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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핫산) 투명하게 흐려지는 - 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2 23:31:11
조회 1184 추천 25 댓글 9
														

이전화


10458자




늦가을에 기대다.


날이 밝고 목표로 한 가을 축제 당일. 10시 넘어서까지 자고 있던 우리들의 귀에 닿을 정도로 마을은 활기로 가득 찼다. 그렇게나 사람이 있었나 하고 놀랄 정도였다.

어제 점심을 사러 찾은 작은 상가도 곳곳이 연등으로 장식돼 있다. 잿빛으로 보이던 쓸쓸한 거리가 하룻밤 사이 주황색으로 변해 있었다.

선생님이라는 걸 들킬 위험도 있었지만 행인에게 물어보자 정말 하룻밤 사이에 장식해 버린 것 같다. 「이 마을에서 몇 안 되는 즐거움이니까」라며 말하는 축제의상을 입은 주민의 웃는 얼굴은 황륜대제를 준비하며 빛나던 학생들의 표정과 조금 닮아 어디서나 사람을 웃게 하는 이벤트는 있다고 조금 기쁘게 생각했다.


축제는 저녁부터 시작된다. 상점가를 통째로 전부, 그 종점에 있는 신사를 회장으로 삼아 포장마차나 가마가 하룻밤의 화려함으로 물들인다. 그렇게 말했지만 이미 상가는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고, 전봇대에 붙은 전단지에 적힌 시작 시각보다 앞선 현재에도 상당수의 포장마차가 열리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폴짝폴짝 뒤며 달리고 있다. 머리에 단 가면 디자인은 어느 날 다같이 격퇴한 카이텐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보지 못한 것으로 했다.


"이렇게나 사람이 살고 있었군요."

"그러네. 이 동네에 왔을 때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지 않을까 했는데."

"어라. 그 솜사탕, 언제 사셨나요......?"

"......아까?"


그의 입가에 하얀 무언가가 붙어 있는 걸 눈치채고, 자세히 보니 솜사탕을 먹는 것 같았다. 정말로 어느 틈에 산 걸까.


"즐거워 보여서 다행이에요."


조금 발돋움해 입가의 솜을 손가락으로 집으려 한다. 짐작한 그가 살짝 몸을 기울여 무사히 잡힌 그 솜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너도 즐거워 보이는데?"

"후후. 어떨까요. 당신이 즐거워보였으니까......"


조금 수줍게 웃는 그는 저 하얗고 좁은 방에 갇혀 있을 때에 비해 다소 순진해 보인다.

조금은 어린아이 같지만 어젯밤의 대화처럼 살짝 선생님 같은 생각도 있다.

변덕스러운 행동은 그가 자유롭게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증표로 여겨졌고, 나는 그것이 기뻤다.

『선생님』이라는 직함에서 잠시나마 해방된 그는 비로소 한 명의 사람이 된 게 아닌가, 나는 그렇게 믿었던 것이다.


"아직 시간은 있지만....... 그래도 분명 눈 깜짝할 사이니까요. 가죠?"

"응."


그가 살아 있을 수 있는 세상을 찾고 싶다. 그게 이 동네나 예를 들어 세상의 끝이었다 해도. 지금 내가 손을 끌어 솜사탕을 떨어뜨리며 허둥대는 그의 미소가 용납되는 세상이면 좋겠다.

우리의 두 손은 곧 포장마차 상품과 경품으로 가득 찼다. 똑바로 날아가지 않는 코르크 총 정도로 내가 표적을 놓칠 리 없었고, 첫 축제로 설레고 있는 그의 호기심이 멈출 리도 없다.

모든 포장마차를 제패해 버릴까 같은 두 사람만의 농담을 하며 저것도, 이것도 손에 들고 먹으며 놀다 하늘이 붉은빛으로 물들 무렵, 환청이 아닌 축제 음악 소리가 울려퍼졌다.

