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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과연 신미양요 시점에서 조선은 미국을 몰랐는가?

까다로프스키(1.244) 2020.04.15 16:16:27
조회 9600 추천 57 댓글 16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alternative_history&no=262502

이 글 보고 몇 줄 끼적거려 봄.


우선 저 글에서 인용하고 있는 <영환지략>의 워싱턴 소개글 번역자임을 밝히고 시작하겠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alternative_history&no=251208&search_pos=-247914


참고로 저 비문은 미국인들이 아니라 나중에 미국 관광 간 중국인 천주교도들이 세운 것임 .
(원본 글에 첨부된 비석 사진의 맨 왼쪽 두 번째 줄 참고)



좌우지간, 김병학이 고종에게 '미리견은 고작 부락일 뿐인데, 그 중 화성돈이라는 곳이 있어...' 운운하는 대목은 나무위키 등에도 보일 정도로 당시 조선의 무지를 표상하는 구절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우선 원본을 살펴보면 승정원일기 1871년 4월 20일(기묘) 경연 기록이다.

(http://db.itkc.or.kr/dir/item?itemId=ST#/dir/node?dataId=ITKC_ST_Z0_A08_04A_20A_00120)


경연하러 들어온 신료들 중 최선임인 김병학이 나와, 저 이야기를 하는데, 우선 앞부분에서 신미양요로 인한 도성 민심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를 나누고, 그 뒤에는 척사의 뜻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아무튼 통교하지 않는게 최고인듯 ㅇㅇ"하고 끝남.


자, 그러면 문제의 대목을 조금 더 자세히 보도록 하자. (원문: 승정원일기 DB)


炳學曰, 情形之叵測, 莫如洋夷, 而所謂彌利堅, 只有部落而已。 中間有華盛頓云者, 開拓城池, 建得基址, 與海外洋夷, 互相通涉, 而英吉利, 似是最近, 此在海國圖誌矣。


이에 대해 링크된 국역본은 이렇게 옮기고 있다.


"정황이 불측한 것으로 서양 오랑캐와 같은 것이 없습니다. 이른바 미리견(彌利堅)은 부락만 있을 뿐인데, 그 중간에 워싱톤[華盛頓]이라는 곳이 있어서 성지(城池)를 만들고 기지를 건설하여 해외의 양이(洋夷)와 더불어 서로 교통하고 있으며, 영국(英國)은 거리상 가장 가까운 듯하니 이는 《해국도지(海國圖誌)》에 나타나 있습니다."


그래서 'ㅋㅋㅋ 미국이 부락이래 ㅋㅋㅋㅋ', '워싱턴이 조그만 마을이래 ㅋㅋㅋㅋ'하고 후대인들이 비웃음거리로 삼는 경향이 있는 듯한데, 내가 보기에 저건 오역임.


문제가 되는 핵심은 1) '미리견에는 부락만 있다' 2) '워싱턴이라는 곳' 이 두 군데인 듯하다.


먼저 1을 보자.


"所謂彌利堅, 只有部落而已"의 해석 자체는 괜찮은데, 여기서 '부락(部落)'이 과연 무엇인지의 문제를 제기해볼 수 있다.


김병학이 인용하고 있는 위원의 <해국도지> 중 제 62권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원: https://zh.wikisource.org/wiki/%E6%B5%B7%E5%9C%8B%E5%9C%96%E5%BF%97/%E5%8D%B7062. 해석 본인.)


彌利堅洲之育奈士迭國,分士迭二十有六。士迭,華言大部落也。達厘多裏二,華言地方也。底士特力一,華言國都也在各士迭之中,又各分岡底士,華言小部落也。


미리견(아메리카) 대륙의 육내사질(위나이스뎨, United States)국은 사질(스뎨. State)로 나뉘니 (그 수가) 스물 하고도 여섯이다.

사질이란 중국어로 곧 대부락(大部落)이다.

달리다리(達厘多裏. 다리둬리. Territory. 준주)가 둘 있으니 중국어로 지방(地方)이다.

저사특리(底士特力. 디스터리. District. 워싱턴 D.C.)가 하나이니 중국어로는 수도(국도)다.

각 사질 안에 또 각각 나누어 강저사(강디스. Counties?)가 있으니 중국어로는 소부락(小部落)이다.



즉, 정말로 김병학이 해국도지를 인용하여 저렇게 아뢰었다면, 저기서 말하는 부락이란 곧 미국의 개별 주를 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승정원일기>의 저 대목은,

가) '미리견'이 아메리카 대륙을 의미할 경우, 그 땅에 유럽과 같이 강대국들이 모여있는 것은 아님을 뜻할 것이다.

나) '미리견'이 미국 자체를 뜻하는 경우, 미국이 유럽 각국과 같은 강대국이 아닌 개별 주들의 합중국임을 지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전체 맥락을 보았을 때 미국의 국력을 낮추어보고 굳이 통교하지 않아도 됨을 주장하기 위함이므로, 어느 쪽이든 미국에 대한 비하의 의미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부 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 땅에는 개척촌 몇 곳만 있습니다 ㅋㅋㅋ'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2) '워싱턴이라는 곳'을 보자.


"中間有華盛頓云者"에서 '云者'는 '~라 불리는 자', '~라 불리는 곳', '~라 불리는 것' 등으로 모두 번역할 수 있다.


아마도 위에서 소개한 국역본의 역자는 현존하는 워싱턴 D.C.를 생각해 저 구절을 '워싱턴이라는 곳'으로 옮긴 듯하다.

그러나 상술한 것처럼 <해국도지>에 따르면 미국의 수도는 '디스트릭트'지 '워싱턴'이 아니다.


워싱턴(화성돈)은 해국도지 전체를 살펴봐도 인명으로만 나오고, 특히 61권에서는 <영환지략>을 인용해 워싱턴이 이끈 독립전쟁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따라서 "中間有華盛頓云者"의 올바른 번역은 '그들 가운데 워싱턴이라 불리는 자가 있어'로 봄이 맞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뒤이은 開拓城池, 建得基址, 與海外洋夷, 互相通涉에도 주어가 뚜렷이 나타나,


"그들 가운데 워싱턴이라는 자가 있어, 도시를 개척하고 터를 다졌으며, 바다 밖 양이들과 서로 통교하니"로 보다 매끄럽게 옮길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김병학이 <해국도지>를 읽었다는 전제 하에 (해당 서적은 이미 오경석이 사행길에서 많이 구해다 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그가 고종 앞에서 미국의 국력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는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김병학이 병인양요 시 이항로의 천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후 척사 여론을 이끄는 데 동참하면서 대원군을 끊임없이 견제한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박성순(2011), "병인양요 시기 이항로의 천거를 둘러싼 정국의 동향". <사총> 72권.)


그 개인의 성향이 척사에 가깝든, 아니면 그저 척사 여론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하든, 한 번 저런 배타적 원칙주의를 정치적으로 내세우게 되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특히 원리원칙을 내세워 대원군을 견제하던 장동 김씨 측에서는 더더욱.


그러므로 뻔히 <해국도지>를 인용하면서도 미국을 '별 볼 일 없는 해적 무리' 정도로 설명한 데는 저런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뇌피셜이다.




한 줄 요약:

김병학이 미국에 대해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저렇게 말한 것이 아닐까 하는 킹리적 갓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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