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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주희] 사랑과 평화를 위하여 (15)

너랑있으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13 22:00:08
조회 185 추천 11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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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틀어주세요! [오른쪽 클릭해서 연속 재생하시면 계속 나와요.]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고 지금의 내 상황 같이 어두웠다.

집 안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깨져있는 파편들이 바닥에 질서없이 널브러져 있었고 벽 한 쪽은 내 머리에서 흐른 혈흔들로 얼룩져있었다.

내 눈가에는 오랜 시간 흘러내린 피들이 굳어 딱지가 되어 붙어 있었다.

제발 꿈이었으면... 주희누나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도 되니까 전부 꿈이었으면... 두 눈을 질끈 감아본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은 꿈이 아니라며 나를 다그친다.

또 다시 눈물이 미친듯이 흐른다.


덜컹-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누군가.


"씨발! 뭐해?"

익숙한 앙칼진 목소리.


"개새끼야! 다 들었어. 그런데 너는 지금 여기서 뭐하냐고!"


라떼였다.

라떼도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화장이 다 번져있었고 머리도 헝클어진 상태였다.

라떼는 신발도 벗지 않은 채 그대로 집으로 들어와 쓰러져 있는 내 앞에 섰다.


"야이 병신아 너..."


내 몰골을 본 라떼는 그대로 주저 앉았다.


"너까지 이러면 어쩌란거야... 일어나!"


쓰러져 있던 내 멱살을 잡아 그대로 일으켜 세웠다.


짝-


내 뺨을 때렸다.

예전 같았으면 아파했겠지만 지금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찾아야지! 주희언니 찾아야 할 거 아니야!"

라떼의 눈에서 눈물이 폭포처럼 터져나왔다.

라떼는 내 멱살을 잡고는 계속 흔들었다.

그때 문 밖에서 누군가 집으로 들어왔다.

건장한 체격에 카리스마 있는 날카로운 외모를 한 짧은 머리의 중년 남성이었다.


"지금 여기서 이러고 계실 겁니까?"


느와르 영화에 잘 어울릴법한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


"박실장님..."
"오늘 방송도 전부 펑크내더니... 하아..."

박실장이라 불린 중년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미 남자친구분께서 경찰에 신고도 하셨고 들어보니 납치범은 전과도 있는 사람입니다. 금방 찾을 수 있겠죠. 일단 두 분 정신부터 차리시죠."


내던지듯 퉁명스럽게 말한 박실장은 다시 밖으로 나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야... 일단 너 좀 씻어. 꼴이 지금..."
"싫어..."
"병신새끼야! 너 언니 보러 갈 때 그 꼴로 갈거야? 경찰이 언제 연락할지 모르는데 그런 모습으로 갈거냐고! 언니가 보면 무슨 생각할 거 같은데!"


라떼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

결국 라떼는 날 억지로 화장실에 밀어 넣었다.

옷도 벗지 않은 채로 샤워기를 켰다.

샤워기에서 분사되는 물은 그대로 나를 적셨다.

나는 멍하니 바닥만 내려다봤다.


"병신새끼..."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니 세상에서 제일 한심한 사람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에 약간 찢어진 이마, 굳은 핏자국들.

살을 빼고 외모를 가꾸며 많은 성장을 이루어냈고 내면적으로도 성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거울 속의 나는 주희누나를 만나기 전 그때 그대로였다.

그런 쓰레기 같은 내 모습을 보니 역겨움이 차올랐다.


"우웨에에에엑!"


구토가 차올라 그대로 변기에 내뱉었다.

먹은 것도 없는데 토사물이 계속 밀려왔다.

기절하기전 미친 듯이 깨물어댄 입술에서 나온 피가 섞여 변기 안은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그래... 지금 가장 힘든건 주희누나야."

구역질을 하고 나니 아주 조금은 괜찮아졌다.

나는 미친 듯이 세수를 하고 뺨을 때리며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애를 썼다.


[No Pain~ No Fail~]


그때 바지 주머니에 있던 전화가 울렸다.

나는 황급히 바지 주머니에서 물에 젖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현수야! 지금 뭐해?"


그놈이었다.

그놈은 아주 반가운 사람과 통화를 하는 것 마냥 너무나 밝은 목소리였다.


"어디냐..."
"며칠은 더 괴롭힐까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주희 이년이 생각만큼 재밌지가 않네?"
"씨발새끼야 어디냐고!"


피를 토하듯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들은 라떼가 화장실 문을 벌컥열었다.


"힉힉힉! 힘들어 죽겠지? 막 세상이 무너지는 거 같지?"

"좆까는 소리 그만하고 어디냐고!"

"더 해! 더! 너무 듣기 좋아! 하... 현수가 너무 보고 싶어지는데? 우리 그냥 이제 볼까? 주소 줄테니까 여기로 올래? 그런데 너 혼자 와야한다? 이상한 거 달고 와서 흥깨면 바로 주희년 죽일 거야?"