가로등만으로는 회색이었던 상점가가 연등불로 선명하게 물든다. 신기하게도 그 색깔은 선생님이 기억을 잃은 날 보았던 노란 낙엽색과 많이 닮았다.

붉은빛이 도는 노란색, 단풍의 색. 끝나면 겨울이 오는, 아주 조금 쓸쓸한 색.

다같이 보낸 여름은 한순간에 지나가고, 이 가을도 벌써 끝나가고 있다.


"축제, 정말 시작해버렸네요."

"시작해 버렸네."

"......당신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나요?"

"시작된 일은 언젠가 반드시 끝난다. 일까."

"후후, 양손에 음식을 든 채로 말해도 별로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네요......"


그의 손에서 흘러내릴 것 같았던 사과사탕을 하나 집어 조금 핥는다.

이 여행을 시작한 후로, 내가 계속 생각하고 있는 것은 「끝」뿐이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켜 여행이 끝나는 것, 밤이 흩어져 아침이 오는 것, 떠들썩한 축제가 끝나고 마을이 조용해지는 것, 선명한 가을이 척박한 겨울로 변하는 것.


"끝날 거라면 지금을 즐겨 두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그런 그의 시선은 상가의 가장자리, 방금 가마가 움직이기 시작한 신사 쪽을 향하고 있었다. 저것이 상점가를 종단해 버리면, 이 축제는 끝이다.


"영원으로, 하지 않으시겠어요."


문득 그런 말이 내 입에서 새어나왔다.

다음 순간에는 그의 손을 잡고 달려나가고 있었다.

그가 들고 있던 과자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오늘의 하늘이 끝나고 석양이 검게 변한다. 그 전에 도망쳐야만 한다.

하늘에 가장 가까운 곳, 그 신사, 빨리, 빨리 가야 하는데.

내일이 오늘을 붙잡아 버리기 전에, 세상으로부터 그를 채가겠다고 결정한 것은 나였으니까.


******


"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해서는, 무슨 일이야......?"

"......여기라면 아무도 없겠네요."


가마가 출발한 뒤의 신사 경내. 주지스님 정도는 남아있을지도 몰랐지만, 조금 전 올라온 길디 긴 계단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움이 이곳의 조용함을 돋보이게 한다.

어젯밤과 마찬가지로 세상에 우리밖에 없는 느낌. 공기가 조금은 싸늘하다. 끌던 손도 놓았으니 한사람분의 열량밖에 없다.


"어제 말씀드렸죠. 이 시간이 좋아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응, 나도――"

"하지만 그것은 끝나는 것이 전제로 이뤄질 수 없는 소원이기 때문에 말했었어요. ......당신도, 그렇죠."


대답은 없다. 내가 막은 탓일 수도 있지만.


"저와 당신. 누구에게도 인식되지 않고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당신은 저의 고독을 선생님보다 더 메울 수는 없지만 선생님으로도 메울 수 없었던 곳에 있어 주었어요. 그런 당신의 고독을 제가, 저만이! 이해하고. 그래서 저는 당신 옆에 있기로 결정했어요. 쓸쓸하게 웃는 당신을 보면서 괴로웠으니까. 예전의 저도 그렇게 외로워했고, 거기서 구해준 선생님처럼 저도 당신을 구하고 싶었기에."


당신은 선생님과는 다르다. 학생을 구할 수 없고, 강하지 않다. 존재를 증명할 수 없어서 둘이서 나란히 서도 투명한 채, 충분하지 않고 장래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은 그런 저를 필요로 했습니다. 학생으로서가 아닌 한명의 사람으로서. 저란 존재를 찾아주었어요. 제가 있었기 때문에 일어설 수 있었다고, 그렇게 웃어 주었을 때 저는 당신을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 정도로."


내 가치는 아직도 들고 다니는 총에 있다.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설령 내가 지금 여기서 라이플을 던져버린다 해도 나를 필요로 해준다.

