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고민하다가 나 혼자서는 뭐가 뭔지도 모르르겠어서 잠정적으로 콰지섹슈얼이이라고 했었단 말야. 근데 이번 기회로 다시 고민이 들기 생각했어. 뭐 자세한 얘기는 가톨릭 신자들만의 비밀하고 연관이 되어있으니 여기서 풀어줄 수는 없고, 그냥 무슨 계기가 있어서 오토코리섹슈얼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나보다 해줘. 

그 이유는 내가 자위를 할 때 주로 성적 판타지에 근거한 심상만을 떠올리면서-일반적인 취향뿐만 아니라 패티시도 있어-딸을 치기 때문이야. 현실의 대상으로 딸을 친다는 건 내게는 뭔가 비인도적... 이라고 하면 좀 세고, 뭐랄까, 야만적인 것처럼 느껴져서 말이야. 애초에 난 성적인 상상을 해도 섹스만큼은 1인칭이 아니라 3인칭으로 상상하게 돼. 아, 이 얘긴 지난번에 들은 것 같다고? 사실 난 현실의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어. 상대적으로 말야.

내가 모태솔로에다가 이성에게 다가가려고 한 시도도 나의 패착으로 죄다 실패해서 그런가, 요즘은 마음에 드는 이성을 봐도 성적인 대상이나 연애대상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아. 그 대신 뭔가 예술작품처럼 바라보게 돼. 어느 정도는 의식적으로 음욕을 자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게 타고난 본성 같아. 말하자면, 아무리 이상적인 육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한들 누드로 묘사된 조각상이나 그림을 보면서 딸치는 사람은 없단 말야. 극소수의 변태라면 모를까... 그런 의미에서 어떤 모임에서 만난 게 아닌 이상은 이성에게 말을 거는 것은 고사하고 만나서 뭔가 성적인 즐거움을 느껴보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아. 뭐, 이 지점만큼은 다른 이성애자도 비슷하겠지만 말야.

얘기가 좀 딴길로 샛는데, 핵심은 자기부재성이랑 성적 판타지야. 난 다른 남자들, 더 나아가 다른 이성/유성애자들과는 달리 나를 성애의 주체로 생각하지 않아. 특히 무의식적인 차원(?)이라면 더더욱 그런 느낌이야.  방안의 먼지시점 같은 말에도 공감은 가는데 그건 나의 전부가 아니란 말이지. 어떤 점에서 내가 오토코리랑 다르냐고? 지금부터 그 얘기를 간단하게 할게.

그럼에도 난 최근까지 마음에 드는 이성을 보고 '첫눈에 반하는'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 뭐,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곁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느니, 한눈에 보고 손주 이름까지 생각했다는 그런 거 있잖아. 요즘은 그정도까진 아니어도 특정한 이성을 봤을 때, 맘에 들어서 애정과 친교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런 차원의 만남 말야. 그런 의미에서 내가 맘에 '점찍어둔' 바가 있는 이성이라면 그 여자를 보기만 해도 성적 끌림 비슷한 걸 느끼기도 해. 뭐, 속된 말로 꼴리는 거지만. 그게 머리로는 마음에 드는 이성을 보고 섰다=좋아한다가 아니란 걸 알아. 다른 차원일 수 있다는 걸 알지. 하지만 심적으로는 뭐가 뭔지 구별하기가 어려워서 혼란스러워.

그래서 난 대체 뭘까? 지나치게 파해치려 하지 말고 레이블 같은 게 필요하다 싶으면 콰지로맨틱이라고 하는 게 현명한 걸까? 아니면 그냥 좀 특이한 유성애자이거나, 그레이처럼 어떤 경계선상에 서 있는 부류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