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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피폐) 헤세드 토벌전 이후 모모이가 돌아오지 않은 이야기

모모모모모모미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2 00: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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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6자



선생이 밀레니엄에서의 용무를 마치고 샬레로 돌아가는 길.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의 따뜻한 햇빛을 받는 선생의 어깨는 화창한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어느 때보다도 축 쳐졌고 걸음걸이도 무겁다.

선생은 어제 있었던 헤세드 토벌전에서 있었던 일을 곱씹으며, 오늘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쉰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오늘 아침 게임개발부를 방문했을 때 본 미도리와 아리스의 표정을 선생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




「선생님, 웬일이세요? 이렇게나 이른 시간에.」


「그러고 보니 어제 헤세드는 잘 끝났나요? 언니를 데리고 다니느라 힘드셨겠어요.」


「네, 맞아요. 언니가 없는 동안 유즈와 아리스와 함께 게임을 만들고 있었어요 이제 곧 마스터 업이라 바쁜 시기에요. 그런데 언니는 어디 가서 아직도 안 오는 건가요?」


「이건... 언니의 헤드셋? 다 부서져 있잖아요. 왜 이게 선생님에게...?」


「토벌은 실패... 거기서 건진 게 헤드셋 뿐이라니.. 그게 무슨...」


「선생님, 장난이 짓궂으세요.」


「언니도 문 뒤에 숨어있는 거 다 알아. 지금 나오면 용서해줄테니까.」


「...선생님?」


「사과만 하지 마시고...」


「몰래카메라 라고 해주세요. 네? 제발요.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선생님.」


「그럴 리 없어. 거짓말이죠?」


「대체... 대체 왜! 왜 하필 우리 언니가!!」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며 갔잖아! 같이 가주겠다고 해도 필요 없다면서!」


「헤세드가 있는 군수공장의 생산력이 예상치보다 많았다는건 예상치를 잘못 추측한 총학생회의 잘못이잖아요. 그런데 왜 그 피해는 언니가 입은 거죠!!」


「이거 놔, 아리스! 따지고 보면 전부 너 때문이잖아! 너가 제대로 Divi:Sion을 장악하기만 했어도...!」


「...미안, 말이 잘못 나왔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가버렸네...」



「...」



「그때처럼 언니는 다시 태연하게 돌아올 거잖아요, 그쵸?」


「언니를 데려오세요.」


「그 전까지는 선생님이랑 애기하지 않을 거에요.」


「혼자 있고 싶으니 돌아가주세요.」




=============================================================================




위이이이잉-

D.U. 시라토리구로 돌아가는 전철 안, 선생님의 휴대폰 전화 착신을 알리는 진동 소리.



"응, 우타하. 무슨 일이야?"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께. 모모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

『그렇군... 알았어.』

"미안해."

『선생이 사과할 일이 아니야.』

"아니, 나의 잘못이 맞아."

『...유즈가 울면서 엔지니어부에 찾아왔어. 완전히 박살난 헤드셋을 들고 와서는 고쳐 달라고.』

"유즈에게도... 미안하다고 전해줘."

『그건 직접 전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지금 유즈의 상태는 선생님이 필요해 보여.』

"알았어."

『아리스나 미도리는... 아니, 됐어. 그럼 난 헤드셋을 고치도록 해 볼게.』

"고마워, 우타하. 신경써줘서."



한동안은 힘들 것 같다며 속으로 되내이는 사이, 또 다른 전화가 울린다.



"응, 카린. 무슨 일이야?"

『방금 C&C로 긴급 임무가 들어왔어.』

"늘 고생이 많아."

『5명 전원 특정 지역에 가서, 특정 인물과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지 조사해보라는 내용이야.』

"C&C에는 조금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특히 네루라던가."

『그래서 그 지역에 가장 최근에 다녀왔고, 그 인물과 가장 최근에 만난 선생님에게 상황을 물어보고 싶어.』

"..."

『...음, 알겠군.』

"미안해."

『선생의 잘못이 아니야. 그럼 이 뒤는 우리가 해 볼게.』




이후 샬레에 도착할 때까지 몇 통의 전화가 밀레니엄 학생들로부터 찾아왔다.

사건의 전말을 전부 알고 있는 아로나는, 같은 말을 반복할 때마다 점점 수척해지는 듯한 선생님을 보며 침묵을 고수할 뿐이었다.




=============================================================================




"하아..."