소대원들이나 선생님도, 내가 싸우지 않게 된다 해도 상냥하게 대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곁에 있을 수 없다. 함께 작전을 수행할 수도 없고 샬레의 힘도 될 수 없다. 그런 내가 무슨 가치가 있을까.

지금의 나는 당신의 가치밖에 될 수 없다.

흔들린 다음 순간에는 사라져버릴 것 같은 그 모습이 좋다.

그 몸을 이어줄 수 있는 게 나뿐이라는 걸 아니까.


"저, 당신이 좋아요. 정말로 좋아요. 당신은 지금 제 전부예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남자야."

"알고 있어요."

"이 태블릿도, 나는 다룰 수 없어."

"그런 게 없다고 해서 당신의 가치는 변하지 않아요."

"변할 거야. 적어도 나는 선생님이――"

"선생님이 될 수 없다 해도! ......저는 당신 곁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제가 당신을 필요로 하게 해주세요."


달려가서 손을 잡으려 했다. 그는 피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두려운 듯 움찔 떨었다.


"언제 내 기억이 돌아올지 몰라. 언제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로 돌아가게 될지도 몰라. 나는 네게 있어서 지금까지 얻은 모든 것보다 중요한 걸까?"


변함없이 타이르는 표정만은 선생님 같았지만, 그 눈동자는 너무나도 흔들리고 있다.


"나도 너를 좋아해. 사실은 불안하고 외로웠겠지. 그래도 나를 위해 함께 있어줬어. 네가 없었다면 나는 아직 저 방에서 혼자였을 거야."


처음으로 그가 먼저 손을 잡아준 것 같았다.

떨리는 채인 손을 놓지 않도록 강하게 누른다.


"내일이면 끝날지도 모르는 영원이 된다 해도, 나를 필요로 해주는 너를 나도 필요로 하고 싶어. ......괜찮겠지."

"......네."


그를 끌어안았다. 팔을 두르고 놓지 않는다. 어디론가 가버리지 않도록.


"사라지지 말아주세요. 계속, 쭉이요."

"사라지지 않아. 계속 함께야."


어젯밤 전하지 못한 말을,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전한다.

그대로 말이 심장에 박혀 그를 옭아맸으면 했다.

멀리서 들리는 축제 소리가 어느새 들리지 않게 되고 가마가 신사로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떠나지 않았다.


축제가 끝나 밤이 오고 좁은 숙소로 돌아와 그가 「잘 자」라고만 말한 후 불을 껐다.

하루의 끝이 방에 내려앉고 꿈의 세계로 떠나기 직전. 「이제 둘이서 사는 구나」라고 중얼거린 그의 목소리에 「그렇네요」라고 화답한 나는 조금 베개를 적시고 있었던 것 같다.


******


약속대로 아침이 왔다. 오늘은 나만 일찍 일어나 버렸고, 그는 아직 이불 속에서 잔잔한 숨소리를 내고 있다. 이른 아침 6시, 어제 축제에서는 신나게 즐겼으니 아직 자고 싶겠지.


"조금만 바깥 공기 좀 쐬고 올게요."


깨우지 않는 편이 좋지만 속삭이듯 말을 걸고는 방을 나갔다.

아직도 마을에는 어제 축제의 흔적이 남아 있어 준비는 하룻밤에 마쳤는데 정리는 하룻밤에 끝나지 않는다고 약간 건조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생각한다.


"즐거웠던 일은 끝내고 싶지 않지......"


중얼거리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듯 주민들이 지나간다. 부딪힐 뻔한 것을 반사적으로 피하고, 이러는 것도 오랜만이구나 하고 한숨을 쉰다. 그와 함께 있지 않으면 나를 눈치채지 못하는 것도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오히려 여기서 「좋은 아침입니다」하고 말을 걸어온다면 내가 누구에게도 인식되지 않는다는, 그를 필요로 하는 의미를 하나 잃게 되는 걸까.

모처럼 진짜 투명해진 자신을 그리 나쁘지 않게 여긴 것은 아직도 숙소에서 잠든 그 덕분이다.

