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루는 작중에서 끝없이 남들과는 어딘가 다른 존재고, 본질적으로 다른 아이들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장치가 곳곳에 있다.

9화는 그게 가장 도드라지는 에피소드기도 하다. 예를 들어 매니큐어를 발라주는데 한 손가락만 다른 색깔이다.

이것은 인간과 똑같아 보이지만 어딘가 결정적으로 다른 네이루를 상징한다.

외에도 '네이루만이 무언가 다름'이란 말에서 아마 떠오르는 다른 장면들도 많을 것이다. 이런 종류의 복선은 꾸준히 깔려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네이루가 조금 별나고, 다소 냉철하고, 논리적이니까 그렇다는 식으로 작품 내-외적으로 어물쩡 이해 받는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한 자리에 있을 뿐 진실된 의미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다.

그렇게 네이루는 자신의 '결정적인 비밀'을 밝히지 않은 채로, 소녀들의 관계에서 일종의 정보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렇게 12화 동안 깔려있던 수면 밑의 균열이 특별편의 파국을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예고된 것으로 만든다.

특히 그녀의 애완동물인 기니피그 '아담'은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다.

우선 이름인 아담부터가 그렇다. 아담이 신으로부터 '만들어진' 최초의 인간임을 상기하라.

또한 기니피그는 흔히들 알다시피 '실험용 쥐'로 흔히 쓰인다. '실험용 쥐'는 네이루의 정체에 대한 암시인 동시에 다른 의미 역시 갖고 있다.

특별편에서 아담이 누구에게 맡겨지는지 기억하는가?

아담은 아이에게 맡겨진다.

이것은 다시 말해, 네이루에게 있어 아이가 한 마리의 '실험용 쥐' 였음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와 같은 정황은 5화에서 모모에와 네이루의 대화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네이루 : 인기가 있는 게 싫은 것도 아니지? 상대가 여자라도.

모모에 : 솔직히 SNS 같은 데서도 여자 팔로워는 중요하니까.

네이루 : 어중간하네.

모모에 :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어느새 즐기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

네이루 : 그래? ……그럴지도

이 대화는 모모에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모모에를 통해 네이루가 가진 아이 일행에 대한 태도를 비추고 있다.

또한 모두가 더없이 어우러진 것처럼 보이는 5화 말미에서, 알을 더 살 것 없이 우리끼리 어울리며 지내도 되지 않겠냐는 리카의 의견에 네이루만이 굽히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네이루 : (전략)… 다른 이유는 없어. 나를 위해서야.

네이루의 행동 원리가 일관되게 자기본위적임을 알 수 있다.

아이 일행과 어울린 것도, 결국 네이루 자신을 위한 즉흥적인 '친구 실험'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아담은 아이에게 직접 건네지지도 않는다.

빠르게 지나가기에 놓칠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네이루와 아이가 마주치고 인사를 한 뒤, 아이의 집 현관문 앞에 아담이 놓여져 있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나선 전화도 아니고 문자를 통해, 일방적으로 급한 일이 있어 아담을 맡긴다고 통보한다.

즉, 네이루는 원래는 아무 말도 없이 현관문 앞에 아담을 두고 그대로 자리를 떠나려 했던 것이다. 굉장히 어색한 장면이다.

먼 길을 떠나면서 친구에게 애완동물을 맡기려는데, 집 앞까지 찾아와놓곤 아무 인사도 없이 애완동물을 문 앞에 놔두고 떠나려한 모양새지 않은가.

애초부터 네이루와 아이 사이에 진실된 감정적 교류가 희미했음을, 둘의 관계가 피상적인 부분에 그친 채로 엇물리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쯤 되자 슬슬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건지, 아이는 네이루에게 전화를 걸어 본다.

특별편에서 아이는 네이루에게 전화를 두 번 건다. 첫 번째는 아담을 건네 받고, 두 번째는 네이루가 AI 임을 알게 되고 나서.

그러나 네이루는 두 번 모두 아이를 외면했다.

다만 형태 뿐인 우정, 사랑으로 출발했어도 일말의 감정은 싹튼다.

앞서 나온 모모에의 말로 표현하자면 '그럴 생각은 없었어도 어느새 즐기게 되는 경우'처럼.

때문에 마지막의 마지막에 네이루는 거꾸로 아이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이번엔 아이가 네이루를 외면하고 만다. 모든 걸 알고 말았으니까. 배신감에 지쳐버린 것이다.

이렇게 보면 네이루와 아이의 관계는 코이토와 아이의 관계의 반복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네이루가 아담을 일방적으로 아이에게 맡긴 바로 다음, 코이토의 진실이 밝혀지는 장면이 나온다.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네이루에게도, 코이토에게 그랬던 것처럼 겉으로나마 자신의 친구가 되었음을,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감정에 감사하고 용서했다.

(*참조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wep&no=3838&exception_mode=recommend&page=1)

형태 뿐인 사랑을 받았지만, 그리고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결국 순수한 사랑으로 되돌려준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아이는 마지막에 다시금 네이루와의 우정을 찾아, 기꺼이 죽음과 마주 보려 하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아이의 이름은 오드 아이에서 따왔다는 사실에만 주목해서 놓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아이의 이름은 그 자체로 사랑을 의미한다.

네 소녀 가운데 그녀만이 사랑을 받을 뿐 아니라 사랑을 나눌 줄 안다. 다른 세 사람과 아이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조금만 더 풀어보자면 네이루의 향료알에서 태어난 건 뱀이다.

기독교적 상징에서 뱀이 교활함의 상징인 것은 쉽게 눈치 챘을 것이다. 이는 네이루의 작중 행적과 매치된다.

뿐만 아니라 뱀은 계속 허물을 벗기에, 아주 오래 전부터 불사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삶과 죽음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원에그에서 이것은 굉장히 묘한 구석이다.

인간이 아니기에 삶의 의미가 모호한 그녀만이 다른 형태로 죽음 그 자체, 내지는 구현인 프릴과 맞닿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 편 꼬리를 물고 동그랗게 원을 이룬 뱀은 우로보로스라 하여 무한한 순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것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아이와 코이토의 관계가, 아이와 네이루의 관계로 반복됨을 의미하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우로보로스의 무한한 순환은 다시금 완전성을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네이루는 원본을 본따 만들어진 인형이고, 또한 원본을 능가한 인형이지 않은가. 이 이상 완전성이란 말이 어울릴 순 없을 것이다.

역시 네이루를 빼놓고 특별편을 이야기할 수 없을 거 같아서 조금 더 남겨봄

물론 나는 전문적인 평론가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일방적인 해석이니까 반박이나 보충 의견이 있다면 환영이야

이렇게 쓰니 네이루가 완전 만악의 근원 같은데, 특별편을 봤다면 알겠지만 네이루 역시 그렇게 움직일 수 밖에 없던 이유가 있었지.

그렇게 생각하면 특별편의 제목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각자의 프라이어리티에 의해 어긋날 수 밖에 없던 관계를 그리고 있던 건지도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