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오오카미 시로코. 한때 선생이 실패한 세계선에서 죽음의 신으로 각성했던 소녀.
그러나 그녀는 어른들의 손으로 구원받았다. 그녀가 가장 믿었던 어른에게,
"제 학생들을 부탁합니다."
그녀가 새로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 어른에게.
그렇게 구원 받은 소녀는 지금ㅡ
"꼬르륵."
굶주리고 있습니다.
......
아마 식사를 못한지는 며칠이 지났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세계의 나와 다르게, 지금의 나는 돌아갈 곳이 없으니까.
아비도스에 머무르는 건 가장 먼저 배제하기로 했다. 대책위원회를 마주하기엔 내 죄책감이, 내 세계의 대책위원회에 대한 미련이 발목을 붙잡았다.
그렇다고 타 학원으로 훌쩍 떠나버릴 정도로 뻔뻔하지도 않았다.
정확히는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한 나를 받아주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샬레는......
모른다.
내가 이 세계의 나와 헤어진 이후로 정처없이 떠돌았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분명 선생님이라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셨을 거라고, 그런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길을 모른다. 내가 탈출 시퀀스로 내려온 이곳이 어디인지조차 모르는 상황.
방주가 없어진 이상 나는 포탈도 없이 맨발로 키보토스를 떠돌아다녀야만 했다.
내가 이 곳에서 샬레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라는 막연한 의문에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었지만, 결국 배고파서 걷지 못할 정도가 될때까지 찾지 못했다.
"응, 나는 여기가 한계. 미안, 선생님. 나는......"
털썩. 결국 골목길 한가운데에서 주저앉아버렸다.
아아, 여기서 쓰러지면ㅡ 선생님이 날 여기에 맡기기 위해 한 희생이ㅡ
"선생님...... 날 구원해주려고 여기까지 데려와줬는데...... 미안해......"
더는 들어주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전하고 싶었어.
이 한마디를 끝으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누군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누군지조차 알 수 없었다.
......
"걱정마세요, 선생님. 필요한 조치는 다 해드렸으니까, 금방 일어날 거에요."
"응, 항상 고마워, 세리나."
"말씀드린대로, '언제 어디서나 세리나!'니까요. 필요하시면 찾아주세요."
잠시 뒤, 세리나는 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이젠 익숙해서 괜찮아.
세리나가 가고 난 뒤, 나는 샬레의 지하실에서 계속 은발 머리의 늑대 소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다행히 안 좋은 꿈을 꾸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계속 편히 숙면 중이었다.
우연히 골목길에 쓰러져있던 이 아이를 발견해서 다행... 이랄까.
물론, 이 아이를 데려오면서 미리 일정이 있던 게헨나 쪽엔 히나에게 연락을 해두었다.
하마터면 시로코는 그대로 아사해버리는 참사가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니 이해해주겠지.
진작에 찾아서 보살펴줬어야 했는데.
"......나도 정말 무책임했네."
"으음......"
바깥이 어느덧 어둑해질 시간이 됐을 무렵, 그 소녀는 마침내 눈을 떴다.
"으음...... 여기는ㅡ"
"잘 잤니, 시로코?"
"선...... 생님...?"
그 은발 머리 소녀는 잠시 멍 때리며 날 쳐다만 보고 있었다.
"여기는 그럼...... 샬레?"
"응, 맞아. 쓰러져 있는 상태여서 급하게 이 곳으로 데려왔어. 혹시 어디 다친 건 아니지?"
"응, 멀쩡해, 선생님."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리고 조금은 떨어져 줄 수 있을까?"
"응, 안돼."
시로코야, 제발 그 복장으로 내 손을 꽉 붙잡지 말아줘. 여러모로 위험하다고.
"......그래서, 어쩌다 그런 상태로 쓰러져 있었는지, 설명해줄 수 있겠니?"
