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스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에로스의 전사 뿐이다"

나는 이 문장이 작품의 핵심을 관통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쓰여져 있지만 생각해보면, '대항할 수 있다'는 '무찌를 수 있다'나 '이겨낼 수 있다'는 표현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원에그는 시종일관 죽음을 마주하고 있지만, 초자연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작중의 여러 소재와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초월하지는 못한다.

마지막에 이르러 네 소녀는 그들이 소중히 여겼던 이들을 되살려냈다.

하지만 그건 진정한 의미에서 부활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들은 그저, 그들과 아주 똑닮은 누군가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애초에 죽은 사람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째서 아즈사나 히마리를 되살리지는 않는가.

메멘토 모리라는 말이 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이 라틴어 문장은, 인간은 모두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기에 지금의 삶을 누려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곤 한다.

이 말은 되짚어보면 어떤 인간도 죽음을 극복할 수 없음을 전제로 한 말이다.

무엇보다도 삶의 가치가 눈부시노라 이야기할 수록 죽음 역시 절대적인 존재가 된다.

때문에 원에그의 죽음은 그야말로 '기계장치의 악마'가 되어 여태까지의 모든 흐름을 끊고 극을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다.

이것은 여태까지 소녀들이 마주한 어떤 문제와도 다르다. 애초에 극복될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다만 죽음을 극복할 수는 없어도 유혹을 뿌리치고, 죽음과 마주하여 건전한 정신으로 삶을 구가할 수는 있을 것이다.

죽음 그 자체와 죽음을 향하는 유혹은 또 다른 것이니까.

원에그는 그 방법론으로서 사랑을 제시한다. 에로스로서 죽음을 마주하고 삶을 구가하라는 것이다.

공포는 죽음을 외면하게 만든다…… 죽음이 있어 삶의 가치가 빛나기에, 죽음을 멀리하게 되는 공포는 삶의 가치를 빛바래게 만들 것이다.

분노는 지나치게 죽음과 가깝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격렬한 증오는 도리어 자신을 죽음과 가깝게 두고 말 것이다.

따라서 순수한 사랑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 받으며, 궁극적으로 그들에게 사랑 받는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충만한 마음으로 죽음의 유혹을 마주할 수 있다.

진정으로 삶의 가치를 아름답게 느끼고 누릴 수 있다. 메멘토 모리인 것이다.

그렇기에 작중에서 가장 풍부하고 순수한 사랑을 경험하며, 또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었던 오오토 아이.

공포나 분노가 아니라 떠나버린 친구와의 우정을 갈구한 그녀만이, 다시금 정원으로 돌아올 수, 죽음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발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결말이고 나 역시 불만이 있지만

결말이 어쨌느니 스케줄 파토가 났느니 하는 소린 이미 들어서 각오한 상태에서 봤고

그래도 결국 근래에 이렇게 자극 받을 수 있는 작품을 본 적이 없어서, 역시 개인적으로는 보길 잘했다고 생각했음

그래서 결말 때문에 너무 심란한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런 관점에서 봤다는 이야기가 생각을 정리하는데 어떤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스스로도 그냥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고 잊기보단 나름 생각을 정리해서 남겨보고 싶어서 써봤음

다음엔 간단한 낙서나 하나 들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