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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주희/라떼] 거짓말 1앱에서 작성

DKsou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09 23: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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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액체가 커피 머신에서 흘러나온다.



조용히 커피 내리는 소리와 누군가의 희미한 숨소리를 제외하면 카페 안은 적막했다.



주희는 불안하다.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 때도, 필터를 씻을 때도, 물을 부어낼 때도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건 본인의 심란한 마음 때문도 있었겠지만, 각각 카페의 한구석을 채운 두 사람 때문이겠다.



‘언니… 나랑 사귀면 안 돼?’



술 내음이 풍기는 촉촉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차라리 그때 거절하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둘 사이에서 이토록 고민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안 괜찮아도 괜찮다고 말할 남자.



괜찮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황을 자신에게 돌릴 여자.



3주 전 주희의 집에서 그 일이 있고, 라떼는 눈에 띄게 주희에게 친근함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현수가 있는 곳에서조차.



라떼는 주희의 곁에서 떠날 생각을 몰랐다.



이상하리만치 가까운 둘 사이의 평균 거리가 현수를 불편하게 했지만, 원체 소극적인 탓이기도 하고 처음에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애초에 현수가 느낀 불편함은 둘 사이의 관계 때문이 아니었다. 단순히 주희와 함께할 시간이 줄어들었기에 생겨난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주희는 현수와 나누는 대화보다 라떼와 나누는 대화가 더 많아졌다.



“누나, 저 이거 라떼한테 갖다 줄…”



“언니~ 나 왔어!”



“어머, 요즘 자주 들르네? 무슨 일 있어?”



“응? 그냥… 배달원한테 미안하잖아?”



“그건 그렇고, 언니 내가 추천해 준 영화 봤어? 거기서…”



그나마 무언가가 통하기 시작한 듯 보였는데, 현수는 그 실낱같은 관계마저 가로챔 당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했다. 현수에게도 연애 감각이 넘쳤던 것은 아니지만, 그의 본능적인 느낌에 의하면 이 썸이라는 단계도 거의 지나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둘은 그 이상 가까워지지 않았다. 무언가가 둘이 나아갈 앞길을 막고 있었다.



2주가 지나자 그는 점점 조급해졌다.



지난 몇달간, 다신 없을 인연을 완성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했었다. 그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그녀를 위해서.



자신의 노력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았다.



단순한 착각으로 넘기기엔, 주희는 이미 현수에게 키스한 뒤였다.



일주일이 지났다.



사람이 공기처럼 빠지고 카페가 한순간 한적해졌다.



적막을 깨는 지금이, 현수가 기다리던 시간이다.



숨을 몇 차례 들이마시고 내쉰다. 심장이 이토록 떨린 적이 없었다.



주희가 커피를 서빙하기 위해 현수 쪽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커피를 내려놓는 적당한 타이밍에,



“누나, 혹시 이번 주말에 시간 되시면 저랑…”



하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은 중간까지만 나오다가 끊겨버렸다.



“잠깐. 이번 주말은 안돼.”



대답한 건 주희가 아닌 라떼였다.



“나랑 아쿠아리움 가기로 했거든. 그쵸? 언니?”



“으응…? 아아, 그랬…었지. 응.”



저 새끼랑 말하지 마요. 라떼의 생각이었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건 현수뿐만이 아니었다. 현수가 주희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 라떼 또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현수는 알지 못했다.



“아… 약속이 있었구나…”



현수의 몸에서 바람이 빠졌다. 그 순간만큼은 어느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



“……”



그리고, 그런 약속 따위 없었다는 걸 알면서도, 주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현수의 아쉬워하는 기색이 눈에 밟혔음에도.



주희 본인도 자신이 왜 이런 거짓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가까이만 있어달라는 라떼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었을 뿐이다.



분명, 연인 관계도 아닌 사람 때문에 머리 아파하는 건 정상이 아닐 텐데.



두 사람은 각자의 세상에서 한참이나 머리를 싸맸다.



라떼는 더없이 기쁜 마음을 감추려고 애썼다.



//



주말은 어김없이 다가왔다.



불 꺼진 방 안은 그늘이 점령해버렸다. 햇빛만 간신히 발을 들이고는 그의 옆구리만 비추는데 그쳤다.



먹고 안 치운 맥주캔만 키보드 옆에 덩그러니 있다. 그 옆엔 휴대폰이 있다. 만지고 싶지 않은 휴대폰이.



연락하면 받으리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알바를 시작한 이후로 이런 적은 없었는데…’



현수는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었다. 라떼와 있을 주희를 그리며.



권라떼, 역시 그녀가 범인일까. 소중한 언니를 빼앗기지 않으려 나와 주희의 사이를 막으려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둘이 단순한 언니와 동생 그 이상의 관계가 되리라곤 아직 상상하지 못했다.



