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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나는 최면사이올시다.

야간공대생후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9.02 19: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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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이제 없소.


나는 앞에 놓여진 장국을 응시하며 나직히 읆조렸다. 뜬금없는 혼잣말에 몇몇 빈객들이 잠깐 나를 곁눈질했으나 내가 덮어쓴 두건을 보고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부아가 치밀기 보다는 오히려 실소가 나왔다.


손도 안 댄 장국을 남겨두고는 관앞으로 가본다.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불러왔다던 무녀가 바닥에 뒹굴거리고 있다가 귀찮게 들락날락하지말라며 투덜댔지만 남겨둔 장국얘기를 하니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빈소에는 요즘은 텐구덕에 흔한 영정사진 하나 놓여있지 않았다. 그저 친우가 사용하던 두건 하나만이 놓여있을 뿐이었다.

미련한 것아, 하필이면 마을에 하나 있는 절의 주지승을 건드린거냐. 봐라 덕에 장례식도 싹수노란 무녀가 맡지 않느냐.

그렇게 말은 했지만 퍼뜩 죽은 친우가 언제나 가슴이라면 환장을 하던 성정이란게 문뜩 생각나서 무심코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만사에 타협이라곤 모르던 골통이었으니 그런것도 어쩔 수 없지. 너무나 그다웠다.


문뜩 부르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아들놈이었다. 갑자기 없어진 나를 찾아다니다가 내 웃음소리를 듣고 온것 같았다. 열살도 채 되지 않은 꼬맹이에게 장례식장이란건 어지간히 따분했겠지. 아들에게 조금 미안한 감정에 아들을 훌쩍 안아들고는 식장을 나섰다. 마침 식장근처에 아들이 좋아하는 경단가게가 있기에 잔돈을 들려줘서 보냈다.


그 동안에 담배라도 한대 하자 싶어서 곰방대를 꺼내서 한 대를 태우고 있더니 누가 어깨를 두들긴다. 두건덕에 잠시 누군가했는데 선배였다. 친우의 장례식에 가는 길이었나보다. 한동안 선배와 담배를 태우며 실없는 신변잡기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요즘 두건줄이 헤어져서 목이 쓸린다는 하등 쓸데없는 잡담거리들도 바닥이 나서 결국 죽은 친우에 대한 화제가 되버렸다.


바보놈이지. 그 나이에 실전을 하는 놈은 내 평생 처음이다.

선배가 친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꺼낸 말이다. 딱히 부정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친우는 이 바닥에선 나보다 몇살 더 어릴정도였으니 이 바닥에선 젊은 축이었으니까. 그리곤 선배는 쏘아내듯 친우에 대한 험담을 꺼내기 시작했다. 수련중에 온갖 장난질을 하던 일부터 점심사먹을 돈을 빌리고는 안갚고 뻗대더라, 하다하다 두건에 써있는 글자가 너무 달필이라는 괴상한 험담까지 나왔다.

그래도 부럽지 부러워

선배가 친우에 대한 험담을 끝내며 꺼낸 말이다. 딱히 부정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이먹은 최면사는 손에 꼽는 성공사례를 제외하면 결국 한번도 실전을 해보지 않은 겁쟁이들인 것이다.


담배를 다 태운 뒤 선배는 나중에 또 술 한잔 하자며 등을 토닥이고는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선배와 떠들었는데도 아들놈은 돌아오지 않았다. 내성적이라 잘 나오지 않는 아이긴 하지만 바로 앞의 경단가게에 간 놈이 길을 잃을리도 없는데 이상하다싶어서 경단가게로 가볼까 하는데 그제서야 아들놈이 나오는게 보였다.

겁먹은 듯하던 아들은 날 보자 바로 울음을 터트리며 바짓가랭이에 매달린다. 뭔 일인가 싶어서 힘들게 캐물어보니 가게에서 마을아이놈들이 괴롭힘을 했던 모양이다. 가만보니 경단 살 돈도 빼앗긴 모양인데 가게주인은 뭘 하고 있었나 잠깐 부아도 치밀었지만 이어진 아들의 말에 의문이 풀렸다.


아부지, 애드리 아부지더러 기둥서방도 못되는 버러지라한다.

이놈들이 그냥 괴롭힌게 아니라 최면사 아들이라고 놀린 모양이었다. 그걸 들은 경단가게주인도 그냥 내버려둔거겠지. 치밀던 부아는 허탈함과 씁쓸함으로 바뀌었다.

아부지, 아부지는 버러지 아니지? 막 신님도 부릴 수 있지? 텐구들도 하인으로 만들고?