책상에 쌓여있는 서류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샬레의 푹신한 소파를 한껒 뒤로 젖히며,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는 선생님. 선생님이 극도로 지쳤을 때의 습관이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의 연속에, 선생님의 정신은 점차 고갈될수밖에 없었다. 그런 선생님에게 있어 이 아늑한 소파는 잠시나마의 현실 도피를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이곳은 언제나 방문자가 넘쳐나는 샬레. 오늘도 어김없이 손님의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선생님의 정신을 현실로 이끌었다.




똑똑-

"선생님, 계신가요? 들어가겠습니다."

"네, 들어오세요."



샬레의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세미나의 주축인 노아와 유우카.

오늘 하루동안 밀레니엄의 그 많은 학생들에게 연락을 받았는데도, 세미나로부터는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음을 뒤늦게서야 깨달아버린 선생님.

선생님의 기억 속에 있는 노아는 언제나 웃고 있지만 그 속마음은 도저히 읽지 못하는, 하지만 선생님을 몹시 생각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마치 주변까지 새하얘질것 같은 밝은 미소의 소유자.

그렇지만 오늘만은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진 채, 무표정으로 선생님을 똑바로 바라보는 강렬한 눈빛은 선생님과 그 주변을 다른 의미로 새하얗게 불태워버릴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유우카, 노아... 무슨 일이야?"



평소에는 샬레에 오면 주인을 만난 강아지와 같이 가장 먼저 선생님에게 달려갔을 유우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집무실에 들어오고 나서 선생님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바닥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우두커니 서 있었기에 유우카의 표정을 선생님은 볼 수가 없었다.

반면 선생님을 정면으로 쏘아보는 노아의 표정은 언제나와 같이 속마음을 읽기 힘들었고 선생님은 그것이 노아의 매력이라고 여겨왔지만, 이번에는 그 포커페이스에서 처음으로 무서움을 느낀 선생이였다. 선생이 눈치챌 수 있는 것은 서류를 들고 있는 노아의 손의 작은 떨림 뿐이였다.



"선생님, 저희가 무슨 일로 왔는지는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노아였다.



"세미나의 공식 성명이 곧 발표될 거에요.

헤세드 토벌전은 샬레와 총학생회의 요청으로 협력한 건이니, 이번 건으로 밀레니엄의 학생들이 입은 피해는 총학생회에 정식으로 책임을 물을 예정입니다.

세미나 긴급 희의 결과, 모모이의 건은 공무 상 재해로 밀레니엄에서 후속 조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구나."

"선생님, 달리 하실 말씀은 없으신지요."

"전부 나의 잘못이 맞고, 너희들에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미안해."

"저희들에게 사과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계시겠죠."

"그렇더라도 나는 미도리에게, 노아에게, 유우카, 그리고 밀레니엄의 학생들에게 제대로 사과해야 해."

"..."

"그러니까 내게 사과할 기회를 줘. 유우카, 고개를 들어 볼래?"

"...싫어요."

"나는 유우카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싶어."

"으읏, 선생님은 늘 그렇게 또.."




의자에서 일어나 유우카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선생님.

유우카는 여전히 고개를 내리고 있어 눈으로 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소리로부터 이를 눈치챈 건지 유우카의 어깨가 잠깐 움찔거렸다.

그러나 이내 주먹을 꽉 쥔 유우카의 입에서는 선생님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차가운 목소리만이 흘러나왔고 이는 선생님의 발걸음을 멈추는 데에 충분했다.



"다가오지 마세요."


"...!"


"저희는 세미나로써, 밀레니엄의 학생회로써 밀레니엄의 의견을 대변해야만 하는 기관이에요.

아무리 선생님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있더라도, 선생님에게 크나큰 도움을 받았더라도, 저희는 밀레니엄을 1순위로 두고 일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어요.

당신의 친절과 정에 기댄 채, 학생회로써의 업무를 내팽겨쳐선 안 돼요."


"유우카..."



유우카가 가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호감과 세미나 중역으로써의 책임 사이에서 얼마나 갈등하였을지, 선생님은 유우카의 떨리는 어깨와 목소리로 가늠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제자가 자신의 울타리를 벗어나 점차 한 명의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에 대견함을 느끼면서도, 이 사건으로 인해 유우카에게, 세미나에게 가해질 압력을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해지는 선생님이였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구나. 미안해, 그 짐을 덜어주지는 못할 망정 더 무겁게 만들어서."

"..."

"더 이상 유우카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게 도와줄게. 그러니... 고개를 들어줄래?"



