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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 괴문서) "매일아침 일어나면 옆에 누가 있다니까요!"

불쏘시개(58.125) 2024.05.16 19:31:50
조회 2308 추천 6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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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손보다 몇 배는 커보이는 맥주잔의 맥주를 입으로 몽땅 털어놓은 트레이너가 동료인 그녀 라이트 헬로에게 자신의 답답한 상황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혹시 귀신 같은건가요...?"

"아니요... 차라리 귀신같은거라면 훨씬 나은 상황이죠... 그건 퇴마사나 굿이라도 하면 쫓아낼 수라도 있으니까요..."

억울함에 화를 내던 방금의 모습은 사라지고 자신의 처지에 우울해졌는지 고개를 식탁에 박아버리는 트레이너를 보며 그녀는 그가 가엽어보이기 시작했다.

라이트 헬로가 본 트레이너는 자신감에 넘쳐있는 멋진 남성이자 동료였다.

아이들의 여러 고충들을 들어주고, 해결하기 힘든 난제들을 그는 자신의 굳건한 자신감으로 어느 상황이든, 어느 장소든 상관없이 어디 하나 주눅들지않으며, 아이들과 함께 문제들을 해결해 나아갔다.

그랜드 라이브에 문외한이었어도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는 그의 도움을 숱하게 받아가면서 마침내, 자신의 꿈인 그랜드 라이브의 부활에 지대한 도움을 주었다.

뭐든 해결해 나아가는 그도 해결하지 못해 끙끙거리는 문제지만, 언젠가는 자신도 그가 곤란할 때 작은 도움이라도 되어야지 하고 굳게 다짐했던 그녀는 이번에는 그에게 도움을 주기로 각오한다.

"괜찮아요! 제가 있잖아요! 저희가 함께하면 그랜드 라이브 때처럼 트레이너씨의 고민도 해결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트레이너의 손을 덥썩 두 손으로 잡아버리는 라이트 헬로.

그의 손은 거칠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하고 부드럽게 느껴졌었다.

반대로 손을 잡아준 게 효과가 있었는지 눈시울이 약간 붉어지기 시작한 트레이너는 이내 울상이었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때처럼 저희가 함께하면 제 고민을 해결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당연하죠! 저희는 함께 일한 동료이니까요. 그런데, 매일 아침마다 옆에 있는 게 귀신이 아니라면 누구죠?"

"저의 담당들이요."

"네? 방금 누구라고...?"

"저의 담당 우마무스메들이, 매일 아침마다 제 옆에서 자고 있습니다..."

"....."

담당들이 그와 함께 자고 있다는 고백과 함께 라이트 헬로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져갔다.

"트, 트레이너씨... 아무리 그래도 제자에게 손을 대는 건 조금..."

"그,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저도... 저도 자고 싶어서 옆에 있는 게 아니라고요! 자고 일어나면 개네들이 제 옆에 자고 있단 말입니다!"

일단 실망을 하기에 앞서 그녀는 침착하게 그의 말을 경청하기로 한다. 이 남자를 경찰서에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사연을 듣고 나서도 늦지 않을 거였다.

설명에 앞서 답답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맥주를 들이 킨 그가 차분히 그간 있었던 일들을 설명한다.

"처음에는 다른 날들처럼 평범한 날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 훈련장에서 훈련을 시키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한 후에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죠."

여느 날과 다름없을 금요일의 밤. 일에 치여 피로감에 못 이겨 정장도 벗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이 밝아오자 얼마 남지 않았던 휴대폰의 배터리가 제 주인을 깨우기 위해 열심히 시끄러운 알람을 울리자 잠에서 부스스 한 머리와 함께 일어난 트레이너는 오늘이 평소와는 다른 토요일의 아침이란 걸 자신의 옆에 느껴진 온기와 혼자 튀어 올라와 있는 이불에 이질감을 느끼며, 무거운 두근거림을 안고 내리자, 자신의 담당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음을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많이 곤란하셨겠네요."

