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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 [괴문서] 선녀에게 붙잡혀 버린 나무꾼 이야기

순애대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5 23:43:01
조회 2108 추천 74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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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가장 유명한 전래동화중 하나 답게 여러 바리에이션이 존재한다. 그림형제 동화나 다른 고전적인 전래동화들이 여러 판본이 있듯 말이다.

여기서 소개할 바리에이션은 옛날 중국을 배경으로 하며,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기에 다른 이야기들과 다른 특징이 있다.

옛날 옛 적, 송과 거란이 대립하던 시기. 한 나무꾼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과 떨어져 살며 늙은 어머니를 봉양하며 살아가던 이였다.

없이 살았지만 그 분수에 만족하며 남의 것을 탐하지 않았고, 경전을 읽지 못하여 배움이 부족하였으나 배운 이 만큼 지혜로웠으며, 뭣보다 마음씨가 선량하고 고왔다.

하기사, 그러니 그런 삶을 살면서도 늙은 어머니를 최선을 다해 봉양하고 효도하며 사는 것이겠지만, 그는 단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사람들을 돕는데에도 적극적이었다.

주인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멀찍이 도망쳤다가 며칠 째 쫄쫄 굶어 배고파 쓰러진 노복에게 자신이 먹을 것을 나누어 주고 마을로 바래다 주며 일거리를 주선해 주기도 했고, 산적들에게 습격당할 뻔한 한 처자를 죽음을 무릅쓰고 구해주기도 했고, 아픈 아버지를 둔 소년에게 자신이 힘들고 힘들게 번 돈으로 대신 약을 사주기도 했다.

덕분에 마을 주민들 모두가 그에게 고마워 하여, 그의 나무를 사주거나 아니면 그에게 먹을 걸 나누어 주면서 어머님과 함께 먹으라 하기도 했고, 옷감을 주기도 했다.

그런 나무꾼의 모친은 자신의 아들의 선량함을 대견히 여기면서도, 동시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렇게 선량하고, 사람들에게도 많은 호감을 사는 것이 자신의 아들이건만, 자신과, 이미 사별한 남편이 그 아이를 위해 재산을 남겨주긴 커녕 도리어 그 아이에게 짐만 지운 탓에 결혼 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도 못하고 언제나 홀로 고생만 하는 것이. 안타깝고 또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가 안타까움을 보일 때마다, 나무꾼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그녀를 위로하며 그녀에게 미소 지었다.

"걱정마세요. 어머님. 언젠가 인연이 된다면 좋은 여인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그의 어머님은 도리어 더욱 미안해 졌다. 인연은 만들어 가는 것이건만, 그런 인연을 만들 여건도 뭣도 못 만들어주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나무꾼은 그런 어머님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오늘도 나무를 하러 도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참. 최근 근방에서 전쟁이 벌어졌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단다. 우리가 사는 곳은 국경과 가까운 곳이기도 하잖니. 그러니 조심하려무나."

"하하... 가깝다고 해도 그리 가깝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전쟁이 일어났다 해도 우리 땅에서 벌어지진 않겠죠."

그렇게 말하면서, 나무꾼은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나무를 위해 집을 나섰다.

한창 동안 나무를 했을 무렵, 그의 귀에 헉헉 숨을 몰아쉬는 소리와 나뭇가지 밟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피해 도망치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는 자신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무꾼은 도끼를 들었다. 멧돼지 같은 것이 자신을 덮치는 일이 생길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소한의 방어기제를 발동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맞닥뜨린 것은, 상처를 입은 한 우마무스메였다.

떨어진 갑옷을 입고서, 한 쪽 팔에 부상을 입은 듯 그 팔을 붙잡고 있던 그녀가 남자에게 안간힘을 쓰며 말했다.

"도와주세요, 나무꾼님...! 송의 추격대가 저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그래.

986년, 송 태종이 연운 16주를 점령하고자 대군을 동원하여 거란을 공격한 시기, 남자는 거란의 한인으로서 그 한복판에 있었다.

"아니, 송의 병사가 당신을 추격하고 있다면 우리 요가...!"

