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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그래도 우리는 대항한다 - 141

우라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6 15:02:40
조회 820 추천 19 댓글 10
														

"하여튼 미군 놈들 웃겨."

아니 아무리 식칼 들고 덤벼드는 민간인들에게 학을 뗐다지만 칼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혹독하게 족치고, 아예 5인치(=127mm) 이상의 칼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10년 이상 감방에 갈 죄로 만들어놨으며, 화약을 손에 넣을지 모른다고 불꽃놀이도 금지시켜놓고.....


왜 활은 냅두냐?



아니 뭐 전장에서 활 쓰는 놈이 이젠 미친놈이지....... 근데 당장 얼마 전까지 내가 그 미친놈이랑 어울렸구나.


그리고 생각해보니 군대를 강제 해산하고 경찰들도 17구경짜리 리볼버 아니면 독일제였나 오스트리아제였나 했던 3mm 권총만 보유할 수 있게 한 건 우리였......지 않나?



아무튼 그놈의 반자이 돌격에 좀 심하게 데인 미군이 날붙이에 발작했고, 우리는 총포에 발작해서 무장해제시키기는 했는데 참 비일관적으로 활은 안 뺏었다.


생각해 보니 우리가 제한한 것도 화약을 사용하는 문자 그대로의 화기들뿐이지 다른 건 냅뒀지 않나.


이론상 일본 경찰들이 로켓 추진 총알을 만든다면 이게 조약위반인지 아닌지 따지기도 제법 애매해진다는 뜻이다. 뭐..... 애초에 그딴 거 성능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는 것도 뻔한 일이고, 추진체를 화약으로 간주해버리면 그만이긴 하지만, 원래 조약문 내용이라는 게 힘 센 놈들이 정한 대로 해석되는 거 아닌가.



갑자기 말이 샜는데, 미군은 활을 규제하지 않았다.



어쩌면 저 새끼들이 무식해서 화궁(일본 활)을 못 알아본 것일지도?

실제로 활은 보통 활시위 풀어놓으면 이게 활인지 목공예품인지도 몰라보게 형태가 변하거든.


나도 전생에 시위 풀어놓은 활을 보고 이게 뭐시다냐 한 적도 있다. 저게 활이라는 걸 듣고 나서야 활시위를 건다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아무튼 미국놈들의 무식함이라면 활줄 풀어놓은 활은 알아보지도 못할 가능성도 있을지도.



[그보다는 일반적으로는 사람은 미친개조차도 맨몸으로는 쉽게 못 이기니까 대충 눈감아준 게 아니겠느냐?]


양키들이 현지인을 그렇게 배려해준다고요?


[...............]



내가 헛소리를 떠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신사에도 활이 있었단 거지.



권총으로 위협해도 되겠으나.... 그래서야 미봉책 아니겠는가.


미신은 미신으로 상대해야지.



마침 활이란 게 일본에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어느 개 요괴 나오는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파마의 화살만 해도 진짜 존재하는 거거든.


기본적으로 장식이나 제사용이고 액땜을 위해 신축 건물에다가 화살을 쏘거나 신생아가 태어난 집에 선물하기도 한다는데. 정월의 길조를 비는 용도로 많이 쓴다더라.



아무튼 활은 액운을 쫓는다는 의미가 있으니까.


특히 이 용도로 특화된 활이 있다. 아즈사 활(梓弓)이라고. 바니바니한 마따끄랑은 관련 없다. 아마도?


'근데 활 쏠 줄 아시죠? 국궁 말고 화궁이요.'


[내가 누구랑 전쟁했다고 생각하느냐? 무슨 왜놈들이 조총수랑 검사만 한가득 태우고 전쟁나간 줄 아느냐? 당연히 창병들과 궁병들도 수두룩했느니라. 항왜 가운데서도 그런 이들이 있었고.]


호오.


[조총만이 아니라 활, 창, 검 등도 배울 건 배웠느니라, 임진년 이후 왜검을 배운 조선 군사들도 많았다는 건 아느냐? 왜궁의 사거리가 아무리 조선 활보다는 떨어진다지만 그래도 말이다.] 



오해를 방지하자면 화궁의 기술력은 국궁과 대등하다. 오히려 생각보다 기술적 난이도가 낮았던 건 영국의 장궁 쪽인데, 이쪽은 재료인 주목나무가 워낙 사기적인 놈이라서 단일 재료로 만든 목궁으로도 복합궁과 맞먹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끌어낸 거지.