그보다 문제였던 건 주희의 태도였다.



암묵적으로 둘이서 이끌던 관계가 한쪽만 노력하는 관계가 되었다.



주희는 더는 현수를 위한 일을 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나가서, 권하늘과 함께 물고기를 구경하는 누나의 손목을 붙잡고는, 순식간에 수족관을 빠져나오고, 건물 그늘을 벗어나고픈 충동이 들었다.



그러나 전부 소용없었다. 현수는 선천적으로 라떼만큼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없었고, 심지어 그녀는 지금 맹목적인 사랑에 빠진 상태였다.



시선은 걱정이 무색하게 휴대폰으로 또 향한다. 울리지 않을 휴대폰.



“…!”



그게 방금 울렸다.



알림이라면 그쳤을 진동이 계속, 계속 울린다. 환해진 화면 너머 전화 수신인의 이름이 믿을 수 없이 반갑다.



헛기침을 연신 해대며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여보세요?”



그새 그리워진 목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누나? 라떼랑 있는 거 아니었어요?”



“응. 지금 같이 구경하고 있어. 너는?”



“저는 뭐, 그냥 혼자 나왔어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그냥, 잘 있나 해서. 혼자 심심하지…?”



“에이. 카페도 안 가면 맨날 혼자인데요. 뭘.”



“그럼 혹시, 카페에서 말하려고 했던 거 뭔지 기억나니…?”



“아… 그거요?”



“이번 주에 괜찮냐고 하지 않았어…? 미안… 라떼랑 먼저 약속을 잡아버려서 어쩔 수 없었어.”



해야 할 말은 숨기고, 거짓말만 앞으로 내세운다.



“아, 아뇨. 괜찮아요.”



“정말 괜찮은 거지?”



“저 그런 걸로 마음 안 상해요. 편하게 놀다 와요.”



“그래, 그럼 카페에서 봐?”



카페에서 보자는 그 말을 끝으로 통화는 뚝 끊겼다.



주희의 활기찬 잔향이 공기에 퍼져있다가 금방 사그라들었다.



휴대폰이 닫히니 그제야 후회가 밀려왔다. 다음 주말에라도 같이 놀러 가자고 말했어야 했다. 현수는 어째서 그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탄식했다.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는 걸 들통나버릴 것 같아서였다.



그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한, 내일 다시 카페에서 마주쳐도 함께 데이트하자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익숙한 무력감에 짓눌린 기분으로 망상과 잠만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라떼 또한 현수의 모습을 짐작하고 있었다.



데이트 신청을 했을 때, 그 희망을 가로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던 그 순간, 현수의 표정이 생생하다.



지금쯤 풀이 잔뜩 죽어서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겠지. 좋아하는 사람을 붙잡지도 못한 자신에게 욕이나 퍼붓고 있겠지.



상상만 해도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짜릿했다.



그녀는 빼앗고 싶었다. 그토록 사랑하는 가족과 같은 사람을. 다시는 아무도 가져가지 못하도록.



그렇게만 된다면, 그녀의 헐벗은 몸도, 아련한 신음도, 에메랄드빛 눈동자도, 전부 라떼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아쿠아리움을 돌며 주희와 팔짱을 끼고, 말을 주고받을 때마다 심장의 떨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파란 수족관 조명이 비추는 주희의 얼굴을 몇 번이고 곁에서 바라봤다.



덧없이 먼 산을 바라보는 듯한 주희의 눈빛이, 그녀에게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주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때면 전율마저 일었다.



밤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라떼는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주희를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오늘의 주희는 라떼 자신만을 위한 선물이었다.



“하늘아,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잠깐 여기서 구경하고 있어.”



“응? 나도 같이 가.”



“넌 아까 갔다 왔잖아. 혼자 둘러보다가 예쁜 물고기 있으면 이따 말해줘야 해?”



그리고 주희는 현수를 찾았다.



훔쳐 들으려던 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좋아하면 장난도 치고 싶은 법이니까. 라떼는 그저 주희를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곧이어, 화장실로 가는 모퉁이 뒤편에서 라떼는 멈춰섰다.



주희는 현수에게 한 거짓말과 현수가 느꼈을 서운함을 모두 마음에 담고 있었다. 그러나 라떼는 아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며칠 전부터 쌓아왔던 기대감이 무너진다. 환상이, 깨어져간다.



순간 들이찬 그녀의 생각 속엔 오직 분노와 배신감 뿐, 다른 건 보이지 않는다. 주희의 벽에 기댄 몸과 웃는 얼굴에서 순식간에 원망이 피어오른다.



“우와~ 언니, 이 물고기 알아?”



“키싱구라미…? 처음 듣는데?”



“어렸을 때 봤던 기억이 나. 얘네, 자기들끼리 막 뽀뽀한다?”



“정말?”