"졌습니다. 졌어...! 태후 마마와 황제 폐하의 군대가 오기 전까지 버텨야만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일단 지금은 그런 이야기보다도, 저를 좀 숨겨주세요...!"

나무꾼이 거란의 백성이긴 하나, 그렇다 해도 연운 16주의 백성이며, 한인이었다.

게다가 상황은 송의 병사들이 언제 들이닥칠 지 모르는 상황.

그런 만큼, 병사로서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 나무꾼이 본인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송병들에게 팔아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자기는 한족이라고, 송의 군대가 이 곳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러면서 자신을 넘기며 목숨을 도모하고 송병들에게 상은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마무스메 병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남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떻게든 희망을 부여잡고서.

다행스럽게도, 나무꾼은 전술했듯 착한 사람이었다.

상처입은 자국의 병사를 모른 척 하지 않은 그는, 자신의 옷을 찢어 그녀가 팔에 입은 상처를 동여 매어 준 뒤, 근처의 큼지막한 덤불숲으로 그녀를 이끌어 덤불로 그녀의 몸을 숨겼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숨소리 내지 말고 숨어 계세요!"

그렇게 말하고 나무를 하던 척을 1각 남짓. 다다다 하는 소리와 함께, 송의 추격병들이 나무꾼이 있는 장소에 이르렀다.

"헉...헉... 빌어먹을 우마무스메. 너무 빨라..."

"그래도 집요하게 추격하면 잡을 수 있을 거야. 마치 사냥꾼에게 화살을 맞고 상처 입은 채 도망친 사슴이나 다름 없지 않는가. 얼마 못 가 쓰러질 텐데, 여기서 포기하기엔 이르지. 거란병 수급 하나면 은자가 몇 개던가? 게다가 그 년은 귀족년 처럼 보이니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거야."

"게다가 죽이기 전에 사지의 힘줄을 끊어 놓고 즐길만큼 즐길 수도 있잖나. 고 년, 귀족답게 얼굴도 새하얀게 꽤나 반반하던데... 흐흐..."

"하지만 여기서 발자국이 끊겼어. 꼬리털 하나도 안 떨어져 있군..."

"...아. 저 자에게 물어보지. 어이. 나무꾼!"

나무를 하는 척을 하면서도, 모친이 우마무스메인 영향을 받아 상당히 좋은 청력으로 그들의 말에 집중하고 있던 나무꾼은, 곧 그들이 나쁜 자들이라고 단정하고 자신의 입술을 잘근 씹었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그들에게 책을 잡히지 않을 싹싹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그들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아아...! 제가 천지신명께 빌고 또 빌었던 바가 드디어 이루어 지는군요...! 송의 군대가 연운의 땅에 이르렀으니 이제 저희도 오랑캐의 핍박에서 벗어나 송의 황상을 섬기며 대대손손 평화로이 살 수 있겠습니다!"

그런 말을 하면서 나무꾼이 자신이 머리에 하고 있던 두건을 벗으며 본인이 한인임을 드러내자, 병사들은 피식 웃으며 나무꾼을 신뢰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나무꾼이 고된 전투와 행군으로 목마르실 터인데 목이라도 축이시라고 하자, 그들은 나무꾼에게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

"암, 암. 그렇지. 우리가 왔으니 걱정 붙들어 매라고."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혹시 이 쪽으로 오랑캐 한 년이 뛰어 오지 않았는가? 그 년을 추격하던 중이었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군."

나무꾼이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말한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 년이 제 목에 칼을 들이밀며 자신이 도망친 곳을 숨기라고 협박한 바를 잊지 않고 있다가 천병(天兵)나으리들 께서 이 곳에 오시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 오랑캐년은 저 쪽으로 도망쳤습니다!"

남자가 가리킨 방향, 남자의 표정, 남자의 말투, 남자가 입에 담은 그가 겪은 일의 조화로 말미암아, 병사들은 추호의 의심도 없이 남자가 가리킨 쪽으로 달려갔다.

"하하. 고맙네. 자네를 잊지 않지!"

