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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에피소드) 1770년 12월 31일. 니우 암스테르담. 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8 16:13:38
조회 266 추천 2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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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13식민지 대역물을 컨셉 레벨에서 구상중인데, 대붕이들 취향이나 생각을 좀 들어보고 싶어서 파일럿 식으로 짧은 에피소드를 하나 써 봄. 대체적인 분위기는:

- 역사 개변은 상대적으로 느린 편… 이지만 나오긴 할거
- 인물이나 시대상 묘사 및 자잘한 고증에 좀 더 공을 들일 계획
- 이 에피소드는 진중한 편이긴 한데, 나름 라이트한 분위기와 진중함을 섞어보려고 함. 물론 그랬다가 민트초코설렁탕 맛이 날지도 모름. 
-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는 “21세기인이 18세기에 가서 녹여낼 수 있는 영미권 문화코드는 뭘까” 밑에서 나오는 새해맞이 노래처럼. 

피드백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줘!


니우 암스테르담 Nieuw Amsterdam, 혹은 뉴욕 시 체리 가. 

어두운 밤이 유난히도 길어 보이고, 불온한 기운이 감돌던 한 해의 마지막 날.

신터클라스 Sinterklaas 가 아이들이 자는 밤 사이에 굴뚝을 타고 내려와 선물을 주고 간다는 전설을 믿기에는, 이제 카린은 소녀라기 보다는 숙녀에 가까운 나이였다. 

그래도.

캐츠킬 Catskills 산 메밀꽃 필 무렵에, 같이 꽃구경 가는 대신, 저를 여기에 남겨두고 혼자서 남쪽 땅 버지니아로 떠난 요한이.

12월이면 빨간 옷을 입고 남쪽 나라에서 배를 타고 온다는 신트 니콜라스 Sint-Nicolaas 성인처럼, 

올해가 다 가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다. 

그래서, 그녀는 좋은 아이가 되기로 했다.

말괄량이가 아닌 조신한 숙녀답게 굴어보려 하기도 했었고, 이제 막 학교 들어갈 나이가 된 어린 동생들을 제 나름 챙겨주기도 했다. 

관세법 폐지니, 자유의 깃대 Liberty Pole 철거 건이니 하는 지루한 소식이 잔뜩 담긴 주간 영자신문 뉴욕 가제트 New-York Gazette 도, 신간이 나오는 목요일마다 꼬박 챙겨봤고. 교양을 챙긴다고 두꺼운 역사책을 읽다가 스르르 눈이 감겨, 책상 위에 엎어져 잠을 자기도 했다. 

그랬는데도 그는, 1770년 한 해가 다 가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새해를 기념하는 스물 넷 예포 소리가 배터리 포대에서 들려와도, 폭죽이 밤 바람 부는 이스트 강을 수놓아도.

사실은, 편지를 자주 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곧 돌아온다는 약속만 해줬으면 했다. 

하지만 요한이 한 달 걸러 한 번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기약없이 자꾸 이런 저런 새 일들을 벌인다는 얘기만 쓰여있었다. 지난 주에는 식민지 의회의 누구를 몬티첼로에서 만났고. 지지난주에는 어디에 있는 무엇을 구입했다며.  

매정하게도, 그녀가 그와 함께했던 시간이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 처럼. 

그런 생각을 하자, 문득 요한이 여기 있을 적 가끔 흥얼거렸던 슬픈 곡조의 노래가 떠올라서, 저도 모르게 따라부르고 있었다.

같이 지내던 이가 잊혀지더라도, Should old acquaintance be forgot,
더는 마음에 두지 않아도, 괜찮은가요? and never brought to mind?
같이 지내던 이가 잊혀지더라도, Should old acquaintance be forgot,
그렇게 시간이 흘러도, 괜찮겠나요? and auld lang syne?

불공평했다. 

그라는 존재는 이미 그녀의 마음 속 큼지막한 자리에 세 들어 살고 있었는데, 그의 머릿속에 그녀가 차지한 자리는 그만큼 크지 않은 듯 했다. 

그 때.

똑똑.

보스턴 학살과 골든 힐 전투 이후, 집회가 사실상 금지되어 평소보다 좀 더 조촐하다던 새해맞이 연회에서 돌아오신 아버지가, 마침 우체국장 폭스크로프트 씨를 John Foxcroft 만나 직접 받아왔다며, 버지니아에서 온 두툼한 편지를 전해주었다. 

여러번 접혀진 하얀 종이의 빨간 왁스를 뜯어내자, 그 안에는 편지지와, 노란 물체가 들어있었다.

그것을 조심스럽게 꺼내 손에 쥐여들자, 그녀는 황금빛 가득한 반지 poesy ring 안쪽에 새겨져 있는, ‘카터린느에게. 요한이. A.D. 1770.’ 라는 글씨를 읽을 수 있었다. 

툭.

그녀의 초록빛 눈망울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다행이었다. 그래, 그녀는 잊혀지지 않았다. 아니, 잊혀졌을 리가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왜 정혼자처럼, 그녀의 이름을 새긴 금반지를 그녀에게 보냈겠는가? 

이 반지의 의미가 말해주는 것 처럼, 진실로 그가 변하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그녀는 기다릴 수 있었다. 

눈물을 닦아낸 카린은, 그녀의 보석들 중 가장 소중해진 반지를 손가락에 끼우고 나서, 요한이 보내온 새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야, 마사는 또 어느 년인데!“

그래도, 질투심이 나는건 소녀의 마음으로는 어쩔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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