그러고 보니, 왜 여기 D.U 외곽에서 그렇게 고생 중이였는지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 아이를 도울 수 있을테니까.
"응, 선생님을 찾아서 여기까지 오려고 했어."
"응......? 나를 찾아서?"
"응, 앞으로 어딜 가야 할지, 어떻게 지내야 할지, 전혀 모르겠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 방주에서 살려내긴 했지만, 프라나와 달리 이 아이는 내가 도와주지 못했다. 지상으로 내려 보내준 이후로, 이 아이를 본 건 지금이 처음이다.
"......선생님,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아비도스는 내가 얼굴을 내밀 자신이 없어.
다른 학원도 마찬가지야. 난 세계를 멸망시키려 한 존재니까.
비록 선생님같은 어른이라면 날 위로해주겠지만, 그래도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까.
블랙마켓 쪽에서도, 나는 다들 피하려고 했어. 그들에게도 난 두려운 존재인거야.
그래도 선생님이라면, 대답해줄 수 있을 거라고...... 날 외면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믿었으니까. 그래서 선생님을 보러 이 곳을 계속 찾아다녔어."
"......"
나는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고생했던 걸까. 이 아이는.
"선생님, 대답해줘. 나는......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시로코......"
"나는......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그 어여쁜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잠시 그녀를 토닥여주며 진정시켜 줘야 했을 정도로.
"...이제 좀 괜찮아?"
"......응."
"미안해, 시로코.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줄도, 그렇게 혼자 힘들어하는 줄도 몰라주고.
어른으로서 시로코가 이 곳에서도 잘 지내도록 내가 도와줬어야 했는데.
이건 내가 잘못한 일이야. 방주에서 내려온 이후에도, 너를 끝까지 지켜줬어야 했어."
"아니야, 결국 모두 내가 초래한 일이니까."
"그런 시로코를 내가 수습해주지 못한 건 명백한 잘못인거야. 그러니까......
책임은 내가 져야만 해."
"!......"
그 아이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지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 확실히 말해둬야만 했다.
"시로코, 너만 괜찮다면... 역시 샬레에 머무르지 않겠어?"
"...하지만, 역시 선생님에게 그렇게 받기만 하는 건, 나도 미안하니까."
"음, 역시 그런게 문제인거라면......"
잠시 고민해봤지만, 역시 이거라면!
"시로코, 그럼 샬레의 보조 선생님이 되는 건 어떨까?"
"......?!"
"그쪽 세계에선 어땠는지 몰라도, 이곳의 샬레는 업무량이 많거든. 그래서 시로코가 도와주는 조건으로 이 곳에서 지내는 것. 어때?"
"...응, 난 좋아. 하지만 내가 그런걸 맡아도ㅡ"
"걱정하지마, 시로코는 내가 곁에서 계속 있어줄 테니까. 따로 행동하느라 문제가 있을 일은 없어!"
"......"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시로코는 이윽고ㅡ
"응, 역시, 선생님이 곁에 있어준다면."
"그러면, 총학생회에 연락해서 허락을 구할게. 최소한 여부가 결정될때까진 여기 있는거다?"
"......응."
이후, 우트나피쉬팀의 배에 탔던 세명에게 불려가 몇시간에 걸쳐 설명해 겨우 허락을 받은 것과ㅡ
시로코의 옷을 준비하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한 건 중요치 않은 이야기, 중요한건.
"이제부터, 정식으로 샬레의 보조 선생님인거야, 시로코!"
"......응,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녀에겐, 적어도 이전보다 밝은 이야기가 기다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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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좋은 밤입니다. 다들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가볍게 써보기로 생각하고 시작한 소설이라 다소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당장 2편도 상당 시간이 소요될지도 모르죠.
그래도, 소재가 생각나면 바로바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추천도 받을게요.
그럼 전 내일부터 쿠로코 복장 좀 고쳐주고 오겠습니다. 복장 선생이랑 두기엔 너무 숭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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