오늘부터 둘이서 살아간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심장 부근이 열기를 가져, 이 열기가 마음이라고 느꼈다.

한동안은 이 마을에 머물게 될까. 조금 앞에 보이는 빵집의 상품을 모든 종류 먹어 버릴 정도로 계속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만약 누군가로부터 쫓기게 된다고 해도 총알의 보급은 필수겠지. 어디선가 팔지 않을까.

네거티브한 게 아닌, 포지티브한 것을 위해 사고가 회전한다.

한 치 앞이 어두운 인생,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는 게 즐거워서 참을 수 없다.

폴짝이며 거리를 걷는다. 그런 행동을 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아니, 지금의 나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니까, 누구의 눈에 비치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다.


하품을 하며 꽃에 물을 주는 사람. 테라스에 야외 의자를 두고 신문을 읽으며 라디오를 듣는 사람. 여생 같은 삶을 사는 주민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살기에는 우리가 너무 젊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저렇게 시간을 사용할 거라고 몽상한다.

언젠가는 여름이 가는 것도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고, 늦가을에 세상의 빛이 바랜다는 것에 초조해하지도 않는다.


청춘이라는 전능감을 뒤로하고 나면 분명 세상은 완만하겠지.

그때까지 쌓아온 추억만으로 살아갈 때가 오게 된다.

그런 기억을 그와 함께  쌓아간다. 다정한 추억을 잊지 않도록. 앞으로를 살아간다. 평온한 잠을 향해 가는 것 같은 삶이다.


지금의 나는 그걸로 됐다. 그에게 손을 내민 나는 그렇게 끝난다.

먼 산 너머로 구름이 오르는 게 보였다.

찬 바람이 한차레 강하게 불어 무심코 눈을 감는다.

선생님이 기억을 잃은 것도 이런 찬바람이 불던 날이었다.

그때에 비하면 가을은 깊어가고, 세상은 거의 겨울잠에 빠져 반쯤 잠든 것 같다.

이 바람이 선생님을 데려갔고, 그렇게 그가 태어났다.

그렇게 생각하고 두 사람 몫의 아침을 사가지고 가려던 때였다.


『속보입니다. D.U.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재해...... 아니, 테러일까요. 현재 D.U. 중심지와의 통신두절, 인프라 파손, 그외 시설과....... 방문 중이던 여러 학원의 학생에게 피해가...... 현장은 혼란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 자세한 정보는......』


집의 마당에서 클래식을 틀던 라디오에서 띄엄띄엄 소리가 들려왔다. 밖을 걷던 주민들의 시선이 일제히 라디오를 향한다. 다음 순간에는 가족이나 친구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인지 폰을 향해 말을 거는 소리로 온화한 아침의 거리는 일변했다.


나는 잠시 그곳에 서서 라디오를 바라보다가 D.U.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까보다 더 차가운 바람이 그 도시 쪽으로 불어간다. 거기로 가라고 말하는 것처럼.

저항하듯 반대방향으로, 그가 잠든 숙소로 달려갔다.

어째서일까. 겨우 둘이서 살아가기로 다짐했는데. 그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함께 찾기로 약속했는데. 그 도시를, 동료를,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버릴 생각이었는데.

세상은 어째서 그를 자유롭게 해주지 않는 걸까.

나는 어째서 그 장소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버리고 있는 걸까.

모든 것을 뿌리치듯 달렸지만 몸은 무거워서 어찌할 수 없었다.




홀로 잠든다.


"......저기! D.U.가......!"


구르듯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나에게 등을 돌리고 작은 TV 화면을 가만히 보고 있다.


『정체 불명의 괴물이――도시의 중심으로 향할 정도로 피해는 크고――부상자의 수는 미지수――각 학원이 공동으로 사태의 수습을 도모하고 있다는 속보가――주민의 피난이 완료된 지역에 트리니티의 포격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총학생회의 정식적인 요청이라는 보고가――아직도 샬레 선생님의 목격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고 SNS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습격으로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설이나, 애초에 그는 한달정도 전부터 목격되지 않았다는 소문이――』


라디오에서 들었을 때보다 사태가 더 심각한 것 같았다. 악화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희생자 보도가 나오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큰일이 났네."

