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환은 입이 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간신히 패패승을 거두고 시작한 네 번째 경기.

한타 한 번을 이기면 한 번을 지고, 용을 먹으면 바론을 뺏기고,

계속되는 줄다리기 끝에 경기는 50분을 넘어섰다.

'이번 용 한타로 끝장을 본다'

경환은 마음을 굳게 먹으며 수호 천사를 구매했다.

“재완아, 점멸 티버 돼?”

“돼요!”

“형, 저 밑에서 바로 합류할게요. 가요!”

경환은 정당한 영광을 키고 적진 한가운데로 돌진했다.

그 후 재완의 점멸 티버가 3명을 묶었고, 성웅도 합류했다. 이대로 이기는 한타가 되나 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돌진한 나르의 궁에 맞아 상혁의 룰루가 죽고 말았다.

잘 큰 준식의 루시안이 분전했지만, 나르를 잡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바람에 한타가 완전히 무너졌다.

렉사이와 애니가 차례차례 죽고, 경환의 마오카이는 수호 천사조차 쓰지 못하고 혼자 살아남았다.

“하...”

이대로 지는 건가.

“끝났네...”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아보기조차 힘들 정도로 힘없는 목소리가 헤드폰에서 들렸다.

아무도 반박이 없는 걸 보면,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제일 먼저 죽어버린 상혁은 자책하듯 키보드를 놓았다.

성웅도, 준식도, 재완도 모두 한숨만 쉴 뿐이었다.

경환도 마우스를 붙잡은 손에 힘이 빠졌다.

이대로 지는구나. 이번엔 정말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여기까지구나.

2015년 스프링 롤챔스, SKT T1의 최종 순위는 3위...구나.

3위...

분명 S팀 시절의 성적을 생각하면 높은 순위지만, 뭔가 만족스럽지 않다.

지금 우리 팀이 얼마나 대단한데.

경환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팀메이트들을 보았다.

맨날 연습실에서 몰래 밤새고, 코치님이 숙소에 데려다주고 가도 다시 연습실로 가서 밤새 연습하던 성웅이.

최고의 커리어를 누리고도 다시 한번 티원에서 롤드컵 우승을 하겠다며, 매일 꾸준히 연습하는 상혁이.

3년동안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우승 한 번도 못 해본 건 부끄럽다고 말하던 준식이, 재완이.

또, 대기실에 있을 지훈이, 

정말 우승하고 싶다고 했었지... 2012년부터 게이머 생활 했었고 정말 잘했었는데. 지금도 최고 미드라이너인데. 

이렇게 교체되어서 들어갔는데 져버리면... 섭섭하겠지.

새로 들어온 재현이, 종범이도, 연습생인 예찬이도, 플로리다 갈 수 있냐고 얼마나 기대했었는데.

이대로... 이대로 3위... 고작 3위...

“싫어.”

“응?”

“이대로 지는 거, 싫어.”

경환의 한 마디에 모두가 놀란다. 당연하다. 60초는 기다려야 다른 팀원들이 부활하는 이 상황에 탱커 하나로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내가... 무조건 막을게! 10초라도 시간 끌어볼게! 일단 끝까지 해보자!”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자. 얘들아.

경환은 그렇게 생각했다.

경환은 자신의 텔포가 돌아온 것을 보며 맵을 보았다.

나르가 귀환을 탔다가 텔포를 타고 미드 타워 앞으로 오는 중인데, 왠지 미니언을 기다리며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다.

자신이 없는 거다.

자신들의 데미지에 대한 자신이 없는 거다.

경환은 확신하며, 상대방의 뒤쪽으로 텔포를 탔다.

“와라! 이 새끼들아! 안 와? 안 와? 미니언 내가 다 죽인다?”

경환은 스킬을 있는 대로 다 쓰며 상대방의 미니언을 없애기 시작했다.

상대방은 망설이더니 이내 경환을 잡으러 뒤로 몰려들었다.

“됐어! 이리 와, 다 와, 나 풀템에 궁 켰어! 가엔도 있어!”

최소 20초다. 20초 번다.

경환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있는 힘을 다해 공격을 퍼부었다.

수호 천사까지 다 빠지고 나서야, 경환은 땀으로 가득찬 마우스를 놓았다.

“형, 고마워요. 형이 우리한테 기회 한 번 더 준거에요.”

옆자리의 성웅이 말했다. 어느 새 놓았던 마우스를 다시 잡은 채였다.

“가자, 블라인드.”

상혁이 다시 키보드를 잡으며 말했다.

가장 먼저 죽은 상혁의 룰루가 부활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25초였다.

----------------------------------------------------------------------

망갤에서 구해온 슼갤문학 명작 오브 명작

킹갓마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