밀레니엄 학생들에게는 냉혹한 계산의 회계라고 불리우는 유우카이지만, 실은 밀레니엄에서 누구보다도 감정적이고 게임개발부를 특히 아끼던 모습을 봐왔던 선생님으로써는 이 사건으로 유우카는 특히 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걸 쉽게 짐작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평소보다 더 부드럽게 다가가고 보듬어주고자 했지만...



"제발 적당히 좀 하세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듯 했다.




유우카는 방금까지는 아슬아슬하게 감정을 붙잡고 있었다. 일부러 선생님에게 차갑게 대한 것도, 선생님을 마주하기만 하면 마음이 풀어지고 약해지는 자기 자신을 다그치기 위함이였다.

그러나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존재로부터, 가장 기대고 싶지만 기댈 수 없는 존재로부터 들려오는 이 모순적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유우카라는 단단한 성벽은 허물어지고 말았다.



"애초에 이런 일이 있었으면 가장 먼저 밀레니엄 학생회에 얘기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대체 왜 학생회랍시고 있는 집단이 샬레와의 공식 업무 결과를 학교 게시판을 떠도는 소문으로 듣게 되는 거죠!?

심지어 아침에 게임개발부를 방문해서 모모이와 아리스에게는 전달했으면서, 학생회에 들러서 사후 처리 논의를 할 시간은 없던 거에요? 지금 소파에서 빈둥거릴 시간은 있고?

그렇게나 의욕적으로 협력안을 세미나에 가져와놓고, 결과 보고 때가 되서는 코빼기도 안 비치고! 협력 결과가 잘못되었을때 비판과 책임은 리오 회장도 없는 지금 밀레니엄의 어디의 누구로 향하게 될 지 생각이나 해보셨냐구요!!

오늘 세미나로 전화만 몇 통을 받았는지, 세미나로 항의 문서만 몇 건이 왔는지 아세요? 세 시간을 쉬지 않고 전화만 하다가 도저히 일이 진행이 안 돼서 휴대폰 전화도 꺼버렸는데, 덕분에 선생님께서 밀레니엄에 왔다 간 것도 나중에서야 알게 되서 피해자 입장인 세미나가 샬레로 직접 찾아오게 만들고!!

그래놓고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면 대체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거에요!!"



이어지는 긴 침묵. 완전히 무너져버린 채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는 유우카를 제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여기에 존재하지 않았다.

폭주하는 유우카의 모습을 처음 보는 선생님과 노아는 그저 유우카의 분노와 슬픔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죄송해요, 선생님. 이번에는 당신의 편이 될 수 없어요."



마지막으로 선생님에게 쐐기를 박는 말과 함께, 샬레에 온 이후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똑바로 바라본 유우카의 눈에는 굵은 물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밀레니엄에서 여기로 오는 동안 유우카가 계속 울고 있었음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잔뜩 붓고 충혈되어있는 눈을 본 선생님은 그대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후 한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인사도 없이 나가버리는 유우카.

지금까지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태도에 당황한 선생님의 흔들리는 눈동자는 자연스럽게 노아를 향했고, 그런 노아는 이전의 독기가 조금은 가신 표정으로 선생님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선생님만이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세미나 회의에서, 샬레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을 마지막까지 반대한 것은 유우카였습니다.

저희들도 선생님은 마지막까지 모두를 살리기 위한 지휘를 하셨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총학생회에만 비난의 화살을 돌린 채 샬레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는 비합리적인 판단일 겁니다.

가뜩이나 세미나와 선생님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밀레니엄이 특혜를 받고 있다고 다른 학교로부터 의심받는 상황에서, 이 정도 일에 대해서마저 샬레에 대한 강경책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학교로부터 공격받기 좋은 명분이 될 거라는 것이 회의 결과였어요.

그러니... 유우카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노아..."



그러고는 빙글 몸을 돌려 샬레를 나가는 노아. 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 노아는 다시 한 번 뒤돌아보며 선생님을 바라보며 처음의 냉랭한 목소리로 선생님에게 마지막 결정타를 남겼다.



"밀레니엄의 성명은 곧 총학생회로도 전달될 예정입니다.

다음에 저희들을 만날 때는 지금보다 좋은 분위기는 아닐 것 같군요.

그럼 이만."




=============================================================================




끼이익- 덜컹.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다시 조용해진 샬레 사무실의 정적을 꺠트린 것은 샬레 한켠에 있는 선생님 개인 휴게실의 문소리.