"......저기, 그."

"미유."


경칭없이 이름을 불린다. 순간, 나는 그 뒷모습을 『그』라고 부를 용기를 잃었다.


"......기억이, 돌아온 건가요?"

"글쎄, 아직도 어렴풋하다고 할까. 하지만 『선생님』이 없으면 키보토스는 붕괴한다고, 그건 이해했어. ......왠지, 오랫동안 자고 있던 기분이야. 어째서 내가 여기 있는지 잠시 후에 잊어버릴 거 같은 기분이 들어."


선생님의 기억과 그의 기억은 공존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이대로 선생님의 모든 것을 떠올린다면, 그는 그의 모든 것을 잊어버리겠지.

애초에 기억을 잃은 선생님이 보던 꿈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천천히 일어서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당신은 선생님이 아니에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아직 당신은....... 당신은 다른 삶을 찾아서......"

"누군가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해. 그렇다면, 내가."

"그래선 당신은 보답받지 못하잖아요! 그 역할로만 바라보는 게 힘들어서 제 손을 잡은 거 아니었나요!"


몸단장을 하는 손이 멈춘다. 작게 떨고 있는 손바닥을 움켜쥐고는 천천히 내 쪽을 향했다. 그 표정은 아직 어린아이 같은 그의 모습 그대로였다.


"나도, 가고 싶지 않아. 무서워. 하지만, 지금 TV에 비친 최전방. 샷건을 든 작은 아이는 괴로운 과거를 가졌으면서도 자기나름대로 웃으며 살아가려는 강한 아이야. 거대한 기관총을 들고 홀로 수많은 괴물을 상대하던 그 아이는 너무나도 많은 책임과 중압을 떠안으면서도 무엇 하나 내던지지 않는 훌륭한 아이야....... 나(僕)는 그걸 몰라. 하지만 나(私)는 그걸 기억하고 있어. 틀림없이 나(私)의 자랑거리인 학생이야.


TV를 바라보는 눈동자에서 그의 색이 사라진다. 그것을 붙잡아둘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만류하려 했다.


"선생님으로 돌아가지 마세요. 그러면 아무것도 모르는 약한 당신은 사라져 버릴 거예요.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세계로 가고 싶었던 게 아닌가요? 앞으로 둘이서 살아갈 게 아니었나요? ......저를, 혼자 두지 마세요."


겨우 그를 위한 내가 될 수 있었다고, 누군가의 고독을 채울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그가 사라져 버리면 나는 외톨이로 돌아간다. 당신하고만 살고 싶은 나도 사라져버리고, 예전의 내가 돌아와 이 방도, 그 별하늘을 바라본 밤도, 영원을 맹세한 가을 축제도, 모든 것이 없어져 버린다.

그라는 한 사람의 인간을 기억하고 있는 게 나 뿐이라니, 견딜 수 없을 테니까.

약한 나는 분명 당신이라는 기억을 안고 있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 저밖에 기억하지 못하잖아요. 아무도 당신을 인정하지 않아요! 그런 건, 너무해요......!"

"미유. 너는 내가 사라지면 외톨이가 되어버린다고 했지."


『선생님』의 목소리다. 그렇게 생각하고 귀를 막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건 아니야. 나란 존재가, 너를 외톨이로 만들어버렸어. 너는 정말로 많은 걸 가졌고 그걸 지킬 수 있는 강한 아이였는데, 내가 모든 걸 버리게 해버렸어. ......네가 선생님이라는 존재에게 모든 걸 맡겼다면, 나는 그걸 너에게 돌려줘야 해."

"그래도, 그렇더라도. 당신이 사라져 버리는 건 싫어요.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계속 함께할 거라고, 약속했으면서......."

"사라지지 않아."

"......네?"