마침 그들의 눈앞을 지나가던 키싱구라미 한 쌍이 입을 맞춘다.



“신기하네…”



“그래? 근데 난 신기하기보단…”



문득 팔짱을 끼고 있던 팔의 압박이 조금 강해진다.



“그냥 쟤네들을 보다 보면… 나도 키스하고 싶어진달까?”



주희가 흠칫 놀란다.



아까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던 라떼와의 접촉이 갑자기 묘하게 느껴진다.



어디선가 찬바람이 불어온다. 저 멀리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희미하게 들려온다.



“… 언니. 에어컨 바람 추워.”



라떼가 더욱 가까이 붙는다. 주희의 얼굴을 타고 야릇한 감각이 올라온다. 안 그래도 틈이 없던 둘의 거리가 그 이상으로 가까워진다.



마침 사람도 몇 없다. 둘 주변의 공기만 멈춘 것 같다.



차가운 맨살의 감촉이 주희에게 그날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갑자기 아랫배가 얕게 떨리는 듯하다.



“라, 라떼야, 다른 것도 보러 갈까? 아까 펭귄 보고 싶다 했잖아. 그거 보러 가자.”



“응… 그러지 뭐.”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주희를 보며 라떼는 순순히 맞장구쳤다.



주희는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 주변을 둘러보는 척을 했다.



‘이렇게만 해도 얼굴 붉히는 주제에.’



그리고 그 옆모습을 보면서 라떼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그 몸만 허락하면 애원하듯 안길 거면서. 김현수 따위는 생각도 안 나게 만들어줄 수 있는데.’



수족관을 나올 때까지 내내 라떼의 흑심은 주희를 찔러댔다.



“언니, 우리 여기 근처 호수 가볼까? 꽃도 피었데. 구경 가자.”



“그럴까? 사람만 너무 많지 않다면야…”



그러면서도 아직은 주희가 자신과 있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주희는 호수를 걸으면서도 아까처럼 라떼와 붙기를 꺼려 했다.



라떼가 싫어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안에서 올라오는 ‘묘한 감각’이 익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 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라떼를 바라보며 나쁜 생각을 떠올리는 자신이 수치스러웠다.



동시에, 라떼가 그날 한 고백은 진심이 아니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럼에도 라떼는 그 ‘묘한 감각’을 자극시키고 일깨우기를 멈추지 않았다. 주희가 라떼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라떼는 손쉽게 주희에게 달라붙었다.



“우와~ 언니, 일로 와봐! 여기 예쁘다. 사진 찍자.”



라떼가 아무렇지 않은 척 갑작스레 주희의 옆구리를 끌어안았다.



“으응…?!”



주희의 당황한 기색이 한눈에 보인다. 그럼에도 라떼는 게의치 않고,



“자, 빨리 이쪽 봐.”



상기된 표정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다.



“히히, 언니 예쁘게 나왔다.”



혼자 앞서서 걸어가며 갤러리에 들어온 사진을 본다. 며칠 전 짧게 잘라보라고 말했던 머리카락이 귀엽다.



그것보다도, 팔에 아직 남아있는 그녀의 향기가 라떼로 하여금 고양감에 휩싸이게 했다.



주희 또한 연신 옆구리를 쓸어내리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잠재웠다.



저녁을 먹을 때도 라떼의 신경은 오직 주희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다.



“우와… 경치도 엄청 예쁘네.”



“그치? 우리 이런데 자주 오면 안 돼?”



“비싸니까 가끔씩 오면 좋을 거 같아. 오늘 라떼한테 여러번 고맙네?”



원래라면 기쁘게만 들렸을 말들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당연하지. 일부러 창문 옆자리로 예약까지 했는데.’



더, 그녀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싶다. 할 수 있는 한 그녀에게 달라붙고 싶다.



사랑도 관심도 점차 끈적한 집착으로 변모해간다.



하얗게 드러난 어깨로, 포크를 쥔 채 능숙히 파스타를 모으는 긴 손가락으로 자꾸만 시선이 간다.



연하게 푸른 핏줄이 서린 저 손으로 자신의 몸을 더듬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라떼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다리를 자꾸만 배배 꼬게 된다.



“라떼야…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니…?”



“음…? 아니? 언니야말로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데? 음식이 별론가?”



“으응… 그래? 난 괜찮아. 음식도 맛있고, 우리 라떼랑 먹으니까 더 좋은 거 같아.”



‘거짓말.’



주희가 눈앞에 있는 자신을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눈이, 꼭 현수에게 닿으려는 것처럼만 보인다.



“나 좋자고 다니는 건데 뭘… 히히.”



“그래도 오늘 라떼 덕분에 즐거웠어. 고마워.”



또 한 번 보드랍게 웃으며, 싱긋 무해한 미소를 날리는 주희.



