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왜 성향과 맞지 않게 민주당을 지지하냐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특정한 정치적인 사상, 이념이 있다고 자신할만큼 그쪽에 관해 조예가 있지는 못하지만 스스로 성향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포스트모던 사이에 있는 어딘가라고 생각하곤 합니다(기계적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 특정 이념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옳다 생각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그런데 공산주의자 혹은 사회주의자가 어째서 민주당을 지지하냐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공산주의자들의 입장에서, 민주당은 자본주의적 체제 질서를 옹호하는 보수 자본 양당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진갤에서 이 문제가 대두될 일이 많아보이니 이참에 짧은 글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두 보수 양당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물론 현재의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를 거부하지 않음으로서 명확한 친자본-친제국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음이 명확합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두 정당이 표방하는 가치와 지향점에는 세밀한 차이점이 있으며, 그러한 가치가 현실화된 입법 과정에서 두 정당이 보여주는 차이 역시 존재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작아보이더라도 때로는 분명한 진보 혹은 퇴행의 결과를 가져오곤 합니다.
예컨대 현재 문재인 정권과 윤석열 정권의 노동정책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과 윤석열의 노동정책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원론적으로 보자면 맞는 말입니다. 한데 큰 차이가 아니더라도 작은 차이가 투쟁의 장소에서 큰 변화를 몰고 옵니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권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조금 더 쉽게하는 개혁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근본적 변화가 아니기 때문에 진보좌익 진영에서 그정도로는 변화를 이룰 수 없다고 지적함이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문 정권의 비정규직 노동조합 가입 요건 완화가 민주노총의 조합원수를 60만명에서 130만명대로 끌어올렸으며, 이것이 현재 민주노총 투쟁력의 근간이 되고 있음도 명확합니다. 실제로 박근혜 정권 때 8%대였던 노동조합 가입률은 문재인 정권 때 13%로 뛰어올랐는데, 이것은 세계적으로 봐도 이례적인 성장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반론의 여지도 있겠지만 전 문재인이 한국의 모든 대통령 중 가장 성공한 대통령이었다고 봅니다)
반면 윤석열 정권의 노동조합 탄압은 이명박 정권 때의 억압과도 비교될만큼 악독하고 집요합니다. 민주노총을 향한 정권의 탄압은 거세지고 있고, 윤 정권을 창조한 보수 경제지는 최근들어 <MZ노조>라는 실체조차 불분명한 극우 어용노조를 추켜세우며 양대노조를 향한 파괴공작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보자면, 윤석열 정권과 문재인 정권 중 하나를 선택하자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노동자들에게 더 이익이 되는 정책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거기에서 그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문재인 정권은 근본적으로 보수정권이고, 여러가지 노동개혁 실패 역시 맛봤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자유란 흑과 백을 선택하게 만든 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말과 달리 작금의 부르주아 민주정은 <민주당 혹은 보수당>을 뽑도록 종용하고 있습니다. 무산계급정당의 창당은 여전히 요원하며 진보당과 같은 사회민주적 정당도 발을 붙이기 어려운 것이 한국 부르주아 민주정체의 보수성입니다. 그렇다면, 결국은 이재명과 문재인, 민주당 대 이명박과 윤석열, 국민의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에 전자를 뽑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근거 역시 부르주아 민주정체의 특성과 관련됩니다. 기실, 부르주아 민주정체는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없는 체제이기 때문입니다. 부르주아 민주정체는 선거를 통해 대의자를 선출하고, 이 대의자가 입법을 하는 체제입니다. 이때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우리 사회가 합의한 여러 가치에 동의한 상태입니다. 예컨대 진보당의 후보일지라도 자본주의 체제를 성급하게 무너트리거나, 부르주아 민주정에서 PT 민주정으로 나아가자는 주장을 감히 하지는 못합니다. 그 점에서, 부르주아 민주정체에 속한 모든 정당은 근본적으로 <보수성>과 <친자본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석해야합니다.
