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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그래도 우리는 대항한다 - 96

우라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6 14:14:03
조회 1159 추천 20 댓글 16
														

심양 인근, 한국군 군사훈련장.



이번 엑스포에 참가하기 위해 온 외국 귀빈들까지 불러놓고 벌인 대규모 기동훈련은 장관이었다.


특히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전차가 있었다.



K-51 산군 전차.



160mm 포로 무장한 중형전차로써, 공수주가 적절히 조화된 전차.


전면 장갑은 매우 두껍지만 측후면 장갑이 얇다는 사소한 문제점이 있긴 하다만 산악지대가 많은 한국에서 쓴다면 큰 문제는 없고, 되려 한국의 그 지랄맞은 지형에서 전차들이 기동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인정해줄 만 했다.



그리고.



"발사!"



산군 화력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160mm 포는 3가지 포탄이 있었다.


하나는 신형 철갑탄.


흔히 말하는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의 초기형으로써, 적 전차가 맞으면 일단 뒤진다는 공식은 확실하게 세워주는 포탄이었다.



두 번째는 고폭탄. 160mm의 대구경을 앞세워 적 보병이나 소프트스킨 차량, 경전차, 대전차자주포, 장갑차까지의 제압에 특화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 단 한 대의 전차가 수십 수백 번의 연습과 대통령의 사전승인을 통해 발사한 포탄은 그 두 종류가 아니었다.



번쩍임, 그리고 폭발.



고작 TNT 수십 톤 급의 폭발력이었지만.


버섯구름을 그곳에 있는 모두에게 보여주기는 충분했다.



전차포로 사용하는 핵포탄이 산군 전차들이 사용하는 세 번째 무기였다.



그 모습에 누군가는 패닉에 빠지고, 누군가는 박수를 치며 자랑스러워하는 가운데.



그 기갑부대의 통수권자인 한국 대통령은 위장이 뒤집혀서 밖으로 뛰쳐나오고 싶어하는 기분을 느꼈다.



본인을 암살하려고 벼르는 놈들이 있다니까 '무방비한 시민들에게 던질 폭탄이 나한테 날아오면 이득 아닐까?'라는 논리로 되려 테러단체 상대로 도발기를 시전하시겠다는 국부를 보면 누군들 위통을 느끼지 않겠냐마는.



당연하지만 이 세상에 총통의 뜻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대신 모든 정보기관의 역량이 서울에 집중되었다.



'살신성인에도 정도가 있지.'



자기가 테러범 어그로를 끌어서 시민들 한가운데에서 터질 폭탄이 자기가 앉아 있을 VIP석에서 터지게 만들겠다는 건 살신성인이 아니라 거의 광기의 영역이다.


위정자 100명의 모가지보다 거지 하나의 목숨이 중하다는 퇴임사를 아주 손수 실천해주시는 상황.



그렇다고 '모든 산업재해가 자본가에 의한 타살이라면 한국 정치인들이 고혈압이나 암으로 죽으면 총통 각하에 의한 타살입니다!'라고 멱살 잡고 짤짤 흔들어댈 수도 없지 않은가.


그저 돌아버릴 것만 같은 스트레스를 감내할 수밖에.



'아니면 이걸 명분으로 중국인과 일본인들을 더 죽이고 싶기라도 하신가?'



굉장히 불경한 생각이지만 총통께서 황하와 장강이 시체로 메워지지 않았다고 불만이라도 표하시는 건지 진지하게 의심했던 대통령은 고개를 저었다.


그분께서 그러실 리는 없지 않은가.



대통령은 자신의 불경한 망상을 누가 알까 잽싸게 털어버렸다.


이게 그놈의 소설 때문이다.



최근 익명으로 출판되어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팩션(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도 논픽션보다 다소 각색된 문학장르) 소설, 달의 아이.


그들의 경애하는 총통의 일대기를 거대한 서사시이자 비극성이 가미된 텍스트로 풀어낸 작품이었다.




어릴 적 가족과 친구, 이웃들을 일본군의 학살으로 잃고, 어머니의 희생으로 간신히 도주한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


그러나 나무열매를 따먹으며 연명하던 소년을 데려간 것은 의병들의 잔당이었다.



10여 명으로 이루어진 의병들의 그룹은 만주로 탈출하기 위해 일본군을 피해 북상하고 있었으나, 길이 막히자 러시아 국경을 넘기로 작정했다.