사라지지 않는다, 그 말이 믿기지 않아 나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몇십초 전부터 그를 둘러싼 모든 게 달라진 것 같아 외로웠지만.

너무나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기억됨으로써 살아 있는 거야."


가슴 속 깊이, 열이 있는 곳. 거기에 그의 말이 파고든다. 정착해 간다.


"그러니까 네가 기억해준다면, 내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거야."


좁은 방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고 고민하는 모습, 내 손을 잡았을 때의 표정, 심야버스에서 자고 있을 때의 체온, 가을 축제에서 누구보다 앳된 웃는 목소리, 둘이서 알게 된 가을의 냄새.

모든 것이 그를 구성하고 있었고, 나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네가 나를 계속 살게 하는 거야. 네가 기억해준다면 나는 혼자가 아니고, 나를 위해 살아준 너도 사라지지 않아. ......좋아하는 사람에게 기억되었으면 해. 이게 내가 마지막으로 말하는 이기적인 소원이야."


추억, 두번 다시 손에 넣을 수 없는 것.

전부를 기억하고 있기를 바라는 것은 정말로 이기적이지만, 그것이 그의 소원이다.

나는 그를 기억하며 살아가야 한다.

힘들지만, 정말로 슬프지만, 좋아하는 당신을 그렇게 함으로써 살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는 웃는 얼굴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코트를 사주실 때 물어보셨죠. 저에게 당신은 어떤 존재인가...... 당신을 좋아합니다. 선생님에게 향한 것과 마찬가지로, 분명히 이걸 사랑이라고 말할 거예요. .......다른 건, 저와 선생님은 일방적인 감정이고, 저와 당신이라면 서로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예요."


벽에 걸린 옷걸이에서 그의 넥타이를 쥔다. 다가가 말없이 몸을 굽히는 그에게 넥타이를 매주며 말을 이었다.


"저는 당신을 잊지 않을 거예요. 계속 잊지 않겠습니다. 망각이 짙은 안개가 되어 저를 덮어도, 시간의 흐름이 어둠의 형태를 갖춰 한치 앞을 가린다 해도. ......당신과 살았던 이 짧은 시간을, 앞으로의 긴 인생에서 잊지 않겠어요."


이 좁은 방이 우리의 마지막 세상이다. 그렇다면 조금 대담해진다고 해도 누구도 탓하지 않겠지.

넥타이를 매고 다시 일어서려는 그를 끌어안았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몇 번이고 눈가를 문지르고, 일그러지는 시야를 되찾아 그를 보았다.

잊지 않도록.


"안녕히,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 당신을 만나면서 저는 외롭지 않게 됐어요."


이별할 때 좋아한다고 전하다니, 이 얼마나 저주 같은 일일까.

하지만 이것은 풀리지 않는 마법이다. 언젠가 꿈에서 깨어날 때는 오고 남긴 마법은 풀려버리지만. 그때는 당신에 대한 마음을 축복으로 삼아 살아가자.

남겨진 나에게서 먼저 떠나는 그대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의 축복을.


"고마워. 네가 기억해준다면 나는 안심하고 잠들 수 있어."


이 순간을 영원으로 삼고 싶었다. 두사람의 닫힌 세상 속, 죽을 때까지 이 부드러운 사랑에 빠져 있을 수 있었다면.

그것이 이뤄질 수 없는 소원인 줄 알지만 우리는 서로를 계속 끌어안았다.

이윽고 그의 곁을 떠난다. 그 손에는 전원이 켜지지 않는 태블릿이 있었다.


"......분명, 이걸 사용하면 마지막이야."

"사용하는 법, 알고 계신가요."

"신기하게도 알아. 그리고 이 카드도....... 마음만 먹으면 바로 D.U.에 갈 수 있을 거야. 준비는 됐을까."

"네. RABBIT4...... 언제라도 출격 가능합니다."

"알았어. ......그러고 보니, 쇼트케이크는 못 먹었네."

