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작년 12월...

그 날도 럽딜갤 눈팅하던 도중 눈나네 집 앞 골목 배경으로 쓰인 곳을 실제 사진 찍어서 올려둔 글을 봤다

주희견인 나로선 상당한 흥미가 있었으나 누군가에겐 엎어지면 코 닿을거리가 부산 사는 나에겐 백날 엎어져도 안닿는 거리이니...

날도 춥고해서 날 좀 풀리면 가야지 하다가 이번 주말에 다녀옴

한남역 근처쪽에서 큰 길 좀 타다가 언덕 살살 올라서 가는데 엄청 허름한 집도 보이고 그렇더라

거기다 길 곳곳에 가구나 큰 쓰레기들 막 나와있고 그렇던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눈치채는게 맞았지만 눈나네 집 앞 본다는 생각에 설레서 다른 알빠노 요소에 대한 판단력이 떨어짐) "음 엄청난 동네로군..."하면서 쭉쭉 올라갔다

드디어 도착한 눈나네 집 앞

"여기마저 쓰레기 내놨네... 사진찍기 조금 거슬리는구만" "바로 왼쪽 집은 사진에선 실외기 2개 보였는데 다 없는거보니 이사갔나보구나" 생각하며 문 쪽으로 가니

한남동 이삿짐 적힌 종이들 대문에 막 붙어있고 그 옆집도 막 붙어있고 하길래 "아 다들 이사갔군 여긴 더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음

토요일이라 비가 왔었기 때문에 날도 흐렸고 바람도 유난히 많이 불었는데 빈집들 앞에서 바람맞고 있으니 여긴 눈나는 커녕 그 누구조차 살지 않는다는 사실이 뭔가 쓸쓸하게 느껴지더라

그렇게 골목을 뒤로 하고 다시 내려가는데...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이주기간 : 2023.10.30.(월) ~ 2024.05.15.(수)

ㅋㅋ

재개발엔딩행ㅋㅋ

아 어쩐지 신경은 안썼지만 묘하게 인기척도 없고 진짜 허름한 집들도 있고 혼자 가구 트럭에 실으면서 나르는 아저씨 보이고 거리 곳곳에 커다란 가구들 나뒹굴고 하더니 재개발이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이주기간 거의 끝자락ㅋㅋ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비오는 날 혼자 폐가촌 돌아다닌 꼴 됐노 ㅋㅋ

그렇게 용산역에서 친구 좀 만나서 밤까지 있다가 헤어졌는데 문득 약속 때문에 낮에 갔는데 원래는 밤 풍경이 더 찍고 싶었던 생각이 남

아무래도 사안이 사안이고 거리가 거리니 다음에 올 때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밤 풍경을 찍으러 또 감ㅋㅋ

가로등 생각보다 쨍하더라...

다행히 비는 그쳤는데 그래도 비와서 젖은 날 밤에 혼자서 폐가촌에 사진 찍으러 가는 미친 기행에 내 자신에게 웃음이 나오긴 하더라

그와 동시에 "이러다 사람 마주치거나 방범용 CCTV로 나보면 되게 수상해보이겠다 무슨 빈집 털러온거처럼 보이겠노;;" 하면서 괜시리 쪼리는 마음으로 걸어다님

그렇게 정말로 이 골목을 뒤로 하고 나옴

아 그리고 재미삼아 백현동 아임홈에서 여기까지 네이버 지도로 찍어봤는데 버스 내리면 18분 정도 걸으라고 뜨더라

라떼는 그짓말을 하지 않았어....

근데 폐가인거 모를 때는 동네 분위기가 너무 을씨년스러워서 "와 이 정도면 내가 자진해서 눈나 퇴근길 데려다 주고 싶은 비쥬얼인데" 싶었더니 사실은 동네에 사람이 없어서 분위기가 더 안좋았던거고 ㅋㅋ

이튿날엔 아임홈 함 다녀오고

석촌호수도 다녀왔...뭐야 저거 치워!

원래 사진도 이 옆 데크에서 찍어야 되는데 저거 때문에 데크 못들어가게 막음 ㅅㅂ(+사람 개많아서 어차피 못갔을듯)

근데 문득 석촌호수 산책하는데 날 좋아서 사람들 엄청 많은게 어제 눈나네 동네랑 정반대라는 생각이 들면서

거긴 눈나는 커녕 그 누구도 더이상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현실로 쓸쓸함을 주었다면

오늘은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데 눈나는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아.....

뭐 대충 그랬다는 얘기고 지금은 부산 돌아와서 이렇게 글 쓰는 중

원래 글쓰거나 댓글쓰면서 노는 타입이 아니라서 고닉 같은 것도 없고 초창기부터 거의 눈팅만 했지만 그래도 눈나네 동네 밀어버린다는데

추후에 뒤늦게 가보겠다며 찾는 사람이 없기를 빌며 + 마지막으로 보라고 글을 등록하며 마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