"많이 곤란했죠. 매주 금요일마다 제가 잠을 자고 일어나면 토요일 아침에 제 옆에 애들이 서로 번갈아가면서 제 옆에 바짝 붙어서 자는데, 그럴 때 마다 제 심장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아요..."

"잠만 자는 건가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운을 땐다. 그녀의 의도가 무엇인지 눈치챈 그의 고개는 일말의 망설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기 바빴다.

"다행이 잠만 잡니다. 다만, 토요일마다 기숙사로 돌려 보낼려고 헬로씨처럼 이웃들이 오해를 하니까요."

확실히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자신의 선생의 집에서 밤을 보내고 같이 나가는 모습을 본다면 누구라도 좋지 않을 시선으로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집에 어떻게 들어갔죠? 열쇠같은 걸 트레이너씨가 줄 리가 없잖아요."

"얌전히 들어온다면 따고 들어오는데, 대게 보통은 문 손잡이를 악력으로 부수고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문을 열어두고 잡니다. 부서지면 안되니까요. 하하하..."

모든 걸 체념한 듯 허탈한 웃음.

그의 담당은 분명 카렌짱, 시리우스, 타키온, 브라이언, 젠틸돈나... 하나 같이 트레이너의 말을 순순히 들을리가 없을 애들임을 그녀는 떠올리고 그의 허탈한 웃음을 이해했다.

"오지 말라고 말은 하셨죠?"

"네. 그런 일이 일어나고 모두에게 오지 말라고 엄포까지 했습니다만... 다들 자기가 자기 트레이너의 옆에서 자는 게 뭐가 문제냐고... 당연히 문제가 되지 애들아..."

그녀들에게 들으라고 중얼거리는 트레이너를 보며 그녀들이 왜 그러는지를 혼자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혹시 어머니하고 통화를 하셨을 때 아이들도 함께 있었죠?"

"네! 어떻게 아셨죠?"

트레이너다 놀란 것과는 별개로 그녀는 침착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어머니하고 전화로 무슨 이야기를 하셨죠? 제가 생각할 때는 아이들의 원인이 그 전화라고 의심되는데."

"그게... 오랜만에 전화라서 간단한 안부 인사만 묻다가... 혼자 사니까 안 외롭냐고 걱정 어린 말씀을 해주셨어요. 솔직하게 조금 외롭다고 하니까 바로 맞선 봐라고 하시니까, 빠르게 인사만 하고 전화를 끊었죠. 그게 끝이에요 이게, 담당들이 제 옆에 자는거하고 관련이 있나요?"

"당연히 관련 있죠!"

"예?! 방금 대화에서 무슨 관련이..."

"외롭다고 아이들 앞에서 고백하셨잖아요! 아이들이 자기 트레이너가 외롭다고 하니까 트레이너씨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싶어서 그런거라고요!"

"쉿! 쉿-!! 남들이 이상하게 들으면 어쩌려고 그런 큰 소리를 냅니까!"

남이 들으면 분명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 게다가 여기는 사람들이 모인 술집에서 그에게 답답한 마음을 가진 그녀가 내 지른 목소리에 이목이 집중되는 걸 원치 않았던 그가 그녀를 서둘러 막았다.

다행히 그녀도 트레이너의 늦지않게 의도를 알아차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들은 이가 있는지 두리번거린 후에야 이내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하마터면 그에 대한 새로운 오해를 만들 뻔 했다는것에 사과를 했다.

"괜찮습니다.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니고."

"정말 미안해요."

"그것보다 그게 원인이라면... 하아... 어떻게 하면 좋죠. 내일이라도 애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야 하겠죠?"

아이들의 행동이 순전히 자신을 위한 일이란 걸 알아차리자 그제야 자신이 애들에게 한 소리 했던 것과 엄포를 늘어놓은 일에 대해 미안함이 물씬 쏟아졌다. 그렇다고 당장 안 외로우니까 괜찮다고 오지 말아 달라고 그녀들에게 말한다면...

"아마, 안 믿으려고 하겠죠."

"... 그렇겠죠."