".......언젠가 반드시, 먹으러 가죠."

"약속이네."

"......네!"


그게 우리의 마지막 대화였다.

그가 일어선다. 태블릿을 든 손이 떨리고 있었기에 내 손으로 그것을 지탱한다.

여기까지 데려온 것이 내 손이라면, 돌려보내는 것도 내 손이어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이서 마주 바라보고, 서로 웃는다.


――......우리는 원한다 일곱 개의 통곡을

――......우리는 기억한다 예리코의 화두를


그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빛이 우리를 감쌌다.

너무나 눈부셔서 눈을 감고 싶어지는 걸 참고 그를 본다.

다정한 미소로 나를 보는 그의 입이 「잘 자」라고 말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투명을 새기다.


사건 수습으로부터 1개월. 계절은 겨울이 되었다. 나와 선생님은 그와 심야 버스를 기다렸을 때 방문했던 카페를 다시 방문하는 중이었다. 다시, 라는 것도 나만 그렇지만.

SNS상에서는 『정체불명의 저격수, 괴물을 대량격파?』라는 기사가 화제가 되고 있었고, 나는 그게 나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내 얘기인 것 같다.

그런 나를 위로하기 위해 선생님이 마련해준 시간을 이용해 이곳을 찾았다.


"이런 좋은 카페를 알고 있었구나."

"하, 한 번 왔을 뿐이지만요....... 저 같은 아이에겐, 어울리지 않는 걸까요......"


낡아 보이는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 여전히 캔디 같은 광택을 지닌 인테리어. 새삼 생각하면 어른의 세계같은 느낌이고 내가 올 만한 장소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때는 정말 이상한 담력이 있었구나.


"그렇지 않아. 미유는 차분하니까."

"선생님 쪽이 차분해 보이는 걸요......?"

"아하하. 뭐, 그건 그럴지도......"


정말 선생님은 모든 것을 잊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질문을 받아도, 쓰러지기 직전부터 D.U.에 돌아올 때까지의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결국 어째서 기억을 잃어버렸는지도 불분명한 채였다.

내가 선생님을 데려간 것도 불문에 부쳐졌다. 어디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으니 내게 추궁할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은 내 기억속에서 완결되어 버렸다.

그 도피행도, 그라는 한 사람의 존재도, 그를 사랑했던 나도. 기억하는 건 나뿐.

세상은 모든 것을 잊고 일상을 되찾았다. 나는 잊고 싶지 않았기에 입을 다문 채 지난 한 달을 보냈다. 꿈같은 날들을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한편 선생님은 지금도 그 역할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계속하고 있었다.


"......선생님. 선생님은, 자신의 역할을 힘들다고 생각하시지 않나요.......?"

"응? 무슨 일이야, 갑자기."


주문한 커피를 고대하던 표정이 조금 얼빠진 것으로 바뀐다. 갑자기 그런 걸 묻는다면 노란느 것도 무리는 아니겠찌.


"아, 아뇨...... 어쩐지 신경이 쓰였다고 할까요....... 잊어주세요."


어색해져서 고개를 숙인다. 깨끗하게 닦인 테이블이 거울 같고, 자신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기 때문에 눈을 감았다. 그것도 싫어져서 창밖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러네, 힘들지. .......하지만, 이게 내 역할이니까. 그것에 납득하고 있고 완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 ......모두의 성장을 보는 건 기쁜 일이고 말이야."


분명 거짓말이 아니다. 선생님은 진심으로 우리 학생들을 위해 그렇게 생각하며 역할에 얽매여 살고 있다. 자신의 가치를 거기에 두고 있다.


".......예전에, 둘이서 조약돌을 찾았던 거 기억하고 계시나요."

"응. 내가 조약돌이 아닌 것만 찾아서 미유가 더 제대로 찾으라고......"

"후후, 그거예요. ......그때, 선생님이 발견한 벽돌 파편. 저는 조금 그 파편들이...... 부러웠어요."

"파편이? 왜?"

