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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노빠꾸 권하늘모바일에서 작성

이상4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5 18:37:58
조회 789 추천 20 댓글 6
														

하늘이는 대체로 주저하지 않았다.


내가 처음 매니저를 할 때도…


“야, 뭘 쫄고 그래? 그냥 하면 되지.”


밤에도…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아? 어떡해…?”


이때는 둘 다 처음이라 긴장했으니까…


어쨌든 나와는 달리 모든 면에서 자기 할 말이나 할 일은 다 하는 편이다.


그리고 나와 하늘이 사이에는 아직 정리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 중에는 부모님 문제도 있고, 다른 것들도 있지만.


그래도 부모님 얼굴을 보게 되는건 제일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엄마?”


삭막한 분위기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하늘이었다.


“얘, 나쁜애도 아니구, 뭐 그냥 착해! 봐줄만 해!”


하늘이 변명하듯 눈 앞의 상대에게 서투른 말들을 쏟아낸다.


“중학교 때 하늘이가 괴롭혔다면서?”


“윽…”


등줄기를 따라 식은땀이 흐른다. 입 안으로 스미는 공기가 텁텁하다.


상대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서 짧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하늘이가 놓칠새라 꾹 눌러잡은 내 왼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사이로 축축한 물기와 긴장이 배어나왔다.  


“근데 왜 우리 딸이랑 같이 일해요? 뒷통수라도 치려고?”


“엄마, 그런 게 아니고 얘는…”


“넌 잠깐 나와 있어라.”


“어…?”


“잠시만 나가 있어. 엄마 이야기좀 하게.”


그제서야 손에 쥐어졌던 압박이 천천히 풀린다. 하늘이는 불안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방 밖으로 자리를 피했다. 잡혀있던 손이 서로의 땀으로 흥건했다.


휴지 몇장을 꺼내 손을 닦아내고 있자 하늘이 어머니가 궁금한 듯 물었다.


“…우리 딸이랑 계속 손잡고 있었어요?”


“네, 많이 긴장하면 자주 그러더라구요…”


어머니는 그 말을 듣고 장난스럽게 픽 웃었다. 상대의 저의를 도저히 알 수 없다. 이럴 때는…


“혹시 저한테 화… 나신건가요?”


“미안해요. 내가 너무 심했나? 현수씨한테 그런 거 아녜요. 하늘이 내보낼 핑계를 좀 만드려구요.”


저도 연기가 좀 돼서요. 하며 어머니는 빙그레 웃고선 말을 이었다.


“…사실 화는 저한테 났어요. 내가 내 자식새끼 잘 못 가르쳐서 괴롭혔다는데, 그냥 그게 너무 미안하고, 그 마저도 용서해줬다는게 너무 고마워서요.”


아… 예전에…


“혹시 그걸 들으…셨어요?”


“미안해요. 실은 얘가 요새 뭔 일 생기면 바로 저한테 달려와서 다 말해요.”


다? 전부?


“아… 권하늘…”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도대체 어디까지 말 한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서 더 그랬다.


“근데 중학교 동창이었다는 이야기는 이번에 하늘이한테 처음 들었어요. 원래 아는 사이인 줄은 알았는데.”


“네, 중학교 때 처음 만났어요. 그러다가 성인 되고 나서 만난거고요.”


“그럼 꽤 오랜만에 만난 거네요?”


“네 거의 사오년만에…”


“근데 왜 기껏 그렇게 만나서 부산으로 도망을 갔어요?”


그제서야 형체없던 불안감의 정체를 똑바로 마주할 수 있었다.


전부 다 말했다는 것은 곧 나의 잘못도 알고 계시다는 것.


듣자마자 숨이 턱 막혔다.


“안, 아니… 그… 죄송합니다…”


“잘 가다가 힘들면 또 그렇게 도망갈 거에요?”


“아니요, 그건 정말 실수에요…”


“그래요. 그래 보이긴 하네.”


어머니가 앞에 놓인 찻잔을 입가에 가져다 놓았다.


“하늘이 사랑하죠?”


“네. 네? 전 그냥…”


“…그냥?”


어머니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요새는 그냥 손잡고 뽀뽀도 하고 그러는 건가? 벌써 시대가 그렇게 변했나? 나때는…”


“아니요, 아니요! 사랑, 많이 사랑해요! 하늘이…”


나는 이후에 더 나올 말이 두려워 황급히 대화를 덮었다.