당장 조선왕조실록과 척계광의 기효신서에서도 화궁의 성능을 경계하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한국식 물소뿔 복합궁보다 사거리랑 위력이 딸리기는 해도 전쟁용으로 부족한 부분은 없다. 사무라이들이 일본도로 유명하지만 원래 사무라이의 주무기는 활이었는데 일본 활이 전혀 못써먹을 물건이었으면 그러지도 않았겠지. 


특히 기효신서에서는 국궁과 같은 계통의 물소뿔 복합궁과 화궁의 성능차이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무더운 남방에서는 아교가 풀어져서 화살의 위력이 훨씬 떨어지기에 명나라의 북병이 왜구들과 남방에서 싸울 경우 화궁과 복합궁의 성능이 역전됨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니까 최고 컨디션에서 발휘한 활의 절대적 격차가 벌어진다고 해서 화궁이 마냥 약한 활은 아니라는 거다. 당장 이성계만 해도 여름에는 활의 야교가 풀어져서 성능이 급추락한다는 걸 지적한 적 있지 않나.



그리고 기본적으로 통제영은 조정에서 보급을 받는 게 아니라 자급자족 체제였는지라 노획 물자도 바닥까지 긁어다가 써야 하는 입장이었으니 뭐라도 하나 더 할 줄 알면 유리했다


[습기에 강하다는 건 인정해줄 만 했다마는 조총과는 다르게 굳이 궁병들을 재훈련시킬 가치까지는 없다는 게 시험평가 결과라서 대규모로 운용하지는 않았다마는]



아무튼 쏠 줄 아신다. 그거면 됐다.



[근데 촉이 없군]


액땜하려고 쓰는 제구에 화살촉이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닐까요. 실탄으로 예포쏘는 것도 아니고 안전사고 위험은 줄이는 게 맞겠죠.


[하긴 그렇군]



나는 화살의 끝에 급조한 덩어리를 매달았다.


[이거 소리가 잘 나려나?]


장군님이 모르시면 누가 알아요.


[내가 언제 효시 만들어 봤냐? 그나마 내가 젊을 때 나무 깎아 피리 만들어서 불고 논 적이 있으니 감이나 잡은 거지]



도대체 뭐 하시다가 피리를 직접 만드셨는지.


[공부 말고는 뭐든 간에 재미있을 때가 있잖냐......]


아하, 인정.



나는 딴 생각을 하면서도 나무 꼭대기에서 꼭대기로 건너뛰고, 마침내 비가 쏟아지는 강의 제방 위에 섰다.


사람들이 와글와글 몰려 있는 게 보였다.


[사람 하나 떨어지면 시체도 못 찾겠군]


그러게 말입니다. 막 비온 뒤의 계곡도 함부로 들어가지 말라는데 이런 폭우가 퍼붓는 와중의 강이라면..... 어우.


[그런데 여기다가 젊은 처녀를 던져넣겠단 말이지]


뭐, 한국에도 설화 많잖습니까? 인신공양, 젊은 처녀. 그런 거 끝이 어떻게 나죠?

[그딴 걸 요구하는 요괴를 과거시험 보러 가던 선비가 화살 한 대로 꿰뚫어버리지]



우리야 과거시험이 문제가 아니라 낙향한 처지지만, 그래도.


[이무기 한 마리 잡아 보자꾸나]



나는 씩 웃으면서 연막탄을 만지작거렸다.



#



무서운 눈으로 마을 사람들을 노려보는 노파의 시선에 건장한 청년들조차도 눈길을 피하며 주춤거린다.



노파에게는 그럴 만한 권위가 있었으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맘씨 좋은 노파 같아도 대대로 마을의 정신적 지주 노릇을 해 온 노파다.


길흉을 점치고 풍흉을 예측한다.


마을을 지켜주시는 신령님을 몸에 모실 수 있는 노파는 마을을 주물럭거릴 수는 없어도, 마을에서 누군가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거나 반대로 누군가를 고립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당연하지만 촌장부터 시작해서 마을의 말단까지 이르기까지 노파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자는 없었다.


워낙 사람이 모난 데가 없는 이인지라 그 힘을 실제로 휘두른 적이 없었지만.



촌장도 노파가 노발대발한 건 단 한 번밖에 보지 못했다.