"그 벽돌 파편은 제 역할을 마친 뒤였어요. 자신의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사는 것을 조금은 동경했거든요. 하지만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을 때 제가 설 자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겁이 나기도 했어요."


나는 결국 저격수든, 그의 존재증명이든 뭔가 역할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아무 역할도 없이 살려고 했던 그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으니까.


"언젠가 저도 그 벽돌 파편처럼 될까요. ......조약돌과는 또 다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끝내고 결과적으로 고독해질 때가 오는 걸까요?"

"영원은 없어. 내 선생님으로서의 역할도 그렇고 미유가 학생으로서 청춘을 사는 시간도. 그런 의미에서는 언젠가 전원 벽돌의 파편이 될 거야. ......하지만 그걸로 고독해지는 일은 없어."

"어째서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선생님의 말에 이끌려 정면을 바라본다. 재즈가 멀게만 들린다. 선생님의 말은 마법같다.

언제라도 내 마음에 들어와 차가운 세상을 따뜻하게 하듯이.

강인하긴 했지만 그를 잃고 겨울 추위에 살해당할뻔 했던, 내 두 사람 몫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를 낸 것 같았다.


"그런 자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야. 역할이 있든 없든 살아있던 자신과 함께 걸었던 사람들이 존재를 확실하게 해줘. 나는 미유를 상냥하고 정의감 있는 훌륭한 솜씨의 저격수로 기억할 거야. 언젠가 내가 역할을 마치고 너희들의 청춘의 무대에서 사라지더라도 나를 기억해 줄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괜찮아."

"......그렇구나, 역시...... 그렇군요."

"미유는 어때? 기억하고 싶다고 강하게 바라는 사람과 만날 수 있었을까?"

"네.......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맹세한 사람과...... 만날 수 있었어요."

"다행이다. 분명 그 사람도 미유를 잊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네가 혼자가 되는 일은 없어. 괜찮아."


그의 소원은 이기적인 게 아니었다. 우리는 혼자서 살 수 없다.

그래서 서로 의지하고 서로의 존재를 증명한다. 가끔 그 반대도 해버리지만, 그럴 때마다 누군가가 손을 내민다.

아름답지만은 않은 세계도 그 정도의 상냥함은 있다.

하늘도 바다도 산도 도시고, 세상은 퍼즐 같고 우리는 그 조각이니까.

완성되는 건 없다. 공백과 투명 뿐으로 모호하다.

하지만 어떤  피스에도 연결되는 누군가가 있다. 그 연결을 잊지 않는다면 공허한 투명도 사랑할 수 있겠지. 그러니 나는 혼자가 아니다.

울지 않으려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기다리셨습니다」라는 소리가 들리고, 우리 눈앞에 두 사람 몫의 커피와 과자가 늘어선다.

그것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자 선생님의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 커피와 타르트인가....... 어라, 쇼트케이크도 있네. 시켰었나?"

"......아."


나는 그 순간, 분명히 놓치지 않았다.


"저기, 미유. 내가 주문한 건 타르트였지?"


선생님의 왼쪽 대각선 뒤에 있는 창가 자리, 햇살이 아름답게 들어오는 곳.

그가 앉아 있다.


"약속...... 기억해 주셨군요."


커피를 마시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그가 나를 향해 미소지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시야를 일그러뜨리지만 나도 미소지었다.

다음 순간에는 그가 자리를 비웠고, 가을의 공기가 그곳에 남겨져 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그럼에도 마음속에 계속 사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

가을과 함께 떠난 몽환 같은 당신을 확실한 존재로 기억하고 있다.

투명하게 흐려져 세상에서 사라져간 그 미소를, 추억으로서 계속 안고 있다.

나는 기억을 사랑하며 가을 하늘에 녹은 당신을 떠올린다.


눈동자를 감으면 그와 보낸 기억이 내 마음속에서 물들어 간다.

흐릿한 하늘이 어디까지나 펼쳐져 있는 것 같았다.

가을의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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