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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방과 후 상왕 라이프 -72-

ㅇㅇ(14.48) 2021.08.11 19:57:36
조회 1072 추천 15 댓글 5
														


"다들 서두르거라! 못해도 사흘 안에 대상왕 전하께서 이곳에 친림하실 것이다!"


경흥부사 박거겸은 아전들을 재촉했다. 바로 전날 파발이 도착해 대상왕이 조만간 야춘 땅을 순시하기 위해 경흥으로 온다는 소식을 알렸던 것이다.


'대상왕께서 함길도로 오신 이래로 야인들도 잠잠해져서 이제 한시름 놓겠다 싶었더니...!'


예나 지금이나 높으신 분들의 행차는 중간 관리자들 입장에서는 몸이 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잘 보이면 탄탄대로의 출셋길을 걸을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흠집을 보였다간 관직생활은 그걸로 종치는 것밖에 더 되겠는가?


"이놈들아, 더 빨리빨리 쓸어라! 대상왕 전하의 어마가 지나는데 한 치의 불편함이 있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좀 더 빨리 빗자루를 놀리지 못 하겠느냐! 팔이 안 보일 정도로 쓸란 말이다!"


"에잇! 굼뜬 것들! 이리 내! 꼬우니 내가 직접 할란다!"


부사가 닦달을 해대니 아전들도 사람들을 동원해 길에 쌓인 눈들을 치우라고 성화를 부려댔다. 몇몇 아전들은 하도 마음이 급했던 나머지 하인의 손에서 빗자루를 빼앗아 본인이 직접 눈을 쓸기도 했다.


그렇게 관민이 일치단결(?)해 눈을 치우는 훈훈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박거겸에게 포졸 한 명이 급히 달려왔다. 어찌나 서둘렀는지 그 포졸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허억, 허억! 크, 큰일이옵니다, 부사 나리!"


"무슨 일이냐!"


혹시 야인들이 쳐들어오기라도 한 건 아닌지 싶어 박거겸이 다급하게 물었다.


"허억! 대, 대상왕 전하께서, 허억, 허억! 지금 경흥에 당도하셨습니다! 허억!"


"뭐, 뭣이!?"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충실히 보고의 임무를 마친 포졸의 말에 박거겸은 기절초풍하고 말았다.


"아니, 북청에서 예까지의 거리를 감안하면 아무리 빨라도 사흘은 족히 걸릴 터인데 그게 말이나 되는...아니! 아니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박거겸은 급히 고개를 돌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민가의 백성들과 관노, 심지어 아전들까지 동원되어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고 있는 모습은 자칫 사사로이 백성들을 부역시켰다고 문책을 들을 소지가 충분했다.


"멈춰라! 당장 작업을 중단해라! 대상왕 전하께서 오셨으니 전하를 영접할 준비를...!"


하지만 박거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저만치서 말발굽 소리들이 요란하게 들려왔다.


'마, 망했다...!'


박거겸과 그를 보좌하고 있던 늙은 아전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모양이었다.


직접 제설 작업을 돕고 있던 아전들 중 한 명인 조원길이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차리고 한 가지 꾀를 냈던 것이다.


"모두들 날 따라해라!"


조원길은 그렇게 말하면서 빗자루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겅중겅중 뛰기 시작했고, 얼결에 주위에 있던 아전들과 백성들, 관노들까지도 이를 따라하면서 어느새 그 자리에는 빗자루로 죽마놀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거대한 원이 그려지게 되었다. 어른들이 눈치우는 걸 곁에서 구경하고 있던 아이들도 재밌어보였는지 저마다 작대기 같은 걸 들고와 마찬가지로 죽마놀이 행렬에 끼어들면서 흥겹게 민요까지 불러댔다.


어차피 이제 와서 빗자루를 감추려고 해도 시간이 모자라니 차라리 떠들썩하게 놀이판을 벌이고 있었던 걸로 위장하려는 것이 조원길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아니...이딴 걸로 속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박거겸이 거의 울상이 된 채 절망하고 있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말발굽 소리들은 더 크게 들려왔고 기어이 대상왕의 행차가 모퉁이를 돌아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박거겸은 아전들을 대동하고 앞으로 나아가 부복하고는 크게 외쳤다.


"소관 경흥부사 박거겸이 대상왕 전하를 뵈옵니다!"


박거겸의 외침에 죽마놀이를 즐기던 인원들도 급히 그 자리에 엎드렸다.


"대상왕 전하!"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이방과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방금 그 기괴한 의식들은 뭐였던 거지...?'