하지만 국경을 눈앞에 두고 일본 기병들이 추격해오고, 결국 몇몇은 적을 막아서고 몇몇은 말을 타고 도주하는 식으로 도망친 끝에 남은 것은 의병장과 소년뿐.


의병장은 권총을 들어보이며 웃으며 말한다.



- 아직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놈이 죽으면 쓰나


- 기억하거라, 꼬마, 우리가 개죽음을 당한 건지 영웅적으로 죽은 건지는 네가 정하는 거다, 네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가 우리의 목숨값을 정하는 거다. 그러니 부디, 값지게 살거라.



그 말을 끝으로 단기필마로 10여 명의 일본군에게 달려드는 중년 남성을 뒤로하고 소년은 마침내 국경을 넘었고,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탔다.



뒷골목을 떠돌던 소년은 어느 은행강도들과 마주쳤고, 그들이 사회주의자들의 자금조달책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들과 함께 그들의 본거지로 가게 된 소년은 조직의 막내가 된다.



혁명가들은 막내에게 글을 가르쳐주었고, 총명한 소년은 하나를 배우면 백을 이해하며 인터내셔널의 선배들 대부분을 스승으로 삼는다.



마침내 혁명이 일어나고, 혁명가들의 막둥이는 시베리아로 향한다.


청년의 임무는 극동에서 형제들을 규합하는 것.



청년은 의사 겸 선생님으로써 그들에게 다가가고, 이들을 풀뿌리 단계에서부터 엮어나가고자 했다.


민중의 힘을 믿었기에.



그곳에서 청년은 많은 것을 얻었다.


친분도, 존경도, 그리고 사랑도.



한창 나이의 목동 처녀와 사랑에 빠진 청년은 때가 되면 그녀와 함께 모스크바로 가서 다른 형님들에게 그녀를 자신의 아내로 소개하리라 생각했다.


거기에 다른 아이들도 있었다.


나름 먹물 먹은 이로써 인정받는 청년은 마을 외곽의 큼지막한 가죽나무 그늘 아래에 의자로 쓸 만한 돌을 가져다두고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쳤다.



읽고 쓰는 법, 간단한 산수.



그때 청년은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혁명이 완수되면, 정치국보다는 교육 쪽으로 보내달라고, 그렇게 이야기할 결심도 굳혔다.



그러나.


하지만.



의약품은 항상 부족했고, 청년은 곳곳에서 약초를 캐서 부족한 약품을 벌충했다. 전문의약품보다는 못하지만 흔한 들풀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배탈약이나 감기약 정도는 조제할 수 있었다.


그날은 이상하리만치 잘 눈에 띄지 않는 귀한 약재들이 산에 널려있는 듯 했다. 마침 임씨 아저씨가 요즘 속쓰림이 심하다고도 하고, 사실 제일 좋은 약은 술을 끊는 건데 그건 죽어도 못하겠다니 뭐라도 구해줘야지 어쩌겠는가.


어차피 학교도 쉬는 날이니 하루 종일 산에서 지낸 청년이 해질녘에 익숙해진 루트로 마을로 돌아왔을 때, 그의 눈에 띈 것은 검은 연기들이었다.



다급하게 달려온 청년의 눈에 보인 것은 무참한 시체들이었다.


주민들은 길거리에서 본보기를 보이듯 무참하게 살해된 몇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각자의 집으로 몰아넣어졌고, 그 상태에서 저들은 기관총을 거치하고 모든 집에 불을 질렀다.



불타는 집에서 빠져나오려 하던 주민들을 향해 무자비한 기관총 사격이 퍼부어졌다.



청년은 마을을 뒤지며 생존자를 찾았다.


그리고 나체가 되어 가슴과 배에 총을 맞고 죽어가던 자신의 연인을 발견했다.



그녀는 '너라도 무사해서 다행이야'라고 말하며 숨이 끊어졌다.



청년은 다른 생존자들을 찾아 마을을 뒤졌지만, 마침내 교회 건물에서 새까맣게 타죽은, 자신이 가르치던 어린아이들의 유체를 발견했을 때 절규하고 말았다.



소비에트의 숙련된 요원이기도 했던 청년의 눈에는 보였다.


불타는 교회 바깥에서 부모에게서 강제로 분리되어 타죽어가던 아이들이 살기 위해 피투성이가 되어가면서 교회 바깥으로 탈출했을 때, 그들의 팔다리를 군도로 찍어버린 뒤 다시금 불타는 건물 안으로 던져넣으며 웃어대는 일본인들의 모습이.



