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위협은 단순한 군사위협이 아닌 핵 위협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이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상식적인 거 아닌가요? 왜 비핵화 목표를 오래 붙잡고 있었는지 이해는 가지만 지금은 터무니없는 기대 같아요. 불합리한 전제를 근거로 정책을 만드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에요. 전쟁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상황 평가를 바탕으로 정책과 전략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제 요점입니다. 저는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적절히 대비해야 해요. 환상의 나라에 살지 말고요. 북한이 핵무기를 갖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뭔가를 바라는 것과 현실은 다른 거죠.
▷ 그럼 어떻게 방어해야 할까요?
▶ 북한의 남침에 대해선 남한의 재래식 방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북한의 모든 핵무기가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걸 실제 차단할 수 있을 거라고 보긴 어려워요. 한국과 미국은 서로 다른 나라이기 때문에 위협을 인식하는 데도 비대칭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동맹이지만 같은 이해 관계를 가진 건 아니죠. 따라서 우리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그 현실에 대처할 통합적 전략 태세를 마련해야 해요. 미국은 미국의 이익과 구조 때문에 한국을 보호하는 겁니다. 그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도시 여러 개를 잃어야 한다고 미국 국민을 설득하긴 어려울 겁니다.
▷ 미국의 대북 정책 목표가 비핵화가 아닌 군축이 돼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 미국의 핵심은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죠.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과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전력을 제거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물론 한국이 여전히 위협을 받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북한이 미국에 도전할 경우 우리가 북한을 타격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억지력이 더 효과적일 거라는 거죠. 비핵화나 북한의 정권교체보다는 더 달성 가능한 목표입니다.
▷ 한국이 자체 핵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저는 현 시점에서 한국의 핵무기 보유를 옹호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미국의 동맹과 동맹 구조, 그리고 궁극적으론 중국의 아시아 지배를 막고 동맹국이 스스로 방어하도록 돕는 게 미국의 지정학적 이익이라는 거죠. 핵 비확산은 좋은 일이지만, 중국의 지배를 막기 위한 우리의 지정학적 이익만큼 좋은 건 아닙니다. 그리고 아시아에서의 핵 비확산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한국과 타이완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걸 막는 데는 성공했는데, 북한과 중국엔 실패했죠. 특히 우리의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비확산 정책을 추구하는 건 우스운 거죠.
▶ 그래서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 시도해봐야 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핵공유 같은 게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핵이 여전히 미국 무기이기 때문에 북한은 최종 해제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고 있죠. 그래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그래서 더 나은 옵션을 찾을 수 없다면 '우호적인 핵확산'에 직면할 준비를 해야 해요. 동맹이 깨져서는 안 되니까요. 이스라엘의 핵 보유의 경우 나쁜 게 아닌, 이스라엘의 안보를 안정시키는 요소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에 같은 논리를 적용하는 게 왜 안 되나요?
▷ 바이든 대통령은 대안으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를 제시했는데요.
▶ 그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새로운 대화가 생기고, 정부 간 새 대화 그룹이 생겼지만, 그게 뭘 바꾸진 않았잖아요. 미국이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부산으로 보냈죠. 그게 뭔가요.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안 한 거예요. 그 잠수함은 원래 숨겨져 있어야 하는 거죠. 북한이 우리가 거기 핵무기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부산에서 그걸 드러내놓고 보여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문제는 그게 아니죠. 문제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거예요.
▷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서도 주로 경제적 조치를 통한 압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당신은 군사적 압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죠. 왜인가요?
▶ 경제 제재가 잘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 러시아에 대해 전혀 효과가 없었죠. 그런데 중국에 대해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요? 실효성도 없고, 중국이 자국 경제를 지키기 위해 막대한 제재를 감수하고 있는 데다가,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예요. 바이든 정부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에 관해 얘기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대비는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국방 예산은 늘리지 않고 있고, 아시아가 아닌 유럽으로 수많은 무기와 돈을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은 마치 너무 많은 대출을 해준 회사 같아서 그 대가를 치르는 나라는 한국 같은 나라가 될 거예요. 당신을 방어하겠다고 말만 했지, 그걸 뒷받침할 자산은 없는 거죠. 일이 벌어지지 않기만 바라고 있는 거죠.
▶ 중국과 북한이 동시에 튀어나온다면 모든 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부분적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의 간극을 우리의 힘을 키움으로써 좁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과의 동맹을 끊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당신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게 이 수준이라고 (솔직히) 말해야 합니다. 다행히 한국은 75년간 강력한 군대와 징병제를 유지해왔지만, 타이완은 정말 걱정됩니다. 중국은 세계 2대 경제대국 중 하나고, 어쩌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죠. 타이완의 거의 100배 크기이고 타이완을 놓고 미국과 대결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며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 타이완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한국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 타이완 해협에서 중국이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역사적인 군사력 증강, 특히 재래식 군사력 증강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그리고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는 (타이완 분쟁에 대한 개입보다) 북한에 집중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한국이 북한을 상대하는 데 필요한 전력은 주로 육군과 공군이고, 타이완해협까지 항해할 대규모 해군까지는 없습니다.
▶ 따라서 한국이 정치적 의미에서 (분쟁 시 타이완을) 지원하는 건 중요하지만, 실제 타이완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한국이 할 가장 중요한 건 선을 지키는 겁니다. 왜냐면 중국이 미국과 일본 등에 대항해 타이완을 둘러싼 전쟁에서 움직일 준비가 돼 있을 때 김정은도 남한을 향해 움직이도록 유도할 거라고 가정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이 선을 지키고 이 연합에 의한 다중 전선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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