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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검은 고양이의 장군! 2장 - 4

ㅇㅇ(125.184) 2023.05.06 18:38:52
조회 324 추천 10 댓글 5
														

두 사람의 쇼기 연구는 저녁때까지 이어졌다.

미츠루의 기보대로 늘어놓고 의문수, 최선수에 대해 상세히 검토하고 미츠루의 약점과 강점을 끌어내고 있었다.

공격할 타이밍을 잡기 위한 감각, 방어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별하는 방법, 열세인 상황에서 뒤집기 위해 발버둥치는 방법-

모두 하루이틀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나 미츠루는 모든 것을 흡수하려고 탐욕스럽게 덤벼들었다.


"그나저나..."


뒷정리를 하면서 나루미는 미츠루-고양이 귀 장착 완료-를 보았다.


"내일도...올 거냐?"

"저.. 안 될까요?"

"안 된다기 보다는..."


겁 먹은 표정을 한 미츠루에게 나루미는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망설였다.

민폐냐 아니냐 묻는다면 틀림없는 민폐다. 니트 생활을 보내온 그에게 있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누군가와 함께 있는다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젠 안 왔으면 좋겠냐고 묻는다면 바로 수긍하지는 못한다.

강해지고 싶다, 이기고 싶다는 그녀의 단호한 의지는 이제 쇼기는 안 하겠다고 결심한 나루미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것은 한때 자신도 지나왔던 길이기도 하다. 

더 두고 싶다, 강해지고 싶다, 이기고 싶다-상대방이 싫어하든 말든, 거북하게 대해지든 한 번만 더 하자며 끈질기게 달라붙는 예전의 자신을 보는 듯했다.


'뭐, 프로기사 공포증은 아직 안 나았으니까...'

라며 나루미는 과거의 자신에게 변명했다.


"프로기사한테 이길 때까지다."


그리고 결심했다.


"에..."

"네가 프로기사한테 이길 때까지는 어울려줄게. 그러면 됐지?"

"저... 정말요 나가토 씨!? 내일도 모레도 와도 되는 건가요?!"


사실은 다른 예정이 하나도 없는 거지만-그럼에도 미츠루가 기뻐하는 모습은 나루미의 상상을 넘는 것이었다.


"저 힘낼게요! 반드시 강해질게요!"


나루미를 끌어안을 기세로 미츠루는 눈을 반짝이며 맹세했다.


"그래도 잊지는 마라? 난 진짜로 쇼기 그만뒀으니까."

"네!"

"귀찮지만 가르쳐주겠다고 한 건 기억하고 있으니까..."

"네! 네!!"

"그... 그러니까..."


뭘 말해도 들리지 않는다. 눈 부신 미소를 본 나루미는 벌이라도 받는 것처럼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실례할게요! 내일도 잘 부탁드립니다!"


현관에서 깊이 인사하는 미츠루에게 나루미는 손을 들어 응답했다.


"조심해서 들어가. 그리고 내일부터는 코스프레 안 하고 와도 되니까."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제대로 기억이나 할런지..."


미츠루의 지도를 받아들이겠다고 전한 이후로 미츠루의 텐션은 올라가기만 할 뿐이었다.

고스로리 차림으로 돌아가려 했기 때문에 당황해서 들고 온 앞치마로 가리라고 설교할 정도였다.

하지만 고양이 귀 카추샤는 제대로 벗어두었다. 


"그럼 내일 아침 8시에 뵐게요!"


미츠루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복도를 걸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방으로 돌아가려고 한 그 때-복도 건너편 계단에서 누군가가 올라왔다.

그것은-아카네였다.


"켁"

"엣"

나루미와 아카네의 눈이 마주쳤다.

그 사이에 콧노래를 부르는 미츠루를 두고서.

그렇다-메이드 차림의 여자를 두고서.


"아, 실례할게요-"

발걸음도 가볍게 아카네의 옆을 지나친 미츠루는 계단을 내려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번엔...메이드....."

"아니야!?"


아연실색한 아카네에게서 흘러나온 말에 나루미는 반론을 시도했다.

한 번이면 몰라도 두 번이나 오해 사는 것은 참지 못한 것이다.


"저건 말이지... 음... 그래! 수상한 방문판매원이야!"

"방문...판매..."

아카네는 나루미를 살피듯이 쏘아보았다.

"끈질긴 사람이었어! 저런 수상한 복장으로 사람 혼을 빼놓길래 곤란한 참이었는데!"

