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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인크라드의 제1층에는, 범죄방지 코드로 지켜지는 도시나 마을이 4개 존재한다.

플로어 남단에 펼쳐지는 이름이 잊혀진 대도시, 《시작의 마을》.

그 동쪽 문에서 나와 산악지대를 지나가면 메다이 마을이, 그 서문을 나와서 숲을 지나면 호룬카 마을이 있다. 그리고 북문의 너머에 있는 광대한 러터 평원과, 플로어 중앙부를 일직선으로 횡단하는 다루하리 지루(地塁)를 지나면 톨바나 마을이 있다.

하지만 실은 그 외에도 범죄방지 코드가 존재하지 않는 소규모 마을, 흔히 말하는 《권외마을》이 각지에 존재하고 있다.

호룬카의 숲의 남서, 황량한 단구지대의 구석에 있는 레이젤 마을도 그 중 하나다.

정처 없이 계속 걷던 미토는 날짜가 바뀔까 하는 시각에 무언가에 인도된 듯이 레이젤 마을에 도착했다. 호룬카의 숲에서부터 직선거리로 2키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10시간 가까이 걸려버린 이유는 시야에 들어온 몬스터를 닥치는 대로 사냥했기 때문이다. 자살할 용기는 없어도 우직하게 전투를 반복하다보면 언젠가는 무기파괴나, 대규모 링크 등등의 사고가 발생하여 우발적으로 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만, 오히려 레벨이 2나 올라버렸다.

이제 1층 남부에는, 혼자서 미토의 위협이 될 만한 몬스터는 없는 모양이다. 오늘밤은 레이젤 마을에 묵고, 내일은 호룬카 마을에 돌아가거나, 아예 다루하리 지루의 중앙협곡을 차지하고 있는 필드보스에게 솔로로 도전해볼까…. 그런 걸 생각하며 미토는 조잡한 목재 게이트를 통과했다.

게이트의 양측에는 위병NPC가 배치되어있었지만, 두 명 다 막 비가 개어서 젖어있는 땅바닥에 앉아 창을 끌어안고 졸고 있었다. 권외마을에는 때때로 몬스터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고, 그때마다 이 NPC위병들이 퇴치할 터인데, 이래가지고 마을을 지킬 수 있을까……라고 멍하니 생각하며 지나치고, 마을 중앙광장을 향했다.

레이젤에는 베타테스터 때 한번 들른 적이 있지만, 질 나쁜 상점에서 포션을 보충했을 뿐 바로 떠나버렸다. 지형도 대부분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상점 옆에 여관 같은 건물이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없으면 그때는 민가의 헛간에라도 숨어 들어가면 된다.

어슴프레한 달빛과 어둑어둑한 화톳불을 의지하며 닳아빠진 돌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자니. 문뜩 무언가 소리가 들린 거 같아서 미토는 발을 멈췄다.

새가 우는 소리인가 했지만 그런 것 치고는 선율이 풍부했다. 이건 새가 아니라 인간의 노래인가. 누군가가 마을의 어딘가에서 노래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마 심야에만 출현하는 퀘스트의 개시점이겠지. 베타테스트 때 화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대단한 보수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고, 애초에 퀘스트를 받을 만한 정신상태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 미토는 무시하고 앞을 나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고작 2,3보 만에 다시 걸음을 멈춰버린다.

온기가 남아있는 밤바람을 타고 어렴풋이 들려온 노랫소리는, 라라라 뿐인 스캣(흥얼거림)이기 때문인가 엉망진창이 된 마음에 상냥하게 스며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뿐만 아니라 멜로디도 언젠가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듯한─.

「에…….」

어렴풋한 향수의 이유를 깨달은 순간, 미토는 작게 소리를 흘려버렸다.

이 서글픈 멜로디는, 미토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의 엔딩테마다. NPC 그런 걸 부르고 있을 리가 없다. 즉, 적막한 권외마을에서 한밤중에 노랫소리를 울리고 있는 것은, 자신과 같은 플레이어라는 것이 된다.

남과 어울릴 기분은 아니지만, 어떤 플레이어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기분에는 거스르지 못하고, 미토는 노래가 들려오는 쪽으로 발을 향했다.

중앙광장을 횡단해서 좁은 골목길에 들어가고, 부서지다 만 돌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반쯤 썩은 터널은 지나니, 돌연히 시야가 탁 트였다.

레이젤 마을의 좌표는, 제1층 남서단── 즉, 마을의 일부분은 아인크라드의 외곽에 접해있다는 지식은 있었지만, 실제로 여기까지 오는 것은 처음이다. 조잡한 석조 건물들이 줄줄이 늘어선 에이리어에서 한 단 낮은 곳에 자그마한 광장이 있고, 그 안에는 무한한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시작의 마을의 최남단도 외곽에 접해있지만, 거기엔 확실한 난간이 설치되어있어, 의도적으로 난간을 넘어가지만 않으면 낙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광장은 난간은커녕 약간의 단차조차 두지를 않았고, 미토가 서있는 곳에서부터 고작 십 몇 미터 앞에, 돌로 된 지면이 싹뚝하고 절단된 것처럼 소멸해있었다.

저곳에서 뛰어내리면 이 이상 절망도 후회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라는 순간의 파멸충동을 억누르고, 시선을 되돌린다.

모퉁이에서부터 3미터 정도 앞에 목제 벤치가 설치되어있고, 그곳에 한 명의 여성 플레이어가 걸터앉아있었다.

