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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동의 의미에 관하여 (스포일러)

ㅇㅇ(222.235) 2020.11.01 02:05:52
조회 1331 추천 2 댓글 4

 순간이동의 의미에 관하여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68733&cid=58819&categoryId=58835


 이거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알 건데, 유난히 이해를 하기 상당히 난해한 단편이다. 솔직히 두 번째 읽었을 때 이영도의 역량을 의심하며 이해하는 걸 포기했었지만, 최근에 기회가 돼서 친구랑 같이 2번 정도 더 읽어 봤다. 그리고 깨달은 게 있었다.

  그거에 대해서 토론이나 이야기를 해 보고 싶어서 4번의 정독을 하는 동안의 내 사고와 해석의 변화를 적어보기로 했음. 아직 좀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결론 자체는 맞는 것 같음.


 처음으로 이 단편을 읽었을 때 나는 순간이동이 어째서 영생을 가능케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다. 순간이동의 진정한 의미가 영생이 아니라고 본문에서 나오므로 내가 이런 생각을 한 게 웃기긴 하겠지만, 아무튼 나는 그것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 순간이동이란 '시간이 경과하지 않은 채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다. 본문에선 자기자신을 제자리로 순간이동시켰을 때 자기가 자신을 정의할 수 있으므로 영생이 가능하다고 하였는데 나는 그것을 '제자리'에 수렴하지만 엄연한 '이동'이라고 보고 아주 극소량이지만 '시간이 삭제'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영생이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편협한 생각이었고, 고작 그런 것이 '영생'을 의미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작품의 주제와도 부합하지 않는 것 같았으므로 다시 한 번 읽어 봤다.


 두 번째로 이 단편을 읽었을 때 나는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그냥 더 알 수 없게 됐다. 대체 왜 순간이동이 영생을 뜻하는 것이지? 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내가 나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것과 영생은 전혀 관계가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타자가 파 놓은 함정인 것 같았다. 본문에서는 거듭 '순간이동의 진정한 의미는 영생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음에도 독자는 '순간이동이 어떻게 영생을 의미할 수 있지?'라는 의문을 떨쳐내지 못하고 그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었다.


 아무튼 여기서 나는 이 단편을 읽는 것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최근 친구의 권유로 인해 이 단편을 세 번째 읽었을 때 나는 드디어 이 단편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내가 '순간이동은 곧 영생'이라는 것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서사의 전개 자체를 잘못 읽어낸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인 누나가 낙하산 줄을 끊었을 때, 처음에 나는 수인 누나가 순간이동을 해 다인 누나를 안고 바다로 떨어진 후 주인공이 그 추락 장소로 향한 것인줄 알았는데 실은 수인 누나가 다인 누나를 주인공과 자신이 있는 곳으로 순간이동 시킨 것이었다. 이것 하나로 이 단편에 대한 이해는 완전히 바뀌었다. 나는 네 번째 독서를 시작했다.


 네 번째 읽었을 때 나는 모든 결론을 안고 있는 등장인물, '수인 누나'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결론에 다다랐다.


 우선 순간이동의 진정한 의미는 영생이 아니다.


 사실, 순간이동의 진정한 의미가 영생이라는 것은 작중 2번이나 부정당한다. 한 번은 중후반부에 좌수인으로부터, 한 번은 후반부의 예인이로부터. 하지만 모종의 이유 탓에 가능은 할 것이다. 주인공과 좌수인의 대화 중 이런 부분이 있다.


 "영생이 가능한 것이군요."

 수인 누나는 졸린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대답은 조금 기다려야 할 수 있겠는데."

 "얼마나?"

 "영원히."


 내가 첫번째 독서 때 생각한 그 이유 탓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선 말 그대로 '영원히' 기다려 봐야 한다. 하지만 수인은 정말로 그것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듯한 뉘앙스의 대답을 했다.


 그래서 나는 두 번째 사고로 넘어갔다.


 순간이동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라면, 대체 뭐가 진정한 의미인 것이지?

 이것이 내가 오해했던 부분이, 그러니까 수인 누나가 순간이동을 해 다인 누나를 끌어안은 후 다시 바다로 순간이동을 한 것이 아니라 '다인 누나'를 순간이동 시킨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가장 마지막 장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순간이동을 했을 때부터 다인 누나는 수인 누나에 의해 존재하게 되었다.'


 여기서 모든 게 끼워 맞춰지기 시작했다.


 "누님은 모든 종교를 박살내면서 동시에 여신이 되셨군요."

 '순간이동을 했을 때부터 다인 누나는 수인 누나에 의해 존재하게 되었다.'

 그랬다. 순간이동의 진정한 의미는 자기자신을 정의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다른 모든 것들의 존재들도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인 누나가 '두 번째 순간이동자'라는 언급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만 더 사고를 이어나가 보자.


 수인 누나는 수상비행기에 대해 질문했을 때 이런 말을 한다.


 "이동하고 있다고 생각해."

 본질은 그것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비행기인지 배인지는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둘째언니는 비행기야, 배야?"

 그리고 그것을 정의한 것은 순간이동자인 좌수인이다. 그러므로 예인이는 이런 말을 한다.


 "우리가 서로의 근거가 되어줄 수 있을까?" 

 결국 순간이동자는 자신이 자신을 정의할 수 있음과 동시에 타인에 의해서 정의되기도 한다는, 그리고 역으로 자신이 타인을 정의할 수도 있다는 패러독스를 안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대사로 인해 그 말 뜻은 더욱 확장될 수 있다.


 "순간이동은 확정 장치를 이용하는 거야, 영우 오빠. 그리고 지구엔 확정 장치가 잔뜩 널려 있어."

 나는 여기서 이 '확정 장치'는 다른 존재를 자신의 마음대로 정의하지만 동시에 자신조차 타인에 의해 정의당하는 모순을 내포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즉, 사람들은 모든 것의 신이며 동시에 모든 것의 노예라는 것이 이 작품의 주제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나름대로 이영도 작가님스러운 주제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의견 있으면 댓글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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