"예! 예! 꼭 대송(大宋)이 연운을 되찾기를 기원하고 또 기원하겠나이다!"

그 말과 함께 송병들을 보낸 남자는, 이윽고 그들이 완전히 멀어졌다는 것을 파악하고서 덤불로 가 자신이 숨겨 놓은 우마무스메 병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갔습니다."

긴장 속에서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입을 틀어막고 있던 그녀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서 덤불에서 빠져 나왔다.

그런 뒤, 나무꾼에게 조심스럽게, 그리고 조용히 이렇게 물었다.

"...방금 전 그들에게 한 말은..."

"그들을 속이려면 어쩔 수 없었으니까요. 이해해 주시겠습니까?"

"아... 그, 그렇게 말씀하지 않아도... 저도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예..."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가 팔의 통증에 '읏'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자신의 팔을 돌아본다. 타이밍 좋게도, 그녀의 뱃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동시에 난다.

얼굴이 붉어진 우마무스메를 보며, 나무꾼은 그녀의 팔을 동여 맨 천을 다시 한 번 고쳐 매어준 뒤,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희 집으로 가시죠. 일단 그 곳에서 제대로 된 치료도 해드리고, 또 음식이라도 내어 드리겠습니다."

우마무스메 병사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뒤, 그를 따라갔다.

"아니... 이 처자는 누구니? 누굴 데려온 게야?"

집에 도착하자마자 건네진 어머님의 말씀에, 나무꾼은 사실을 털어 놓았다. 동시에, 나무꾼에게 구해진 우마무스메는 그 어머니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죄송합니다. 단 며칠만이라도 좋으니 신세를 지도록 허락해 주실 수 있을까요..."

"...뭐... 아들이 그리 한다고 한다면야... 저야..."

그렇게 나무꾼과 그 노모, 나무꾼이 데려온 병사간의 짧은 동거가 시작되었다.

나무꾼은 그녀와 함께 하는 동안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그녀에게 음식을 해주었다. 그녀가 아무리 많이 먹는다 하더라도 아까움 없이 먹을 것을 내어 주며, 심지어 자신이 먹을 것도 덜어주기도 했다.

병사도 눈치라는 것이 있었기에 최대한 자제하긴 했지만, 군에서 활동하면서 훈련된 병사가 전쟁을 겪은 뒤 굶주린 상태에서 먹어치우는 음식의 양이란 자제한다고 크게 줄여지는 것이 아니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렇게 사과했지만, 나무꾼은 그저 웃으며 그녀를 대하고, 살갑게 그녀를 대하고, 정중히 그녀를 대하고, 친절히 그녀를 대하고, 상냥히 그녀를 대했다. 그러면서도 그녀에게 흉악한 마음을 품은 채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으며, 진심으로 그녀에게 헌신하니, 그 모습은 흡사 아가씨를 모시는 시종과 같았다.

나무꾼의 노모 역시도 그런 나무꾼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잘 대해주었다. 처음에 노모의 그녀에 대한 대우에는 나무꾼과 달리 순수한 선의만이 담긴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는 두려움이 조금 섞여 있었다. 혹여라도 잘못 대했다가 후일 보복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여인이 자신을 공손히 예우하고 감사함에, 노모도 마음을 놓고 그녀를 진정 진심으로 친절히 대해주었다. 자신이 옛날 젊을 적에 입었던 옷을 내어주고, 대신에 그녀가 벗어둔 그녀의 본래 옷을 꿰매어 주기도 하면서.


"어쩜. 딱 맞네."


"너무도 아름다운 옷이네요... 이런 귀하고 아름다운 옷을 어찌 저에게.."


"괜찮아요. 괜찮아. 원래 며느리가 들어오면 줄 것이었는데, 우리 아들에게 시집 올 여자가 여지껏 없어서..."


"...아드님께서 잘생기고 늠름하신데다 상냥하고 온화하신데, 주위에 여자가 없나요?"


노모가 웃음을 짓는다.


