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져서 미안하다

"라인 아크에서의 전투 결과, 프라질은 생환, 화이트 글린트와 난입한 스트레이드는 반파되었지만 파일럿은 건재, 스테이시스는 바닷속에 수몰, 오츠달바 님은... 행방 불명이 되었습니다."

"가능한 최선의 전력만 엄선해서 투입했을 텐데... 우리가 놈을 너무 얕본 모양이다."

"혼자로도 충분하다고 건방을 떨더니... 보기 좋군."

컬러드. 기업 연합의 관리 하에 있는, 30인의 링크스로 구성된 단체. 그것은 컬러드 내에서도 상위권의 랭크에 속한 링크스들의 회의, 일명 다회였다.

"결국 귀중한 넥스트 전력 하나만 날려먹은 꼴이로군. 흥, 멍청한 노인네들 같으니라고."

"근데, 네놈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제럴드는 어디로 간 거냐."

"알 게 뭐냐, 그런 잘난 귀족 찌끄레기 따위."

"그 찌끄레기에게 밀려서 2인자 신세가 된 게 네놈이잖냐."

"윈 D. 님, 다리오 님, 정숙해 주시지요.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계집애 따위가 기어오르기는... 그 얘기라면 나도 알고 있-"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 나가라, 엠피오."

"칫."

"아무튼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최근 귀환한 프라질, CUBE 님의 증언에 따르면 스테이시스 대파 이후 소속 불명의 넥스트 기체가 전투 현장에 난입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프라질의 블랙박스 분석 결과 문제의 넥스트 기체가 확인되었습니다만, 단 몇 초 찍힌 데다 라인 아크 주권 영역 내에서 격파당해 수장되어, 이 이상의 분석은 어려울 듯 합니다."

"넥스트는 기업이나 그에 견주는 자본 없이는 운용이 불가능할 텐데... 골 때리는 일이로군."

"반 기업 단체인 라인 아크도 화이트 글린트를 굴려먹잖냐. 그것도 비슷한 이치라면 말이 안 되지는 않지."

"라인 아크와 비슷한 반 기업 세력이 또 있을 거라는 이야기냐?"

"흠... 그렇다면 진즉에 그 존재가 들통났을 텐데..."

"꺼림칙하군. 아무튼 결론은 뭔가가 우리 뒤쪽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거야. 뒤통수 맞지 않으려면 조심할 수밖에."

"그 건은 접어 두고, 지금은 일단 급한 불부터 끄지."

"급한 불이라면..."

"지난번의 아르테리아 습격 건 말이다. 우선은 그것부터 처리해야 해."

"아, 아, 아, 아프다고, 살살 해, 살살."

과거의 찬란한 문명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빌딩, 그 내부에 위치한 어느 병실에서, 메마른 듯 하지만 청량한 청년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지난번의 격전으로 상당한 부상을 입은 청년은, 어쩔 수 없이 라인 아크에 위탁해 당분간 몸을 맡기게 되었다.

"이 정도면 곧 아물겠네요. 그래도 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옆에서 상처를 소독해 주던 간호사의 말에 청년은 지겹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자, 다 끝났습니다. 가 보셔도 됩니다."

치료가 끝났음을 알리는 간호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청년은 의자를 박차고 문에 다가가 손잡이에 손을 뻗었다.

그러나 문은 청년의 손이 닿기도 전에 열렸다.

"당신이 그 유명한 스트레이드의 링크스, 맞습니까?"

이마 뒤로 쓸어넘긴 금발의 머리와 안경을 낀, 좋게 말하면 고상한, 나쁘게 말하면 재수없는 인상의 남성이, 한 발자국만 움직이면 몸과 몸이 맞닿을 듯한 위치에 서 있었다.

"당신은..."

"에이브 마쉬, 넥스트 전문 아키텍트입니다. 화이트 글린트도 제 작품이죠."

청년의 앞에 선 남성, 에이브 마쉬는 악수를 하자는 듯 청년에게 손을 내밀었다. 청년은 그 손을 잡으며,

"용건은, 뭐죠?"

"반파된 스트레이드의 수리를 끝마쳤습니다. 구경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청년은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에이브 마쉬의 뒤를 쫓았다.

"어..."

청년의 망막에 다시 비친 스트레이드는,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그런 변화에 당황한 청년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에이브 마쉬는 침을 튀기기 시작했다.

"하등한 구 레이레너드의 머저리들이 찍어낸 프레임, 당연한 거겠지만 아키텍트로서 그냥 놓치고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 상당하더군요. 그래서 기본적인 디자인의 틀만 유지한 채 갈아엎었습니다."

다시 만난 스트레이드는 이전보다 장갑이 깎여나가 날렵해지고, 날카로운 PA 정파장치들이 다수 들어서, 마치 사마귀처럼 공격적인 인상이 되어 있었다.

"무장도 하등한 레이레너드의 것에서 제 수제 작품으로 변경했습니다. 제가 만든 명품 무장을 사용하게 된 것, 영광으로 여기십시오."

에이브 마쉬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더니, 뒤이어 설명을 이어갔다.

"오른손 무장은 제 인맥을 동원해 만들었습니다. 한 방 위력을 중시한 하이 레이저 라이플. 이름은 제작에 관여한 제 지인의 이름을 본따 '카라사와'라고 지었습니다. 본격적인 상위 링크스와 넥스트 상대로는 제대로 맞지도 않는 하등한 레이레너드의 머신건은 헐값에 팔았습니다."

청년은 새로이 쥐어진 스트레이드의 무기에 감탄하면서도, 이전 무장을 멋대로 팔아버렸다는 당당함에 어이없다는 듯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왼손 무장은 이전 국가 해체 전쟁에서 활약했다는 레이레너드의 링크스가 사용했다던 블레이드를 본떠 만들었습니다. 출력은 줄였지만 그만큼 무게나 EN 부하는 줄었죠. 그리고 등 무장과 어깨 무장이 빈 것을 그냥 둘 수 없어 레이더와 벅샷을 추가 장비했습니다."

설명을 끝마친 에이브 마쉬는, 고개를 돌려, 청년에게 만족하냐는 눈빛을 보냈다.

"뭐, 나쁘진 않군요."

"천재인 저의 작품이니,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청년은, 새롭게 태어난, 애마 스트레이드에게 다가갔다.

"세라프가... 격추당했다고?"

무수히 많은 컴퓨터들이 장악한, 음침함이 파고든 어느 방 안에서, 짐승의 울음소리를 편집해 꾸민 듯한, 기괴하게 갈라진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라인 아크 부근에서 반응이 사라졌습니다. 아마 당한 거겠죠."

뒤이어 들려온 가늘고 날카로운 남성의 목소리에, 커다란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남성, 타미엘은 의자를 돌려 뒤의 남성, 가아그셰블라와 눈을 마주쳤다.

"아깝네... 그거 땅속에서 파내겠다고 별 짓을 다 했는데."

"어차피 둘의 실력을 테스트해보려고 보낸 것 아닙니까? 의도대로 되었는데, 그렇게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텐데요."

"역시 눈치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마음에 들어."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타미엘과 대화를 나누던 남성, 가아그셰블라의 말은, 타미엘의 뇌를 꿰뚫은 신호이자, 봉화로 변해, 방에 은은히 울려퍼졌다.

"...슬슬 우리도 움직여야지. 녀석들을 불러 모아."

쉬어가는 에피소드라 분량이 적은 거 이해 부탁해

뭐 이번에는 인물 간의 대화를 중심으로 풀어 봤어

감상평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