눈 밑은 어두워져있고, 허리를 숙이며 기운이 없어보이는데다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웃어보이는게 어색해보인다면, 상대가 누구라도 자신을 위해서 억지로 밝은 척을 할 뿐이란 걸 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그녀들이라면 그의 상태를 단번에 알아보고 더더욱 곁에 있으려고 하겠지. 그의 말은 듣지 않을게 뻔했다.

외로움은 당사자만이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걸 그녀들과 그녀는 알고 있었으니까.

"사랑 받고 계시네요."

"네? 그게... 아! 그렇네요. 저, 사랑 받고 있었네요."

그녀들의 행동이 그를 향한 사랑임을 단정 짓는 헬로의 말에 트레이너의 멋쩍은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간다.

부모와의 전화 도중 스쳐간 인연과 같이 짧은 대화였지만, 트레이너를 곤란한 사정을 놓치지 않는 그녀들.

강한 자존심과 솔직함으로 무장한 그녀들이 그를 사랑하지 못한다면 절대로 잠을 자는 이성의 곁에 어울려 있지 않을거였다. 억지로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도 싫어하는 행동임을 알지만, 그가 허락해주지 않을게 뻔해서 이렇게 억지로라도 도움을 주려고 하는거겠지.

그녀들의 사랑을 독식하는 그를 바라보며 동시에 그를 향해 사랑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잔에 남아있는 맥주를 입에 가져다가 그대로 들이켜야했다. 

새삼 그녀들의 사랑이 부러워졌다. 자신과는 다르게 솔직하게 들이대는 그녀들을. 맥주라도 마시지 않으면 속이 까마득하게 다 타들어가버릴것만 같았다.

그 아이들은 저 미소를 매일 보고 있겠지... 

불편함으로 그를 지치게 해도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면 저렇게 기뻐하는 남자...

맥주를 마시며 말을 잃은 두 사람. 먼저 입을 연 이는 유심히 맥주를 마시는 그녀를 보고 있는 트레이너였다.

"헬로씨, 안주 안 부족하세요?"

그는 뜬금없이 잘 먹고 있던 그녀의 안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부족하지는 않은데요?"

"전에 회식하셨을때보다 적게 먹는 것 같아서요. 부족하면 말하세요. 제가 오자고 해서 오신 건데. 제가 살게요."

"감사합니다만, 안주는 이걸로 괜찮아요. 그나저나, 전에 제가 먹은 안주도 기억하시는거예요?!"

"당연히 기억하죠. 헬로씨도 그때 제가 무슨 안주를 먹었는지 알고 계신 거 아니예요?"

그녀가 먹고 있는 안주는 유도후. 따뜻한 두부요리였다. 일전에 그랜드 라이브 이후 관계자들이 모인 회식 장소에서 홀로 두부를 술 안주로 먹던 모습을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구, 궁금해서요. 전부터 계속 술자리에 오시면 꼭 두부를 안주로 드시고 계시니까 무슨 맛인지 궁금해졌거든요."

"두부가 시원한 맥주하고 어울리지는 않죠. 그래도 제가 두부를 좋아해서요. 어때요? 안주로 괜찮나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묘하게 어울려 달라고 싱글벙글 웃으며 아이처럼 대답을 기다리는 트레이너의 표정을 그녀는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나쁘지는 않은데... 맥주에는 안 어울리네요."

"지금이라도 다른 걸 시켜드릴까요?"

다른 안주를 먹겠다면 먹을 수는 있다. 다만,

"이거 다 먹고 필요하면 시킬게요. 게다가. 저도 두부 좋아해요."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같이 먹고 싶은 마음이 앞서갔다.

"그런데 의외예요. 아이들하고 같이 식사하면 매일 고기만 드셨잖아요."

그가 그녀들과 식사를 함께할 때면 그가 좋아하는 두부는 식탁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두부의 원재료인 콩은 본 적이 있었다. 밥 위에 올려져 있는 걸. 그건 아마, 브라이언 때문이겠지. 채소나 야채를 싫어하니까.

"고기도 좋아해요. 한창때 아이들이 고기를 더 좋아하니까 고기를 더 많이 먹을 뿐이예요. 지금도 애들은 제가 두부를 좋아한다는걸 모르고 있을 걸요?"