"옛적 목종 시절에 정치가 그릇되어 거란인이고 한인이고, 평범한 사람이고 우마무스메고 다 괴로웠지 않소. 그 때 가세가 기울어지고 이 아이의 아비도 일찍 죽었다오. 너무도 일찍... 내가 이 아이를 잘 돌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여 나무꾼 신세가 된 이 아이에게 도리어 봉양을 받는 입장이 되어서... 집안이 이런 신세니 어디 혼담이 오갈 수나 있을까."


비단옷을 입은 그녀가 그 옷을 바라보며 읊조린다.


"그럼 이 옷은..."


"우리 집안에 남은 유일하게 남은 귀한 재산이라오. 그렇기에 금지옥엽 아끼고 또 아껴서 보관했는데... 아가씨가 입어야 할 물건이었나 보오. 잘 어울리네."


그녀가 노모에게 고개 숙여 읍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하지만 이 옷은 받을 수 없어요. 상처를 치유한 뒤에는 다시 전쟁에 나서야 하는 지라... 치료가 끝나면 다시 어머님께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런 그녀의 손을 조용히 잡으며, 노모가 말했다.


"...다시 돌려준다고 생각치 말고, 맡겨둔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예...?"


"요 며칠간 내 아들과 당신이 함께 있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사이가... 많이 좋아보이더군요."


우마무스메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보...셨군요..."


"볼 수 없을 리가. 여긴 우리 집이라오."


노모의 말대로, 그녀와 나무꾼은 지난 며칠 사이에 그 관계가 무척이나 가까워졌다.


당연한 것이라면 당연한 것일 것이다.


나무꾼으로서는 그녀가 생애 처음으로 관계가 가까워진,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젊고 아름다운 말처녀였다.


그녀에게 있어 나무꾼은 스스로의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해 주었으며 그 이후에도 자신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해 주고 있는 생명의 은인이며, 자신의 신분이나 처한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친절을 베푸는 상냥한 남자였다.


가까워 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한인과 거란인의 관계라는 것이,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연정을 마음에 품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서로가 어떤 운명을 지니고 있는지도 망각하고서. 곧 여인이 병장을 들고 전장으로 떠나야 한다는 것도 망각하고서.


"...그 아이, 겉으로 나무꾼에 불과하지만... 지금껏 당신이 보아왔듯, 그 마음씨는, 그 인간됨은 절대 천하지 않아요. 당신의 옆에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 아이가 마음에 든다면... 여기에 돌아와서, 맡겨둔 이 옷을 다시 입어준다면..."


노모의 말은 거기서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확실한 결론을 내기에는, 그녀를 압박하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우마무스메는 그 말만으로도 노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옷을 입겠습니다. 이 싸움에서 승리한다면, 그 옷을 입기 위해 이 곳으로 돌아와, 이제는 그 이에게 제가 헌신의 맹세를 올리겠어요."


그리 말하며 나무꾼의 노모의 손을 맞잡는 그녀를, 두 사람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곳서 나무꾼이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날 밤, 나무꾼이 그녀의 방문을 살짝 두드렸다.


"들어가도 될까요?"


막 잠에 들려던 차였던 그녀가 급히 자신의 꼬리로 이부자리를 정리하고서 목을 가다듬고서 이렇게 말한다.


"들, 들어오셔도 괜찮아요."


곧이어 나무꾼은 천과 따뜻한 물을 들고서 그녀의 방에 들어섰다.


이전과 같았다. 며칠전과 같았고, 어제와 같았다.


그런 나무꾼에게, 그녀는 살짝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내색치 않고 그것을 숨겼다.


그녀가 거진 다 치료된 자신의 상처를 나무꾼에게 맡긴다. 나무꾼은 조용히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 준다. 말은 오가지 않는다. 그것은 이전과 다르다. 어제도, 그제도, 엊그제도, 대화를 나누었건만, 이번에는 나무꾼이 그녀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그녀가 조용히 나무꾼에게 묻는다.


"...오늘은, 제게 하실 이야기가 없나요?"


그제사 나무꾼이 말한다.


"...오늘 어머님께 어머님께서 보관하고 있던 비단옷을 받아 입으시면서, 대화를 나누시는 걸 들었습니다."


"그런... 그 대화를..."