무너진 교회 앞에서, 청년은 휘청대다 무릎을 꿇었다.


공산주의자였음에도 러시아 정교회의 영향을 아예 받지 않을 수는 없었던 청년은 나름 세례도 받은 교인이었다. 아니, 어지간한 신부보다도 신학적 지식은 빠삭한 편이었다. 매주 교회에 나가기도 했다.


엄청나게 신실한 신자라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때만큼은 청년은 전심으로 기도했다.



- 이들에게 터럭만큼의 죄가 있었습니까? 이들이 이런 고통을 당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습니까? 



아주 작은 이유라도 있었다면, 아주 좁은 길이라도 보였다면.


청년은 다시 일어날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청년이 애곡할 때에, 돌아온 응답은 마침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내린 성상과 제단이었다.



그리고.


마치 어떤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청년은 제대를 깨부숴버렸다. 십자가가 부서져 바닥을 뒹굴고, 청년의 발길질에 박살났다.



그리고 청년이 말하기를.



- 당신은 존재하지 않아, 존재한다면, 당신은 악마와 다를 게 없으니.



그리하여 이르기를.



신께서 원하시니, 인간이 그것을 거부하리라(Deus Vult, Hominum non Vult).



청년은 모스크바로 돌아가 적군의 편에서 싸웠으나, 청년은 레닌에게 점점 실망해 갔다.


레닌은 노쇠했고, 정신이 흐려졌으며, 깨어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갔다.


암살 후유증으로 골골거리는 레닌에게 트로츠키가 독사의 혓바닥을 날름거리니.



그 꼬드김에 넘어간 레닌은 소련의 민주주의를 파괴했고, 비상시국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에트의 이상을 배신하고, 다른 혁명가들을 실망시켰다.


심지어 레닌 동지의 정신을 흐리게 한 혁명의 배신자를 색출해야 한다면서 크론슈타트 함에서 반란이 일어났을 때, 트로츠키는 모습을 드러내고 혁명의 전위가 아니라 제 사병집단이 된 붉은 군대를 이끌고 이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청년은 최고회의에서 마지막까지 레닌의 마음을 돌리고자 했다.



- 혁명이 변질되고 오용될 바에는 혁명이 실패하는 게 더 낫습니다!



레닌은 듣지 않았다. 트로츠키는 이미 레닌의 눈과 귀를 모조리 가려버린 뒤였다.



러시아 혁명을 실패로 단정지은 청년은 그날 말 한 마리에 개인 짐을 싣고 최고회의를 떠났다.



가던 도중, 청년은 백군 부대와 마주쳤다. 그러나 백군 병사들은 청년이 쓰는 한국말을 알아들었고, 동포를 만난 기쁨에 서로 얼싸안은 이들은 힘을 합쳐서 만주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계속해서 청년의 군세는 다른 동포들과 합류해 불어났다.



그리하여 마침내 한반도 북부 산악지대에 자리를 잡은 청년은 옛 능력을 발휘해 그들을 최정예로 끌어냈다.


거기에 해상전력도 확보할 수 있었다.



아일랜드인 선주이자 선장 한 사람은 한국인들의 고통에 공감해 음양으로 한국인들을 돕고 있었고, 그는 기꺼이 자신의 배를 가장순양함으로 개조하는 데 동의해주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1920년 벌어진 한국 독립 전쟁에서 적 전함까지 격침시켜 가면서 승리를 거둔 청년은 대한민주공화국을 선포한다.



묵묵히 나라를 재건하는 데에 신경을 기울이던 청년에게 잠시 마음 누일 봄바람이 찾아왔으니, 새로운 사랑이었다.


한국 공군을 위한 교관으로 미국에서 초빙한 여러 조종사 중 하나였으며, 유일한 여조종사와 여러 번 얼굴을 마주하던 청년은 그녀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하지만 두 번째 세계대전이 터졌을 때, 그녀는 동해 상공에서 자신의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적의 에이스와 동귀어진하고 말았다.



그에게는 슬픔을 다스릴 여유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는 이시와라 간지를 나름 높게 평가했으나 그들의 '다름'탓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이상만 높을 뿐이라 혹평했었다.


중국에 대해서는 그저 별다른 악감정은 없었다.


과거 봉건 잔재를 청산하고 함께 우호적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무저항도시였어야 할 평양이 불바다와 피바다가 된 순간.