청색계열 튜닉과 스커트는 초기장비인 모양이지만, 머리에는 새하얀 와이드 브림 햇을 쓰고, 꼬아 앉은 다리에 위에는 만돌린 같은 소형 현악기 안고 있었다. 넥 부분이 굵고 짧으니까 좀 더 오랜된 류트일지도 모른다. 모자에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분위기를 보면 미토와 동년배인, 아직 소녀라고 부를 나이라고 생각된다.

소녀는 류트를 살짝 튕기면서, 라라라……라고 옛날 애니송을 계속 부르고 있었다. 솔직히 연주는 조금 어색하지만, 노랫소리는 훌륭했다. 고개를 숙여 음량을 억누르고 있는 모양인데도 달콤하고 맑은 와이스퍼 보이스는 한밤중의 공기를 풍부하게 떨리게 하여, 미토의 전신을 감싸 안아온다. 소녀의 등 뒤에서 쏟아지는 어슴푸레한 달빛마저, 노래에 맞춰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애니송은 C멜로에서 후렴구에 들어가고, 마지막 프레이즈를 반복하고 끝이 났다.

어느 순간부터 눈가에 고인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치며, 박수 쳐도 되는가 어떤가 고민하고 있자니─

「그녀, 제법 잘하지?」

갑자기 오른쪽에서 그런 속삭임이 들려와, 미토는 반사적으로 대낫의 자루를 움켜쥐며 한발 뒤로 물러났다.

어느새 접근해있었던 건가, 아니면 처음부터 바로 근처에 있었던 건가. 플레이어 한 명이 돌로 된 벽에 기대어 있었다. 이쪽도 여성인 모양이지만, 상당히 키가 크다. 미토도 15세인 것 치고는 장신인 편이지만, 상대는 170센치 가까이 되는 모양이다.

헐렁한 캔디슬리브 셔츠에다, 타이트한 검은 레져팬츠랑 숏부츠. 숏보브 머리 위에는 베레모를 쓰고, 왼쪽 허리에는 얇은 곡도.

경계할 상황인데도 미토는 눈앞의 여성의 화려하게 치장된 복장에 한순간 넋을 놓았다.

데스게임이 된 SAO의 정식서비스가 개시 되고부터 벌써 3주가 지났다. 권외에서 싸우는 플레이어의 대부분은, 아직 장비의 외견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미토도 갱신하고 있는 것은 금속 방어구뿐으로, 안에 입고 있는 보라색 튜닉은 초기장비인 채이다.

─그러고보니 아스나는 옷도 이것저것 사 입었었지….

아픔을 동반하는 회상을 심호흡으로 집어삼키고, 미토는 낫의 자루를 놓고, 똑같이 속삭이는 목소리로 답했다.

「……방해할 생각은 없어요. 실례할게요.」

숏보브의 여성이, 류트 소녀의 일행이라 판단하고, 목례하고 마을 안에 돌아가──려고 했지만.

「다음 곡도 듣고 가.」

여성은 미토의 망토를 손가락으로 잡고, 그렇게 속삭였다.

지금은 다른 플레이어랑 엮이고 싶지 않지만, 소녀의 노랫소리를 조금 더 듣고 있고 싶다는 기분도 조금은 있었다. 잠깐 망설이다가 미토는 무언으로 끄덕였다.

여성이 미소짓고, 시선을 다시 정면으로 돌리는 것을 기다린 것처럼, 벤치에 앉아있던 소녀가 가볍게 류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어딘가 민족음악적인,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선율. 이번에는 곡도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무슨 곡이었을까, 라고 조금 생각하다가, 현실세계에서 들은 음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건 시작의 마을의 NPC악단이 자주 연주하던 곡이다. 반복해서 연습했던 거겠지, 소녀는 아까 연주했던 애니송보다 상당히 능숙하게 서곡을 연주해내고는, 얼굴을 들어 노래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밝히는 별이여…… 언덕에 부는 따뜻한 바람이여…」

미토가 아는 한, NPC악단에 가수는 없다. 분명, 그녀는 스스로 이 곡의 가사를 붙인 거다. 엑조틱한 곡조에 잘 어울리는, 서정과 향수를 느끼게 하는 노래가, 미토의 의식을 상냥하게 품고 흘러간다.

아스나와 함께 이 곡을 들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다시 눈물이 쏟아져 나왔지만, 미토는 필사적으로 참았다. 울어서 편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가슴을 계속 후벼 파는 이 아픔은, 살아있는 한 조금이라도 색 바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소녀는 소극적인 음량이면서도 정감 풍부하게 주제를 노래하고, 류트로 같은 선율을 반복하고, 연주를 끝냈다.

그러자마자 옆에 있던 여성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기에, 미토도 조금 망설이다가 손뼉을 쳤다. 그러자 소녀가 숙이고 있던 얼굴을 들어 똑바로 미토를 보더니 조금 아스나와 닮은 색의 눈을 여러 차례 깜빡였다.

이번에야 말로 물러나자. 그렇게 생각해서, 소녀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나서, 발길을 돌리려 했지만.

옆에 있던 여성이 다시 미토의 망토를 당기고 말했다.

「지금부터 그녀랑 한잔 할 건데, 같이 할래?」

-----끝----

사고 방식이 사치 죽었을때 키리토랑 일일이 같네

다음 건 기니까 주말은 돼야 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