그렇지만 각 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실질적 정책 변화를 가져오려는 의도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한국과 세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의회에 전달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국민의힘은 총선 과정에서 반공주의적, 반민주주의적 수사를 자주 사용했는데, 그러한 정당에 투표하거나 집권을 방조하는 것은, 한국이 그러한 국가가 되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끔찍하도록 저열했던 연제구 김희정씨의 현수막을 기억한다면 국힘과 민주당이 같은 방향성을 추구한다는 식의 이은주 의원의 오류를 동지들이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면 민주당은 비록 자본주의나 제국주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독재라는 당면한 국가주의 폭력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지향점은 좌파와 일부 맞닿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레닌이 주장했다시피 자본주의 국가에서 고도화된 관료 체계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막는 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재명 대표는 과거 미군정을 <점령군>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여기서 이재명 대표가 최소한 윤석열의 숭미숭일 친제국주의 세력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러한 류의 것에서 멂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재명을 자주주의자라고 보기는 어렵고, 실용주의자라고 봐야겠지만, 최소한 실용주의가 숭미주의에 비해 나은 것은 사실입니다.
혹은, 그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대척점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현재 추구하는 모든 정책은 친파시즘, 친제국주의, 친신자유주의적인데, 이러한 관행을 명확하게 거부하는 의사를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방식은 국민의힘의 <반대당>에 투표하는 것입니다. 민주당의 총선 압승이 국민의힘 보수극우 세력의 붕괴와 혼란을 가져오고 있음은 근 한달간의 뉴스만 보아도 아주 명확히 드러나는 것이고요. 결국 민주당에 투표하는 것은 위정세력에게 노동자대중 민중이 윤석열의 파시즘을 거부함을 아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 자체만으로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장래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정의당이나 진보당, 노동당을 독자적으로 지지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그러한 정당도 결과적으로는 작금의 제국주의적 세계질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보수적 정당입니다. 각 정당에서 주장하는 것이 차이가 있겠지마는 결국 세 정당은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 하는 것이 아닌 <수선>하는 선에서 대안을 제시하는데 그칩니다(노동당은 스스로 경제체제의 변혁을 추구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백윤 동지의 주장을 보면 공산주의보다는 사회민주주의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진보당 등은 모두 현재의 체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개혁적 정당>에 불과한데, 그렇다면 민주당이 아닌 소위 말하는 <진보 정당>만을 지지해야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물론 사회민주주의나 민주적 사회주의, 진보적 자유주의 등을 추구하는 동지들은 다를 수 있습니다.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이면서, 그렇게까지 왼쪽이 아닌 사람들은 자신의 이념관에 맞게 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등을 개별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것이고 저도 그것을 이해합니다. 한데 제 입장에서 보자면, 어쨌거나 한국에서는 제 이념과 사상을 온전히 대변하는 당이 없고 앞으로도 오랜 기간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가 지나칠정도로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에 부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재 노동자 정치세력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세력이 너무 미약하고, 정치적으로 능숙하지도 않습니다. 더불어 이번 총선의 결과를 보자면, 노동자대중이 그런 이유에서든, 아니든간에 결과론적으로 이재명의 민주당을 선택했음도 부인할 수 없고요.
그래서 차라리 민주당을 지지하자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개혁적> 정당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조직력이 튼튼하며, 정책이 다양하고, 무엇보다 유일하게 수권능력이 존재하는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에서 끝나서는 안될 것입니다. 장래에 국민의힘과 검찰 보수 세력이 사라진 나라에서는 무산대중을 조직화하고 그들을 정치적 세력으로 끌어올려, 현재의 제국주의적 또는 자본주의적 세계질서를 파훼하고 PT 민주주의를 지향할 수 있어야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야합니다. 현재로서, 다소 소부르주아적이고 나약한 발상이긴 하나, 변혁적 학문과 사유를 확산시키는 것이 저의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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