******


시간을 되돌려 이방과 일행이 경흥에 도착하기 얼마 전.


신숙주의 제안대로 야춘 일대를 둘러볼 작정으로 이방과는 신숙주와 성효옥, 이징옥 등과 약간의 호위병력들을 대동하고 북청을 떠나 북으로 말을 달렸다.


그저 잠깐의 사전답사 차원에서 다녀올 목적이었던만큼, 그리 짐을 많이 챙기지도 않았기에 이방과 일행의 속도는 무척 빨랐다. 도중에 한 번 역참에 들러 말을 바꿔탔던 걸 제외하면 쉼없이 말을 달렸던 이방과 일행은 잠과 식사도 말 위에서 해결하며 불과 3일만에 두만강과 인접한 경흥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경흥 땅이옵니다, 전하."


이징옥의 보고에 이방과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군. 다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들 많았소. 특히 거구 선생은 더더욱."


"마, 망극하옵니다. 전하..."


신숙주가 초췌한 얼굴로 힘겹게 미소지었다.


2박 3일에 걸친 쉼없는 질주에서 가장 애먹었던 사람은 다름아닌 신숙주였다. 북방에서 종군하며 이와 비슷한 일들을 쉼없이 겪었던 이징옥은 말할 것도 없고, 성효옥은 어릴 적부터 조부 성승을 따라다니며 말타고 산야를 누비는데는 이골이 났던 탓에 아직도 쌩쌩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었던 신숙주로서는 말 위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하는 강행군 따위는 미처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나름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던 그였지만, 다른 건 몰라도 자다가 말에서 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어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다시피 했던 탓에 체력소모가 극심했던 것이다.


"괜찮으세요, 아저씨?"


신숙주가 피폐해져 가는 과정을 옆에서 낱낱이 지켜봤던 성효옥은 웃음을 참으며 말을 걸었다.


"아니, 안 괜찮구나..."


신숙주가 반쯤 멍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본 성효옥은 한층 더 짓궃게 웃었다.


"에이, 아직 야춘에는 도착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이러시면 안 되죠! 이번에 야춘에 다녀오기로 한 것도 아저씨의 제안이었다면서요?"


"그, 그건 그렇지만...설마 3일 내내 한숨도 쉬지 않고 말만 달리게 될 줄은 몰랐지..."


옆에서 성효옥과 신숙주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방과는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거구 선생,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많을 터이니 선생도 빨리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요."


"예, 전하..."


핏기가 싹 가신 얼굴을 한 신숙주는 애써 웃으려 했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의외로구나. 난 실상 효옥이 네가 뒤쳐질까봐 걱정했는데 말이야."


이방과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성효옥도 우쭐한 기색으로 웃었다.


"어머! 소녀도 기마술이라면 나름 자신이 있답니다. 이래봬도 6살 때 조부를 따라 사냥을 나갔다가 말 등 위에서 조는 바람에 그대로 산을 넘어 건너편 고을까지 건너갔던 적도 있었는데 그 와중에 한 번도 마상에서 떨어지지 않았었으니까요."


"호오? 그래서 어찌 되었느냐?"


이방과가 흥미를 보이며 묻자 성효옥도 추억에 잠긴 눈빛으로 미소지었다.


"마침 그 고을에 범이 나타나 사람을 자주 해쳤기에 놈을 잡기 위해 출동한 착호갑사들이 머물고 있었사옵니다. 그들에게 사정을 설명해줬더니 자신들의 일을 마치면 한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약조해줬답니다. 매우 친절한 사람들이었사옵니다."


웃으면서 성효옥의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순간 멈칫 했다.


"아니, 잠깐만. 그럼 네가 말을 탄 채로 졸면서 넘었던 산이 그 범의 영역이었단 소리가 아니냐?"


이방과가 기겁하며 묻자, 성효옥도 장난스럽게 웃었다.


"예, 맞사옵니다. 소녀도 착호갑사들을 만난 뒤에야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요."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너 용케도 살아남았구나!"


신숙주가 혀를 내둘렀다.


"허어, 그것 참! 본관도 산군을 여럿 때려잡은 적이 있지만 낭자 같은 경우는 또 처음 듣는구려! 당시 집에서 걱정이 많았겠소."


맨주먹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는 자연재해급 인간병기인 이징옥조차도 성효옥의 경험담에 놀라움과 탄식을 감추지 못 했다. 그 자신이 맨손으로 호랑이들을 해치워 봤던만큼, 놈들의 포악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6살의 소녀가 호랑이 소굴을 똑바로 통과했던 것이니 그 가족들이 얼마나 놀랬겠나 싶었던 것이다.