어린 꼬맹이가 실수로 신사에 불을 냈을 때의 일이었다.



그때 무녀는 불타는 신사에서 갇힌 꼬마아이를 구해내고 무섭게 화를 냈다.


신사가 불타서 노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험에 처하게 만든 것을 꾸중했다. 자신의 한 팔을 벌겋게 태운 화상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그러나 지금은.


그때의 기억은 정말 애들 장난이라는 듯 싶었다.



"내 앞에서 다시 말해보게, 촌장."

"신령님께서 노하셨잖습니까."

늙은 무녀와 시선을 간신히 맞춘 촌장은 힘겹게 이야기를 꺼냈다.



"제물을 바쳐아 합니다."

"그래서 저 아이를 강에 던지겠다고?"

"그 아이가 자원했다고 했잖습니까."


"아니, 내가 용납 못 해, 내가 뛰어들면 뛰어들지."


"무녀님, 무녀님이 없으면 누가 신사를......"

"그 애가 하면 되잖나!"


"...... 저 나이가 되도록 신령님과 대화 한 번 못 나눠본 아이를 말입니까?"

"........."

"무녀님, 무녀님도 아시잖습니까. 본디 저랬으면 안 됐습니다. 무녀가 되기 위해서는 부정해지기 전에 강신함으로써 무녀로써 완성되어야 하는데, 그 아이는 너무 늦었습니다."



여러 원시적 신앙에서 여성의 생리에 대해 주술적으로 여기는 것은 흔한 이야기다.


구약성경을 보면 생리하는 여성은 부정하므로 정결례를 치르라는 말이 있고, 21세기에도 아프리카에서는 순결한 처녀나 아직 초경이 오지 않은 어린애와 관계를 맺으면 에이즈/나병 등등이 치료된다는 주술이 유행해서 국가적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실제로 부족 주술사 말을 믿고 병을 치료하겠다면서 여자아이를 납치했다가 체포된 이야기도 있다. 또 네팔에서는 쿠마리라고 하는, 여신의 현신으로 숭배받는 소녀들이 있는데 이 쿠마리도 초경이 오면 은퇴해야 한다. 악습이라면서 서구권에서는 죽도록 까이기는 하는데.



그리고 그건 신토에서도 마찬가지다.


신토의 전통에 따르면, 무녀가 될 수 있는 건 초경이 오기 전의 소녀다. 초경이 왔다고 해서 은퇴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덕분에 신토의 힘이 강하던 시절에는 아예 대놓고 고아 소녀들을 모아들여서 무녀로 키워내기도 했다.



"그래서, 실패작이니까 이 기회에 치워버리고 새 제자를 들이라고?"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습니......."


"어차피 무녀가 되기는 늦은 천덕꾸러기 아이, 이 기회에 마을을 위해서 희생하면 모두가 좋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촌장의 말문이 막힌 순간, 비명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강을 바라보았다.



흰 연기구름이 강 한가운데서 솟아나고 있었다.



"요..... 용?"



#



'하, 시발, 개쪽팔리는데.'


물 위에 동동 뜬 연막탄들이 연기구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국군이 쓰는 포격 전술 중에 긴급연막차장이라는 게 있다.


문자 그대로 급하게 연막을 쳐야 할 때 쓰는 건데, 다수의 연막탄을 발사하고, 그 가운데 몇 발은 백린탄을 섞어주는 거다.



그렇게 되면 백린탄이 터지면서 내뿜는 유독성 연기와 열기가 일반 연막탄의 연막과 반응해서......



[이렇게]



빠르게, 크고 아름다운 연막이 터진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금방 그친댔죠?'


[엄청 금방, 그냥 어? 언제 비가 왔지? 하는 수준으로 그칠 거다, 만주랑 몽골에 있을 때 본 비 있지?]


기후대가 다른데 여기서도 그래요?


[원인이야 다르다마는, 지형과 기온 등이 묘해서 아마 결과는 비슷할 거다.]



전생에 봤던 스콜성 폭우 생각하면 되겠구만. 지구온난화의 결과라고 말 많았지.



나는 제방 위에 뛰어올랐다.



마침 천둥이 한 번 쳐서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너, 자신이 지켜야 할 자를 잡아먹는 괴물아."


나는 활에 화살을 매겼다.


"네가 지키던 자를 집어삼키는 위조된 신이여."