"하지만... 어제랑 같은 사람이었는데..."

"어제 그 녀석이 끈질기게 찾아왔거든!"


형편없다. 형편없는 변명이지만 지금은 끝까지 이럴 수 밖에 없다. 어찌됐든 이 자리를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그야 다음부턴 미츠루가 저런 복장으로는 안 올테니까.

보통 옷차림을 한 미츠루라면 사실 여류기사였다고 설명하면 설득력이 있을테니까.


"쫓아내는게 얼마나 힘들었는데, 나 참...."

"방금 되게 기분 좋은 거처럼 보였는데...."

"아니, 쫓겨나더라도 포지티브한 녀석이었거든!"


나루미는 발버둥쳤다.

당장에라도 투료할 위기에 몰린 상황 속, 그럼에도 의지를 다졌다.

다졌으나...


"아, 나가토 씨-! 거기까지 배웅 안 해주셔도 괜찮아요!"

나루미를 올려다 본 미츠루가 팔을 붕붕 돌리며 외쳤다.

외쳐버린 것이다.


"그럼 내일 봐요~!"


미츠루가 빙글 몸을 돌려 걸어나갔다.

나루미는 완전히 몰리고 몰았다.


"수상한 방문판매..."

아카네의 시선이 따갑다. 향차로 각행과 왕장을 꿰뚫린 듯한 느낌이다.

이제 나루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견디는 일 뿐이었다.


"...저질."

"큭..."


심플한데다 마음까지 꺾어버릴 듯한 말이었다.

발을 돌린 아카네는 경멸로 가득 찬 시선을 남기고 걸어나갔다.

나루미는 그제서야 긴장에서 해방되었다.


"어떻게든 넘겼나... 아니, 아무것도 나아진게 없지만"

오히려 아카네의 심증은 더욱 악화되었다. 다음에 도대체 무슨 얼굴로 만나란 말인가.

"역시 얼른 이사를 가든지 해야지. 아, 이젠 이사도 못 가지...."

만악의 근원인 쇼기 바보 딸내미는 내일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여기에 찾아올 것이다.



미카와 미나츠는 고민하고 있었다.

귀엽디 귀여운 동생이 어제도 오늘도 아침부터 밤까지 남자 혼자 사는 집에 틀어박혀 있기 때문이었다.

본래 동생이 '그 사람한테 쇼기 배우고 싶어'라고 말한 것이 계기였다.

물론 처음엔 반대했으나 동생의 결의를 뒤집지는 못하고, 그리고 힘으로 막지도 못하고 그저 동생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다못해 한 가지 안을 냈다.

동생에게 코스프레 풀착장을 시킨 것이다.

이거라면 확실하게 남자를 쉽게 함락시킬 수 있다-그렇게 동생을 믿게 했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동생이 쫓겨날 것을 노렸다.

상대는 전 장려회원에 쇼기를 두는 사람이니 예의나 상식, 분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남자 앞에 나타난 상대가 전력으로 코스프레를 한 소녀라면 어떨까.

틀림없이 깬다. 이상한 사건에 휘말릴 것이라 생각한다. 반드시 쫓아낸다.

이거라면 동생이 포기할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단순히 고스로리 고양이 귀를 단 귀여운 동생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나 미카와 미나츠는 고민하고 있었다.

포기할 거라 생각했던 동생이 그 남자의 제자가 된 것이다.

고스로리 고양이 귀 차림의 여자의 전격방문에도 문을 여는, 그런 상식 이외의 쇼기를 두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동생은 "쇼기를 가르쳐 주신대요! 언니가 짠 작전이 대성공이었어요!" 라고 기쁜 듯이 전화해왔으니 화가 난다고 해야할지 슬프다고 해야할지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당장에라도 그 남자 집에 쳐들어가 동생을 떼어놓고 싶었으나 그게 가능한 건 적어도 내일부터였다. 지금은 그저 참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미카와 미나츠는 고민하고 있었다.

매우 깊게 고민하고 있었다.


"미카와 미나츠 여류명앵, 장고에 들어갔습니다. 대기실의 검토로는 계마가 뛰어오르는 수가 자연스럽다고 하나 어떤 수를 구상하고 있을지 다음 수가

주목됩니다."


미카와 미나츠는 고민하고 있었다.

타이틀전이 한창인 때 고민하고 있었다.


2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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