얌전한 주희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그녀를 더욱 초조해지도록 만든다.



“진짜 즐거운 건 시작도 안 했는데.”



핸드폰을 귀에 댄 채 환하게 웃던 언니의 얼굴이 자꾸만 거슬린다. 당장이라도 주희의 머릿속에서 현수를 지워버리고 싶은 라떼였다.



“그게… 무슨 말일까?”



“언니는 오늘 정도로 만족해?”



더, 원하길 바란다. 라떼 본인이 그녀를 원하는 만큼, 그녀도 라떼를 원하길 바란다.



“응. 나는 라떼랑 같이 있으면 언제든지 만족해.”



“난… 더 언니랑 같이 지내고 싶어.”



“그럼, 지금은 같이 지내는 게 아니야?”



“매일이 이랬으면 좋겠다고. 가끔 만나는 게 아니라.”



눈이 맞는다. 주황색과 초록색, 서로의 투명한 홍채를 음미한다.



“나 가보고 싶은 곳 엄청 많아. 언니가 같이 가줬으면 좋겠어.”



“여행이 가보고 싶었구나? 언젠가 또 시간이 되면 같이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라떼는 생각한다. 그게 아닌데. 내가 하고 싶은 건 여행이 아닌데.



“… 필요 없어.”



“…?”



“그딴 거 필요 없다고.”



한순간 목소리로 본심이 튀어나왔다. 그건 하루 종일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꾸며왔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라떼 자신도 그것에 섬찟 놀랐을 정도로.



주희는 동시에, 라떼의 눈 속에서 슬픔과 뒤섞인 무언가를 보았다.



“라떼야…”



“나랑 이러고 있으면 현수가 뭐라 안 해? 아, 걔는 우리가 무슨 사이인지도 모르지? 언니는 그 와중에 현수랑 연락이나 주고받고 있고.”



 아까 라떼 몰래 연락한 것을 들켰다는 사실에 주희는 등골이 서늘했다.



“… 제대로 말도 안 하고 약속 가로챈 건 너야. 그게 미안해서 전화한 것뿐이었어.”



“그럼 왜 그때 걔한테 말 안 했어? 얘가 거짓말 치는 거라고, 그런 약속 없다고 말했어야 되는 거 아냐?”



“그야…!”



주희는 화내고 싶지 않았다. 라떼에게 억울한 감정도 없었다. 동시에 아끼는 동생을 실망시키고 싶지도, 현수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널 아끼니까… 내가 어떻게 그래…”



“… 얼마큼. 현수보다 더?”



“똑같아. 내겐 현수도 너도 소중한 사람이야.”



“아니! 그럴 수는 없어. 왜냐면, 내가 언니를 포기하면, 언니는 현수랑…!”



“……”



주희도 말을 더 이을 수 없었다.



“내가 더 노력했는데… 내가 더 사랑하는데…”



“… 라떼야 그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얘기하자.”



“안돼. 갈 거면 나랑 자고 가.”



머리가 뜨거웠다. 주희는 라떼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확실히 말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현수에게 표했던 애정을, 쌓아둔 관계를 끊어내기란 더욱 힘든 일이었다.



“내가 싫으면 그냥 지금 싫다고 말해.”



“조금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볼게 라떼야.”



“아니면, 나랑 이렇게 놀고 이젠 그 새끼랑 데이트하려고?”



과연, 아니라고 답할 수 있을까.



현수와는 사귀는 사이도 아니다. 알바를 시작하고 알고 지낸지는 반년도 채 되지 않았다. 반면 라떼와는 몇 년의 우정도, 비 오던 날의 특별한 인연도 있다.



‘좋아하던 사람과 비슷한 사람’이라고 말했어야 했나.



그녀에게 현수와의 관계를 더 설명하기가 복잡했다.



“설마, 그 새끼하고도 한 거 아니지?”



“라떼야!”



“아니야? 그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집착해? 솔직하게 말해봐. 어디까지 했냐고.”



주희도 더는 감추기가 어려웠다. 눈을 감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 키스.”



“하, 뭐?”



라떼가 코웃음을 쳤다. 주희는 그것이 현수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 내가 찾아가서 말하면 되는 거잖아.”



“말하다니? 뭐를…”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 포기하라고.”



라떼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언니랑 나랑은 할 거 다 했으니까, 걔한텐 꺼지라 하면 되는 거잖아.”



“라떼야, 오늘 일은 현수한테 말하지 마.”



“말하지 말긴 무슨. 어차피 찐따라서 한마디도 못할걸.”



휙 돌아선 라떼의 뒷모습을 주희는 멈춘 채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현수가 상처 입을까 두려웠다. 그 말인즉슨, 주희는 아직도 현수와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소리다.



한편으로는, 라떼의 말처럼 한 명을 확실하게 버린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일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는 주희 자신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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