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살임다만"

아사히가 283에 들어온지도 5년이 되었지만 어째서 아직 14살인가는 차치하고

그 대답에 프로듀서는 아빠미소를 함박 지으며 아사히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우리 아가 곤충박람회 티켓이랑 3일 휴가를 줄 테니 잘 놀고 오렴"

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얏탓쓰!!" 환호를 지르며 뛰쳐나간 아사히와 교대로 들어온 카호에게도

프로듀서는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우리 카호가 지금 몇살이더라"

"? 12살이에욧!!"

"어이쿠 우리 아가 많이 컸네. 자 여기 히어로쇼 티켓이랑 7일 휴가를 줄 테니 잘 놀고 오렴"

그렇게 말하며 프로듀서는 카호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꼬옥 안아주었고

카호는 "히어로쇼!!! 프로듀서님 감사합니닷!!" 하고 예의바르게 인사한 뒤 눈을 반짝이며 뛰쳐나갔다

그 모든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아마나는 콩깍지가 씌였기에

프로듀서의 행동이 문제투성이라는 걸 깨닫지 못한 채

'프로듀서님은 아이들을 정말 귀여워하시는구나. 분명 나중에 자상한 아빠가 될거야...

그럼 아마나와 프로듀서님이 결혼한 후에도 분명 화목한 가정이..."

라면서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는데 그때 옆에서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니헤헤..."

아니나 다를까 텐카가 뭔가 하찮은 계획(물론 본인은 완벽한 계획이라 생각한다)을 세운 능글맞은 표정으로

프로듀서에게 다가가고 있는게 아닌가

"음? 텐카야 뭐 원하는거 있니?"

"에또 에또... 프로듀서님. 뗑까한텐 안 물어봐?"

그러자 프로듀서는 만면 가득 아빠 미소를 지으며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아이쿠 우리 귀염둥이 왔네. 우리 뗑까가 올해로 몇살이더라?"

"니헤헤... 텐카 올해로 7살!!!"

"텐카쨩?!?!"

아마나는 텐카의 염치없는 행동에 깜짝 놀랐다

아무리 휴가를 원한다고 하지만 본인의 나이를 10살이나 낮춰부르다니...

뻔뻔한 거에도 정도가 있는게 아닐까?

물론 정신연령은 7살과 별차이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그런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듯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짓더니 텐카의 머리를 쓰다듬고 꼬옥 안아준 뒤

에구 내새끼 하며 볼에 뽀뽀까지 쪽 해주는게 아닌가

"자, 텐카야 여기 4080ti와 2주 휴가권이란다. 재밌게 겜하다가 오렴!"

"니헤헤 아리가또!!"

아마나는 평소 텐카에겐 무른 편이었으나

이번엔 정말로 언니의 철없는 행동을 교정해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다른 말이 아마나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아...아마나한테도 물어줘!!!"

"엣?!"

텐카와 프로듀서 둘다 당황한 듯 아마나를 쳐다보자

아마나는 아차 싶었지만 이내 자신의 진짜 본심을 깨달았다

텐카쨩...프로듀서님께 볼에 뽀뽀를 받다니... 그렇다면 아마나가 더 낮은 나이를 부르면 아마도 그 다음 단계는...

아이흉내를 내야하는 것과 달리 전혀 순수하지 못한 의도...

하지만 아마나는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이미 내뱉은 말이니 철회할 수가 없었다

"크흠...그러니까 아마나가 몇살이더라... 텐카랑 쌍둥이니까 아마도..."

"아...아마나는 5살...이에요...."

프로듀서는 그말에 깜짝 놀랐고, 아마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자신도 모르게 이런 말이 자꾸 튀어나오다니...

아무리 그래도 역시 5살은 너무 무리수가 아닐까

하지만 프로듀서는 그말에 이내 아빠미소로 돌아오더니

예의 행동들을 하나씩 하나씩 아마나에게 해주기 시작했다

이윽고 볼에 뽀뽀까지 받자 아마나는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그리고 이제 다음 단계가...

프로듀서는 아마나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아마나는 가슴이 콩닥거리며 얼굴이 화끈화끈해지기 시작했다

'이...이대로면 프로듀서님과 키스!!'

아마나는 눈을 찔끔 감고 꿈에도 그리던 순간을 기다리다가

문득 마음속에 새로운 망설임이 샘솟았다

정말 이래도 괜찮은걸까?

이렇게 키스를 받는다고 해도 단지 프로듀서님에겐 아가에게 인사하는 정도의 의미만 있을뿐

전혀 연인으로서의 키스가 아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프로듀서님이 더이상 아마나를 여자가 아닌 아기로 볼지도 몰라...

첫키스는 이런 것보다 좀더 진지하고 무드있는 분위기에서 하고 싶어...

예를들어 아마나가 성인이 된 뒤 예전에 받은 와인을 함께 마신다거나 하는 상황에서...

결국 아마나는 부끄럽기도 하고 역시 이런건 비겁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키스하려 다가오는 프로듀서님을 뿌리치고

"미...미안! 아마나 역시 안되겠어!!"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가버렸다

"아...아마나!"

아마나가 돌연 태세전환하자 프로듀서가 당황하여 불렀지만 아마나는 이미 얼굴이 홍당무보다도 더 붉었기에

더이상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전속력으로 달려나갔다

"아우우...나쨩 휴가도 안 받고 가버렸네... 니헤헤. 그럼 나쨩 몫까지 뗑까가 쉬어도 될까?"

이 모든 상황을 휴가랑만 관련짓는 뗑까는 아마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채

프로듀서에게 그럼 뗑까는 오늘부터 한달간 휴가야 니헤헤 인사하고는 아마나를 따라 사무소를 나섰다

그렇게 사무소가 조용해지자 프로듀서는

"오늘도 아빠 기운이 가득 솟았으니 그럼 이 에너지로 열심히 일해볼까"

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업무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뭔가 잊고 있었던게 떠올랐다

"잠깐...오늘은 알스메의 협의였잖아... 아마나 텐카는 방금 돌아갔고... 그렇다면"

"꺄아! 꺄아!!!!"

프로듀서가 잊고 있었던 무서운 결론에 도달하기도 전에 소파쪽에선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치...치유키!!!"

프로듀서가 놀라며 소파쪽을 바라보자 거긴 침대에 누운 아기처럼 누워서 손가락을 쪽쪽빨며

꺄아 꺄아 아기소리를 내고 있는 치유키가 있었다

"바아브...바브...응애... 꺄아!"

아아... 이건 분명... 2살... 아니 1살까지 부를 태세이다...

그리고 분명 키스의 다음 단계와 10개월 이상의 휴가를 요구하겠지...

프로듀서는 공포에 사로잡혀 더이상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