"예. 소녀가 집에 돌아왔을 때 부모님은 대성통곡하셨고, 한쪽 구석에서 눈치를 보시던 조부님은 '산군조차 스스로 피해가게 만들다니 역시 내 손녀!' 라고 하시다가 조모님에게 등짝을 얻어맞으셨으니까요."


성효옥의 말을 들은 이방과는 킬킬거리며 웃었다. 진중한 줄로만 알았던 성승에게 그런 엉뚱한 일면이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생각해보면 장손녀를 여느 장수 못지 않은 만병(萬兵)에 통달한 고수로 길러낸 것만 놓고 봐도 처음부터 보통 인물이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참으로 천만다행이로구나. 하마터면 큰일날 뻔한 상황이었는데 그때 하늘이 널 도왔던 모양이야."


"망극하옵니다, 전하."


성효옥이 생긋 웃자, 고개를 끄덕여준 이방과는 신숙주를 돌아보았다.


"어떻소, 선생? 이제 쉴 만큼 쉬었으니 다시 속도를 올리도록 합시다. 경흥이 지척이외다."


"아...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느라 잠시 속도를 늦췄을 뿐이지, 말에서 내리지도 않았는데 대체 언제 쉬었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신숙주는 그냥 체념한 채 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애초에 그가 이방과에게 야춘행을 제안했던 것은 따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었으니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렇게 다시금 말에 박차를 가해 달려나간 일행들은 마침내 야춘으로 건너가기 위한 기착지인 경흥 관아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크게 원을 그리며 모여 빗자루를 다리 사이에 끼운 채 겅중겅중 뛰면서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빙빙 한 바퀴 돌고있는 광경이었다.


"...도절제사,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건지 설명해 줄 수 있겠소?"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소관도 저게 무엇인지는 잘..."


눈앞의 광경이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아 멍하니 바라보던 이방과가 도움을 청하고자 이징옥에게 말을 걸었으나, 이징옥이라고 뾰족한 대답이 있을 리 만무했다. 함길도에서 복무한 지 수십 년, 이런 기괴한 풍습은 그로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일단 가보시는 게 어떻겠사옵니까? 어쩌면 저게 전하의 행차를 환영하는 행사일지도 모르지 않겠습니까?"


성효옥의 말에 이방과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음, 그럴까?"


하긴 여기서 보고만 있느니 가까이 가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는 게 사태파악이 더 빠를 것이니, 이방과는 성효옥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이방과를 선두로 한 일행들이 다가서자 이윽고 경흥부사가 아전들을 대동하고 달려나와 부복했다.


"소관 경흥부사 박거겸, 대상왕 전하를 뵙사옵니다!"


"대상왕 전하!"


박거겸의 외침을 들은 나머지 사람들도 급히 빗자루를 내려놓고 엎드렸다.


"아, 크흠! 고맙네. 근데 지금 뭘 하고 있던 건가?"


이방과가 묻자 박거겸은 조원길이 낸 꾀에 장단을 맞추기 위해 나름 그럴싸한 핑계를 꺼냈다.


"실은 이는 추마(帚馬)춤이란 것으로 특별한 날이나 길일을 잡아 빗자루로 말을 타는 시늉을 하며 원을 그리며 뛰노는 놀이이옵니다."


하지만 박거겸의 설명을 듣고도 이방과는 어딘가 석연찮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함흥이 고향인 사람이라 북도의 민간 신앙이나 풍습에는 제법 밝은 편인데 그런 풍습이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구려."


'아뿔싸!'


그제서야 이방과가 함길도, 즉 동북면 토박이였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 박거겸은 급히 조원길 쪽을 쳐다봤다.


'너도 예상 못 했던 거냐?!'


역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는 조원길의 표정만 보고도 그 속내를 눈치챌 수 있었던 박거겸은 속으로 욕설을 쏟아냈다. 이럴 바에는 처음부터 솔직하게 털어놓고 한 소리 듣는 게 차라리 더 나을 뻔 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다고,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한테 "고유의 풍습이니까 그렇게 아쇼!" 운운한들 먹히겠는가?


'저 망할 놈이! 저놈이 괜히 어설픈 임기응변책을 꺼내놓는 바람에 이젠 수습조차도 못하게 됐잖아!'


이제 와서 사실대로 털어놓으면 기군망상의 죄를 범했음을 실토하는 것과 진배없었다.