총통이 된 청년은 한 번 더 무너졌다.


또 다시 누군가를 지키지 못했다.



그의 어리석음 탓에.


그의 무능으로.



'맹세컨대 저들 모두를 불태워버리겠다.'



그 아이들을 불태운 것과 똑같은 불꽃으로.



그리고 그 불꽃이 마지막으로 불태워야 마땅한 것은.


어리석고 무능한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하리라.



두 번째 기회 따위는 없었다. 자신에게도, 저들에게도.


자신은 용서받을 수 없다. 저들과 마찬가지로.



그러니까, 저들도 빼앗겨야 마땅했다. 자신이 빼앗긴 만큼. 그게 공평한 것이었다.


소중한 걸 가지려 하면 모조리 빼앗아갔으면서, 어째서 너희는 그렇게 웃고 있느냐.



너희가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희희낙락하는 걸 두고보지 않겠다. 그러면 나에게는 어떤 의미도 남지 않으니.


정확히 그 뒤에 어찌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너희가 뻔뻔스레 살아 숨쉬도록 하지는 않겠다.



용서할 수도 없고 용서받을 생각도 없기에, 구원을 바라지 않기에. 자기 자신조차 응징해야 한다고 믿기에.


죄인은 자비를 청하지 않고, 자비를 베풀 생각도 없었다.



그저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적성에 맞다 생각해 선생님이 되기를 꿈꾸었고, 모두가 행복한 이상향이 되기를 바랐던 순수한 소년은 마침내 끝없는 복수심과 증오를 동력삼아 스스로를 불태우는 복수귀이자, 누군가의 영웅이 되었다.


저들에게는 스스로 불러온 업보이자 재앙이며 그들이 만들어낸 악마였으니.



행복해지고자 하는 마음조차 부정하며 저들,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은 이들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려 하는 타천사가 묘사되었다.



일단 대통령은 거기까지 읽었다.



등장인물이 누군지야 뻔한 일이었고, 제법 역사적 사실과도 상당 부분 부합했던 데다 그 서사가 너무나도 처절하고 비극적이면서도 영웅적이었기에 전 세계에서 누적 판매수량이 이미 1억 부를 달성했다.



물론 총통의 행적에 대해서는 미싱링크가 많아서 그 부분을 상상력으로 때우기는 했지만, 아무튼 대부분의 사람들 보기에 앞뒤가 잘 들어맞는 데다 무엇보다 손에 땀을 쥐는 흥미진진한 일대기인지라 한국에서는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 심지어 소련에서도 놀랍게도 무검열로 출판되었는데 거기서도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레닌이 트로츠키의 요설에 홀려서 혁명이 타락하는 단초를 제공한 말년이 추한 노인으로 묘사되는데도 소련에서 검열 하나 없이 출판되었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었다.


물론 이 소설 자체가 소련 지도부의 입맛에 맞기도 했거니와, 레닌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소설을 출간함으로써 사회 분위기를 좀 풀어주기도 하고, 아무튼 여러 정치적 셈법이 작동한 결과였지만, 소련에게는 굉장한 쇼크였다.



인간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레닌, 아직 혁명가로써 성숙하지 못한 햇병아리 스탈린이라는 개념은 소련 인민들에게 실제로 전기충격에 가까운 반응을 이끌어내었다. 


그러면서도 소비에트를 한때 실수로 인해 정도에서 벗어났지만 지속적으로 혁신과 개혁을 추구하면서 한때 상실되었던 혁명의 이상을 되찾고자 노력하는 이들이라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묘사한 것도 주효했다.



아무튼 국내에서도 수천만 부가 팔리고 해외에의 공산국가는 물론이거니와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번역 출판되는 등 이 <달의 아이>는 50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의 필독서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총통께서 아직도 원한을 못 버리신 건가 일순 의심했지만.



애초에 그 소설은 팩션, 즉 논픽션과 픽션의 중간에 있는 소설이다.


각색이 제법 많이 들어갔거나 아예 필자의 상상력으로 떼운 부분도 존재한다는 것.



총통께서 사람 더 죽이고 싶어서 엑스포에 오실 리는 없다.


뭔가, 뭔가 더 깊은 뜻이 있으시겠지.



그렇게 믿기로 했다.



#



"내 목숨은 안 아깝지만 시민들 목숨은 아깝잖아."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기댔다.



"그나저나 저놈들, 어떤 방식으로 침투한다냐?"

