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오역 있으니 틀린거 있으면 말해조

제5화

츠바키의 분노

모리시게에게 고민을 상담하는 호타루. 그 모습을 츠바키가 보고...

유나 - 쓰고 싶은 말은 있지만 정리되질 않는다, 는 건가......

호타루 - 네. 너무 흔한 말만 나와서요. 그래서 좀 더, 기뻐해 줄 만한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유나 - 응......

호타루 - 이번엔 어떤 말을 하면 기뻐해주려나, 그것만 잔뜩 생각하게 돼서요. 먼저 내 마음을 전해야 하는데......

유나 - 다른 일에서도 팬에게 보내는 코멘트 같은 거 하지?

호타루 - 하긴 하지만, 역시 잘은 못 해요. 사쿠라이 선배처럼 재치있는 말은 못 하고, 키치죠 군처럼 분위기를 띄우는 말도 못 하고. 하지만, 어물쩡거리면서 그게 나, 라고 현장의 분위기로 넘어갔던 부분도 있어요. 스스로도 아마, 그렇게 생각하고 넘겼을 거에요......

유나 - 그렇게 너무 골똘히 생각하지 마. 재치있지 않아도, 분위기를 띄우지 못해도 팬은 기뻐해 줄 거야.

호타루 - ......관객과의 거리라는 게 있잖아요.

유나 - 응?

호타루 - 모리시게 선배의 유닛에서는 그게 굉장히 가깝죠. 서로간의 사이에 호흡이 있는 것 같아요.

유나 - 우리는 뭐, 유닛의 과정이라고 할까, 활동 방향이 Prid's랑은 다르니까.

호타루 - 그래서일까, 오늘의 모리시게 선배의 대응이 정말 멋졌어요. ......이상적이었어요. 저도 다음 이벤트에서 그런 식으로 팬들을 웃게 하고 싶어요. 하지만, 분명 안 되겠지......

유나 - 키사키......

츠바키 - 보자, 보자...... ”머랭은 낮은 쪽에서부터 뚝 자르는 듯이 섞는다.” 하나도 팍 와닿질 않아...... ......응? 저기에 있는 건 호타루, 랑......

유나 - 나는...... 그게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어떤 걸 원하는지를 꽤나 잘 아는 성격이야.

호타루 - 제 입장에서는 부러워요. ......선배가 저였다면, 어떤 메시지를 쓰시겠어요, 이번에?

유나 - 어......

호타루 - 제가...... 키사키 호타루가 밸런타인 이벤트에서 어떤 말을 한다면, 관객이 가장 기뻐해 줄 거라고 생각하세요?

유나 - 그건......

호타루 - 선배라면 알 거에요. ......알려주지 않으시겠어요? 더는, 저...... 혼자서는,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아요. 부탁드립니다......

유나 - 아니, 그래도......

호타루 - 부탁드립니다......

유나 - ............

츠바키 - ............

호타루 - 저......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유나 - 잘 자. 오늘은 제대로 자라고.

호타루 - 네.

유나 - 후우......

츠바키 - 모리시게 선배.

유나 - 우와, 깜짝 놀랐다. 미야비노냐.

츠바키 - 아까 얘기, 들었어. 진짜 호타루를 위해서라면, 그건 알려주면 안 되지 않아?

유나 - ............!

츠바키 - 왜 알려준 거야? 그래선 호타루의 메시지가 아니잖아. 아무리 서툴러도, 정리되지 않아도, 호타루 자신이 생각한 말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거 선배라도 알잖아?

유나 - 잠깐 장소 좀 옮기자. 여기선 키사키 형에게 들릴 거야.

츠바키 - ......알겠어.

유나 - 여기라면 괜찮겠지. 아까 얘기지만, 미야비노. 나도 망설였어.

츠바키 - 망설였으면서 더욱 더 왜 알려준 건데?

유나 - 키사키 형이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었으니까다.

츠바키 - 진심으로 고민하면, 거짓말로 해도 된다는 거야? 그 때는 벗어날 수 있겠지만 말야, 자기가 뭘 했는지 깨닫고 나면 죄악감 때문에 상처입는 건 호타루라고.

유나 - 그건...... 알고 있어.

츠바키 - 알고 있다고? 진짜? 나중에 얼마나 호타루가 성장하든, 반성하든, 팬에게 빌려 온 말을 읽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아, 절대로! 작은 일일지도 모르지만, 호타루는 영원히 후회할 거야. 선배는 그걸 도운 거라고!

유나 - 나도 고민했다고 얘기했잖아!

츠바키 - ............!

유나 - ......아, 미안. 큰소리 쳐서.

츠바키 - 상관 없어, 사과하지 않아도.

유나 - ......미야비노도, 마음 속으로부터 키사키 형에 대한 걸 생각해서 말한다는 거, 알고 있어. 친하니까. 하지만 나도 다른 면에서, 그 녀석의 고뇌를 잘 알고 있어. 기대받고, 주목받는 괴로움. 설마 내가 아무것도 보답할 수 없는 걸까, 하는 중압감...... 발버둥치면 치는 만큼 수렁에 빠져서, 그 전까지 당연하게 했던 것도 갑자기 못 하게 돼.

츠바키 - ............! 그래서라고 해도,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도움을 준 거야? 다르게 도와줄 방법은 없었어? 호타루의 입에서부터 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거 말야.

유나 - 생각하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무것도 안 나오니까 그 녀석은 고민했던 거야. 모두가 전부 너처럼 강한 게 아냐, 미야비노. 가장 올바른 방법이, 최고의 구원 방법이 될 수도 없어.

츠바키 - 내 얘기를 하는 게 아냐. ”모두” 의 얘기 따윈, 더욱 더 하지 않았어. 내가 하는 건 친구, 호타루 얘기야! 선배는, 호타루의 처지가 자기랑 비슷해서 도와준 거야? 그게 ”올바른 방법” 이야?

유나 - ............! 팬 앞에서, 프로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퍼포먼스를 보여 줘서 상처를 입는 것도 그 녀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츠바키 - ......그건...... ......호타루는, 착실하게 하고 있으면서도 좀 더 해야 해, 라고 자기 자신을 구석으로 몰아넣는 버릇이 있어. 선배도 그거, 알잖아. 어떻게 말할지 알려주는 게 아니라 그대로의 호타루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해 주기를 바랐어.

유나 - 미야비노......

츠바키 - 그렇네, 호타루한테 상담 요청도 안 받은 내가 말할 건 아니지만 말야. 케이크 만들기에만 너무 얽매는 게 아니었어. 선배는 호타루의 상태가 이상했던 거, 눈치챘으니까.

유나 - 그건, 방송 MC라서 준비하던 중에 우연히, 라고 할까...... 저기, 미야비노. 네가 말하는 건 알아. 옳다고 생각해, 그래도 말야......

츠바키 - 그만해. 호타루를 막을 게 아니라면 이해만 하려는 건 의미 없어.

유나 - 미야비노......

츠바키 - 그럼 먼저 갈게, 잘 자.

유나 - 미야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