'...하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밀어붙이는 수밖에!'


이젠 이판사판이다 싶어진 박거겸은 결의에 찬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하하, 전하께서 모르시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옵니다. 이건 근래에 생겨난 것이라서 말이지요. 주민들 간의 단합과 우의를 다지기 위한 행사가 마땅히 없는 것을 고민한 끝에 고안해낸 것이옵니다. 추마를 타고 가장 높이 뛰어오른 사람을 우승자로 간주하여 황소를 내리고 그 고기로 고을 주민들과 더불어 잔치를 즐기곤 하는 것이지요."


"오, 그렇소?"


이방과가 관심을 보이자 박거겸은 이때다 싶어서 조원길을 지목했다.


"그중 가장 잘 뛰는 게 저기 있는 아전 조가이옵니다. 작년의 우승자였지요!"


"예?! 그, 그게 무슨...!"


기겁한 조원길이 허둥지둥했지만 이방과는 이미 추마춤이란 것에 잔뜩 흥미가 들린 참이었다.


"허어! 부사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나도 직접 보고싶어지는구려! 저 조가란 자가 그렇게 잘 뛴다니 한 번 견식할 수 있겠소?"


"물론이옵니다, 전하!"


마침 야춘으로 건너가기 전에 좋은 눈요깃거리를 즐길 수 있겠다 싶어진 이방과는 일행들에게도 말에서 내려 추마춤을 구경하자고 권했다.


"와! 정말 기대되옵니다!"


"하하, 잠깐이라도 말에서 내릴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 싶은 기분이었는데 잘 됐군요..."


진귀한 함길도의 민속놀이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잔뜩 신이 난 성효옥이 눈을 빛냈고, 신숙주는 흐물거리다시피 말에서 기어내려오며 힘없이 중얼거렸지만 그 역시 표정만은 밝았다. 1분 1초라도 말에게서 떨어져 있고 싶었던 것이다.


"도절제사가 여기 함길도를 잘 다스리고 있는 모양이오. 경흥부사를 비롯한 관원들이 백성들의 놀거리를 스스로 고안하며 민생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오."


"하하, 과찬이시옵니다, 전하! 원래 박 부사가 매사에 솔선수범하여 타에 모범이 되는 훌륭한 인재이옵니다."


이방과와 이징옥의 칭찬에 입이 헤벌쭉 벌어진 박거겸은 웃으면서 그들을 전망좋은 자리로 안내했다.


"두 분께서 소관을 그리 좋게 봐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자, 이쪽으로 오시죠. 여기서 구경하시면 잘 보이실 겁니다."


"고맙네."


그렇게 이방과 일행이 지정된 좌석에 착석하는 사이, 사색이 다 된 조원길이 박거겸에게 다가왔다.


"부사 나리! 대체 어쩌시려고 일을 이리 크게 만드시는 겁니까?!"


"아니,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네가 하자는 대로 했다가 이 지경에 몰린 것 아니냐!"


"...그, 그렇긴 하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소인이 작년의 우승자였다느니 그런 말씀은 왜 하신 겁니까? 저는 타고나기를 동네에서도 알아주는 몸치란 말이옵니다!"


대상왕을 감탄시킬 만큼 높이 뛰어오를 자신이 없었던 조원길이 한사코 못 하겠다고 징징거렸지만 박거겸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래서 못 하겠다고? 그럼 우리 둘이 다 같이 손잡고 기군망상의 죄목을 지고 망나니 앞에 목을 들이미리? 그러고 싶나, 앙?!"


"기, 기군망상...!"


기군망상죄라는 말에 조원길은 순간 호흡이 제대로 쉬어지질 않을 정도로 경악하고 말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입을 뻐끔거리는 조원길을 노려보던 박거겸은 손을 뻗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네가 선택한 거짓말이다. 악으로, 그리고 담력으로라도 실현시켜라!"


"나, 나리...!"


조원길이 거의 울 듯한 표정이 되었지만 박거겸은 그대로 돌아서서 이방과 일행이 있는 쪽으로 가버렸다.


"자, 그럼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아전 조원길은 전하께 추마춤 시범을 보여드리도록 하라!"


이징옥이 우렁차게 외치자 조원길은 말없이 주변을 쓱 둘러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안 됐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선후배 아전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힐끔거리는 백성들.


그리고 잔뜩 기대에 찬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대상왕 일행들...과 그 옆에서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알아서 잘 해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박거겸까지.