"제 귀가 좀 밝아서요. 아시겠지만, 제 어머님도 우마무스메시잖습니까. 그러니 어머님께서 입던 옷도 꼬리를 내놓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고..."


"아아..."


그녀가 붉어진 얼굴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 넘긴다. 그런 그녀에게 나무꾼이 계속해서 말한다.


"...오늘 그 대화를 듣고, 당신께서 저희 집을 떠나야만 하는 분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습니다."


나무꾼이 그녀를 바라본다.


"다시 전장으로 가시겠지요."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키타이(khitai, 거란)의 의무입니다."


나무꾼은 그녀를 붙잡지 않는다. 자신이 살려준 목숨, 전장에 내버리지 말고 자신에게 써주지 않겠느냐고 하지 않는다. 그녀같은 우마무스메 전사에게 그런 말을 건네는 것 자체가 그녀에 대한 모독. 나무꾼은 그것을 알고 있다.


대신에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입었던 그 아름다운 비단옷... 어머님께서 당신께 선물한 이상, 이미 당신의 것이나 다름 없어요. 이 곳에 그 옷을 맡기신다면... ... 반드시 찾으러 오세요. 이제 당신만을 위한 날개옷이니까."


그 말에, 그녀가 조신히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날개옷이라는 표현은 과분하기 그지 없네요. 옷은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전 선녀가 아닌데..."


나무꾼이 그녀의 손을 잡는다.


"...나에겐, 이제 당신이 나의 선녀나 다름 없어요."


그런 나무꾼에게,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답한다.


"...반드시, 돌아올게요. 설화 속의 선녀는 날개옷을 받자 하늘로 올라갔지만... 저는 이 날개옷을 당신과의 맹세의 증표로 삼아, 반드시 돌아오겠어요."


그 대답에 미소 짓는 나무꾼에게, 그녀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녀 본인도 이성이 아닌 분위기에 떠밀려, 그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갠다.


나무꾼은 처음에는 당황하나, 곧이어 그녀에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맡기고, 그녀로 하여금 자신에게 몸과 마음을 맡기게끔 한다.


그 품은, 전사의 삶을 살아온 그녀답지 않게, 선녀의 품처럼 포근했다.


하룻밤 운우지정을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꾼과 그 노모로부터 도움받고, 상처를 치유한 거란병은, 자신의 군대에 합류하기 위해 떠날 준비를 했다. 때 마침 나무꾼도 저자로부터 황태후가 이끄는 군대가 지척에 이르렀으며, 곧 남경유수의 군대와 함께 움직일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전해 오므로, 그녀로서는 떠나기에 적기였다.


"...이제 가면 언제 올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돌아와서..."


그녀가 나무꾼을 향해 미소짓는다.


"당신과 앞으로의 삶을..."


나무꾼 역시, 그녀에게 조용히 미소 짓는다.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이 곳에서."



그 뒤, 986년 5월 거란의 승천태후와 남경유수 야율휴가는 송의 동로군을 기구관에서 완전히 격파했다.


그 과정에서 송의 패잔병들이 고양으로 도망쳤으나, 그들 대부분은 거란군에게 추격당하여 이전에 그들이 거란의 패잔병들을 추격하던 것과 반대로 역으로 섬멸을 당했다.


그녀 역시, 자신을 추격했던 송병들을 역으로 추격해 죽임으로서, 자신의 원한을 갚았다.


"크윽... 빌어먹을 나무꾼 새끼... 우릴 속이고 네 년을 숨겨줬을 줄은..."


"그 이는 너희와는 다른 남자라 말이지."


숨을 헐떡이는 송병을 상대로, 그녀는 비웃음을 보냈다.


하지만 송병은 그런 그녀를 역으로 비웃었다.


"...크큭... 그 이라니, 그 새 붙어먹기라도 했나 봐? 그런데 아깝기도 해라. 그 놈은 이미 우리한테 죽었거든."


그 말에, 안그래도 하얀 그녀의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렸다. 그녀의 귀가 뒤로 바짝 누웠고, 꼬리가 멈추었다.


"...그럴 리 없어."