그리고 휴게실 안에서 나온 것은, 분홍색 헤일로와 분홍색 교복을 걸치고 분홍색 총을 들은 밤톨 입이 귀여운 작은 소녀. 특히 지금은 그 입이 더더욱 크게 벌어진 모습에서 크게 당황한 것을 느낄 수 있겠다.

트레이드마크인 동생과의 깔맞춤 헤드셋은 없지만, 누구든 오늘 오전 밀레니엄을 뜨겁게 달궜던 사건의 주인공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모모이는 몰래카메라 기획을 세워서 선생님을 내보내고 남들 몰래 샬레에서 뒹굴거리다가, 밖의 소란을 듣고 이제야 나온 것이다.



"선생님, 어떡하지!? 이거 진짜 큰일인데!!"

"하아... 난 몰라... 모모이가 알아서 해결해."

"에엑!? 저걸 내가 어떻게!"

"애초에 토벌전에 모모이 혼자 간 것도 아니고, 다른 학교 학생들을 통해 결국 알게 될 텐데 이런 몰래카메라가 의미가 있었을까?"

"최근엔 어떤 게임이든 미도리가 이기고는 티배깅을 해대니까 나도 한번쯤 미도리를 크게 놀려먹고 싶었는걸!"

"그렇다고 해도 이건 장난이 심했어. 이전에 케이 때 미도리가 너를 얼마나 걱정했었는지 알아?"

"그런 말은 몰래카메라 시작 전에 했어야지. 선생님도 재미있겠다며 같이 해놓고 무슨."

"미도리도 미도리지만, 설마 세미나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지."

"아! 그건 나도 의외였어. 설마 그 유우카가 우리들을 위해 그렇게 울고 화내다니. 심지어 선생님한테까지 그렇게 공격적으로 대하는 건 처음 봤어."

"세미나에는 최대한 늦게 전달하자는 모모이의 아이디어는 획기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획기적이였나봐..."

"훗훗후... 시나리오 라이터는 획기성으로 먹고 사는 거라구."

"이건 설교 몇 시간으론 안 끝날 거 같은데. 학교 전체가 난리가 났어.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시나리오 라이터 님?"

"음.... 몰라! 대충 이런 느낌으로 차기작 프롤로그 각본만 잘 써가면 용서해주지 않을까?"

"..."

"..."

"..."

"...뭐, 왜!?"

"하아... 아니다..."



선생님은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헤세드 토벌 당시를 떠올리며,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굴러가버린 몰래카메라 기획을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헤세드 토벌전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고, 토벌전 일행은 쉬고 싶은 마음에 다들 일찍 돌아갔지만 모모이는 그렇지 않았다.

모모이는 일찍 돌아가봐야 쉬지도 못하고 얼마 남지 않은 마스터 업을 위해 게임 개발에 집중해야만 할 테고, 게임의 완성 단계에서는 시나리오 라이터는 지루한 버그 찾기밖에 할 게 없다며 투덜거렸다.

그래서 선생님과 함께 샬레에 돌아와 쉬면서, 재미있는 안건이 떠올랐다며 선생님을 꼬드긴 결과가 바로 이것.

선생님이 샤워를 하러 샤워실에 들어간 사이, 모모이가 선생님의 옷 속에 숨겨진 코타마가 설치한 도청기를 찾아내서 코타마와도 이미 몰래카메라에 대한 협조가 끝났다는 건 선생님은 전혀 모르고 있다.



"코타마 선배, 선생님이 샤워하면서 내는 아저씨스러운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내가 뭘 하면 되죠?"

"그저 조~금의 거짓말만 슬쩍 밀레니엄에 흘려줘."

"그정도라면야."



하지만 언제까지고 속일 수는 없는 법. 유우카가 총학생회에 항의를 하러 가게 되면, 무슨 바보같은 얘기냐며 총학생회에서 토벌 결과를 유우카에게 보여주는 순간이 끝.

이때는 진짜로 허벅지대마왕이 되어 두 명을 죽이러 올 것이 뻔하기에 그 전에 무슨 수를 써야 한다.



《이건 선생님의 자업자득이에요! 저는 절대 안 도와줄 꺼니까요!!》

아로나는 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르르르릉~

모모이와 선생이 각자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는 와중에 크게 울리는 샬레 집무실의 유선전화. 불길한 기운을 느끼며 선생님이 발신번호를 보자 아니나 다를까 나나가미 린 대행의 전화다.



"여보세요, 린쨩?"