"그, 그래요?! 그럼, 트레이너씨가 두부를 좋아하는건 저만 알고 있는 사실이겠네요."

"뭐... 가족들을 제외하고는 그렇죠?"

자신이 두부를 좋아한다는 말에 기뻐하고 있는 헬로를 보며 왜 그녀가 이토록 좋아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었지만, 깊게 묻지는 않았다. 술 때문에 기분이 좋을 걸 수 있으나, 기분이 좋아보이는데 구태여 그 이유를 묻기는 꺼려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트레이너에 대해 자신만 알고 있는 비밀을 찾아낸 것 같아서, 그녀의 미소가 절로 입가에 흘러 내려갈 것만 같았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 어쩌죠. 또 내일이면 침대 옆에 애들이 있을 것 같은데... 하아..."

즐거운 시간이 흘러가면 곧 차가운 현실에 바짝 다다른다. 마치 꿈에서 깨라는 찬물과 같은 상황을, 자정에 가까워지는 시침이 달린 벽시계를 보면서 말이다.

"그렇게 한숨만 쉬면 복 날아간데요."

작게 나마 한숨을 쉬며 내일의 자신을 걱정하는 트레이너를 그녀는 아쉽게 느껴졌다. 

'계속 웃고 있는 당신을 좋아하는데, 눈 밑에 그림자가 진 당신을 보기 싫어. 그게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때문이라면 더더욱 싫어...'

"트레이너씨는 아직도 외로우신가요...?"

그녀의 질문에 그는 잠시 말을 잃고 홀로 맥주를 마셨다. 남은 맥주를 전부 마신 후에 그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네. 외로워요. 엄청."

하지만, 당장 그녀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외로움은 혼자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홀로 살기에 생기는 마음의 병이니까.

"사실은 토요일 아침이 오면 전처럼 그렇게 외롭지는 않아지더라고요. 저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옆에 있으니까요. 참 이중적이죠? 아이들이 그러지 않아줬으면 하는데, 또 기다려지는 그런..."

아이들이 곁에 있는다고 해서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옆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 누군가 자신을 기다려준다는 사실 만으로 외로움은 자연스럽게 눈 녹듯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곤란함을 해결해준 이에게는 마음이 달처럼 기우는 법이다.

어쩌면, 앞으로 그녀들 중에서 매일 그의 곁을 지켜줄 아이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도와주고 싶어. 

내가 곁에 있어주고 싶어. 

그의 외로움을 내가 달래주고싶어. 

그를 향한 애정이 섞인 마음들이 계속, 그녀의 마음을 자극시켜만 갔다.

할 수 있지 않을까... 그의 옆에서 매일 그의 웃는 얼굴을 보는 걸.

"트레이너씨는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저는, 아이들이 그래도 안 왔으면 좋겠어요. 제가 외롭다고 해서, 아이들이 도와줄 필요가 없잖아요. 그 아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위해 달려가기도 벅찬기만 하는데, 제가 발목을 잡게 둘 수야 없죠. 내일 말해야겠어요. 괜찮다고. 오지 않아도 된다고..."

그의 표정이 아쉬워 보인다.  

미안해 보였다. 자기의 문제로 인해 고생하는 아이들을 떠올리는 걸까?

뭐가 댔든 이대로라면 금방 끝나지 않을 거다. 트레이너도 그녀들도 서로를 위한다고 하는 선의의 행동들을 포기할 생각은 추호에도 없을거니까.

그렇다면...

"그렇다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트레이너씨의 외로움을 제가 해결해 드릴게요."

그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신의 마음도, 그에 따른 행동도 그를 향한 선의였다. 그녀들이 그랬던 것처럼, 곤란한 자신을 대가 없이 도와준 그와 같이, 자신 또한 그의 곁에 있어주고 싶다.







"으으... 머리야... 내가... 얼마나 마신 거지?"

