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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리뷰

김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12.14 01:59:51
조회 1873 추천 14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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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 1주일 지나서 쓴거라 틀린 부분 있을 수 있음

중간부터 스포일러 있으니 주의해주시길ㅇㅇ



- 주간부에 남는데 실패한 샤오쓰는 야간부로 옮기면서 소공원파와 어울린다. 소공원파는 당시 시대상에 반항하는 학생으로 이루어진 갱단의 하나로 빈번히 일탈을 감행한다. 그 일원이 된 샤오쓰는 어느날 학교를 몰래 빠져나와 근처의 영화 촬영장에 몰래 들어간다. 샤오쓰와 친구들은 스튜디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를 잡는다.
  
 그들은 이 때, 일종의 자유로운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땅에서 떨어져, 멀찌감치서 바라보는 기분으로 세상을 대한다 - 영화의 배경이 되는 억압적인 시대상을 고려하면 세상으로부터의 도피는 소년들로 하여금 분명 훌가분한 기분이 들게 했을 것이다. '잠시 세상으로부터 떨어져서 세상을 조망한다' 이는 에드워드 양 감독이 지닌 영화에 대한 철학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원이 아닌 잠시일 뿐이며, 샤오쓰와 소년들은 여전히 그 세상에서 살고있다. 실수로 책을 한 권 떨어뜨리고, 그들은 들통나고 만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샤오쓰는 학교 선생에게 불려가게 된다. 교복에 숫자가 적혀있었기에 도망칠 수조차 없다. 갑갑함을 느끼는 샤오쓰는 촬영장에서 가져온 손전등을 계속 껐다 켰다 한다. 스튜디오를 조망할 때와 같은 자유로움이 실재하는지, 아니면 자신에게 허락된 것은 어둠뿐인지 생각해보기 위해 좋지도 않은 눈으로 손전등의 빛과 어둠을 번갈아본다.
  
 샤오쓰와 소년들의 소공원파는 위에서 말했듯 시대에 반항하는 집단이며, 초반 자막 화면에 나오듯이 그들만의 실존을 구가하기 위한 집단이다. 하지만 그들이 학생이기에, 세상이 학생의 일탈을 용납하지 않기에, 그 외 여러가지 이유탓에 실존은 외부로부터 억압받는다.
 또한 그들의 실존은 집단 내에서도 억압받는다. 아이들의 체격이 제각각이듯 그들의 목표는 같을지 몰라도 방식이나 성격은 상이하다. 샤오쓰의 가치는 드믈지 않게 또래 아이의 다른 가치와 충돌한다. 
  
 (내가 관람했을 때 10분의 인터미션이 있었는데 그 시간 이전을 1부라 하자면)  1부에서는 이런 시대상과 소년들을 둘러싼 환경을 단편적인 시각으로 수차례 제시해준다. 낡은 집들, 군대가 돌아다니거나 주변 곳곳에 일재의 흔적이 남아있는 듯한 전쟁의 잔재, 군가가 들리면 멈춰서야 한다거나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인맥을 동원해야 상황 등등 샤오쓰 뿐만 아니라 여러 인물들을 보여주며 상황을 제시한다. 영화는 보여주기라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그 흔한 음악도 쓰지 않는다. 
  
 1부만 해도 2시간 정도인데, 이렇게 긴 시간에 걸쳐 시대상을 보여준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영화의 인물들이 세상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 세상은 부조리와 억압으로 가득하다. 세상은 빛을 보고 싶어하는 샤오쓰에게 손전등을 끄라고, 손전등에 미련을 버리라고 재촉한다.
  
 (스포일러)
   
 영화의 결말부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한계에 몰린 샤오쓰는 그의 실존의 목표라고도 할 수 있는 밍에게 달려가 호소한다. 그는 같은 소공원파였지만 소공원파와 대적하는 217파에게 몸을 맡긴 슬라이에게 밍이 샤오쓰를 버리고 부자인 전학생 샤오마에게 돌아섰다는 얘기를 듣는다. 샤오쓰는 밍에게 진상을 확인하려 한다. 그는 아마 밍에게 자신의 일부를 투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서로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함께 하면 완전해질 수 있다고 믿으며 이 세상에서 좀더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샤오쓰보다 먼저 세상을 겪고 알아온 밍은 샤오쓰의 믿음을 일갈하며 자신은 이 세상 그 자체라고 말한다. 세상의 부조리함을 수용하며 자신의 마음을 표출하는 샤오쓰를 이기주의자라고 말한다 (밍뿐만 아니라 영화의 다른 인물들도 샤오쓰가 자기 뜻대로 행동할 때마다 그가 특권을 누리려 한다는 듯이 이기주의자로 몰아세운다). 직후 샤오쓰는 집에서 가져온 칼을 빼어들어 밍을 찌른다. 그에게 있어서 밍의 주장은 자신의 실존 그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다. 그래서는 안되기에 그녀를 죽인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 역시 샤오쓰의 실존이 완성될 수 없음을 암시한다. 샤오쓰는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양 밍에게 너가 이렇게 죽을 리가 없다고, 일어날 수 있다고 중얼거린다.
  
 주변은 고요하다. 죽음을 자주 있는 일인 것처럼 크게 동요하지 않고 바라본다. 그러나 신문에 이는 미성년자가 저지른 최초의 살인사건으로 표현된다. 허니의 죽음은 사고로 표현되었다. 아마 소공원파가 217파에 가한 반격도 비슷할 것이다. 학생들은 실존을 구가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이를 귀찮은 일로 치부한다. 샤오쓰의 살인이 최초로 기록된 것도 단순히 너무 공공연하게 일어난 살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샤오쓰는 결국 감옥에 들어간다. 샤오쓰를 찾는 친구 캣의 목소리도 간수에 의해 닿지 않은 채, 샤오쓰는 살인범 장첸으로서 청춘의 막을 내린다.
   
  무엇이 나쁜 것일까? 분명 그들을 둘러싼 세상이나 사회이다. 누가 나쁜 것일까? 샤오마인가? 애매한 부분이지만 나는 이 영화가 감정을 숨기는 사람을 경멸한다고 생각한다. 허니가 죽기 전에 그에게 맞고도 그냥 넘어간 동산이나, 샤오마의 배신을 알리고(거짓말인지 아닌지 확정할 수 없지만) 샤오쓰에게 맞고 쿨하게 넘어간 슬라이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불순한 음모가 있을 것이라고 영화가 주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뒷일은 생각하지 않더라도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하는 한 시절의 소년의 손을 들어준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가족영화, 사회고발영화, 연애영화, 성장영화, 범죄영화 등 다양한 영화의 분위기에 심심하지 않은 유머까지 선사해준다 (덧붙이자면 결말부에 샤오쓰가 밍에게 호소하는 장면에는 웬만한 스릴러를 웃도는 서스펜스가 있다). 다양한 장르의 매력에 그 시대의 공간을 정교한 촬영을 통해 재현하기 까지 하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온전히 묶어내는 영화는 흔치 않다. 개인적으로 병렬적인 구성이 익숙하지 않아 1부는 약간 지루하게 다가왔지만 2부에 들어서 몰입감을 받았으며 결말부에서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역시 뛰어난 작품이었다.



세줄요약) 1. 러닝타임 4시간이어도 볼만한 가치있는 영화

               2. 밍이 팜므파탈처럼 나오는데 쵸큼...ㅎㅎ;

               3. 허니 그렇게 센 척하더니 암것도 못하고 걍 가버려서 좀 웃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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