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심리학과 교수가 쓴 The Seven Sins of Memory라는 책에 7가지 기억의 오류 유형이 나오는데, 이 중에 하나가 Suggestibility, 피암시성으로 인한 오류임. 피암시성이란 건 외부의 새로운 정보가 기존의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걸 말함.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갈색머리 남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걸 봤어. 그런데 경찰관이 "현장에 있던 빨간머리 남자가 범죄를 저지르던 상황을 묘사해주실래요?" 하면 실험자는 범인이 빨간머리라고 왜곡해서 기억하는 경우가 많음. 이렇게 암시된 기억들이 원래 사실처럼 느껴지는 걸 피암시성 효과라고 함.

영선이 성을 직접 들은 적도 없고 구영선이라는 명찰을 봤을 수도 있는 여추반 멤버들이 박영선이라고 하는 걸 답답해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음. 그런데 인간의 기억이란 게 편집과 재구성 그리고 왜곡을 거치기 때문에 피암시성과 같은 취약점이 존재함. 용PD가 "이 영선이가 혹시 박씨니?"라고 대놓고 유도하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에 멤버들의 기억이 충분히 왜곡될 수 있음. 또 서로가 서로에게 동조할 수 있어서 암시된 기억이 확신으로 이어지기도 쉬운 상황이었다고 생각함. 우리 같은 시청자들이야 보고 또 보고 나노 단위로 캡처해서 확인할 수 있지만, 플레이어 입장의 멤버들은 같은 환경이 아니라는 걸 고려해줬음 좋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