"어디 네 년이 숨었던 곳으로 돌아가 봐. 그 새끼의 시체가 널 맞이할 거다."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어!!!"


그녀는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송병을 난도질해 죽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내뱉은 말이 그녀의 머리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거짓말이 분명했다.


죽기 전 자신을 저주하며, 자신을 괴롭게 하기 위해 거짓으로 남긴 말이 분명했다.


10만분의 하나, 100만분의 하나라도 진짜일 가능성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려 해도, 그녀는 마음을 도저히 다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전장에서 이탈하여 그에게 갈 수가 없었으니, 그녀로서는 속만 타들어 갔다.


그러던 차에, 한 병사가 보고한다.


"태후 마마께서 찾으십니다."


그 말에 따라 태후의 군영에 이르니, 고귀하고도 고아한 풍모에 갑주를 입은 한 우마무스메가 그녀를 맞이한다.


승천황태후(承天皇太后). 거란의 태후이자 섭정. 그리고 우마무스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우마무스메 중 한 명으로 이름 높은 당대 걸웅.


태후가 내온 차를 마시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쉽게 진정시키지 못하던 그녀에게, 태후가 말한다.


"네 이야기를 알고 있단다. 아이야. 그 나무꾼과 네 이야기 말이다."


"...태후 마마."


"우리 둘 밖에 없으니 고모라고 불러도 무방하단다."


"...고모님..."


태후가 찻잔을 내려 놓는다.


"이틀 주마. 그 이를 데려 오거라... ...날개옷을 입길 바라는 선녀라면, 분명 사랑하는 남자를 이틀이면 데려올 수 있겠지."


그녀가 그 말을 들음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태후에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다.


"...감사합니다. 마마...!!"


"마침 이 곳에서 이틀을 머물러야 하니 기회를 주는 게다."


조용히 차를 마시며 대꾸하는 태후의 말에 대답할 사람은, 이미 군영에 남아 있지 않았다.


선녀... 아니, 천마(天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속도로, 그녀가 달려갔다.


그 나무꾼과의 첫 만남이 있던 장소로. 그 나무꾼에게 구해져서 숨겨졌던 장소로. 그 나무꾼의 손을 잡고, 그에게 이끌려 그의 집으로 향했던 장소로.


그에게 약속했다. 반드시 그 날개옷을 받으러 가겠다고. 그에게 약속했다. 반드시 그와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그런데 그가 자신보다 먼저 떠나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정작 나무꾼이 선녀보다 먼저 떠나는 이야기라니. 그 어찌 해괴하고 괴이한 이야기가 아니리오.


그런 이야기는... 자신이 용서치 못한다.


그런 생각으로 그 곳으로 달려간 그녀에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시체도, 무엇도.


과연 거짓말이었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이 곳에 없다면 그의 집으로 가보아야 하는 생각을 하며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등 뒤에서, 이런 물음이 들려온다.


"전쟁이 벌써 끝났나요?"


그녀가 그 목소리를 듣고 바로 몸을 돌린다.


그녀의 눈에 그가 들어온다.


나무꾼으로서 지게를 매고, 도끼를 쥔 채, 그때처럼,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향해 이렇게 말해온다.


"선녀님."


그런 그를 보면서, 눈물이 터져 나오려는 걸 꾹 참으며, 그녀가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다가온 그를 올려다 보며, 이렇게 말한다.


"...저에게 날개옷을 돌려주실 수 있을까요. 여보."


그녀의 손을 잡으며, 그가 대답한다.


"당연히 돌려드리겠습니다. 저의 선녀님."


둘은 서로를 깊게 안으며,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비로소 서로가 맺어졌음을 실감한다.



한 선녀가 한 나무꾼과 맺어졌다.


두 사람은, 나무꾼이 선녀의 날개옷을 훔침으로서 맺어지지 않았다.


도리어, 나무꾼이 선녀에게 날개옷을 돌려줌으로서 맺어졌다.


다른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는 궤를 달리하는 이상하고 기이한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도 좋은 결말로 손꼽히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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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당 서폿카 보고서 쓴 괴문서.


승천황태후는 라모누를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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