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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일어나는 검다. 애송이."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8 02:48:20
조회 6416 추천 76 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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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찌찌, 하는 경박한 새의 울음소리가 귀를 두드린다.


"일어나 있다고."


본능에 가까운 대답과 동시에 잠겨있던 의식이 억지로 수면 위로 부유한다. 

붉게 물든 시야를 팔로 닦자 푸른 빛의 깃털을 가진 작은 울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잘 자던지, 드디어 산송장이 자기 몸에 맞는 관을 찾았나 싶었슴다."


검은 진주를 박아넣은듯한 두개의 눈동자가 소쥬로를 응시한다.

푸드덕거리는 자그마한 한쌍의 날개는 마치 그에게 항의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말이 심한걸. 아직 그정도는 아니라고."

"그럼 빨리 일어나기나 하라는 검다."

"말 안해도 알아."


로빈의 재촉을 받으며 소쥬로는 몸을 일으킨다.


우득, 우드득.


불길한 소리와 함께 지구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소쥬로 잡아당긴다.

하지만 소쥬로는 그 손을 가볍게 뿌리치고는 두 다리로 지면 위에 우뚝 선다.


"후우우우......"


정신을 한데 모으는 호흡.

소쥬로는 부감하듯 제3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육체를 냉정하게 진단한다.



왼쪽 어깨가 빠졌다.

하지만 문제없다.


오른쪽 팔은 부러졌다.

하지만 문제없다.


오른쪽 다리는 멀쩡하다.

그러니 문제없다.


왼쪽 발은 덜렁거린다.

하지만 문제없다.


그외에 자잘한 상처들.

역시나 문제없다.



"좋아, 괜찮아."


진단을 끝낸 소년은 스스로에게 합격점을 내리고 옅게 미소짓는다.


몸이 무사함에 대한 안도가 아닌,

아직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를 담아.


"아오자키는?"

"무식한 것끼리 싸우는 중임다."


쾅!


로빈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숲속에서부터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온다.

쓰러지는 나무와 매캐한 연기 사이로 붉은 장발의 소녀와 금과 은으로 이루어진 거인의 모습이 보인다.


한번 휘두를때마다 숲의 지형을 바꾸는 거대한 팔을 피하며, 아오코는 이치를 벗어난 마탄을 연발한다.

거인의 공격은 아오코에게 닿지 않고 아오코의 마탄은 연신 거인에게 적중하나,

아오코의 표정은 짜증으로 가득했다.


"아아 정말! 하나도 안먹히잖아!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거야?!"


분명 한참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얼핏 그런 목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다. 


"무사하구나."


아오코의 상황을 확인한 소쥬로는 아까보다도 더 밝게 웃었다.

투정을 부릴 정도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이제 남은 것은.

내가 해야할 일을 해내는 것.


고개를 든다.

숲을 낮게 뒤덮은 안개 너머로 거대한 형체가 일렁인다.

악령이라 불러 마땅할 그것은 사냥에 성공한 짐승처럼, 새빨간 입으로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마련된, 방금까지 소쥬로가 있었던 붉은 무대 위에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멍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


소쥬로는 소녀와 눈을 맞춘 채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할 검까, 애송이?"

"물론."


소쥬로의 손에 들린 것은 새 모양의 갑옷장식.

금방이라도 부서질것같은 그것을, 소쥬로는 손으로 꽉 움켜쥔다.

그러자 계란껍질이 깨져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일순간 로빈의 모습이 흐릿해졌다.


"알겠슴까 애송이. 마이 엔젤과 마이 여신을 구하는데 실수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검다."

"설마. 내가 아오자키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자신만만하니 오히려 불안함다."

"걱정하지마."


꽈악.


"한번해본건 절대 틀리지 않으니까."


주먹을 굳게 말아쥔다.

손에 들려있던 마녀의 유품은 완전히 깨어져 부서진다.


"...아리스를, 잘 부탁함다."


그 말을 끝으로, 울새의 모습은 사라진다.


소쥬로는 여운을 뒤로 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주문을 외운다.


"ㅡㅡㅡㅡ 공기의 추,(가볍게, 약하게) 가슴의 떨림(훌륭하게, 빠르게)

              빛은 앞서고(똑 딱 똑 딱), 그림자는 뒤지리(서둘러라 서둘러)."


그것은 언젠가 들었던, 그가 처음으로 접했던 주문.

그때 들었던 주문을, 소쥬로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읊는다.

물론 마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소쥬로가 암시의 주문을 외운다 한들 마술적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울새의 죽음 앞에서 문장(자백)을 뱉어낸다"는 그 행위 자체는.

방아쇠가 되기 충분하다.


울새는 죽었다.

범인은 자백했다.

...그렇다면 울새는 어떻게 죽었는가?


마더 구스의 가사는 비어서는 안된다.

잃어버린 울새의 노래(로스트 로빈 론도)는 누락된 가사를 억지로라도 구현한다.

범인의 주문(자백)이 가장 강하게 머리속에 남아있던, 그 기억으로부터.



그리하여, 스러진 광대의 왕이 재림한다.



소년이 땅을 박찬다.

안개로 가득한 밤의 정원을 밝게 빛나는 녹빛의 혜성이 가로지른다.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마녀의 파수견이 그 질주를 막아보려 하지만 미끄러지듯 달려나가는 소년을 따라잡지 못한다.

그렇게 소년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밤을 달려 악령의 지척까지 도달한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땅을 박찬다.

이것으로 다리는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단숨에 도약한 소년이 의식의 틈새를 파고들어 무대 위로 오른다.

그리고 활시위를 당기듯, 오른팔을 뒤로 잡아당긴다.


"망령에는 망령을,"

"?!"


거인을 상대하던 마법사에게 한눈이 팔려있던 악령은 너무 늦게 이를 눈치챈다.


"너를 데려가겠다."


소녀의 모습을 한 악령을 향해,

소년의 모습을 한 망령이 손을 뻗었다.





















멋있는걸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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