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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ㄱㅇㄷ) 고대 지중해의 단일신 종교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5 01:06:06
조회 952 추천 16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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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종교를 유일신교와 다신교로 나누지만, 고대 지중해에서 다신교와 유일신교는 통념보다 매우 연속적인 개념임.


가령 남왕국 붕괴 전의 유다교, 신왕국 시절의 이집트 전통 종교(아케나톤 이야기 아님), 피타고라스를 비롯한 일부 희랍 철학자들의 신론, 그리고 조로아스터교의 경우 일신(one god)을 숭배하지만, 다른 신에 대한 이론적이고 엄밀한 부정을 하진 않았음.


그래서 다신교(Polytheism)와 유일신교(Monotheism)의 이 중간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종교학에서는 단일신교(Henotheism)라는 말을 사용함.


그렇다면 단일신교가 뭐냐? 단일신교(Henotheism)는 일신(one god)을 숭배한다는 점에서 유일신교와 공통이지만, 다른 신의 비-존재를 논하지는 않고 비-유효성을 논한다는 점에서 유일신교와 구분됨. 이 종교들은 다른 신에 대한 이론적 존재 부정은 하지 않지만, 일리아스에서 제우스와 잡신들이 이루는 그런 관계(제우스는 나머지 모든 신을 합친 것보다 강하지만, 각 신의 담당 영역을 다스리진 못함)도 아님.

가령 남왕국 붕괴 전에 선포된 예레 2,5을 보자.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 조상들이 나에게서 무슨 허물을 찾아냈기에
나에게서 멀어져 헛것을 따라다니다가
그들 자신도 헛것이 되었더란 말이냐?"
-예레미야서 2장 5절(가톨릭 새번역)


성서학에선 위를 엄밀한 의미의 유일신교(Monotheism)로는 안 봄. 하지만 그렇다고 다신교로도 안 보고, 야훼 외 다른 신의 실질적 비유효성("헛것!")을 논한다고 봄. 이게 바로 단일신교임.

비슷한 형태를 우린 이집트 신왕국 종교에서 볼 수 있음. 이집트에서 신들은 제18왕조부터 아문의 피조물로, 제19왕조부터는 아문의 한 단면으로 묘사됨. 이집트학의 권위자 얀 아스만은 이집트의 전통 종교를 이렇게 설명함:







이집트 자료들은 몇 번이고 하느님god의 유일성oneness/단일성singleness/일체성uniqueness을 암시한다. 아문-레는 태양신으로 간주되는데 그는 태양의 형식에서 모든 것을 포괄하는 그의 창조적 능력, 생명을 부여하는 능력을 발전시킨다. 전통적인 아문-레 종교의 배경 속에서 이 통일되고 중심적인 시각은 삶의 문제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아가 그것은 모든 삶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그리고 어떤 힘들이 삶의 현전, 보존 그리고 지속에 효과적인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이런 전통에서 신의 유일성oneness에 대한 가정은 다른 신들의 존재existence를 배제하지 않는다. 아마르나 텍스트와는 대조적으로 아문-레와 관계된 텍스트들은 지속적으로 신들을 언급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이름을 가진 개체들로 등장하지 않고 집단적으로 나타난다. 그 결과 그들은 '유일신'one god이 들어 있는 좌표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 대신 그들은 인간이나 짐승, 심지어 식물과 같은 다른 살아 있는 생물들과 함께 신의 상대자들이다. 신의 유일성oneness을 언급하는 모든 상황에서 유일신the one god은 신적 세계의 좌표와 영역을 초월한다. 이런 현상은 이집트 종교의 다신적 구조가 근본 유일신교basic monotheism를 감추는 일종의 외관이라는 고전적 사고 때문이다.


다른 신의 존재를 결코 부정하지 않는 아문의 유일성oneness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1) 전체 세계가 있기 전 존재가 태고의 신이다.

2) 세계를 태고의 조건에서 우주로 변화시킨 창조자다.

3) 세 개의 생명을 주는 요소들의 형식으로 요소들의 형식으로 세계에 생명과 정신을 주는 살아 있는 신이다.

4) 홀로 그의 여행을 완성하고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밝히고 보호하는 태양신이다.

5) 자신의 피조물에 지배를 행사하고 땅의 왕이 대리권을 행사하는 지배자 신이다.