뚝-


전화를 끊으니 그전까지 나를 좀 먹던 혐오감은 겨우 억누르고 있던 분노로 뒤바뀌었다.

잠시 후 어떤 장소가 적힌 문자가 그놈에게서 도착했다.

강원도 홍천의 이름 모를 산.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나는 라떼를 무시하고 바깥으로 향했다.


"야! 너 어디가!"


하지만 뒤 따라온 라떼가 내 팔을 잡았다.

이럴 시간이 없다.

1분 1초가 급했다.


"주희누나 있는 곳 찾았어. 가야 해."
"기다려! 경찰이든 뭐든 데려가야 할 거 아니야!"
"씨발! 나 혼자가 아니면 주희누나가 죽어! 죽는다고!"
"야!"


인상을 팍쓰며 라떼를 뿌리쳤다.

그때 우리를 보던 박실장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잠시 이야기좀 하시죠."







부우웅-


오토바이를 미친 듯이 몰았다.

네비 기준 도착까지 1시간 30분.

나는 과속 단속 카메라 같은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토바이의 최대 속력을 냈다.

내 눈은 감정을 잃은 듯 공허했다.

너무나 차분해졌다.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았다.

그렇게 나는 차선을 미친 듯이 바꿔가며 도로를 질주했다.


"후..."

산 입구에 도착했다.

네비에서는 더 이상 안내를 해주지 않았다.

결국 오토바이에서 내려 산을 타기 시작했다.

이미 어두컴컴한 산은 뭐하나 보이지 않았다.

등산로 같은 길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 투박한 산이었다.

휴대폰 플래시 하나에 겨우 의지하며 미친 듯이 달렸다.

숨이 차올랐다.

몸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헉헉..."

20분 정도를 달리니 넓은 평지가 보였고 그곳에는 아주 작은 빛이 새어 나오는 낡은 폐창고가 있었다.

나는 그곳에 주희 누나가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무작정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건물 크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해 보이는 작은 전구 하나가 빛을 뿜고 있었고 그 빛 아래에는 의자에 묶인 채 정신을 잃은 주희누나가 보였다.

누나의 모습을 보자 그대로 무너질 뻔 했다.

누나의 흰 원피스는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학대라도 당한 듯 얼굴을 포함한 모든 곳에 상처가 나있었다.


"누나!"


나는 오열하며 누나를 끌어안았다.

누나는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고 나는 황급히 누나를 묶고 있는 줄을 풀려고 했다.


"어? 왔어? 빨리 왔네? 역시 현수도 내가 보고 싶었구나!"


그때 구석에 있는 낡은 소파에서 그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이 씨발새끼야!"


그의 얼굴을 보자 참을 수가 없었다.

그에게 바로 달려들었으나 그놈은 투우사처럼 손쉽게 나를 피해냈다.


"힉힉힉! 진정해! 이야기는 좀 하고 뭘 하든가 해야지!"


그놈은 능글맞게 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

그놈에게 주먹을 계속 내뻗었지만 단 한 대도 그놈에게 닿지 못했다.


"현수야! 무슨 황소냐? 힉힉힉!"

"씨발!"


또 주먹을 내 뻗는 순간 그놈은 내 손목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아이고 현수야~ 우리 이야기 좀 하자니까?"
"할 말 없어!"

"내가 있다고!"


내가 일어나려고 하자 사장은 내 정강이를 걷어찼다.

엄청난 고통이 밀려들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다시 그에게 달려들려는 순간.


"으아아아아아아! 현수야! 씨발!"


그놈은 품속에서 날카로운 칼 하나를 꺼내며 사자후를 내뱉었다.


"저년 죽는 꼴 보고 싶어? 대화부터 하자니까?"
"..."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결국 할 수 없이 그놈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내 모습을 확인한 그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현수야! 나는 너무 억울하다? 너 감방 안 가봤지? 군대도 안 갔잖아? 아! 내 덕에 너 면제 아니야? 생각해보니 나는 항상 도움만 준거 같냐? 힉힉힉!"

"까고 있네."
"아니~ 분명히 네가 와서 들이박은 건데 왜 내가 범죄자가 된 걸까? 오히려 내가 피해자 아닌가? 현수 네가 공갈범인거지!"


역시 예상대로 그놈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의 팔에는 수 많은 주사자국들도 보였다.

도대체 뭐 때문에 사람이 저렇게 된 걸까...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저 새끼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누나에게 달려가 망설임 없이 누나의 목을 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하나 더 재밌는 이야기! 날 도와준 사람이 있었거든? 피해자 같지도 않은 어떤 씨발년이 합의서를 안 써줘서 1년 넘게 있긴 했지만 그래도 5년을 줄여준 아~주 고마운 사람이야. 그런데 그 사람 지금 어디 있게?"
"..."
"나도 몰라! 힉힉힉! 무슨 수를 썼는지 내 업장이랑 건물, 현금 싹다 들고 튀었어! 이게 무슨 일이야? 현수야! 이거 너무 재밌지 않아? 남은 거라고는 여기 올 때 타고 왔던 차 한 대뿐이야 힉힉힉!"


