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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아오코, 아직도 처녀야?"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3 01:38:19
조회 6922 추천 112 댓글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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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흡!"


소녀가 내려놓은 찻잔이 받침대 위에 안착하는 것보다 먼저 기품없는 바람소리가 양관의 거실을 채운다.


"아리스 너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별 의미는 없어. 그저 궁금했을뿐."


흑발의 소녀, 쿠온지 아리스는 동그란 구슬같은 초콜릿을 두 손가락으로 집어들어 쏙, 하고 입에 집어놓고는 다시 찻잔을 들어올려 홍차의 향취를 음미한다.

파랑새의 깃털을 닮은 푸른 담요를 무릎에 덮은 그 소녀가 행하는 일련의 과정은 마치 옛날 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또 고풍스러웠다.


"10년 만에 만난 친구에게 처음으로 하는 소리가 그거야?"


아리스의 맞은 편에 앉은 붉은 장발의 여성, 아오자키 아오코는 팔로 입 주위를 훔치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아리스를 째려봤다.


"어라, 10년 만에 만난 친구에게 다짜고짜 홍차부터 달라고 했던게 누구였을까."

"그, 그건 어쩔수 없잖아! 그리웠다고! 아리스의 홍차!"

"아, 그래."


불과 몇 분 전에 일어났던 자신의 추태를 다시 떠올린 아오코는 살짝 빨개진 얼굴로 되려 큰 소리를 냈고,

아리스는 이를 홍차에 담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겼다.


그 뒤로도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된다.

오래된 책의 먼지를 털어내듯, 소녀와 여성은 10년 전의 일상(페이지)을 하나하나 펼쳐나간다.


"...그런데 말이야 아오코."


홍차의 온기가 식어가고, 수풀이 우거진 정원에 그림자가 내려앉을때쯤.

아리스의 흑요석같은 눈동자가 아오코를 똑바로 응시한다.


"아직 첫번째 질문의 답을 듣지 못했는데, 언제쯤 말해줄 생각?"

"푸, 케흑?!"


식은 홍차를 단숨에 들이키다 불의의 일격을 맞은 아오코가 다시한번 기품없는 소리를 내며 카펫을 더럽힌다.


"정말 집요하네! 아아 정말! 알았어! 말해주면 될거 아니야!"


아오코는 쾅, 하며 거칠게 찻잔을 내려놓으며 항복을 표명했다.

저 소녀가 한번 무언가에 꽂히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때까지 멈추지 않는다는 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없어."


고개를 휙 돌리고는 들릴듯 말듯한 작은 목소리를 내뱉는 아오코.

나름의 마지막 저항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둘밖에 없는 이 양관에서 홀로 울려퍼지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크게 들렸다.


"그래? 예상대로네."

"아리스...! 역시 다 알면서..."


기껏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음에도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아리스를 향해 아오코가 원망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잠깐만, 아리스. 너 그거 뭐야."


아오코의 눈빛이 돌연 진지하게 변한다.


동화 속의 소녀는 10년 전과 다를바 없는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

또한 양관(원더랜드)의 안에 있는 이상, 소녀(앨리스)는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래, 그것이 설령.

자연이 빚어낸 추위라 할지라도.


"너, 담요를 왜 덮고 있어?"

"..."


아리스는 대답하지 않는다.

뇌에서 시작해 목과 혀를 거쳐 입을 통해 소리를 내는 것은 거추장스러울뿐.

그녀의 생각을 표현하는 건 단 한번의 동작으로 충분했다.


"...?!"


아오코의 눈이 완전한 원을 그린다.

터질듯한 눈동자가 바라보는 그 끝에는 아리스의 가느다란 손이 존재한다.


가냘프고 아름다운 순백의 손.

그 손은 소녀의 하복부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너, 너?! 설마??? 진짜?!"


아오코의 음량이 순식간에 에스컬레이트한다.

조용한 분위기에는 맞지 않는 소음에 아리스의 눈썹이 꿈틀했지만 당황한 아오코의 눈에 그런 사소한 것은 들어오지 않는다.


"자, 잠깐만. 그렇다면 상대는...!"


당황이 경악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직전까지 그녀들이 나누던 대화의 주제가 바로 '1년에 한번씩 양관을 찾아오는 전 동거인' 이었으니.


결과에 사고가 다다르자 아오코는 마치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단숨에 침착함을 되찾았다..


"축하해, 아리스. 드디어 솔직해졌구나."


아오코는 진심으로, 한치에 거짓도 없는 마음으로 친구를 축복한다.

적어도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그랬을것이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말한 그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차가웠다.


"후... 아오코."


아리스는 그런 아오코를 바라보며 옅은 한숨을 흘린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그이는 아직 여자를 몰라."


아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무언가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차가운 충돌음과 함께 탁자에 놓여진 것은 언젠가 아오코가 본적이 있는 작은 유리병이었다.


"이건... 호리병?"

"기억하고 있구나. 서유기의 자금홍호로를 베이스로 만든 마도구. 이름을 불린 이를 가두는 병."


아오코는 화려하게 세공된 유리병을 유심히 관찰한다.

사람을 가두는 용도로 만들어졌으니 본래라면 누군가 들어있지 않는 이상 유리병은 텅 비어있어야 하건만 어째서인지 유리병은 가득 차있다.


투박하고 탁한, 그리고 아마 끈적할 백색의 액체로.


"아리스! 너 미쳤어?!"


이제서야 모든 것을 알게 된 아오코가 소파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녀의 얼굴은 그녀의 머리카락만큼이나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어머, 마리아(동정녀)에게는 다소 자극이 강했니?"

"...저거, 소쥬로는 알고 있어?"

"그럴리가. 스노우 화이트가 자신이 잠든 사이에 있었던 일을 기억할리 없잖아?"

"이걸 소쥬로가 알면... 아니구나. 그녀석이라면 별 생각없이 받아들이겠지. 그런 녀석이니까."

"그렇지?"


아리스는 후훗, 소리를 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야말로 마녀의 웃음이다.


"하아..."


긴장이 탁 풀린 아오코는 도로 쓰러지듯 소파에 앉아 몸을 기댔다.


"그래서? 어떡할거야? 혼자 감당할수 있겠어?"

"...의외네. 더 심한 말을 들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아리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녀가 오늘 보여준 행동 중 가장 큰 반응이었다.


"너랑은 다르게 나는 10년 동안 많은걸 봐왔으니까. 물론 그중에서도 이건 상위권의 미친 짓이긴 하지만... 어찌저찌 이해할 정도는 된다고 봐."

"성장했구나. 아오코."


이번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아리스.

그 미소에서 아오코는 왠지모를 모성을 느낀다.


"아, 하지만 한가지 착각하는게 있어."


아리스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탁자 위에 놓인 유리병을 잡고, 아오코 쪽으로 유리병을 밀어보낸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 될 예정이거든."

"...에?"


그 순간, 아오코의 사고가 정지한다.


"사용법은 알려주지 않아도 괜찮겠지?"


아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소 무책임해보이는 한마디를 남기고 유유히 거실을 떠났다.

그리고 몇 분 후, 아오코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저택의 동쪽으로 향한다.



탁자 위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음습한 걸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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