그 모습을 본 순간, 조원길은 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이런 시부럴! 따지고 보면 이게 나 좋자고 한 일이던가? 멋대로 백성들을 징발해서 길을 닦게 시킨 박 부사 저 자식이 제일 나쁜 놈 아니야? 대상왕께 들킬까봐 쩔쩔매는 꼴이 안쓰러워서 도와줬더니 제놈이 불리하다고 나를 팔아먹어!?'


방금까지 슬픔만 가득하던 조원길의 내면은 거센 분노와 배신감만이 가득했다.


'오냐! 해내고 만다! 내 억울해서라도 여기서 죽을 순 없지!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고 말 테닷!'


터져나올 것만 같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조원길은 두 손으로 빗자루를 단단히 쥐고는 괴성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 아아아아아악!"


한 번 뛰어오를 때마다 마치 무언가를 죽일 기세로 고함을 지르는 조원길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던 이방과가 박거겸에게 말을 걸었다.


"소리는 왜 저렇게 질러대는 건가?"


"하하, 저건 심기일전을 다지기 위한 기합성이옵니다.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냄으로써 도약을 한층 더 수월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더군요."


"허어, 그런가? 한데 성량에 비해 막상 도약력은 별 볼 일 없는 것 같소만..."


이방과의 말대로 조원길의 포효는 일대를 쩌렁쩌렁 울릴 만큼 대단했지만, 막상 발이 지면에서 고작 얼마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는 뜀뛰기만 보여주고 있었다.


"아, 아하하! 저건 본판에 들어가기에 앞서 간단한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모두가 놀랄 정도로 높이 뛰어오를 것이옵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설명했지만, 박거겸은 내심 초조함을 감추지 못 하고 있었다.


'저 멍청한 놈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여기서 실패하면 나와 네놈은 죽은 목숨이라고 일러줬는데도 저 모양이야? 목 간수하고 싶으면 더 높이 좀 뛰란 말이다!'


하지만 조원길의 몸은 마음을 따라가지 못 했고, 마치 통통 튀는 오뚝이 인형같은 움직임만 보고 있으려니 슬슬 지루해진 이방과가 다시 박거겸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언제 본판을 보여주겠단 건가? 아까부터 저 젊은 친구가 질러대는 기합성만 듣고 있으려니 귀가 다 멍멍해질 지경이야."


"아! 부, 부디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이제 곧입니다, 곧!"


박거겸이 허둥거리며 답했지만, 이쯤되면 의심을 안 가지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이방과가 수상쩍게 여기는 눈빛으로 박거겸을 쳐다보며 물었다.


"이건 확인차 묻는 것인데, 저 조가란 친구는 대체 얼마나 높이 뛸 수 있는 건가?"


"예? 아, 그, 그것이..."


직설적으로 찔러들어오는 이방과의 날카로운 질문에 당황한 박거겸은 말을 더듬었다.


"부사는 왜 말을 못 하는가? 어서 전하께 고하도록 하라!"


이징옥까지 가세해서 추궁하자 박거겸은 겁에 질린 나머지 그만 딸꾹질까지 나오고 말았다. 이방과와 이징옥이라는 당대 최강의 맹장들이자 거구의 사내들이 죽일 듯이 노려보는데 간이 콩알만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기호지세의 처지에 처한 박거겸은 살고 싶은 욕심에 끝까지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그, 그것이...가장 높이 뛰었을 때는...사람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9척 높이까지 뛰어오르는 것을 봤던 것 같기도..."


"네 이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부렁을 늘어놓으며 전하를 기만하려 드느냐! 무슨 메뚜기도 아니고 사람이 9척 높이까지 튀어오를 수 있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히익!"


이징옥이 쩌렁쩌렁한 노호성을 터트리자 박거겸은 그만 앉아있던 의자에서 요란하게 나자빠지고 말았다.


바로 그때였다.


"저, 전하! 저길 좀 보십시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박거겸에게 주목되어 있을 때 유일하게 조원길이 있는 쪽을 다시 돌아본 성효옥이 비명을 지르듯 다급하게 외쳤다. 여성 특유의 날카로운 고음에 이 자리의 모두의 시선이 정면으로 향했고, 이내 모두들 입을 크게 벌리고 경악하고 말았다.


"이, 이게 무슨...!?"


"나, 날았어...?"


