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진 20대 중반이라 사랑에 대한 로망 같은 게 있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는 걸 안다. 모솔이기도 하고, 얼마 전 내가 불안형 애착임을 깨달았는데 그게 지금까지 내가 좋아했던 여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한 이유다. 왜냐고? 상대의 응답을 전제로 하고 응답받을 때까지 계속 집적거리거든. 그게 정도가 지나치면 스토킹이나 다름없이 되기도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이곳에 진작 고해한 바다.

세속화의 물결 속에서 혼전순결의 가치를 인식하는 사람도 적고, 무성애에 대해선 농담 섞어서 무를 좋아하는 줄로 알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따라서 왠만한 사람들은 사랑하는데 성행위는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이해하긴 어렵겠지. 난 그런 점에선 성향 확실한데 자꾸 이 경계를 사랑이란 명목으로 침범하려 한다면 생각하기도 피곤하다... 에휴, 애초에 난 한국의 연애문화에 대해서도 좀 회의적이다. 끊임없이 연락하는 것도 사람에 따라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자꾸 구속하고 소유하려고 하고, 남사친 여사친 허용 범위 두고 허구헌 날 말싸움이나 하는 걸 보면 회의감이 든다. 난 그냥 순애가 하고 싶은데 현실은 제약이라든가, 눈치가 많이 보이는 느낌이다. 특히 나이가 있다 보니 취직하고 정신적으로도 더 안정될라 치면 그땐 결혼을 전제로 선을 보는 수밖엔 없을 것이다. 나에겐 너무도 숨막히는 전제조건이다. 지금이 무슨 90년대 00년대도 아닌데.

물론 어떤 관점에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도록 창조되었다. 사람에겐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물론 배우자가 없이도 지인들, 형제나 친척들을 통해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힘들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다. 그러다 보면 불완전하게나마 빈 자리, 내 인생의 동반자의 자리도 채워지긴 하겠지. 그렇다고 비자발적 독신이라고 인식하면 알게모르게 부정적 감정이 쌓일 테니, 세속에 남을 이유가 있어도 수도자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다. 어차피 내 힘으로 해결 안 되는 상황인데, 어쩔수 없는 일이라 채념하는 것보단 수용하고 끌어안는 게 정신적으로 훨씬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