눈물콧물 범벅이 된 아들이 물어오는걸 애써 무시하며 가자며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오자 해는 뉘억뉘억 저물기 시작하고 계속 훌쩍대던 아들 놈은 지쳤던지 바로 이불속에 들어가 골아떨어졌다. 그저께 짖꿎은 아이들이 돌을 던져서 구멍난 문풍지 사이로 찬 바람이 들어올까 염려되 아들이 그새 걷어찬 이불을 고쳐주고 나도 자리에 누웠다. 이런저런 생각에 달이 중천에 뜰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은 수행을 일찍 끝마치고는 선배를 찾아갔는데 언제나 수행하던 장소엔 없었다. 요즘 선배는 수행은 반쯤 놓고는 반쯤 술독에 빠져 살기에 선배가 자주 가는 마을 밖 민물장어구이노점으로 가봤더니 역시나 일찌감찌 한판 큼지막하게 벌이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선배는 아무 말없이 술상을 정리해서 내 자리를 만들어 준다.

그러니까 요즘은 동전은 구식이라 이거야.

한동안 술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선배는 요즘 캇파가 연구한다는 전파인지 뭔지를 이용한 최면도구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들어보면 암시고 나발이고 없이 그냥 들이밀기만하면 성인님이고 무녀님이고 전부 한방이란거지. 그게 나오면 우린 이제 퇴물버러지인거야

선배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술을 들이켰다. 그럼 우린 큰일 아니냐고 물으니 손사래를 치면서 웃는다. 캇파들이 언제 뭘 시작해서 제대로 된걸 만든적이 있냐는 것이다. 내심 그렇긴하지라고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머릿속엔 계속 우린 이제 퇴물버러지인거야라는 말이 울렸다.


선배와 한잔 거하게 걸치고 알딸딸하게 집으로 돌아오니 집앞에서 마을 여편네들이 아들놈을 조리돌림하고 있었다. 급하게 포장해온 장어구이도 내팽개치고 끼어들고보니 이젠 나한테 삿대질을 하며 몰아세운다. 듣자하니 아들 놈이 두건을 둘러쓰고는 마을의 여자애한테 동전을 들이대며 최면놀이를 했다는 것이다. 놀라서 아들을 다그치니 마을 애들이 최면도 못하는 최면사아들이라고 놀리면서 부추키는 바람에 그랬다고 대답하는 것이다. 거기까지 듣자 정신을 차리지 울면서도 씩씩대면서 대답하던 아들의 뺨에 손찌검을 한 뒤였다. 아들은 깜짝 놀라서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간신히 마을사람들에게 사정사정을 하며 빌고 사과해서 돌려보낸 뒤 집안에 들어오니 더 가관이다. 예비용 두건마다 催를 쓰려고 했던지 삐뚤빼뚤한 글씨로 알 수없는 글자들이 가득 쓰여있었다. 학당에도 못다녀서 붓이라곤 쥐어본적도 없는 녀석이니 두건만이 아니라 온 바닥이 먹물투성이다. 결국 그날은 인생처음으로 아늘한테 회초리질까지 하게 되었다.


난생 처음 맞은 회초리에 방에 가득 칠해진 먹물까지 닦게된 아들은 이불속에 틀어박혀 어떻게 그렇게 눈물이 끝없이 쏟아지나 궁금할 지경으로 울다가 간신히 진정하고는 잠에 들었다.

나는 먹물낙서가 그득한 예비용 두건들을 우물가로 가져가서 어떻게든 빨아서 먹을 지우려해봤지만 아무래도 물이 조금 빠지는 정도지 완전히 지우는건 힘들것 같았다. 울화통이 터져서 두건을 내팽개치고는 담뱃대를 입에 물었다. 묵묵히 담배를 빨다보니 담뱃불도 불빛이라고 온갖 날벌레들이 꼬인다.

버러지버러지

아니면 담뱃불이 아니라 두목 버러지들한테 모이는 걸지도 모른다.

버러지버러지


문득 유달리 커다란 날벌레가 팽개친 두건더미에 내려앉는다. 내려앉은 두건을 보니 이건 글자가 꽤 그럴싸하게 써졌다. 이놈은 자기 이름보다 최면을 먼저 쓴건가하니 실소가 저절로 나온다. 쓰고 있던 두건을 벗고 그 두건을 쓰니 우물에 젖은 두건이 밤바람에 싸늘히 식어서 시원하다.


난 빨래하려고 가져온 짐들도 다 내팽개치고는 산보를 시작했다. 어차피 밤은 길다


품을 뒤지자 익숙한 동전이 만져진다. 어차피 두건을 받은 이후로 한순간도 몸에서 떼낸적 없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문을 두드린다. 한참을 기다리자 익숙한 절의 여주지승이 나온다.


두건을 쓴 날보고 얼굴이 일그러진 주지승에게 말했다.


자 이 동전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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