그런데 유독 사랑이라는 단어가 입 안에서 오래 씹혔다. 미래에 대한 확신은 여전히 없었고, 세간의 시선이 주는 불안감은 더했다.


문제가 터지면 언제라도 반대편으로 도망칠 준비가 되어있는 관계를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네? 어떤…”


“부디 하늘이 잘 돌봐주세요. 부모 덕이 모자라 돈도, 사랑도 부족하게 키운 아이니까.”


어머니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아이처럼 요구해도 다 들어주세요. 그게 제 부탁이에요.”


*


“…엄마랑 무슨 이야기 했어?”


“너어…”


홧김에 하늘의 한쪽 볼을 잡아당긴다.


“대체 어디까지 이야기 한거야! 낯뜨거워서 죽을 뻔 했잖아!”


“아이 그… 미아내…”


“자기 맘대로 말하기나 하고…”


말이 끝나던 찰나에 하늘이가 보기보다 어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성숙하다고 여겼던 예전의 모습보다 훨씬.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으로를 도대체 어떻게 바라보는지.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너희 어머니께서 그랬듯, 이제 나도 너의 의중을 알아야겠다.


“하늘아, 만약에…”


한 번 말을 삼킨다. 그리고 천천히 말하고자 하는 것을 뱉는다.


“우리가 이제 그만 만나야 된다고 하면… 어떡할래?”


둔중한 엔진음 사이로 침묵이 흐른다. 여전히 대답을 견뎌야 하는 시간은 고통스럽다.


“…왜?”


하늘이 조금 당황한 채 물었다.


“엄마가 뭐라고 했어?”


“그런 게 아니라…”


언젠가는 준비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말까지는 도저히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내가 무슨 대답을 해야 해?”


“원하는 대답이 있는 건 아니야. 그냥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할 건지 알고싶어서.”


하늘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그럼 헤어져야지 어떡해.”


“…생각보다 되게 매정하네.”


“니가 먼저 그랬잖아. 헤어지면 어쩔 수 없는거지.”


“그래… 다행이네.”


조금 쓰라린 대답이지만 속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질 일이 왜 있냐면서 막무가내로 우기는 것 보다는 더욱 대책이 굳게 서있는 일일 테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받아들이는 게 내가 원했던…


“흐끅…”


어?


“야, 너 씨발… 다시 말해봐. 뭐? 다행?”


아, 이게 아닌데…


“아니 그게, 왜 다행이냐면!”


“헤, 헤어지는 게 다행이야? 그게 니 생각이고?”


“하늘아…”


“그만 만나자는 것도, 진심인거지?”


“그런거 아니니까, 잠깐만…”


“누구야? 나 말고 다른 애 누구 만나는데?”


“안 만나, 안 만나고 방금 그 말도 그냥 해 본 소리였어!”


애써 무마하려고도 해 봤지만 이미 옆자리에서 서럽게 울기 시작한 사람을 고작 말 몇마디로 다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내가 미안하고. 우리 앞으로도 절대 안 헤어지는거다? 응?”


“……그럼 결혼해! 너 자꾸 그런말 하는거, 나 불안하니까. 결혼하자고!”


“뭐…? 결혼?”


“이거 봐, 벌써 주저하는 거. 넌 나한테 이정도인거지?”


조금 당황스럽지만 언제까지고 얌체 쫌생이로 살 수는 없다. 그래, 가끔은 강단있게 나가야 할 때가 있다. 바로 지금처럼.


“그래! 해 그럼! 하자! 결혼!”


*


“이렇게 해서 니네 엄마랑 내가 결혼한 거야.”


“아빠.”


“응?”


“그니까 아빠가 시험하려고 엄마 마음을 떠봐서, 엄마가 결국 울었다는 거야?”


“그렇…지?”


“…”


“……”


“아빠 되게… 별로다.”


“왜, 왜… 아니 뭐가…!!!”


<끝>


예전에 음침하게 유동으로 올리고 뒤에서 반응보고 킥킥댔던 팬픽입니다

옛날 팬픽 수정하니까 감회가 새롭네요 아쉬운 부분도 보이고

더 열심히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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