이건 숙취다. 갈증에 바싹 마른 목이 물을 애타게 찾고 있고, 기분 나쁠 어지러움과 한 겨울에 찬물 샤워만큼 두통이 아려 왔다.

분명... 라이트 헬로와 술집에서 끝 없이 주량대결을 펼친 것 까지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헬로씨는 조심히 돌아갔을려나? 뭔가 중요한 걸 잊은 느낌인데...?"

계산은 하고 나갔는지, 집으로는 어떻게 돌아왔는지조차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에 술집과 지금의 기억 사이에 뭔가, 부드럽고 즐거운 꿈을 꾼 느낌은 남아있었다.

오랜만에 밤중에 외롭지 않은 날이였던건 분명했다. 그 꿈을 기억하지는 못해도 다시 꿨으면 했다.

"우리 집이 맞기는 하겠지...?"

옆을 돌려보자, 옆자리에 볼록 튀어나온 이불이 눈에 들어왔다. 제대로 집에 돌아온 건 맞았다.

"문은... 괜찮네...?"

방문을 보자 이번에는 부서지지 않고 얌전히 손잡이가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술 때문에 문을 안 잠그고 잔 건가 싶었지만, 차라리 잘 되었다. 문을 부수면 손을 다칠 수도 있는데 차라리 열어두면 그녀들이 다칠 우려가 없어진다.

트레이너가 이번에는 누군지 모를 그녀를 향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자 희미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빠르지도 않은, 잔잔하게 들려오는 느린 숨소리. 아마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해본다. 아침 10시. 평소라면 이미 일어나야 할 시간이었다. 그래서 자신을 기다리느라 지쳐버려 자고 있겠구나 싶었다.

"어우, 무슨 메시지가 이리 많이 왔어?"

휴대폰의 메시지를 보니 99+가 선명하게 보인다. 게다가 라인뿐만 아니라, 부재 중 통화조차 99+ 으로 표시가 되어있다. 모두, 그의 담당에게 온 연락이었다.

"많이 걱정되서 그런가? 하긴, 이렇게 술 마시고 들어온 적이 없으니까." 

물을 마시고 세수를 하면 사과를 하러 가야겠다. 그리 생각하며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키러 한다. 그때였다!

"어...? 왜 허전하지..."

이불을 치우니 몸이 허전하게만 느껴졌다. 매일같이 느낀 몸에 붙은 천, 혹은 섬유의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설마설마설마!

"없어... 내 바지... 내 속옷..."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왜 나체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큰일이었다. 담당이 옆에서 자고 있는데 깨어나기라도 한다면 영락없이 제자에게 손을 댄 저질 교사로 낙인이 찍힌다!!

그녀가 깨지 않는 선에서, 빠르게 몸을 움직인 그가 방의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자신의 옷가지를 수거해갔다. 다행이, 눈에 띄기 쉬운데 있어서 금방 수거할 수 있었다.

"왜, 속옷이 두 개... 아니, 세 개야..." 

황급히 줍다 보니 그의 손에 들린 속옷은 세 개가 되어있었다. 

하나는 자신의 것이고, 다른 두 개는 한 쌍을 이루는 누가 봐도 여성용 속옷.

"트레이너씨...?"

등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어제 듣던 목소리. 기억나지 않는 꿈의 기억이 물씬 느껴지는 여성의 목소리.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 라이트 헬로씨?"

등 뒤를 돌아보자 이불 속에 얼굴을 반쯤 내 놓은 그녀가 보였다.

그 뿐만 아니라, 살갗이 적나라하게 들어 난 그녀의 양쪽 어깨도 함께 보고 말았다.

"헤, 헬로씨? 어, 어떻게 된 거죠? 저희 아무 일도 없던 거 맞죠...?"

떨리는 목소리로, 손에 들고 있는 옷가지들로 급한 부분을 살포시 가리며 차분히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차분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억지로 차분해지니 여기는 그의 침실이 아니었다. 평소에 맡던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냄새로 가득한 침실이었다.

"저희 어제부터 1일이예요~"

이제 그는 밤이며 낮이며 외로울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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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올립니다.
늘 제 글을 읽어주셨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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