『누가 린쨩입니까.』

"하핫. 그래서 무슨 일이야?"

『헤세드 토벌전에 대한 전투 결과 보고서가 조금 늦어지는 건 이해합니다만, 가급적 서두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밀레니엄에서 보고서 전문의 공유와 밀레니엄이 입은 피해에 대한 협의를 요망한다는 공문이 왔습니다.』

"...아"

『전투 구역이 밀레니엄 외곽인건 알고 있습니다만, 구두로 전해 들은 바로는 예정보다 빠르게 전투가 끝났다고 들었는데요.』

"그게 말이지..."

『근처의 민간인 거주구까지 전투가 확대되었던 겁니까?』

《나나가미 대행, 밀레니엄의 유우카입니다. 잠깐 들어가도 될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유우카의 목소리. 아무래도 샬레를 나간 직후 곧바로 린에게 간 것으로 보인다. 선생은 안색이 새파래지는 모모이를 달래며 린에게 잠시 기다려줄것을 요청했지만 금방 기각당했다.



『상세한 피해 규모는 밀레니엄의 회계로부터 듣는 것이 빠르겠죠. 어차피 선생님도 보고서에 관련 내용을 적으려면 밀레니엄의 협조가 필요할 테니, 이쪽은 제가 대응하겠습니다.』

"자, 잠깐만! 린쨩!!"

『그럼 이만.』



유우카를 방 안으로 불러들이는 린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끊겨버린 전화.

이제는 진짜로 린과 유우카에게 가서 도게자하는 수 밖에 없다.



"모모이! 일어나! 빨리 가자!"

"히잉~ 유우카 잔소리 듣기 싫은데..."

"너가 자초한 일이야. 나도 같이 들을테니까. 가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자고."


모모이와 함께 샬레 집무실을 나가려는 순간,



콰앙-



문짝을 아예 부셔버리면서 샬레로 쳐들어온 건 다름 아닌 유우카.

그 뒤를 이어 들어온 것은 언제나의 미소를 되찾은 노아이지만 조금 전에 보았을 때보다도 더 무서운 눈빛이다. 그에 비례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진 모모이의 눈동자와 밤톨입의 모습은 퍽 인상적이지만, 그걸 감상하고 있을 때는 아니였다.



"어머... 진짜군요. 사이바 모모이, 그간 평온하셨는지?"



나지막히 들려오는 노아의 목소리에는 황당함을 감출 기색이 없는 것 같았다.



"선생님, 나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유감이야. 하지만 나도 그래, 모모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유우카에게 모모이는 겁먹고 잔뜩 몸을 움츠린 채 닥쳐올 무력을 대비했지만,



"모모이! 무사했구나... 다행이야.... 히끅, 흑... 흐아앙....!"



그저 모모이를 덥석 끌어안고는 목놓아 우는 유우카의 모습에 모모이는 다정하게 안아주며 나지막히 사과했다.



"미안해, 유우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흐아아앙!!!"

"응, 알았어. 미안해."




그렇게 장장 30분을 쉬지 않고 울어대는 유우카를 모모이는 안긴 상태 그대로 말없이 등을 토닥여주었고, 어느 정도 화가 가라앉은 노아는 이내 평소처럼 웃으며 엉망이 된 유우카의 얼굴을 사진으로 찍어대고 있었다.


이후 화낼 생각도 못한 채 울다 지쳐 쓰러진 유우카를 선생님과 모모이는 샬레의 침실로 옮겨주고, 노아에게도 진심 어린 사과 후 밀레니엄까지 배웅해주며 사건은 일단락되나 했으나...



"모... 모모이... 이건 좀... 심했다고 생각해..."

"이건 왕녀의 몫입니다."

"커흑!"


"이건 유즈의 몫입니다."

"크어억!"

"이건 미도리의..."

"자, 잠깐... 너무 아파... 이러다 진짜 죽겠어..."


"언니는 그냥 죽어!"


"...몫입니다."


진실을 알고 샬레에 찾아온 게임개발부, 특히 케이의 손에 모모이는 또 다시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지만, 이번에는 선생을 제외한 그 누구도 모모이를 걱정하지 않았음은 자명한 이야기.






=============================================================================



유우카가 진심으로 센세한테 화내는 걸 보고싶었음


키보토스 전체와 적이 되더라도 선생의 편이 될 것 같은 학생들은 많지만, 학생회 소속 학생인데 자교에 피해를 입힌 사건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에서 구상한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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