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혼자서 사는 게 속 편하겠다고 글을 썼지만,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기도 하다는 걸 점차 느끼게 된다. 내가 하는 소모임이 하나 있는데, 단원분들이랑 나이차가 많은데도 친분을 쌓아가다 보니 께닫게 됐어. 혼자서는 외롭다는 사실 말야. 집안에만 있으면 고립감과 무기력함은 해결되지 않더라. 환상으로 도피해서 자위를 해봤자 오히려 이런 마음은 더 커지면 커질 뿐이야.

하지만 그 탈출구를 이성에게서 찾을 필요는 없다고 봐. 애초에 난 성적 행위에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것도 기피하고-그래서 내가 무성애적인가 봐-나이가 들 수록 성욕도, 연애에 대한 갈망도 점점 약해지거든. 지금은 딱히 좋아하는 여자애도 없는 것 같애. 있다고 해 봐야 젊은 여성 유튜버들 보고 귀엽다 귀엽다 하는 정도지. 그동안 내 지인 중에 마음에 뒀던 여자들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따름이야. 특별하거나 미묘한 감정이 있어 봤자 끌림으로 가기엔 에너지가 너무 적은 거지. 애초에 연애는 포기했다면 거진 포기하는 단계야. 어차피 나이가 들수록 연애를 시도하는 과정부터 내 의지가 아니라 어떤 업체라든가 이해관계가 끼어들 것 같거든.  

애인이나 배우자라기보다도 그냥 평생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굳이 동거는 고사하고 결혼하지 않더라도 계속 연락하고, 만나면서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 말이야. 그러려면 인연을 소중히 해야겠지. 여기까지 오면 이성이냐 동성이냐보다도 나와 코드가 잘 맞는지, 그러면서도 나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지, 배울 점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봐. 그게 배우자에게 요구하는 기준이라고? 나도 마찬가지야. 사람들은 서로 다르지만 그 때문에 서로의 단점을 채워줄 수 있거든. 전통적으로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한 몸이 되는 것도 사실은 이 점 때문이고. 이러다 걍 파란새 엔딩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