"어떤 아비도 제 자식을 먹잇감으로 여기지 않는다, 어떤 수호자도 제가 지켜야 할 백성을 잡아먹지 않는다, 아비의 역할은 자식의 성장이고 스승의 역할은 제자의 성취이니, 그 역할이 다한 이후에는 앞으로 나아가는 후학을 바라보며 축복할 뿐!"



나는 활시위를 끝까지 당겼다.



어차피 내가 만들어낸 거짓된 안개 너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저 연막 속에 꿈틀대는 것처럼 보이는 검은 그림자를 향해!



"제 자식의 목숨을 갈취하고 오직 자신의 안위를 위하여 그들의 생명을 착복한 죄, 사자로서 생자의 업에 개입한 죄, 괴력난신으로 백성을 홀리고 신을 사칭하여 감히 신위를 넘본 죄!"


"너에게 잡아먹힌 네 백성들, 네 자식들, 네 신에게 변론하라, 피고의 죗값으로, 사형을 구형한다!"



[사실 구형이 아니라 판결이지만]



아 좀, 애초에 검사 판사 변호사 다 내가 해먹고 피고는 애초에 존재하지조차 않는 재판 시늉인데 구형이든 판결이든 뭔 상관이에요.



그리고, 활시위가 튕겨졌다.



-삐이이이이이이익!



효시가 안개 속을 파고들어간 순간, 벼락 한 번이 더 내리꽃혔다.


어 시발, 이건 좀 가까웠는데.



[저기 강 건너편에 바위 하나 쪼개졌다.]



비 그치는 거 맞죠?



그 순간, 수도꼭지 잠근 것처럼 비가 멎었다.



[내가 뭐랬느냐, 이런 데서 오는 비는 이쯤 오면 그친다니까.]



네...... 진짜 타이밍 맞춰서 딱 멎을 줄은 몰랐는데.


하긴 이쯤 되니까 불후의 명장이시겠지, 날씨 예측쯤이야 눈 감고도 하신다는 건가.



하, 시발 비오는 날 쌩쇼를 하니까 힘들어 뒤지겠네, 연막탄도 그 연기를 다해서 슬슬 흩어지...... 어이쿠, 저거 꺼져서 떠내려가네.


근데 저거 원래 물에 뜨던가?



[전쟁하다 보면 물 위에 연막을 쳐야 할 때도 있으니 일부러 뜨게 만든 거다, 벌써 까먹었냐.]



아 그랬나.


투척식 연막탄 같은 소소한 부분에는 영 신경을 못 쓰다 보니.



아무튼, 이제 말만 잘 하면 지나가던 선비가 이무기 때려잡고 인신공양 근절시킨 설화 완성인데.


몸을 돌리는 찰나, 갑자기 시야가 마비되었다.



아 시발 태양.


망할 놈의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면서 태양광이 얼굴로 때려박혔다.



고개를 마저 돌리고 눈에 남은 잔상을 털어내는 차, 입을 떡 벌린 사람들이 보였다.


음, 일단 확실히 보기는 본 모양인데.



아, 그러고 보니 활 이거 신사에서 말 안하고 들고 온 건데 이따 사과해야겠네, 그러고 보니 화살도 하나 날려먹었고..... 화살 이것저것 치장된 거 비싸 보이던데 얼마쯤 내야 변상이 될까?


[그냥 시주한다 생각하고 넉넉하게 넣어라. 한국 돈은 기축통화니까 여기서도 웬만큼은 먹힐 거고.]


전 불교도 아니거든요? 따지고 보면 세례를 받은 적이 있긴 하니까 기독교도지.



아무튼 중세잽랜드의 시대에 맞는 적절한 방식으로 계몽에 성공했다!


이름이야 안 밝히고 떠나면 그만이고, 그러면 지나가던 과객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기록으로 남겠지.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세상의 완성이다.




#



미국, 뉴욕, 유엔 본부.



유엔 본부는 미합중국 내에서 치외법권이 적용되는 지역이다.


미합중국의 어떤 법률도 유엔 본부와 그 주변 지역, 흔히 말하는 유엔 및 관련 시설들에서는 적용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이미 미합중국은 법률을 세워서 유엔 기구 내에서의 주권을 포기한 바 있다.


따라서 유엔 본부 내에서 범죄가 저질러지면 NYPD는 협조만 하고, 수사권 등은 유엔에서 자체적으로 보유한 방범인력들과 인터폴이 책임진다. 이 경우,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피해자의 모국 법률이 우선권을 지닌다. 그 다음이 가해자고.


