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스의 우렁찬 목소리에 제각기 무기를 꼬나쥐고

돌격자세를 취하고 있던 병사들이 놀라 그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장군, 분명 윌더왕께서 아무도 살려두지 말라고..."

"시끄럽다. 전장에선 장수의 명이 우선이다."

디오스의 명령에 병사들은 제각기 겁에질린 시민들로부터

물러나며 그래도 다행이란 표정을 지었다.

비록 왕의 명을 어기는 것이긴 했으나, 그래도 그들 또한

비무장의 시민들을 해치는것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병사들이 물러나는 것을 본 디오스는 저 멀리서

불안에 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민들을 향해 외쳤다.

"자, 한쪽 길을 터줄테니 이쪽을 따라 격전지를 벗어나

저쪽 숲길을 통해 이곳을 빠져나가도록 해라."

이같은 디오스의 권유에 시민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민하다

결국 두개의 무리로 나뉘어 절반은 리파니쪽으로,

절반은 디오스쪽으로 다가가 그들의 인도를 따랐다.

그러나 디오스의 말에 따라 숲길로 향했던 이들은

자신들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미처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역시 대장의 머리는 따라갈 사람이 없단 말입니다."

애꾸눈의 사내가 침을 튀기며 디오스를 칭찬했다.

"어차피 윌더왕은 미쳤고, 조만간 장군직을 내려놓게 될걸 예상하고

이렇게 큰 건수를 만드시다니 역시 대장입니다."

"거 너무 띄우지 말라니까."

"그래도 장군 은퇴전으로 이렇게 큰 판을 짜실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애꾸눈의 말을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용병이 받았다.

"멍청한 시민놈들을 숲길로 유도해서, 저희들로 하여금 사로잡아

노예로 팔아넘긴다는 계책을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이에 디오스의 주변에 있던 사내들이 호응하며 박수를 쳤다.

그들은 모두 디오스가 윌더왕에게 발탁되기 전,

용병생활을 할 적에 그의 손발과도 같았던 부하들이었다.

온갖 더러운 공작과 못된 짓을 일삼으며 돈이 된다면

무엇이라도 하는 거친 사내들. 그 중심에 디오스가 서 있었다.

"그런데 대장, 사내놈들은 아까 전쟁통에 급하게 노예를 구한다는

상인들에게 비싼값에 싸그리 팔아버렸는데 계집들은 어찌합니까?"

"그걸 묻는게 웃기는군."

부하의 물음에 디오스는 한쪽에 있는 오두막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이내 바지 버클을 철컥이며 풀어내리기 시작했다.

"거 대장이 먼저 시작하면 남아나는게 없지 않습니까."

"시끄럽다! 원래 전리품은 대장이 가장 먼저 차지하는법이다!"

말을 마친 디오스는 오두막으로 들어섰다.

어두컴컴한 오두막 안에는 각기 사지가 결박된 채

겁에질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부 여자였다.

"그럼 누구부터 시작해볼까..."

생각지도 못한 횡재에 잔뜩 술을 들이켜 희번덕거리는 디오스의 눈과

그의 다리사이에서 힘줄을 머금고 울컥거리는 거근을 본 여자들은

제각기 몸부림치며 결박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단단히 묶인 팔다리는 풀려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수분 뒤,

변방에 위치한 어느 숲속 오두막에선 끊임없는 신음성과 비명이

몇시간을 걸쳐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오두막 근처 모닥불에서 술을 들이켜던 디오스의 부하들은

제각기 다음 순번을 정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