"일반적으로 태국에서 인신매매로 팔려오는 이들은 여성입니다. 주로...."


"사창가?"

"예, 많으면 20대 초반, 어리면 10대.....초반이나 그보다 좀 더 어린 아이들이 팔려오는데."


"뭐?"

"사실입니다."


"수요가 있....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겠지."


한국에서 사창가는 혐오시설 취급을 받기는 해도 불법은 아니다. 자발적이고, 성병 등을 막기 위한 위생조치 등을 정부의 통제에 따르기만 한다면.


당연히 납치와 인신매매로 이루어지거나 빚으로 누구를 협박해서 이루어진다거나 하는 곳은 빼도 박도 못하고 불법, 거기 드나드는 놈들도 전부 처벌받는다.



"아무튼 저희도 최선을 다해서 잡아족치고 있습니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아니고, 그래서 이쪽에서 인신매매에 관여하는 국내 범죄조직들도 여성 인신매매에 익숙합니다. 그런데 가뜩이나 시국이 수상한데 시커먼 남정네들이 무기를 세트로 들고 밀수 루트로 들어온다면 범죄조직원들이라도 공안국을 부를 겁니다."


밀수 루트가 박살나든 자기들도 체포되든 상관없다.



밀수, 밀입국 정도라면 보스라고 해도 마약이나 미성년자 인신매매 등 어지간히 심각한 문제에 엮인 게 아니면 사형은 잘 안 나오고 보통 징역을 좀 길게 살거나 무기형을 받더라도 가석방 가능성이 있는데(그것도 보스나 핵심 간부급이 아니라 단순 조직원은 본인이 직접 죄지은 게 있다면 모르지만 조직 단위 문제로 사형을 당할 일은 없다고 봐도 된다.) 윗선부터 말단까지 10족이 멸해지고도 남을 일에 엮일 걸 직감하고도 손절 안 하면 그건 아예 광신도 수준으로 제 목숨을 안 아까워해야 한다.


"범죄조직은 겁쟁이입니다. 그놈들은 공권력에 유착하거나 매수를 하려고는 들어도 공권력에 정면으로 반항하려 하지는 않아요."


범죄 조직들은 총 같은 무기를 굳이 손에 넣으려 하지 않는다. 다른 조직들과의 항쟁은 각목이나 쇠파이프, 야구방망이 등으로만 치른다. 좀 심해지면 회칼 같은 정도?



총을 손에 넣는 순간 생활안전국(교통정리, 방범 순찰, 민원 응대 등등의 잡다한 업무 수행, 사실상 치안국과 공안국이 안 하는 일은 전부 다 생활안전국 소관) 및 치안국(강력사건 수사 및 체포 전담, 구성원 대부분이 형사) 만나고 끝날 일이 공안국(대테러 및 방첩 임무 수행, 사실상 준군사조직) 특수대응팀이 장갑차 타고 기관총 들고 오는 일로 확대될 게 뻔하니까. 


되려 이런 이념/종교에 미친 놈들이 난동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공안국에 정보를 가져다바치면서 자기들의 쓸모를 어필하는 경우가 더 많다.


즉 기존의 소소한 밀수를 벌이던 쥐구멍으로 입국하려다가는 조폭들이 직접 꽁꽁 묶어다가 방첩대에 가져다바칠 것이라는 의미.



그렇다면 어디로 들어올까.


"차라리 국경수비대의 경계망을 돌파하는 게 더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경이 워낙 길어서 꼼꼼하게 순찰하지 못하는 구역은 반드시 있으니 말입니다."


이건 물리적인 한계라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 KGB의 감시망은 국내에서조차 엉망진창이 된 상태라, KGB 직할 국경수비대 병력이 국경 경비를 똑바로 하지는 않습니다. 국내의 테러리스트들을 잡아낼 역량도 상당 부분 상실했고요."


KGB가 우선적으로 복구하는 국내 시스템은 반체제 분자에 대한 수색 체포, 당연하지만 정치범이 아닌 다른 이들에 대한 감사 능력이 떨어진 상태다.



밀수꾼들만 덕분에 살판났지만.



"그렇군."

나는 빙긋 웃었다.



"심지어 소련군의 무기들이 암시장에 풀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군 내 부정부패에 찌든 장교들이 보급품, 소총, 탄약, 심하면 기갑차량과 항공기까지도 밀매하는 경우가 있다더군요. KGB가 이걸 통제 못하는 건지 아니면 '안' 하는 건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안 한다고."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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