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투판의 큰 별 하나가 떨어졌다고 해서 무거운 마음으로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조심스럽게나마 다녀온 슬픔의 현장을 글로나마 전하고자 합니다.

먼저 고인의 영정사진입니다. 유족 측에 따르면 경황이 없어 쓸만한 영정사진을 찾지 못해 급하게 준비했다고 합니다.

슬픔 속에서 생전 고인을 좋아했던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는데요.

우선 프로토스 종족을 대표하여 댈람 프로토스 연합 대표님이신 아르타니스님께서 한달음에 달려와주셨습니다.

조문을 하고 나가시는 길에 심정을 물었더니 '우리가 너무 오만하였다. 우리가 누구보다 강하다 착각하여 정화자 프로토스들을 봉인한 것 때문에 오늘같은 참사가 벌어진것 같다.' 하시면서 무거운 책임을 통달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저는 너무 아쉬웠습니다. 정화자 프로토스만 있었더라면 고인은 적어도 십년은 더 살았을텐데....

한편 알라라크라는 작자는 '나약한 것'이라 적힌 조화도 아닌 화환을 보내와 장례식장이 한때 소란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참....

이어 고인의 곁을 마지막까지 지켜주신 주성욱 선수께서 기꺼이 상주 역할을 맡겠다고 하셨습니다. 본인의 손으로 가장 친한 친우를 떠나보냈다는 것을 슬퍼하셨죠.

고인의 마지막 남은 유족인 프로트스 2티어 우승 분의 모습입니다. 상주를 맡기 힘들 정도로 어린 나이에 형을 잃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고인의 동생과 가장 친분이 있는 조성호 선수가 그를 달래며 위로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소에도 선해보이는 인상을 가진 선수분이시라 마음씨도 정말 착하신 것 같습니다.

4년 전 고인의 마지막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던 김대엽 선수께서도 조문을 와주셨습니다. 군 복무중임에도 불구하고 한걸음에 달려와주시었는데 침울한 표정을 지울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프로토스 그 자체'로서 고인의 소울메이트이자 단짝인 태사도우 선수께서도 조문을 와주셨습니다. 오랫동안 스투판을 비웠다가 돌아온지 얼마나 됐다고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지만 슬픔을 삭히고 고인을 잘 보내드리려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프로토스 선수는 아니지만 생전 고인에게 몇 번이나 큰 도움을 주는 등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잘해주셨던 어윤수 선수도 군 복무중임에도 조문을 와주셨는데요. 한 때 누구보다도 증오했을 사이지만 이후에 잘 지냈던 고인의 마지막 길을 보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시던 모습이.....

한쪽 구성에선 슬픔의 잠긴 사람들의 곡소리가 너무나 서글프게 들렸습니다.

"블리자드 개새끼들.... 니들이 죽인거야..... 니들이! 니들이 죽인거라고!!! 내가 프전없이라고 몇번을 말했는데..... 밸런시발들아!!!!"

비록 은퇴하셨지만 비보를 듣고 가장 먼저 달려와주신 김유진 선수도 한쪽에서 비통함에 소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슬픈 나머지 울분을 뱉으며 징징거리시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Shibal.... Shibal..... Shibal Fucking Terran IMBA!!!!"

원이삭 선수도 김유진 선수의 맞은편에서 같이 소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고인의 죽음을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들어 부정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이외에도 많은 분들이 조문을 와주셨지만 일일히 만나뵙지는 못했습니다.

장례식장 입구쪽에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생전 고인이 가장 빛났던 순간들을 담은 사진들이 놓여있어 한바퀴 쭉 돌아봤습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오니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유전이 터지듯 솟구쳐올라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눈물이 앞을 가려 공허의 구도자를 타러 갈 수가 없었습니다.

고인은 생전 누구보다 밝게 빛나는 별이였지만 때론 공공의 적으로 몰리기도 하고 때론 마지막 승부처럼 뜨겁게 불타올랐습니다.

이젠 우린 더이상 고인을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누군가 예토전생을 시키지 않는 이상 고인은 모두의 슬픔 속에서 영면할 것입니다.

오늘 밤은 너무나도 길 것 같군요.

프로토스 프리미어 대회 우승

(2010. 12. 18 ~ 2021. 10. 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