터프 같은 우파페미를 타락한 존재로 취급을 했지만,

사실 기존의 여성계의 주류부터 이미 래디컬하다는 말에는 딱히 말이 없는 같다.

실제로 여성의당도 터프라 욕을 먹었지만 논평은 의외로 대부분이 멀쩡했잖아?

트랜스젠더 이슈에 대해선 입을 다문 것도 있겠지만.


여하튼간 페미니즘이 진보의 한결같은 우군이라는 것은 아주 나이브한 생각이었으며,

페미니즘은 기존의 가부장제 사회를 엎기 위해, 그리고 노동현장에도 여성 노동자가 있기에

보조를 맞춰준다는 생각이 참 짙게 들었다.

연대라는 것, 말이 쉽지 생각보다는 쉽지 않네.



3.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도 가부장제의 산물?


1장과 2장에서는 터프가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했듯이

가부장제와 이에 물든 남성들, 그리고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여성들 사이의

대립구도가 많이 보였음.

그런데 갑자기 이러한 대립구도에 균열을 내는 제3의 성들의 등장이라,

여성계 입장에서도 많이 혼란스럽겠지.


정희진이야 당연히 여러 방식의 성애, 성별구분 등의 차이에 의한 차별을 반대하며

나아가서 성별의 차이를 지워나가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런 주장이 맞기는 한데 설득이 장황하고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도 적었다시피 트젠과 인터섹스도 가부장제가 만들었냐며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르겠음.

그래도 그나마 명쾌하게 설득이 만한 것으로는,

트랜스여성을 상대로 성별을 규정지으려는 자세는

결국에는 숏컷과 같은 기존의 코르셋에서 벗어난 여성들을 향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있다는 정도인데...

이런 걸로 설득이 될지가 의문임.

결국엔 공부하라는 얘기가 나오려는 건가 싶다.




여하튼간에 이번에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예전에는 메갈이 페미니즘을 오염시켰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은 딱히 메갈의 문제가 아니다 싶었음.

책에서 메갈에 대해 언급한 것은 딱히 없지만,

어쨌든 메갈을 통해 수많은 여성들이 유입되어

'페미니즘 대중화'를 이뤄낸 것이라 보는 듯함.

수단이 어찌 되었든 간에 강남역, 미투운동 등에 화력을 보탰으며,

4B운동에서도 나타나듯 의식화도 충분히 되었잖아?

결국 지금 나타나는 터프의 문제는

트랜스젠더로 대표되는 성별 해체와 같은 진보적 의제

충분히 설득하는 데 실패해서 생겨난 문제로 보임.

정희진이 공부를 안 한다고 지적한 것도 결국 이러한 지점을 가리키는 것이고.


페미니즘이야 당연히 진보적 가치 아래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고,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지적한 여러 사회문제들은 당연히 고쳐나가야 할 것들이지.

다만 페미니즘 아래에서 터프와 같은 반동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안타까울 뿐이다.


덤으로 이 책은 안페 남성들도 읽어는 봤으면 좋겠다.

적어도 왜 성인지교육을 자꾸 끼워넣는지는 아는 게 좋지 않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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