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출발지점

5번 하산지점

가을을 맞이해서 슬슬 산행을 다시 다녀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운동을 쉬어서 몸도 좀 풀어야 하니 높은 산은 힘들고 동네에 있는 청계산 부터 가보기로 합니다. 출발 지점은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으로 정했으며 이후 과천 매봉을 지나 석기봉, 청계 매봉을 지나 다시 서울랜드 북편으로 돌아 나오는 원형코스를 생각하였지만...이게 안된다는 것은 나중에 도착해서야 깨달았습니다.

우선 서울대공원에 차를 대고 주차장 오른편 샛길로 들어가면 과천 매봉으로 오를 수 있는 등산로가 나옵니다. 포켓몬고를 켜보니 등산로가 깔끔하게 지도위에 길로 표시가 되네요.

출발한지 얼마 안됐는데 등산로 중간에 체육관도 보입니다. 중간중간 다깨주며 이동하다 보면 어느새 과천 매봉에 도착합니다. 과천매봉은 청계매봉과는 엄연히 다른 봉우리 입니다. 둘다 이름이 매봉이지만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매봉에 올랐으니 다시 포켓몬고를 켭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체육관과 스탑들이 보이네요. 바로 점령한 뒤 숨 좀 돌리고 능선을 따라 다음 목적지로 향합니다.

이제 능선을 따라 완만한 길이 이어지면서 계속 걷다 보면 어느순간 불경 외는 소리가 오른편에서 들립니다. 청계산의 터줏대감인 청계사 근처에 다왔다는 얘기죠...다시 포켓몬고를 켜보면 청계사가 바로 화면에 잡힙니다.

청계사를 지나 석기봉으로 향하면 헬기포트가 나옵니다. 이쯤되면 허기가 집니다. 슬슬 자리잡고 뭘 먹어야할 타이밍이죠.

기괴한 모양의 제발 죽여달라는 표정의 인형(?)을 무시하고 오르다 보면 식사를 할 수 있는 나무데크들이 있습니다. 정상인 이수봉으로 가시는 분들은 이수봉에 올라 식사를 하셔도 되지만 저는 환형종주 코스를 탈 예정이었기에 여기서 우선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물론 이게 큰 착각이었음은 나중에 깨닫게 되지만...

밥을 대충 먹고 다시 등산로를 타다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곳 부터는 군사시설이 있기 때문에 잘못 길을 들면 바로 군부대에서 내려가라는 방송이 나옵니다. 유의해서 우회로를 따라 이동해야 합니다.

원래 목적은 청계 매봉에 도착하면 계속 북쪽 능선을 따라서 서울대공원 북단으로 내려오는 것이었는데, 이곳에 와서야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매봉 북단 능선은 모두 서울대공원 민간부지로 묶여 있어 펜스가 쳐져 있고 대공원 쪽에서 유료입장한 입장객들은 들어갈 수 있는 사유지더군요. 쉽게 말해 매봉 쪽에서 북쪽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사실상 불법입니다.

인터넷에서 자랑스럽게 해당 환형종주로 등산로 탐방기를 올려놓은 블로그들을 읽고 당연히 가도 되는 곳인 줄 알았는데 그 글들이 사실은 다 남의 사유지에 불법으로 무단침입한 글들 이었던 거죠.

알면서도 똑같은 짓을 할 수는 없기에 아쉽지만 왔던길을 되돌아 와서 청계사 쪽으로 하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상심한채 내려오고 있는데 나무 사이에 쌔한 느낌이 납니다. 자세히 보니 야생의 사슴벌레가 뙇!!! 야생 사슴벌레는 초등학생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동네 형들이랑 저거 잡겠다고 깊은 산속까지 뒤지고 다니던 적이 있었는데 요새 애들은 마트 곤충코너가 아니면 보기 힘들죠.

하지만 너무 부화를 늦게 한 탓인지 힘이 없더군요. 날씨도 슬슬 가을날씨로 접어드는 시기라 일교차가 크고, 1년생인 곤충이 살기에는 어려운 날씨가 되어서 그런지 멕아리가 없었습니다. 보통 힘쎈 놈들은 만지기만 해도 가슴이랑 머리를 세우고 발버둥을 치거든요.

우선은 다른 등산객들 눈에 띌까, 조심히 잡아서 나무 뒷편에 놓아 주었습니다.

결국 청계사로 무사히 내려 왔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정상인 이수봉을 찍고 내려오는 편이 나을것 같다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한 산행치고는 만족스러운 산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