뭐.... 애초에 드나드는 인간들의 면면을 생각하면 범죄가 저질러지는 건 국가의 체면 문제와 직결되니 실제로 범죄가 일어나고 기소까지 될 일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래도 유엔 본부를 경비하던 이들은 오늘에야말로 그 기념비적인 첫 사례가 터지는 게 아닌가 불안한 시선이었다.



"영해의 범위가 어째서 그렇단 말입니까!"


이 시대, 영해의 범위도 확정되지 않았고, 방공식별구역이나 베타적 경제수역이나 그런 게 정해진 시대도 아니다.


당장 원 역사에서 각 국가의 시각차가 극단화된 결과가 바로 대구 전쟁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이 시대 영해와 영공, 그리고 확장된 개념 등등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결론만 말하자면, 나라마다 생각이 다르다.



사실 21세기에도 방공식별구역? 그게 뭐지? 하는 러시아와 방공식별구역에 항공기 작작 들여보내라고 항의하는 타국은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방공식별구역은 사실 국제법상 합의된 적 없는 개념이기도 하고.



심지어 영해로 선포된 지역도 국가마다 다르다.


아니, 그보다 기선을 어떻게 설정하는가?


"기선은 당연히 대륙붕 기준으로 선언되어야 합니다."


대륙붕은 육지 영토의 자연 연장.


따라서 대륙붕을 기준으로 영해를 설정해야 한다는 게 영국의 주장이었다.



"아, 그럼 우리는 류큐 해협까지 영해를 확장하겠소."


한국 대표가 비아냥거렸다.


"우리 해군 잠수함대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반도의 대륙붕은 류큐 해까지 뻗어 있는데 거기까지 전부 우리가 가져가도 상관없는 걸로 이해해도 되겠소? 관련 자료도 제출할 수 있소이다."

그 경우 동해도 모자라서 동중국해와 황해 등등 지역 전역이 한국령으로 되기는 하는데, 사실 가져간다고 해도 항의할 국력이 되는 국가가 없긴 하다.



그리고 사실 한국은 이미 기선으로부터 60해리 영해를 선언해놓은 상태라서 사실상 동해 전역이 한국령이다. 심지어 일본의 섬 여럿을 전쟁배상으로 뜯어낸 상태라서 한국의 영해는 동해를 꽉 채운다.


현재 국제법의 관례적인 영해는 3해리이기에 미국이 항의했지만 한국이 좆까라고 버티면 미국에게 아쉬운 거 없는 데다 소련이 편들어주는 상임이사국 상대로 미국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영국이나 프랑스는 원조 끊는다고 해서 목이라도 조르지 한국은 아예 이야기가 다르니까.



심지어 일본 3국이 군정당하고 있을 때 냅킨 두르고 달려들어서 상선과 어선 등을 신나게 나포해대기도 했다. 21세기라면 모르되 이 시기에는 국제법상 합법적인 행동이었으니까.


사실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고, 한국이 나포한 일본 어선은 수백 척 단위지만 소련은 아예 천 단위를 찍었고 호주도 10여 척을 나포,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 영국, 심지어 미국까지 일본 선박을 나포해 압류해대면서 공짜 선박을 얻어다가 자국민들에게 판매해서 수익을 올려댔으니 영미든 한소든 간에 그놈이 그놈이니 이건 걸고넘어질 거리가 되지 못했다. 뭐..... 한국이랑 소련이 자릿수가 다르긴 하지만 미국과 영국도 수십 척씩은 해먹었으니 피장파장으로 나오면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제 전 세계의 영해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세워야 할 판이었다.


한국이 영해와 영공 가지고 동아시아에서 여포짓을 하는 건 제지할 국가가 아예 없지만 타국이 문제.


특히, 영국,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하노버 사이의 바다 한가운데에 몇백 년 파먹고도 남을 석유지대를 발견했다는 한국 해양과학팀의 공식 발표가 나오자 유럽은 그야말로 살기 섞인 대립을 시작한 상태였다.



각국의 함대가 출격해서 북해의 파도를 맞아 가면서 대치하고 있을 정도로.



유럽에서 한가락한다는 국가들이 일제히 한입만을 외치면서 이 황금사과에 달려드니, 주유엔 미국대사가 물을 벌컥벌컥 퍼마시는 모습에서 그 심정을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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