6) 선과 악을 감찰하는 윤리적 권위이며 "가난한 자의 장관", 재판관이자 구원자이고 시대의 주인이시며, "선물"이자 운명이다.

7) 자신의 상징, 모습, 그리고 이름이 다시 여러 신이 되는 숨은 신이다.


얀 아스만Jan Assmann, 『이집트인 모세: 서구 유일신교에 새겨진 이집트의 기억』Moses the Egyptian: The Memory of Egypt in Western Monotheism (1997), 변학수 옮김, 그린비, 2009, pp.344-345






이집트의 이러한 아문 신론은 다른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아문 외 잡신들은 아문을 단편적으로 대리하는 한 영적 권위에 불과함. 이는 호메로스가 묘사하는 다신교적 신들과는 명백히 다름. 유사하게 조로아스터교와 소크라테스 전 희랍 철학자들에게서도, 우리는 협의의 유일신론을 발견할 수는 없지만, 다신교의 만신전과는 구별되는 단일신론을 볼 수 있음.(참고: Jürgen Werbick, Dorothea Sattler, Theodor Schneider, 『교의학 I/1: 서론, 신론』Handbbuch der Dogmatik BD. 1: Prologomena / Gotteslehre (2000), 이종한 옮김, 분도출판사, 2024, pp.131-132)





그리스 철학은 시인들에 의해 촉진되고 그리스 민중들이 공유하게 된 믿음의 자극 하에 그 경력을 시작했다. 이 믿음은 우주만물에서 드러나는 모든 힘이 신이거나 신적이며, 모든 신이 힘이고, 모든 신이나 신적인 힘들이 서로 관계되어 있으며, 하나의 신이나 신적인 힘이 다른 모든 신이나 힘들에 대해 최고의 주권을 지니고, 그로부터 현실의 신적인 우주와 다른 신들을 포함하여 그 우주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생성된 우주발생론적인 신이나 신적인 힘이 존재하거나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철학적 사유의 본질적인 새로움과 예를 들어 탈레스와 피타고라스를 초기 그리스인들과 구별시키는 특징은 탈레스와 피타고라스가 이러한 믿음 가운데 마지막 두 항목을 명시적으로 융합하여 우주발생론적인 신적인 힘을 최고의 신적인 힘과 동일시했다는 사실에 놓여있다.


로이 케네스 해크Roy Kenneth Hack, 『그리스 철학과 神: 소크라테스이전 찰학자들에게서 신 개념의 역사』God in Greek Philosophy to the Time of Socrates (1931), 이신철번역, 도서출판 b, 2011, pp.211f


물론 이런 단일신교Henotheism를 유일신교Monotheism와 동일시할 수는 없음. 더군다나 희랍에서 비록 신론적이고 형이상학적 일원론이 철학자들에게서 논해졌다 하더라도, 전통적인 다신교는 여전히 인기 있었음. 하지만 '한 분의 신 외에 다른 신은 헛것이다'라는 개념은 지중해 세계에서 생소한 개념이 아니었고, 그렇기에 유일신교가 지중해에 퍼지는 징검다리가 되었음.



태초에 출현한 유일자The One

아문, 그는 태초에 나타나셨습니다, 그의 기원은 아무도 모르고,

그 앞에 어떤 신도 없었습니다.

그와 닮았다고 말할, 그와 견줄 어떤 신도 없었습니다.

그의 이름을 만들어 준 어떤 어머니도 없었습니다.

그를 생산하거나 "그는 나의 살이요 피"라고 말할 아버지가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알을 만들었고,

비밀 출생의 힘을 만들었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만들었습니다.

가장 신성한 신, 그는 존재자로 스스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모든 신은 그가 스스로 존재를 시작하고 난 다음에 존재자로 왔습니다.(papyrus Leiden J 350, 4,9~11; Jan Zandee, De Hymnen aan Amon van Papyrus Leiden I 350, Leiden:Brll, 1947, pp.71~75; Assmann, ÄHG, no. 137.)

아스만, 같은 책 pp,346-347









p.s. 갠적으로 우리나라에 고대 신화들이 여럿 소개되는 건 반갑지만, 고대 '신화'말고 고대 '신론'도 많이 관심 받으면 좋겠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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