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수양은 내가 자신있게 비운의 명작이라고 할 수 있는 대역 작품임
치밀하면서도 기상천외한 빌드업은 웹소판 전체에서도 탑클래스에 들어가고 주인공 없는 대역이라는 대담한 시도 역시 돋보임. 이건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여기에 작중 인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군밤과 함께 유이한 힐링대역이라는 장르를 이룸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웹소 트렌드를 넘어서지 못한 코수양은상업적으로 실패했음. 그러나 코수양은 대역판에 의식의 변화라는 중요한 소재를 남김.

옛날 대역에서 유교를 필두로 한 전근대성은 국가 발전 과정에서 치워야 할 걸림돌 중 하나일 뿐임. 묘사도 대단찮았지. 공자왈 맹자왈하는 꼰대들을 위대한 신학문이 몰아내면 그들의 역할은 끝난 거임. 가끔 가다 정신 못차리고 반란일으키다가 신기술의 힘에 퇴치당하는 경우나 좀 있고.

코수양은 이 전근대성을 그들의 입장에서 설명함. 최만리는 왜 훈민정음 반포에 반대했는지, 황보인은 왜 콘크리트로 성을 쌓지 못하게 했는지, 왜 조선 사람들은 배타고 나가서 교역할 생각을 안했는지, 왜 그들은 그렇게 살았는지.

코수양에서 전근대성은 미,개함도 무식함도 아님.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그들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가 전근대성이었던거지. 그래서 작가는 환경을 바꿈으로써 의식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줌. 급박한 전시에는 조금 덜 튼튼해도 당장 성을 쌓아야 하니까 콘크리트로 성을 쌓는 기술이 생김. 명나라에서 보선을 들여오니 먼 바다는 더이상 위험하지 않게 되어 베트남, 인도와 교역하는게 당연해짐.

그리고 이런 변화는 다시 다른 변화를 부르는 불씨가 됨. 온실을 쓰면 함경도에서도 수박을 기를 수 있으니 쌀농사도 지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이런 관점에 대해 영향을 받은걸로 추정되는 대표적인 작품이 근육조선임. 2부에서 수양에 의해 바뀐 조선은 헬게이가 넘치는 근육조선이면서 실증과 통계를 중시하는 과학조선이기도 함. 작중에서도 소제목을 ‘수양대군, 케밥을 만나다’라고 쓰는 것처럼코수양에 영향을 받았음을 드러내고 있고.

이 이외에도 죽왕이나 군밤같이 의식의 변화를 중요하게 다루는 작품은 계속 나오고 있음. 코수양의 유산이 대역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거지.

그러니 이제는 돌아왔으면 좋겠다. 후원금도 쏴줄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