방금까지 화를 내던 이징옥은 물론이거니와 내심 조원길을 욕하던 박거겸, 말만 안 타면 뭐든 좋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던 신숙주조차도 눈앞의 광경에 할 말을 잃고 그저 멍하니 정면을, 보다 정확히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의 끝에는 지면에서 무려 9척(240cm) 이상으로 허공 높이 떠오른 조원길의 모습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빗자루를 다리 사이에 끼운 채, 두 손으로는 손잡이를 꽉 쥐고 있는 상태에서 공중에 떠 있다보니 일순 빗자루를 타고 날고있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으악아각아가아아악! 어흐흐흫흐흫!"


물론 사람이 중력을 거스를 순 없는 법이니 조원길은 도저히 인간이 내는 소리라고는 믿을 없을 만큼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다시 땅으로 떨어져내렸지만, 다행히 두텁게 쌓인 눈이 완충작용을 해준 덕에 이렇다 할 상해는 없었다.


공중에서 떨어져내려 눈밭을 데굴데굴 굴러가던 조원길의 몸은 어느 순간 멈춰섰고, 장내는 이윽고 요란한 함성소리로 가득찼다.


"와아아아아아!"


"해냈다! 원길이 저 자식이 기어코 해냈다고!"


"이야, 고놈 완전 메뚜기더만! 메뚜기!"


구경꾼들은 저마다 신이 나서 떠들었고, 단상에서는 이징옥이 쓰러져 있는 박거겸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세워주며 사과하기까지 했다.


"박 부사, 미안하게 됐네. 자네 말이 너무 허황되었다 여겼는데 이제 보니 본관이 너무 성급하게 판단을 내렸던 것 같군. 자네를 믿어주지 못한 것을 사과하겠네."


"아, 아닙니다! 그저 오해가 풀린 듯 하니 다행일 따름입니다."


박거겸도 뭐가 뭔지 몰라서 얼떨떨한 상황이었다. 그로서도 조원길이 대체 어떻게 그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도약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한편, 여전히 눈밭에 뻗어있던 조원길은 의식이 가물가물한 가운데서도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멧돼지 같으니...'


빗자루를 타는 시늉을 한 채 사방팔방 날뛰며 어떻게든 높이뛰기를 시도하던 조원길은 아무 생각없이 눈이 가득 쌓여있는 곳에 착지했는데 하필 거기에 눈 속에 파묻힌 채 단잠을 자고 있던 멧돼지 하나가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자다가 등을 거하게 짓밟힌 멧돼지는 놀라서 이 정체불명의 습격자를 떨쳐내려고 마치 용수철이 튀어오르듯 자리에서 펄쩍 뛰쳐올랐는데, 그 덩치에서 뿜어져나오는 괴력은 조원길을 허공 높이 날려버리기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마침 이징옥이 박거겸에게 버럭 고함을 지르느라 관객들의 시선이 모두 단상으로 향한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이 모습을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아직 잠결이라 도망칠 생각밖에 없었던 멧돼지도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이 자리의 모두는 그 놀라운 도약이 조원길 개인의 능력인 것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저녀석 언제 일어나려는 거야? 눈밭에 누워있으면 추울 텐데."


"야, 아무나 빨리 가봐."


한참을 지나도 조원길이 일어나지 않자 뒤늦게 뭔가 이상을 느낀 동료 아전들이 급히 달려갔다.


"원길아, 원길아! 일어나 봐! 여기서 자면 입 돌아간다?"


"야, 잠깐만! 얘 기절했는데?"


눈을 까뒤집어보고서야 조원길이 낙하의 충격으로 기절했음을 알아차린 아전들은 급히 관노들을 시켜 들것에 실어 후송하게 했고, 이로써 급조된 민속놀이 추마춤을 둘러싼 한 편의 촌극이 마무리되게 되었다.


"하하하! 덕분에 좋은 구경 잘 했소이다, 박 부사! 아마 그 조가라는 친구가 나를 비롯한 손님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욕심에 착지를 생각하지 않고 높이 떠오르는데만 신경썼던 모양이오. 다행히 이번에는 크게 다치거나 하진 않았지만 항상 이런 요행이 따르기만을 기대할 순 없는 노릇이니 앞으로는 추마춤 놀이를 벌일 땐 일정 높이 이상으로는 못 뛰어오르게끔 규제를 마련하도록 하시오."


"명심하겠사옵니다, 전하!"


살았다는 생각에 박거겸은 넙죽넙죽 고개를 숙이며 이방과의 지시를 받들 것을 표명했고, 성효옥은 아전 한 명에게 양해를 구해 빌린 붓으로 종이에 뭔가를 쓰며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빗자루...날기...가능...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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