그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광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큰일이 생길것만 같아 나는 언제든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했지~ 난 모든 걸 잃었는데 피해자도 아닌 씨발새끼가! 진짜 피해자인 나를! 나를! 씨발! 완전 엿을 쳐먹이려고 하는구나! 그래서 그 새끼를 만났거든? 그런데 그 새끼는 지금 너무 행복하더라? 어때 현수야? 너도 내가 불쌍하지? 아무튼! 그래서 생각했어. 나도 갚아줘야겠다! 그래! 행복해하는 그놈 앞에서 그놈한테 가장 소중한 걸 빼앗자! 그리고 그 녀석도 같이 죽이면 너무 완벽한 결말이잖아!"


말을 끝냄과 동시에 그놈은 몸을 돌려 주희누나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나 그놈에게 몸을 던졌다.

다행히 그놈의 등에 직격했고 나와 그놈은 동시에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재빠르게 그놈의 발목을 손으로 잡아 끌었다.


"현수야! 현수야! 힉힉힉힉!"


그는 바닥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 손에 힘을 주었다.


"현수야! 이거 놔! 씨발! 너도 행복했잖아? 그치? 그치? 그치?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힉힉힉힉!"

"씨... 씨발."


도대체 이게 무슨 괴력인가? 그놈은 약이라도 빤 것 마냥 엄청난 괴력으로 바닥을 기었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그때.


"혀... 현수야!"


소란스러운 소리에 정신을 차린 누나가 나를 보며 소리쳤다.


"누나!"


잠시 힘이 풀렸고 그 기회를 그놈은 놓치지 않았다.

그놈은 벌떡 일어나 주희누나에게 달려들었다.


"힉힉힉! 그래! 그래! 그래!"

"씨발! 안 돼!"


푸슉-


"아아아아악!"


주희누나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창고 안에 울려 퍼졌다.

그놈의 날카로운 칼이 누나의 복부를 찔렀다.

누나의 배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그놈은 미친듯이 웃으며 칼을 거둔다.


"이걸로 안 죽잖아? 힉힉힉! 목! 목을!"

"씨발련아!"


나는 그놈을 밀쳐내며 쓰러진 그놈의 위에 올라타 양손으로 그놈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켁! 켁! 현... 현수야! 현수야! 켁! 힉! 힉힉힉!"


그놈은 나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그놈을 짓누르고 있는 몸에 힘을 주었고 목을 조르는 손도 절대 풀지 않았다.

이 손을 푸는 순간 누나와 나는 죽는다.

그러니 죽여야 한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샥-


그놈은 칼을 쥐고 있던 손을 마구잡이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옆구리가 그였다.

죽여야 한다.


푸슉-


허벅지가 찔렸다.

전혀 상관없다.

절대 이 손을 놓으면 안 된다.

죽여야 한다.


푸슉-


아랫배가 찔렸다.

그렇지만 여전히 힘을 풀지 않았다.

죽여야 한다.


"현수야!!!!!!!!!"


주희누나의 비명에 가까운 절규가 들렸다.


푸슉-


이번에는 왼쪽 가슴이 깊숙히 찔렸다.

그러나 절대 이손을 놓을 수 없다.

죽여야 한다.


"안 돼!!!!!!!!!"


누나가 오열한다.


푸슉-


복부 한복판이 찔렸다.

숨 쉬는게 어려워졌다.

그래도 놓을 수 없다.

죽여야 한다.


"그만! 그만하라고!"


스윽-

눈 밑이 일자로 그였다.


"켁! 케... 켁!"


그와 동시에 그놈의 팔이 축 늘어졌다.


"힉... 힉... 히..."

그놈의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이제는 들리지 않았다.

내 눈앞에는 거품을 물고 축 늘어져 기절한 그놈이 보였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눈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서늘한 통증이 파도처럼 몰려들었다.

그러나 아프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터덜터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수... 현수야... 현수야..."

누나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나는 누나가 있는 곳을 향해 한 걸음... 또 한 걸음...

바닥에는 내 몸에서 흘러내린 붉은 피들로 흥건했다.


"헤헤... 누나..."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다.

누나를 지켰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냈다.


"누나... 주희누나..."
"현수야 제발... 아무 말도 하지마 제발..."

누나는 이미 난도질 당한 만신창이의 나를 보며 애원하듯 말하였다.

손과 발이 묶여 있는 주희누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미칠 지경이었다.

아쉽게도 내 눈에는 그런 누나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다.

이미 모든 것이 새하얗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누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달콤한 누나의 목소리도 점점 먹먹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사랑해... 사랑해... 그리고 미안..."


털썩-


마지막 말을 끝으로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안 돼!!!!!!!!!!!!!!!!"


주희누나의 비명이 들리는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고요했다.

아주 고요했다.

전신을 휘감던 통증들도 이제는 느껴지지 않았다.

눈 앞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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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두 편 올리고 내일 부터는 다시 한 편씩 올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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